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중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와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가 별개의 구성요건인지 여부(적극) 및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면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 위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사)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의미와 판단 기준 /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의 관계 및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인 공공의 이익에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 비방할 목적의 유무(소극)
[3] 피고인 甲은 양육비채권자의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Bad Fathers’의 운영에 관계된 사람이고, 피고인 乙은 위 사이트에 자신의 전 배우자 丙을 제보한 사람인데, 피고인들은 각자 또는 공모하여 위 사이트에 丙을 비롯한 피해자 5명의 이름, 얼굴 사진, 거주지, 직장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글이 게시되게 하고, 피고인 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사이트 게시 글의 링크 주소를 첨부하고 丙에 대하여 ‘미친년’이라는 표현 등을 덧붙인 글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해당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또한 비방할 목적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여기에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나아가 적시된 사실이 이러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해당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인지 아니면 사인에 불과한지,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리고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 甲은 양육비채권자의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Bad Fathers’의 운영에 관계된 사람이고, 피고인 乙은 위 사이트에 자신의 전 배우자 丙을 제보한 사람인데, 피고인들은 각자 또는 공모하여 위 사이트에 丙을 비롯한 피해자 5명의 이름, 얼굴 사진, 거주지, 직장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글이 게시되게 하고, 피고인 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사이트 게시 글의 링크 주소를 첨부하고 丙에 대하여 ‘미친년’이라는 표현 등을 덧붙인 글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위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린 것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글 게시 취지·경위·과정 등에 비추어 그 신상정보 공개는 특정된 개별 양육비채무자를 압박하여 양육비를 신속하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까운 점, 위 사이트에서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공개 여부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나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절차를 두지 않고 양육비 지급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은 채 일률적으로 공개한 것은 우리 법질서에서 허용되는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양육비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려운 점, 위 사이트에서 공개된 신상정보인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그 특성상 공개 시 양육비채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큰 반면, 피고인들에게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더라도 얼굴 사진 등의 공개는 위와 같은 공익적인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하여 양육비를 즉시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이나 급박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형법 제30조,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1조의5
참조판례
[1]
[2]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공2021상, 253),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도4171 판결(공2022하, 1824) /
[2] 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5068 판결
전문
피 고 인 :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 피고인들
변 호 인 : 법무법인 별 외 5인
원심판결 : 수원고법 2021. 12. 23. 선고 2020노70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Bad Fathers’(이하 ‘이 사건 사이트’라 한다)는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는 등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사이트이다. 피고인 1은 제보를 받기 위해 이 사건 사이트에 자신의 전화번호 및 이메일 주소 등을 게시하고,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이 사건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하여 해당 정보가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되도록 하며, 신상정보가 게시된 사람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이러한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나. 피고인들은 다음과 같이 각자 또는 공동으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1) 피고인 1은, ① 2018. 10. 초순경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 공소외 1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3. 공소외 1(생년 1, 거주지 1 생략) *현재 (업체명 1 생략) 운영’이라는 글이 게시되게 하고, ② 2018. 10. 11.경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 공소외 2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18. 공소외 2(생년 2, 거주지 2 생략) *(업체명 2 생략) 사장’이라는 글이 게시되게 하고, ③ 2018. 9.경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 공소외 3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33. 공소외 3(생년 3, 거주지 3 생략) *(업체명 3 생략) 운영, 미지급 금액: 4,200만 원, 핸드폰: (번호 생략)’이라는 글이 게시되게 하고, ④ 2018. 10.경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 공소외 4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45. 공소외 4(생년 4, 거주지 4 생략) *(업체명 4 생략) 근무’라는 글이 게시되게 하였다.
2)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8. 9. 6.경 이 사건 사이트에 피고인 2와 혼인관계에 있다가 이혼을 한 피해자 공소외 5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1. 공소외 5(생년 5, 거주지 5 생략)’라는 글이 게시되게 하였다.
3) 피고인 2는 2018. 9. 6.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2)항 게시 글의 링크 주소와 함께 “아주 재밌는 일들을 시작해보자ㅋㅋㅋㅋ#신나는#재밌는#즐거운#기쁨#복수#추심#양육비#돈#재테크”라는 글을 게시하고, 위 아이디로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배드파더사이트에 1번 여자로 미친년이 추가되었습니다^^다들 가셔서 구경한번 하시길...badfathers540837381.worldpress.com/author/badfathers540837381/#양육비#양육비이행관리원#양육비미지급은아동학대”라는 글을 추가로 게시하였다.
2. 관련 법리
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등 참조).
