헌재 1999. 2. 25. 97헌바3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 등 위헌소원
(1999. 2. 25. 97헌바3 전원재판부)
[판례집 11-1, 122~139]
판시사항
1.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 등에게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무단이탈죄를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79조의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가. 사회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예비역이라 할지라도 병력동원훈련소집 등으로 입영하게 되면 군대라는 특수사회의 일원이 되고, 동일한 지휘체계하에서 현역병과 함께 복무하게 되는바, 소집기간 중 군의 질서를 유지하고 일사불란한 지휘권을 확립하려면 그 예비역들을 현역병과 동일한 지휘, 복무, 규율체계에 복속시킬 필요가 있으므로,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에서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에 대하여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토록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국방의 의무(헌법 제39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병역의무의 이행을 실효성있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나. 병역의무 그 자체를 이행하느라 받는 불이익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의 금지(헌법 제39조 제2항)와는 무관한 바, 예비역이 병역법에 의하여 병력동원훈련 등을 위하여 소집을 받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그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것 또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중에 범한 군사상의 범죄에 대하여 형벌이라는 제재를 받는 것이므로, 어느
것이나 헌법 제39조 제1항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느라 입는 불이익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 예비군동원이나 예비군훈련소집의 경우에 예비군대원은 어디까지나 예비군대원의 신분으로서 복무할 뿐이지, 현역군인과 동일하거나 현역군인에 준하여 복무하는 것이 아니므로, 향토예비군설치법에 의한 훈련을 받는 예비역과 달리 병력동원훈련소집 등으로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에 대하여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 이유가 없지 않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군의 통수작용은 상황에 따라 유동성, 긴급성, 기밀성을 요구하므로 군형법도 이러한 군조직의 특수성에 부응하여 탄력적인 규율의 필요성이 있는바, 군형법 제79조에 규정된 “허가없이 근무장소 또는 지정장소를 일시 이탈하거나 지정한 시간내에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자”라는 구성요건은, 약간의 불명확성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위 조항의 피적용자는 일반국민이 아니라 군인 또는 준군인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행위가 근무이탈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잘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그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군형법 제1조(피적용자) ①~② 생략
③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군인에 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1.~2. 생략
3.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보충역 및 제2국민역인 군인
④~⑤ 생략
군형법 제79조(무단이탈) 허가없이 근무장소 또는 지정장소를 일시 이탈
하거나 지정한 시간내에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39조 제1항, 제2항
병역법 제49조(병력동원훈련소집대상 등)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병력동원소집에 대비한 훈련 또는 점검을 위하여 병력동원소집대상자에 대하여 실시하며 그 기간은 연간 30일 이내로 한다.
병역법 제50조(병력동원훈련소집) ①~② 생략
③ 병력동원훈련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은 지정된 일시 및 장소에 입영하여야 한다.
병역법 제52조(병력동원훈련소집된 사람의 복무) ① 병력동원훈련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은 현역에 준하여 복무하며, 예산의 범위내에서 급식 또는 실비지급 등을 할 수 있다.
