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4. 25. 2021헌바21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위헌소원 등

[2024. 4. 25. 2021헌바21ㆍ37(병합)]


판시사항



1. 회계관계직원의 국고손실을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중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라 한다)과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카목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 형법 제355조 제1항 중 횡령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형법조항’이라 한다)이 자기 영득과 제3자 영득의 법정형을 다르게 정하지 않은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의 범위에 포함한 것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가목부터 차목까지 열거된 직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면 회계관계직원으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가목부터 차목까지에 열거된 직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실질적으로 그와 유사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그 업무를 전담하는지 여부나 직위의 높고 낮음은 불문함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 및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의 보호법익은 타인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인 데 반하여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의 보호법익에는 국가의 재물에 관한 재산권뿐만 아니라 국가 회계사무의 적정성도 포함되므로 보호법익이 서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회계직원책임법이 정하고 있는 회계관계직원의 횡령행위를 그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으로,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와 죄질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의 대상인 1억 원 이상의 국고손실을 일으키는 횡령행위는 그로 인한 국가경제적 파급효가 크다. 따라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의 법정형보다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형법 조항은 재물의 소유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재산범죄인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행위를 하는 ‘자기 영득’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행위를 하는 ‘제3자 영득’은 모두 타인의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죄질과 보호법익이 동일하다. 따라서 이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더라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중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관한 부분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5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카목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5조 제1항 중 횡령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13조 제1항



참조판례



1. 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등, 판례집 26-1상, 34, 43-44 헌재 2015. 4. 30. 2014헌바179등, 판례집 27-1상, 582, 589

2. 헌재 2009. 2. 26. 2008헌바9등, 판례집 21-1상, 137, 147 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판례집 22-2하, 368, 382 헌재 2018. 1. 25. 2016헌바272, 판례집 30-1상, 78, 83-84

3. 헌재 2021. 4. 29. 2018헌바516, 판례집 33-1, 429, 439



당사자



청 구 인 1. 이○○(2021헌바21)

대리인 법무법인 소백 담당변호사 황정근 외 2인

2. 이□□(2021헌바37)

대리인 1. 법무법인 케이에스앤피 담당변호사 강형주 외 1인

2. 변호사 김동원

3. 변호사 김재훈

4. 변호사 백승희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19노2678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국고등손실)등(2021헌바21, 2021헌바37)



주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중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관한 부분,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5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카목,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5조 제1항 중 횡령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이○○는 2014. 7. 16.부터 2015. 2. 28.까지, 청구인 이□□는 2015. 3. 18.부터 2017. 5. 31.까지 각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였다.

나. 청구인들은 국가정보원장으로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카목이 정하고 있는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특별사업비를 임의로 인출ㆍ사용함으로써 국고를 손실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기소되어 2018. 6. 15. 청구인 이○○는 징역 3년 6개월, 청구인 이□□는 징역 3년 6개월 및 자격정지 2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1233, 2018고합118(병합)].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과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법원은 2018. 12. 11. 청구인들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에 대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청구인 이○○에 대하여 징역 2년 6개월, 청구인 이□□에 대하여 징역 2년 6개월 및 자격정지 2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8노1729).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과 검사가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2019. 11. 28. 청구인들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항소심판결 중 청구인들에 대한 각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해당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대법원 2018도20832).

다. 청구인들은 환송 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9노2678) 계속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 중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에 관한 부분 및 형법 제355조 제1항 중 ‘횡령’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21. 1. 14. 기각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20초기436).

라. 청구인 이○○는 2021. 1. 26.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 중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에 관한 부분 및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21헌바21).

마. 청구인 이□□는 2021. 2. 15. 회계직원책임법과 관련하여 주위적으로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위헌확인을, 예비적으로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국가정보원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하고, 형법 제355조 제1항 중 ‘횡령’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21헌바37).

2. 심판대상

청구인 이○○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 중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

목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한 외에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 전체에 대해서도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 중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청구인 이□□는 주위적으로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위헌확인을 구하면서, 예비적으로 위 조항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국가정보원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와 동일한 심판대상에 관하여 동일한 청구원인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주위적 청구의 양적 일부분에 불과하여 헌법재판상의 예비적 청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따로 나누어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04. 4. 29. 2003헌마484; 헌재 2009. 5. 28. 2006헌바24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중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라 한다),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5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카목(이하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이라 한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5조 제1항 중 횡령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형법 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국고 등 손실)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ㆍ제2호 또는 제4호(제1호 또는 제2호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國庫)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실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실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회계관계직원”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국고금관리법」 등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카.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회계관계직원”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국고금관리법」 등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수입징수관, 재무관, 지출관, 계약관 및 현금출납 공무원

나. 유가증권 취급 공무원

다. 선사용자금출납명령관

라. 기금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

마. 채권관리관

바. 물품관리관, 물품운용관, 물품출납 공무원 및 물품 사용 공무원

사. 재산관리관

아. 국세환급금의 지급을 명하는 공무원

자. 관세환급금의 지급을 명하는 공무원

차. 회계책임관

타. 가목부터 카목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대리자, 분임자(分任者) 또는 분임자의 대리자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청구인 이○○의 주장)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규정한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의미가 불명확하므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공무원의 구체적인 업무와 지위를 불문하고 금전ㆍ예산과 관련되어 문제가 발생하면 회계관계직원으로 보아 이를 적용하도록 한다. 검사의 기소재량에 따라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을 적용받으면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를 적용받는 경우보다 가중된 형으로 처벌받게 되는바, 이는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에 위배된다.