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해당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또한 비방할 목적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여기에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나아가 적시된 사실이 이러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해당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인지 아니면 사인에 불과한지,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리고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5068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도4171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 사이트 관련 피고인들 범행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아래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사이트는 2018. 7.경 양육비채권자의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으로, 이 사건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를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이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2) 이 사건 사이트에는 양육비 미지급자가 ‘bad father’와 ‘bad mother’로 분류되어 이름, 출생년도, 거주 지역, 직업 내지 직장명, 얼굴 사진, 전화번호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게시 글이 등록되어 있다. 게시 글은 각각 따로 작성되었으나, 명단 형식으로 목록화되어 있고,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잘 드러난 제목을 누르면 자세한 신상정보가 기재된 글로 연결된다.
3) 이 사건 사이트의 운영과 관계된 사람들은 제보자로부터 집행권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자료를 전달받아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 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였다. 게시 글 작성과 관련하여, 관계자들은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를 근거로 집행권원 등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이외에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양육비 미지급 금액의 다소 또는 미지급 경위, 사유 등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는 아니하였고, 게시 여부를 결정하면서 이러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였다. 신상정보 공개 글 게시 여부는 사실관계에 대한 쌍방의 확인 내지 검증 없이 양육비채권자의 일방적 제보 및 자료 제공에 따라 결정되었고, 이후 위 글의 삭제 역시 양육비채권자의 양육비 지급사실 확인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일부 피해자의 경우 개별적 사정이 반영되지 않은 채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
가) 피해자 공소외 5의 경우, 양육비 조정조서에 따른 양육비 지급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 사건 사이트에 신상정보 공개 글이 게시되었고, 피고인 1은 이에 대해 피해자 공소외 5로부터 항의를 받았음에도 제보자인 피고인 2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사진을 내려줄 수 있다며 피해자 공소외 5의 삭제 요청을 거절하다가 이후 관련 게시 글을 삭제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시하였다.
나) 피해자 공소외 1의 경우, 매월 100만 원의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었으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하여 법원에 양육비 감액 신청을 하였고, 이후 감액된 30만 원을 지급하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사이트에 신상정보 공개 글이 게시되었다.
4) 이 사건 사이트는 별도의 회원 가입절차 없이 누구나 게시 글을 열람할 수 있었고,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7~8만 명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후 다수의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나. 관련 법리를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사이트 게시 글과 관련하여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
1) 신상정보 공개의 목적
가) 민법, 가사소송법,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이라 한다)을 중심으로 부모의 양육책임을 강화하고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여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발달하였으나, 소송절차 등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제재수단이 과태료 부과 및 감치명령에 한정되며, 중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하는 감치명령마저도 낮은 인용률과 집행률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제도상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이 증가하는 상황과 맞물려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하여 곤란을 겪는 양육자 또는 미성년 자녀가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양육비 지급률이 매우 낮은 현실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등 관심이 높아졌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단순히 양육자·비양육자 사이의 개인적인 금전채무불이행 문제가 아니라 미성년 자녀의 복리와 생존권까지 연관된 문제로서 국가적·사회적으로 해결할 과제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어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그러나 양육비채권자의 양육비 미지급 주장과 신상정보 공개 신청 및 철회가 이 사건 사이트 신상정보 공개 글의 게시 및 삭제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하여 이 사건 사이트의 운영이 실질적으로는 양육비채권자 개인의 의사에 좌우된 점, 이 사건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를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이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여 대외적으로 신상정보 공개의 취지를 양육비 추심으로 밝히고 있는 점, 이 사건 사이트에서 양육비 미지급자를 목록화하여 보여주는 것은 개별 양육비채권자의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압박 의사를 집합적으로 대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점, 실제로 이 사건 사이트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되자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 다수의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게 되었고, 이 사건 사이트도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얼굴 사진을 비롯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를 자세하게 밝히면서 일반인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이트는 양육비 지급을 일응의 조건 성취나 목적 달성으로 취급하여 양육비 지급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신상정보 공개 글을 삭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이트의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 및 명예를 훼손하고 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다) 결국 이 사건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는 특정된 개별 양육비채무자를 압박하여 양육비를 신속하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 신상정보 공개의 경위 및 과정
가) 이 사건 사이트 관계자에게 우리 법질서에서 허용되는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와 관련된 법령에서 정하는 엄격한 수준의 절차 보장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법적 절차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충분하다는 이유만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행위가 제한 없이 허용될 수도 없다. 신상정보 공개 행위가 사적 제재로 무분별하게 악용되어 법적 절차가 형해화되거나 개인의 법익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용 범위의 한계를 판단할 때에는 개별 법령에서 규정하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의 내용 및 그 취지를 참조할 수 있다.