②~③ 생략
군형법 제30조(군무이탈) ①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부대 또는 직무를 이탈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전시, 사변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기타의 경우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부대 또는 직무에서 이탈된 자로서 정당한 사유없이 상당한 기간내에 복귀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참조판례
1. 가. 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868
나. 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판례집 1, 329
2. 헌재 1998. 3. 26. 96헌가20, 판례집 10-1, 213
당사자
청 구 인 조○홍 외 5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석연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96노2921 무단이탈
주문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 중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부분 및 같은법 제79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현역복무를 마친 예비역들로서, 1995. 8. 22.부터 같은 달 24.까지 2박3일간 육군 제8야포단 113대대에 병력동원훈련소집되어 실역에 복무하던 중 같은 달 23. 16:00경 위 부대 대대장 사무실에서 청구인 조○홍이 실내교육중 휴식시간에 독서를 한 일로 교관인 중사 김○성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멱살을 잡힌 일에 대하여 대대장에게 정중한 사과와 함께 위 교관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자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서 다른 예비군 등 93명과 함께 위 대대장 등의 허가없이 집단으로 위 부대를 이탈하고, 같은 날 19:00경 위 부대측 간부의 설득으로 무단이탈한 다른 예비군 등과 함께 위 부대 내로 복귀한 다음 강당에서 위 교관이 공개적인 사과를 하였으나 내용이 미흡하고 마지못해 억지로 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날 23:00경 위 부대 내에 주차되어 있던 청구인 안○성의 봉고 1톤 트럭에 청구인들이 동승하고, 위 안○성이 운전하여 위 부대 위병소 밖으로 운전하여 가 위 대대장 등의 허가없이 집단으로 무단이탈하였다는 혐의로, 같은 해 12. 29 무단이탈죄(군형
법 제79조)로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에 기소되어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고(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96고단4564호), 서울지방법원에 항소하여(서울지방법원 96노2921호) 그 소송 계속중에 청구인들에 대한 처벌의 근거가 된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 및 같은 법 제79조가 헌법상의 평등원칙 및 죄형법정주의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1997. 1. 7 그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문을 송달받고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같은 달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 중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 부분 및 동법 제79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서, 그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피적용자) ③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군인에 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3.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보충역 및 제2국민역인 군인
제79조(무단이탈) 허가없이 근무장소 또는 지정장소를 일시 이탈하거나 지정한 시간내에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2. 청구이유,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는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에 대하여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헌법 및 법률이 정한 병역의무를 완수하고서 직
장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예비역이 전시, 사변 또는 동원령이 선포된 것도 아닌 평시에 단기간의 동원훈련소집을 받았다고 하여 실역에 복무하는 것으로 보아 군형법을 적용케 하는 위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처우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2항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향토예비군설치법에 의하여 예비군훈련을 받는 예비역에 비하여 합리적 근거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도 어긋난다.
(2) 군형법 제79조는 “허가없이 근무장소 또는 지정장소를 일시 이탈하거나 지정한 시간 내에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바, 이 규정만으로는 허가권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허가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즉 정당한 것에 한하는 것인지 그렇지 아니한 것까지 포함되는지 불명확하고, 특히 “지정한 시간 내에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여야 한다”는 구성요건에서는 그 명령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능한 도달명령만 의미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명령까지도 포함하는 것인지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지정장소’,지정시간’, ‘일시(一時)등의 개념 자체도 애매모호하다. 이처럼 군형법 제79조는 그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광범위하여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현역을 마친 예비역이라고 하더라도 병력동원훈련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은 현역에 준하여 복무하므로(병역법 제53조 제1항), 일단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하게 되면 군대라는 특수사회의 일원이 되고 현역과 같이 군의 조직, 질서, 규율의 유지에 협력하여야 할 것인바, 비록 병력동원훈련소집의 기간이 단기간이고 전시가 아닌
