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83. 5. 10., 선고, 83도340, 전원합의체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가. 발행일 기재 흠결수표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적용여부(소극) 나. 발행지 기재 흠결수표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적용여부(적극) 다. 기업이 도산에 직면한 상황을 숨기고 생산자재용물품을 납품받은 경우와 편취의 미필적 고의


판결요지


가. 수표의 발행일란의 발행년월일중 월의 기재가 없는 수표는 발행일의 기재가 없는 수표로 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수표는 수표법 소정의 지급제시기간내에 제시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정할 길이 없으므로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 국내수표의 경우에 발행지 기재의 요건이 흠결되었다고 하여도 (발행지를 백지로 발행하였다가 보충함이 없이 지급제시된 경우 포함) 발행지의 기재 유무는 수표의 유통증권으로서의 실제적 기능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실제 거래에 있어서도 발행지기재의 흠결을 이유로 지급거절이 됨이 없이 유통되고 있는 이상, 수표법상 유효한 수표는 아니나 부정수표단속법이 보호하고자하는 유통적 기능을 가진 수표라고 보아 발행지 기재가 없는 것만으로는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다수의견) 발행지의 기재없는 수표는 발행일의 기재없는 수표와 마찬가지로 미완성수표로서 그러한 백지수표의 지급제시는 수표법상 적법한 제시라고 할 수 없으니 부정수표단속법상의 규제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반대의견)다. 피고인이 경영하던 기업이 과다한 금융채무부담, 덤핑판매로 인한 재무구조악화 등으로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지 않는 한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는데 피고인이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을 수 없음에도 위 상황을 숨기고 대금지급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생산자재용 물품을 납품받았다면 편취의 미필적 범의가 인정된다.


참조조문


가.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부정수표단속법시행령 제2조 제3항, 수표법 제28조 제2항, 제29조, 제1조 나.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제1조, 수표법 제1조 다. 형법 제347조


참조판례


나. 대법원 1968.9.24 선고 68다1516 판결, 1982.9.14 선고 82도1531 판결


전문


피 고 인 :
상 고 인 : 피고인
변 호 인 : 변호사 김창국
원심판결 : 서울형사지방법원 1981.1.13 선고 82노522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점에 관한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중소기업은행 화양동지점 및 한국상업은행 성동지점과 피고인 명의로 각 당좌계정을 개설하고 원심판결 첨부 목록기재와 같은 위 각 은행거래수표 15매 액면합계 150,200,000원을 발행하여 각 제시기일에 예금부족으로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의 위 행위를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부정수표발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위 수표중 소론 수표번호 1486711 및 1486712 액면 각 10,000,000원의 수표 2매는 각 발행일란을 " 1982년 월 4일" 로 기재하고 또 발행지란을 백지로 하여 발행된 것으로서 그후 위 각 백지부분이 보충됨이 없이 지급제시되어 각 예금부족을 이유로 지급거절이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선 위와 같이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수표를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적용대상인 부정수표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 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때에는 부정수표발행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한편 같은법시행령 제2조 제3항에 의하면 위 법 제2조 제2항에서 " 제시기일" 이라 함은 수표법 제2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표를 제시한 날 및 동법 제29조의 규정에 의한 지급제시 기간내에 금융기관에 지급을 받기 위하여 수표를 제시한 날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부정수표는 수표법 소정의 지급제시 기간내에 제시된 것임을 요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제시기간의 준수여부를 확정하기 위하여 발행일의 기재는 필수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론 수표 2매는 발행일란의 발행 연월일 중 월의 기재가 없어 결국 발행일의 기재가 없는 수표로 볼 수 밖에 없고 이와 같이 발행일의 기재가 없이는 그 수표가 수표법 소정의 지급제시 기간내에 제시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정할 길이 없으니 위 수표 2매는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을 간과하여 위 수표에 관한 부분까지 유죄로 단정하였음은 위 법조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증거의 판단을 그릇쳐 적법한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겠으니 이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있다고 할 것이다.

(2) 이상과 같이 소론 수표 2매는 발행일 기재가 흠결된 점에서 벌써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부정수표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나 논지는 발행지 기재가 흠결된 점에서도 위 규정의 그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당원의 견해를 밝혀 두고자 한다.

