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10. 26. 2023헌가1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 제6호 등 위헌제청

[2023. 10. 26. 2023헌가1]


판시사항



1.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를 처벌하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산유동화법’이라 한다) 제40조 제2호 중 ‘제2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은 처벌대상을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행위’로 한정함으로써 형벌을 통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법률 스스로 직접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개별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여, 심판대상조항이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는 유동화전문회사의 임직원이거나 자산유동화거래 업무와 관련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로 한정될 것인데, 이들은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 중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한 사항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않은 여유자금 투자’인지를 충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수범자의 입장에서 예측가능성 내지 명확성을 결여한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여유자금’의 사전적 정의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관련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어떠한 행위가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않은 여유자금 투자로서 처벌되는지에 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석기준이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판단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자산유동화법은 ‘여유자금’의 정의규정을 비롯하여 그 운용 대상,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이나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한 여유자금 투자 행위의 양태가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어 있거나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을 통하여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에 모두 내맡기고 있고, 이는 사실상 자산유동화계획의 작성권자에게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은 특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범위가 넓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거나, 자의적인 법해석 내지 법집행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2호 중 ‘제2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1998. 9. 16. 법률 제5555호로 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1998. 9. 16. 법률 제5555호로 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1항



참조판례



1. 헌재 1998. 3. 26. 96헌가20, 판례집 10-1, 213, 219-220 헌재 2019. 2. 28. 2017헌바486등, 판례집 31-1, 114, 122

2. 헌재 2000. 6. 29. 98헌가10,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판례집 17-1, 812, 821 헌재 2007. 7. 26. 2006헌가9, 판례집 19-2, 12, 20 헌재 2017. 5. 25. 2014헌바459, 판례집 29-1, 121, 128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당해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고합21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자산유동화에관한법률위반



주문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2호 중 ‘제2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 유한회사(이하 ‘피해회사’라 한다)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산유동화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된 유동화전문회사로서, 금융위원회에 자산유동화계획을 등록하였다. 위 자산유동화계획에는 피해회사의 여유자금 운용에 관하여, “자산유동화계획의 수행과정에서 자금의 여유가 있을 경우 향후 유동화계획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여유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공소사실에 의하면 당해 사건 피고인 김○○는 피해회사의 자산유동화계획을 수립한 설립자로서, 피해회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탁회사인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에 대한 지시ㆍ승인ㆍ감독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피해회사의 재무ㆍ자산 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인 유○○은 □□의 대표이며, 피고인 변○○은 □□의 이사이자 실무자이다.

위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회사의 여유자금을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투자하여 자산유동화법 제40조 제2호, 제22조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 □□는 변○○과 유○○이 □□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자산유동화법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각 기소되었다.

다. 제청법원은 재판 계속 중인 2023. 1. 17.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와 제40조 제2호 중 ‘제2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 부분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위 자산유동화법 조항들이 범죄 구성요건의 중요한 부분을 법률 또는 법규명령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자산유동화계획에 위임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을 하였는데, 이는 유동화전문회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제22조가 아니라 처벌조항인 제40조 제2호와 관련된 것이고 제청법원도 제22조만의 고유한 위헌성을 위헌제청의 논거로 삼고 있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을 처벌조항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2호 중 ‘제2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주요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고, 그 외의 관련조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2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금을 차입하거나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

[주요 관련조항]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업무) ① 유동화전문회사는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라 다음 각호의 업무를 행한다.

1. 유동화자산의 양수ㆍ양도 또는 다른 신탁업자에의 위탁

2. 유동화자산의 관리ㆍ운용 및 처분

3. 유동화증권의 발행 및 상환

4. 자산유동화계획의 수행에 필요한 계약의 체결

5. 유동화증권의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의 일시적인 차입

6. 여유자금의 투자

7. 기타 제1호 내지 제6호의 업무에 부수하는 업무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심판대상조항은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 운용 대상ㆍ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채,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자산유동화계획에서 정하는 사항이 범죄 구성요건의 중요부분이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나. 자산유동화계획은 유동화전문회사 등이 스스로 작성하여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는 것으로서, 헌법에서 예정하는 위임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생성과정 측면에서도 법규명령과 성질상 차이가 크다. 심판대상조항은 범죄 구성요건의 중요부분을 법률 또는 법규명령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자산유동화계획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된다.