평시에 동원훈련소집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군의 질서유지 및 지휘권확립의 필요성, 군형법의 존재의의와 목적, 남북분단 및 군사적 대립상태의 지속이라는 국가적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가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을 군형법의 피적용자에 포함시킨 것은 그 합목적적 필요성이 인정되고, 또한 현역을 마친 예비역이 동원훈련소집을 받는 것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국민의 국방의 의무의 이행에 해당하므로(헌법 제39조 제1항) 이를 가리켜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2) 병력동원훈련소집은 전시, 사변 또는 동원령이 선포된 때의 병력동원소집에 대비한 훈련 또는 점검을 위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입영부대에 들어가서 군의 지배권 아래에 들어가는 것이므로(병역법 시행령 제101조 등) 군형법의 피적용자가 되는 반면에, 예비군교육훈련소집의 경우에는 향토를 방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훈련장에서 교육훈련을 받는 것이고 군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경우에도 그것은 국방부장관이 예비군의 당해 지역을 관할하는 여단급 이상의 군부대의 장에게 훈련을 위임한 것이므로(향토예비군설치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이를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으로는 볼 수 없어 군형법의 피적용자인 준군인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 병력동원훈련소집을 받은 예비역과 향토예비군설치법에 의하여 예비군훈련을 받는 예비역을 군형법 적용에 있어 달리 취급하더라도 이를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3) 군형법 제79조 자체에서는 허가권자의 범위, 허가의 내용, 근무장소 및 지정장소, 지정시간, 일시이탈의 개념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으나, 병력의 유지와 군기확립을 목적으로 한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허가권자”는 법령, 규칙, 군관습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지는 정당한 허가권자를 의미하고, “허가”의 내용은 허가권자의 정당한 허가에 의하여 정해지며, “근무장소, 지정장소, 지정시간, 일시 이탈”등도 법령, 규칙, 군관습, 사회통념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할 것이어서, 위 법률규정의 피적용자가 금지된 행위와 처벌의 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국방부장관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연혁
(1)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
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 “소집중에 있는 예비역군인”
1970. 12. 31. 법률 제2261호로 개정…… “소집중에 있는 예비역 및 보충역군인. 다만, 방위소집에 있어서는 국군부대 이외에서 근무하는 자를 제외한다.”
1973. 2. 17. 법률 제2538호로 개정……심판대상조항으로서, 이후 개정된 바 없음.
(2) 군형법 제79조
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심판대상조항으로서, 이후 개정된 바 없음.
나.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의 위헌 여부
(1) 헌법 제39조 제1항의 의미와 위 군형법 조항의 합헌성
(가)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방의 의무는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로서, 현대전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인 점에 비추어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868).
입법자는 이러한 국방의무를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바, 국가의 안보상황, 재정능력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함에 필요한 범위내에서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게 되면 그 의무자의 기본권은 여러 가지 면에서(일반적 행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제약을 받으므로, 법률에 의한 병역의무의 형성에도 헌법적 한계가 없다고 할 수 없고 헌법의 일반원칙, 기본권보장의 정신에 의한 한계를 준수하여야 한다. 다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의 합헌성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남북간에 여전히 군사적 대치상황이 상존하는 우리의 현실을 도외시하면 아니된다.
(나) 국방의 의무 내지 병역의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법률은 병역법이다. 병역법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제1국민역 및 제2국민역으로 구분하고서, 그 구분에 따라 각종의 복무(병역법 제15조 내지 제56조)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역의 경우 병은 40세까지, 예비역 장교․준사관 및 하사관은 군인사법에 의한 그 계급의 연령정년이 되는 해까지 병역의무가 있으며(동법 제72조), 병력동원소집 및 병력동원훈련소집의 대상에 포함되고(동법 제44조, 제49조), 일정한 경우 교육소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동법 제55조 제2항). 이와 같이 현역복무를 마친 사람이 예비역으로 편입되어 병력동원훈련소집 등의 소집에 응하여 입영, 그 소집기간 동안 군의 규율을 준수하고 군지휘자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는 것도 헌법에 근거를 둔 국방상 의무의 일환이다.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동원령이 선포된 때에 부대편성이나 작전수요를 위하여 예비역 등에 대하여 행하는 것으로서 병력동원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의 복무 및 처우는 현역과 같이 하며(동법 제44조, 48조 제1항),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병력동원소집에 대비한 훈련 또는 점검을 위하여 병력동원소집 대상자에 대하여 실시하는 것으로서 병력동원훈련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은 현역에 준하여 복무하며, 예산의 범위내에서 급식 또는 실비지급 등을 받을 수 있다(동법 제49조, 제52조 제1항). 한편, 국방상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진급시키거나 장교임용에 필요한 자격을 부여하기 위하여 예비역에 대하여도 교육소집을 할 수 있으며(동법 제55조 제2항), 교육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의 복무 및 처우 또한 현역의 경우와 같다(동법 제56조 제3항).