나.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청구인 이□□의 주장)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수입 징수와 지출원인행위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에 한정되는지, 실질적인 회계사무와의 관련성을 불문하고 금전과 관련된 모든 공무원과 기관장을 포함하는지 불분명하므로,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다. 이 사건 형법 조항(청구인 이□□의 주장)

이 사건 형법 조항의 ‘횡령’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해당 재물을 스스로 영득하는 것만을 의미하는지, 제3자로 하여금 영득하게 하는 것도 포함하는지 불분명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거나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횡령’에 제3자로 하여금 영득하게 하는 것이 포함된다면, 이 사건 형법 조항이 재물보관자가 자신을 위하여 영득하는 경우와 제3자로 하여금 영득하게 하는 경우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무거운 법정형으로 규율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내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 및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 중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2) 청구인 이○○는,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의 법정형에 비하여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중되어 있고, 동일한 행위

에 대해 검사의 기소재량에 따라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고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3) 청구인 이□□는 이 사건 형법 조항이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행위를 하는 경우(이하 ‘제3자 영득’이라 한다)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행위를 하는 경우(이하 ‘자기 영득’이라 한다)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위 청구인은 이 사건 형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이 부분 주장은 이 사건 형법 조항이 제3자 영득과 자기 영득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이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청구인 이□□는 이 사건 형법 조항 중 ‘횡령’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내지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다툼의 실질은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366 판결 등 참조)에 따라 제3자 영득도 횡령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 형법 조항의 문언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법률해석을 다투는 것으로서 현행 규범통제제도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따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과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헌법상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

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등 참조).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15. 4. 30. 2014헌바179등 참조).

(2) 회계직원책임법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령이나 그 밖의 관계 규정 및 예산에 정하여진 바를 위반하는 회계관계행위를 방지하여 국가 등이 회계사무를 적정하게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여기서 ‘회계관계직원’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제2조는 제1호는 ‘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국고금 관리법 등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으로 정하면서, 가목부터 차목까지는 구체적인 직명을 열거하고, 카목(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에서는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정하고 있다.

회계직원책임법이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의 범위에 포함한 것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가목부터 차목까지 열거된 직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면 회계관계직원으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가목부터 차목까지에 열거된 직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실질적으로 그와 유사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그 업무를 전담하는지 여부나 직위의 높고 낮음은 불문함을 예측할 수 있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도20832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1766 판결 참조). 또한 중앙관서의 장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법관이 중앙관서의 장이 소관 회계관계업무 중 특정한 업무를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하였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통상적인 법률해석ㆍ적용의 문제로서, 그 판단 기준이 자의적이라거나 차별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일의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거나 법관에 의한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회계직원책임법조항과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특정 범죄에 대한 형벌이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에 대한 형벌과 비교할 때 현저히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 할 수 있다(헌재 2009. 2. 26. 2008헌바9등; 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참조).

그러나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8. 1. 25. 2016헌바272 참조).

(2)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의 법정형은 국고손실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국고손실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업무상횡령죄의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상당히 중하다. 그러나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의 보호법익은 타인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인 데 반하여(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의 보호법익에는 국가의 재물에 관한 재산권뿐만 아니라 국가 회계사무의 적정성도 포함되므로 양자는 보호법익이 서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회계직원책임법이 정하고 있는 회계관계직원, 즉 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국고금 관리법 등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의 횡령행위를 그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으로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와 그 죄질이 동일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 밖에 1억 원 이상의 국고손실을 일으키는 횡령행위는 그로 인한 국가경제적 파급효가 크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의 법정형보다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 이○○는 동일한 횡령행위에 대해 검사의 기소재량에 따라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고,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양자는 구성요건, 보호법익, 죄질 등을 달리하고 있어 기소재량이 문제되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위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특정범죄가중법과 형법 중 어느 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지 여부에 따라 집행유예의 선택 가능 여부 및 징역형의 선고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는 검사의 기소재량의 범위 내에 있거나 법원의 공소장변경 요구와 같은 기소재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이유만으로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 사건 형법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평등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헌재 2021. 4. 29. 2018헌바516 참조).

이 사건 형법 조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행위를 하는 자기 영득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행위를 하는 제3자 영득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 사건 형법 조항은 재물의 소유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재산범죄인바, 자기 영득과 제3자 영득은 모두 타인의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동일하다. 오히려 자기 영득과 달리 제3자 영득을 처벌하지 않거

나 보다 가벼운 법정형으로 처벌할 경우 제3자 영득으로 인하여 타인의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대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 영득과 제3자 영득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이 사건 형법 조항이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횡령을 한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형법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