다. 또한 자산유동화법은 여유자금의 정의나 그 운용 내지 투자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유동화전문회사가 자산유동화계획에 여유자금 관련 사항 기재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거나 그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수범자는 법률의 규정만으로 자산유동화계획에 기재될 여유자금 투자에 관한 사항이 무엇인지 예견하거나,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알기 어려운바,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에도 위반된다.

4. 판단

가.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범죄와 형벌이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정해져야 하고, 위임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해져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8. 3. 26. 96헌가20; 헌재 2019. 2. 28. 2017헌바486등 참조).

한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참조). 명확성원칙은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하므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한지 여부는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이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할 수 없도록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고 있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은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산유동화계획은 결과적으로 범죄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이 포함된 자산유동화법 제40조 제2호는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한 모든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고, 유동화전문회사가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라 행하는 여러 업무 중 유동화전문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금 차입 행위’와 ‘여유자금 투자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40조 제2호).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처벌의 대상을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행위로 한정함으로써 형벌을 통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법률 스스로 직접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수범자가 심판대상조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개별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함이 전제된다고 하여, 심판대상조항이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한편,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한지 여부는 수범자의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있는지 및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참조), 처벌법규의 수범자들이 일정한 범위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범자들이 금지되는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거나 예측할 수 있음을 전제로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헌재 2007. 7. 26. 2006헌가9; 헌재 2017. 5. 25. 2014헌바459 참조).

‘여유’의 사전적 정의는 ‘물질적ㆍ공간적ㆍ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이고 ‘여유자금’ 역시 ‘남는 자금’이라는 의미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점, 자산유동화법은 제22조 제1항에서 유동화증권의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제5호)과 여유자금(제6호)을 구별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자산유동화법상 여유자금은 유동화전문회사가 유동화자산의 운용, 유동화증권 기타 지급기한이 도래한 채무의 상환 등을 위하여 바로 필요로 하는 자금 이외의 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여유자금을 자산유동화의 기초자산에서 회수된 현금이 유동화증권의 상환일정보다 일찍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자금으로 보고 그 투자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는 유동화전문회사의 임직원이거나 자산유동화거래 업무와 관련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로 한정될 것인데, 이들은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 중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한 사항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않은 여유자금 투자’인지를 충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자산유동화법이 여유자금의 정의나 유동화전문회사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수범자의 입장에서 예측가능성 내지 명확성을 결여한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자산유동화법이 제1조에서 유동화증권에 투자한 투자자의 보호를 주된 입법목적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는 점, 법원 역시 이러한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유동화전문회사의 업무범위를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른 행위로 제한하는 자산유동화법 제22조를 단순한 단속규정이 아닌 권리능력의 범위에 관한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 온 점(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9. 9. 선고 2008가합3898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하더라도, 어떠한 행위가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않은 여유자금 투자로서 처벌되는지에 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석기준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법률에서 여유자금의 정의 및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 운용 방법을 직접 규정하거나 대통령령 등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규율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현재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을 운용ㆍ관리ㆍ투자하는 방법은 각 자산유동화거래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입법자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심판대상조항은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함’은 범죄 구성요건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산유동화법은 비록 제4조에서 자산유동화계획에 포함될 사항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여유자금’ 자체에 관하여는 이를 정의하는 규정을 비롯하여 운용 대상,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이나,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한 여유자금 투자 행위의 양태가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어 있거나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의 구성요건을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라고만 규정함으로써 구성요건의 외피만 설정하였을 뿐이고, 그 실질적 내용에 관하여는 스스로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이는 형벌을 통하여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에 모두 내맡기고 있는 것에 해당한다.

입법자가 자산유동화법이나 동법 시행령에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 투자에 관한 규정을 두어, 여유자금 투자 방법을 ‘유동화증권의 상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은행 등 금융기관 예치, 국채ㆍ지방채ㆍ특수채증권 매수, 정부ㆍ금융기관이 지급을 보증한 증권의 매수’ 등으로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이고, 실제로 공탁법 등 상당수의 법률에서 공적 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에 관하여 유사한 규정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형사처벌에 관련되는 주요사항을 사경제주체인 유동화전문회사가 스스로 작성하여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는 문서에 불과한 자산유동화계획에 위임하는 것은 사실상 자산유동화계획의 작성권자에게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에 위반된다.