이와 같이 병력동원소집, 병력동원훈련소집 및 교육소집으로 입영한 예비역은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에 규정된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에 해당되어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라) 비록 직장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예비역이라 할지라도 병력동원훈련소집 등으로 입영하게 되면 군대라는 특수사회의 일원이 되고, 현역군인과 합동으로 전투훈련에 참여하는 등 동일한 지휘체계하에서 현역군인과 함께 복무하게 된다. 따라서 소집기간 중 군의 질서를 유지하고 일사불란한 지휘권을 확립하려면 소집기간 중에 있는 예비역들을 현역군인과 동일한 지휘 및 복무체계에 복속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군사훈련의 효율적 수행 등 소집목적의 달성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이 병력동원훈련 등으로 소집 중인 예비역들이 현역군인과 동일한 지휘 및 복무체계에 복속하는 한, 그 규율 및 제재체계도 현역군인과 동일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은 질서와 기율이 생명인 특수한 조직사회이고, 군형법은 형벌이라는 제재를 수단으로 하여 군의 조직과 기율을 유지,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예비역들이 현역군인과 같은 지휘 및 복무체계에서 현역군인과 함께 복무하는 한 이들에 대하여도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에서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에 대하여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토록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 제39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예비역들에게 부과된 병역의무의 이행을 실효성있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헌법 제39조 제2항의 위반 여부
헌법 제39조 제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의미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병역의무 이행을 직접적 이유로 차별적 불이익을 가하거나, 또는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이 결과적, 간접적으로 그렇지 아니한 경우보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그 일차적이고도 기본적인 의미이다(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군법무관으로 복무한 자에 대하여 군법무관 근무지가 속하는 지방법원의 관할구역내에서 퇴직일로부터 3년간 변호사개업을 할 수 없게 하였던 구 변호사법 제10조 제2항에 관한 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판례집 1, 329 참조). 따라서 병역의무 그 자체를 이행하느라 받는 불이익은 헌법 제39조 제1항, 기타 헌법원칙에 대한 위반여부의 문제로 될 수 있을 뿐 헌법 제39조 제2항과 무관하다. 즉 병역의무 이행의 일환으로 병역의무 이행 ‘중’에 입는 불이익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역을 마친 예비역이 병역법에 의하여 병력동원훈련 등을 위하여 소집을 받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하는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것 또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중에 범한 군사상의 범죄에 대하여 형벌이라는 제재를 받는 것이므로 어느 것이나 헌법 제39조 제1항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느라 입는 불이익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그 불이익이 헌법적으로 정당함은 위에서 이미 보았다), 이를 가리켜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는 헌법 제39조 제2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3) 평등원칙의 위반여부
현역의 복무를 마친 사람은 병역법상 예비역으로 편입될 뿐만 아니라(병역법 제5조) 향토예비군설치법(이하 “향군법”이라 함)상의 향토예비군으로도 편성되므로(향군법 제3조 제1항 제2호), 현역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은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 국방의 의무로서 지방병무청장이 소집하는 병력동원훈련소집 등에 응할 의무외에도, 향군법에 근거하여 국방부장관이 명하는 예비군동원명령, 훈련소집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동법 제5조, 제6조).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병력동원소집, 병력동원훈련소집, 교육소집은 모두 군부대에 입영하여(병역법 제46조 제2항, 제47조, 제50조 제3항, 제56조 참조) 현역과 동일하거나 현역에 준하여 복무하게 되는바, 예비역들이 현역군인과 같은 지휘 및 복무체계하에서 현역군인과 함께 복무하는 한 이들에 대하여도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비군훈련은 이와 사정이 다르다. 예비군에 대한 동원이나 훈련도 헌법 제39조 제1항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의 일환으로서 부과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예비군은 대원의 거주지 또는 직장을 단위로 하여 지역예비군 또는 직장예비군으로 편성되고(향군법 제3조의2 제1항), 예비군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관장하며(동법 제4조), 동원, 훈련소집 등 예비군의 관리․운영에 관하여 군부대의 장이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국방부장관의 위임에 의한 것이고(동법 제14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예비군대원은 군인과 다른 예비군대원복장 또는 표지장을 착용하며(동법 제7조의2), 그 지휘관은 예비역 장교,
하사관 또는 병 등으로 임명한다(동법 시행령 제5조 제8항, 동법 시행규칙 제10조).