나) 우리 법령은 아래와 같이 의무·채무의 이행강제나 국민의 알 권리 실현 등을 위해 행정상 공표 또는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상이나 요건, 공개 정보, 공개 방법 등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사전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사후 삭제가 가능하게 하여 대상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며, 심의위원회 또는 법원으로 하여금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결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게 함으로써 대상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거나 침해되더라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1) 행정청은 법령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자의 성명, 위반사실,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처분사실 등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에게 공표하는 행정상 공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무위반의 유형은 다양하나 그중 금전채무불이행자를 공표하는 것으로는 체납자 명단 공개(관세법 제116조의2, 지방세징수법 제11조,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근로기준법 제43조의2), 상습 체불 건설사업자 명단 공표(건설산업기본법 제86조의4) 등이 있다. 행정상 공표는 원칙적으로 개별 법률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개별 법률에 절차 등에 관한 특별히 정함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 법적 근거가 되는 법령에는 명단 공개의 요건 및 제외 사유, 공개되는 인적사항, 공개 여부 심의를 위한 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사전 소명 기회 부여 및 그 기간, 명단 공개의 방법 등의 요건 및 절차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행정절차법은 공표 전 당사자가 의무의 이행 등 조치를 마친 경우에는 위반사실 등의 공표를 하지 아니할 수 있게 하고, 공표 후 공표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그 내용을 정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전적으로 공표를 진행하지 않거나 사후적으로 잘못된 공표를 정정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제40조의3).
(2) 민사집행법은 채권자의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신청 요건(제70조), 등재신청에 대한 기각결정 사유(제71조), 명부 비치 장소 및 부본 송부 등(제72조), 사후적인 명부 등재의 말소(제73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3) 2021. 1. 12. 개정된 양육비이행법(법률 제17897호) 역시 양육비채무자의 명단 공개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양육비채무자의 명단 공개를 위해서는 양육비채무자가 감치명령을 받았음에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여야 하고, 명단 공개를 할 경우 양육비채무자에게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소명 기회를 주어야 하며,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며, 일정한 경우 명단 공개를 할 수 없도록 하거나 공개된 명단을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1조의5).
다) 반면, 이 사건 사이트에서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공개 여부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나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절차를 두지 않았고, 양육비를 지급할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한번 훼손된 인격권 및 명예는 완전하게 회복되기 어렵고 양육비를 미지급하게 된 데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수 있음에도 사전에 양육비 미지급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개별적 사정이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앞서 본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양육비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렵다.
3) 공개되는 신상정보의 내용, 특성 등
가) 신상정보의 공개로 훼손되는 인격권 등 침해의 정도를 살필 때에는 공개되는 신상정보가 극도로 내밀한 영역인지,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와 같은 공개되는 신상정보의 내용, 특성이나, 공개의 목적과의 관련성을 고려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사이트에서 공개된 신상정보인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어 공개 시 양육비채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
(1) ‘사람의 얼굴’은 개인을 식별하는 절대적인 요소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법령에 의한 얼굴 공개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얼굴 공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같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라고 평가되는 혐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에 국한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앞서 본 금전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에서도 얼굴이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개정 양육비이행법도 양육비채무자의 명단 공개 제도를 두면서도 얼굴을 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다. 이는 얼굴 공개 시 중대한 법익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추상적인 직종을 넘은 ‘구체적인 직장명’은 개인이 소속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집단을 알기 쉽게 함으로써 다른 신상정보와 결합하여 개인의 특정을 쉽게 만들고, 생활의 기반이 되는 지역사회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덕적 비난을 받게 하거나 기본적인 신뢰를 잃게 하여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사회활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3) ‘전화번호’는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직접적인 연락을 가능하게 하여,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의 일상적인 생활 영위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이름과 결합하여 유통될 경우 그 악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 반면, 피고인들에게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더라도, 익명처리가 된 자료 제공 또는 통계수치의 제시 등으로도 위와 같은 목적 달성이 가능하므로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의 공개가 위와 같은 공익적인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하여 양육비를 즉시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급박한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한다.
라) 이 사건 사이트에서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를 공개함으로써 입게 되는 피해자들의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크고, 위와 같은 상세한 정보까지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4) 그 외의 사정
이 사건 사이트를 통하여 신상정보가 공개된 데에는 피해자들이 양육비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은 측면도 일부 있을 수 있으나, 피해자들은 직업, 사회적 지위·활동·영향력의 측면에서 공적 인물이라거나 자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등을 수인해야 하는 공직자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특히 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양육비 지급에 관한 법적 책임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
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각자 또는 공모하여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글을 게시한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들에게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죄에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2의 인스타그램 관련 범행에 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 2가 인스타그램에 피해자 공소외 5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 사건 사이트 게시 글의 링크 주소를 첨부하고 피해자 공소외 5에 대하여 ‘미친년’이라는 표현 등을 덧붙여 게시한 부분에 대하여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