이에 대하여는 자산유동화계획은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자산유동화법에서 정하는 절차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등록되고 공시된다는 점에서 법규명령에 준하는 규범적 성질을 가지고 있고, 금융시장의 특수성과 자산유동화 과정의 특이성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한 여유자금 투자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만으로는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경제주체인 유동화전문회사가 자율적으로 작성하는 자산유동화계획은 아무리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나, 입법예고 및 심사 등의 단계를 거쳐 공포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법규명령과는 그 생성과정 및 효력발생요건에 있어 차이가 크므로, 자산유동화계획이 법규명령에 준하는 규범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동일한 방법으로 여유자금을 투자하여도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에 따라 처벌되는 경우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나뉠 수 있는데, 이는 곧 국가의 형벌권 행사 가부가 사경제주체인 유동화전문회사의 의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나. 자산유동화법에서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 투자를 규제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유동화증권 상환에 지장을 초래하는 과도한 위험자산 투자를 제한하려는 취지에서이다. 그런데 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은 특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범위가 넓은바, 현재 심판대상조항의 내용만으로는 자산유동화법의 입법취지 및 법원의 법률해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수범자 입장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당해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피해회사의 자산유동화계획에는 여유자금 투자에 관하여 “향후 유동화계획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여유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안전한 방법’이라는 문구는 그 의미가 포괄적일 뿐 아니라, 금융기법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금융이 국제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하였을 때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유동화전문회사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자산유동화계획에서조차도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거나, 법률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제공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

자산유동화계획을 유동화전문회사가 스스로 작성하는 이상 유동화전문회사 및 그 핵심 관계자인 수범자들은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투자자 보호라는 자산유동화법의 목적을 고려하였을 때 수범자들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여유자금 투자 행위가 무엇인지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예측가능성을 충족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당해 사건에서 유동화전문회사로부터 여유자금 투자 업무를 위탁받은 자들도 자산유동화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가 유동화전문회사 및 그 핵심 관계자로만 국한된다고 할 수 없고, 수범자 모두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여유자금 투자 행위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아가 수범자들이 공시된 자산유동화계획의 내용을 직접 열람함으로써 금지되거나 허용되는 여유자금 투자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자산유동화계획까지 보아야 비로소 무엇이 처벌되는 행위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는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예측가능성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헌재 2010. 7. 29. 2008헌바106; 헌재 2016. 11. 24. 2015헌가29 참조).

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별지] 관련조항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자산유동화계획의 등록) ① 유동화전문회사ㆍ자산유동화업무를 전업으로 하는 외국법인 및 신탁업자(이하 “유동화전문회사등”이라 한다)는 자산유동화에 관하여 이 법의 적용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유동화자산의 범위, 유동화증권의 종류, 유동화자산의 관리방법등 자산유동화에 관한 계획(이하 “자산유동화계획”이라 한다)을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여야 한다. 자산유동화계획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1998. 9. 16. 법률 제5555호로 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자산유동화계획) 자산유동화계획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유동화전문회사등의 명칭, 사무소의 소재지등에 관한 사항

2. 자산보유자에 관한 사항

3. 자산유동화계획기간

4. 유동화자산의 종류ㆍ총액 및 평가내용 등 당해 유동화자산에 관한 사항

5. 유동화증권의 종류ㆍ총액ㆍ발행조건 등에 관한 사항

6. 유동화자산의 관리ㆍ운용 및 처분에 관한 사항

7.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자산관리자에 관한 사항

8.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등록서류 등의 공시) ① 금융위원회는 제3조 및 제6조의 규정에 의한 등록 또는 변경등록에 관한 서류와 제38조의2 제1항에 따른 등록취소에 관한 서류를 일반인의 열람에 제공하여야 한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1998. 9. 16. 법률 제5555호로 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겸업 등의 제한) ① 유동화전문회사는 제22조의 규정에 의한 업무외의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되고, 2023. 7. 11. 법률 제195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업무) ② 유동화전문회사의 회계는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회계처리기준에 의하여 처리하여야 한다.

제40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관리위탁을 받은 유동화자산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관리하지 아니한 자

3. 제35조의 규정에 의한 업무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부칙(2023. 7. 11. 법률 제19533호)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