이와 같이 예비군의 편성, 조직, 지휘체계는 군의 그것과 다른 독자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예비군동원이나 예비군훈련소집의 경우에 예비군대원은 어디까지나 예비군대원의 신분으로서 복무할 뿐이지, 현역군인과 동일하거나 현역군인에 준하여 복무하는 것이 아니다. 현역군인과 같은 지휘 및 복무체계하에서 현역군인과 함께 복무하지 않는 한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이 적용될 필요는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향군법에 의한 훈련을 받는 예비역과 달리 병력동원훈련소집 등으로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 중인 예비역군인에 대하여 현역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이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지 않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군형법 제79조의 위헌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의미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자유주의,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일차적으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고, 헌법도 제12조 제1항 후단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 전단에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법률”이란 입법부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리고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하여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다 정할 수는 없어 예외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해져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며, 특히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별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형식적 의미의)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한편 죄형법정주의는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고 할지라도 그 점만으로는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
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6-2, 15 ; 1995. 5. 25. 91헌바20, 판례집 7-1, 615 ; 1998. 3. 26. 96헌가20, 판례집 10-1, 213).
(2) 군형법 제79조의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군이란 궁극적으로 무력에 의하여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토를 방위함을 그 사명으로 하며 이러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고도의 질서와 기율을 필요로 한다. 군형법은 이러한 군의 조직과 질서 및 기율을 유지하고 전투력을 보전, 발휘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바, 군의 통수작용은 상황에 따라 유동성, 긴급성, 기밀성을 요구하므로 군형법도 이러한 군조직의 특수성에 부응하여 어느 정도 탄력적인 규율의 필요성이 있다.
한편, 군형법 제79조는 전투력의 기초가 되는 병력확보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바, 군인이 군조직과 근무장소 등을 자유롭게 이탈할 수 있다면 군 조직의 존립과 통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의 임무나 작전수행의 다양성, 유동성으로 말미암아 병력의 산일(散逸)이나 무단이탈이 예상되는 모든 상황을 미리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위 조항상 허가권자가 누구인지, 지정장소, 지정시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그것이 통상적인 해석방법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살피건대, 군형법의 특성, 무단이탈죄의 보호법익, 무단이탈행위태양의 다양성과 포괄성 등을 고려할 때 군형법 제79조에 규정된 “허가”라 함은 군행정상의 권한자 혹은 군작전상의 명령권자 등
정당한 허가권자의 허가를 말한다 할 것이고, “근무장소, 지정장소, 지정시간” 등도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하에 법령, 규칙, 군사회의 통념에 따라 그 해당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할 것이며, “일시이탈”이란 군형법 제30조와의 체계적 해석상 군무기피의 목적없이 일시적으로 이탈함을 말한다 할 것이고, 어느 정도의 이탈이 일시적인지는 시간적, 장소적 요소와 직무수행의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군사회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위 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한편 위 조항의 피적용자는 일반국민이 아니라 군인 또는 준군인으로서 이들은 군조직의 일원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행위가 무단이탈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잘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상식을 가진 군인이라면 위 조항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군형법 제79조는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군형법 제1조 제3항 제3호 중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인 군인”부분 및 같은법 제79조는 헌법에 위
반되지 아니한다』는『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