부정수표단속법의 입법목적은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정과 유통증권인 수표의 기능을 보장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제1조), 같은법 제2조 제2항의 적용대상인 수표도 실제거래에서 유통증권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수표를 의미하며 그와 같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수표까지 규제대상으로 한 것은 아님이 분명한 것인바, 일반적으로 수표법 제1조 소정의 수표요건을 갖춘 수표가 위와 같은 유통증권으로서의 기능을 가진 수표에 해당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수표법 제1조에 규정된 수표요건 중 발행지는 국내수표의 경우에 실제적 의의가 없는 요건으로서 그 기재의 유무는 수표의 유통증권으로서의 실제적 기능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다만 국내수표가 아닌 경우 즉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토를 달리하거나 세력를 달리하는 수표 기타 국제수표에 있어서 지급제시기간산정( 수표법 제29조), 발행일환산( 동법 제30조), 복본발행의 조건( 동법 제48조) 및 계산 수표의 효력( 동법 제65조)등을 정하는 기준이 되거나 섭외사법상 준거법의 결정에 있어서 발행지를 추정하는 자료가 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실제거래에 있어서도 국내수표인 이 사건 수표 2매는 발행지기재의 요건이 흠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지급거절이 되지 아니하고 수표요건을 갖춘 유효한 수표와 다름없이 예금부족을 이유로 지급거절이 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국내수표의 경우에 발행지 기재의 요건이 흠결되었다고 하여도 (발행지를 백지로 발행하였다가 보충함이 없이 지급제시된 경우를 포함한다)발행지기재가 위와 같이 유통증권으로서의 기능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무의미한 것이어서 유통증권으로서의 기능발휘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고 실제로도 발행지의 기재의 흠결을 이유로 지급거절이 됨이 없이 유통되고 있는 이상, 수표법상 유효한 수표는 아니나 부정수표단속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유통적 기능을 가진 수표라고 보아 같은법 제2조 제2항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그 법률의 목적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래 부정수표단속법은 부정수표가 남발됨으로써 유통증권으로서의 수표기능과 그 피지급성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고 유통질서의 혼란이 야기되어 국민경제의 안정을 해치는 사회현실을 앞에 놓고 이러한 부정수표의 발행을 제재하여 수표의 유통기능을 확보함으로써 경제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현실적 필요에서 제정된 것이며 단지 수표법에 규정된 형식적 요건의 준수를 독려하기 위한 수표법의 벌칙적 규정으로서 마련된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발행지기재가 흠결된 수표라도 유효한 수표와 다름없이 유통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실제로 그와 같이 유통되고 있는 이상 이러한 수표의 부정발행으로 인한 폐단은 발행기기재의 요건을 갖춘 수표의 경우와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발행지기재라는 실제상 무의미한 수표요건이 결여되었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부정수표단속법의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이는 위와 같은 부정수표단속법 제정의 현실적 필요성과 그 제정목적을 외면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국내수표의 경우에 발행지기재가 없는 것만으로는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으니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없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별지와 같은 대법원판사 이일규, 전상석 및 이정우의 반대의견과 대법원판사 이회창의 다수의견에 관한 보충의견이 있다.

2.  사기의 점에 관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에서 거시한 증거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경영하던 기업은 원심판시와 같은 과다한 금융채무 부담으로 그 이자지급에 급급한 처지에서 동종업체와의 경쟁을 위하여 원가이하로 투매하는 덤핑판매를 강행한 결과 1981년경부터는 극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지 않는 한 기업의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는데 당시 피고인이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던 사실과 피고인은 위와 같은 상황을 숨기고 이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원심판시와 같은 생산자재용 물품을 납품받은 사실이 적법하게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그 대금지급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은 것이라고 하겠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에게 편취의 미필적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사기죄로 의율하였음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편취의 범의 또는 기망과 재물교부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니 논지는 이유없다.

3.  결국 원심판결 중 부정수표단속법위반 부분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이 있어 이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바, 원심판결은 각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사기죄를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한다.

이 판결에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 부분 중 발행지기재 흠결수표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의 적용여부에 관하여 대법원판사 이일규, 전상석 및 이정우의 별지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이일규 김중서 정태균 강우영 이성렬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신정철 이회창 오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