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6. 29. 2023헌가12 [헌법불합치]

출처 헌법재판소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제청

[2023. 6. 29. 2023헌가12]


판시사항



1.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 및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중 ‘제90조 제1항 제1호의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이하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계속 적용을 명한 사례



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

화환의 설치는 경제적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으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규제 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금지 규정 등을 통해 무분별한 흑색선전 등의 방지도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장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화환의 설치를 금지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화환을 설치하는 행위를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데 있고, 이와 관련하여 정치적 표현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2024.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

공직선거법(2014. 2. 13. 법률 제12393호로 개정된 것)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중 ‘제90조 제1항 제1호의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6조 제1항



참조판례



1. 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판례집 34-2, 11, 22-28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공보 310, 968, 976-978



당사자



제청법원 청주지방법원

당해사건 청주지방법원 2022고합350 공직선거법위반등



주문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 및 공직선거법(2014. 2. 13. 법률 제12393호로 개정된 것)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중 ‘제90조 제1항 제1호의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들은 2024.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개요

당해 사건 피고인은 2022. 6. 1. 실시될 충북도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2022. 4. 7. “김○○, 이○○ 사람이냐, 충북이 호구로 보이냐”, “이○○ 양심이 없네, 뭣 하는 것이야”, “김○○, 이○○ 철새 정치 그만해라.”라는 등의 문구가 기재된 리본을 부착한 근조화환 50개를 설치함으로써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화환을 설치함과 동시에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청주지방법원 2022고합350).

제청법원은 재판 계속 중인 2023. 3. 3.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의 설치’에 관한 부분 및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중 ‘제90조 제1항 제1호의 화환의 설치’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 및 공직선거법(2014. 2. 13. 법률 제12393호로 개정된 것)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중 ‘제90조 제1항 제1호의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정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의 명칭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성명ㆍ사진 또는 그 명칭ㆍ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1. 화환ㆍ풍선ㆍ간판ㆍ현수막ㆍ애드벌룬ㆍ기구류 또는 선전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ㆍ진열ㆍ게시ㆍ배부하는 행위

공직선거법(2014. 2. 13. 법률 제12393호로 개정된 것)

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아.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선전물을 설치ㆍ진열ㆍ게시ㆍ배부하거나 하게 한 자 또는 상징물을 제작ㆍ판매하거나 하게 한 자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유

심판대상조항은 규제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정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이른 시점부터 시설물에 의한 정치적 표현을 전면적으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력의 차이에 의한 선거에서의 기회 불균형은 기존의 규제 내지 덜 침해적인 수단으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은 그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으로 대처하여야 할 문제이고, 이러한 규정은 공직선거법에 이미 도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4. 판단

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심사기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의 자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통치권자를 비판함으로써 피치자가 스스로 지배기구에 참가하는 자치정체(自治政體)의 이념을 근간으로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국민이 선거와 관련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이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로서 국민주권 행사의 일환이자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판과 토론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거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한정된 의견과 정보만이 소통되도록 한다면 진정으로 선거인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이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제1조), 선거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선거의 공정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이고, 그 자체가 헌법적 목표는 아니다. 그러므로 선거의 공정성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ㆍ포괄적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라고 볼 수 없고, 선거의 공정성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에 있어 자유와 공정은 반드시 상충관계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예컨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정치적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반면, 도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정치적 신인의 등장을 제약하게 된다. 기존의 정치인이나 대형 정당의 경우 이미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정치 신인이나 신생 정당은 그렇지 않으므로,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정치 신인이나 신생 정당이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되어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헌법상 지위와 성격, 선거의 공정성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는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선거 국면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입법목적 달성과의 관련성이 구체적이고 명백한 범위 내에서 가장 최소한의 제한에 그치는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하고,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선거운동 등에 대한 제한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의 규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참조).

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이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화환을 설치할 수 없도록 금지ㆍ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참조).

(2) 침해의 최소성

그러나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 우선, 심판대상조항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에 대하여는 화환을 설치하여 정치적 표현을 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나 예비후보자에게는 선거사무소의 간판이나 현수막 게시, 표시물 착용 등이 허용된다(제60조의3 제1항 제1호, 제5호, 제61조 제6항, 제67조, 제68조 등 참조). 그러나 그 규격이나 게시방법 등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과태료나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어(제256조 제3항 제1호 가목, 제261조 제8항 제2호 가목), 그 허용범위가 넓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일반 유권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허용규정조차 두지 않고 있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만 인정된다면 화환을 설치하는 방법으로는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정치적 표현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할 뿐 아니라, 후보자에 비하여 선거운동의 허용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은 일반 유권자에 대하여는 더욱 광범위하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형해화하고 있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나) 다음으로, 심판대상조항은 규제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정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장기간의 규제기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합리적인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시간적 범위는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 제한 시점의 합리적인 기준이 되지 못하고, 각종 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시적으로 제한하게 되어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다) 한편, 화환의 경우 투입되는 비용에 따라 이용 규모나 횟수, 규격 등이 달라져 홍보 효과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선거에서의 기회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규제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라) 화환 설치를 금지하는 것이 선거의 과열로 인한 무분별한 흑색선전, 허위사실유포나 비방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은 그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으로 대처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이미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법정형도 심판대상조항보다 무겁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 및 선거의 공정성 도모를 위한 것이나, 선거의 공정성 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방법조차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에 걸쳐 규제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일반 유권자나 후보자가 받게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그보다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4) 소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다.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화환을 설치하는 행위를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이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정치적 표현까지 모두 금지ㆍ처벌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규격, 이용 규모나 횟수, 비용 등에 상관없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화환을 설치하는 행위를 모두 규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정치적 표현 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지는 일반 유권자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의 보장, 선거의 공정성, 선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2024. 5. 31.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4. 6.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2024.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