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7. 15. 2021헌마88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건 2021헌마88 형법 제307조 제1항 위헌확인

청구인 추○○

대리인 변호사 손지원

선고일 2021. 7. 15.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2. 5.경부터 2013. 5.경까지 ○○재단에서 근무하였는데, 당시 함께 근무하였던 연구원 김○○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였다고 생각하여 위 재단 사무실 앞 등지에서 피켓이나 벽보를 이용하여 피해사실을 알리고자 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은 위와 같이 피해사실을 알릴 경우 형법 제307조 제1항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21. 1.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1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 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②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3. 청구인의 주장요지

진실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훼손될 수 있는 사회적 평가, 즉 ‘허명’은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법익으로 볼 수 없거나 보호가치가 매우 낮다. 이에 반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서 우월적 지위를 지니고 있어 이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법은 자유로운 표현행위로부터 타인의 명예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진실한 사실의 적시행위에 대하여도 형벌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또한 진실한 사실 중에서 개인의 내밀한 사적 영역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같이 인격권 보호를 위하여 보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에 한하여만 침해행위를 금지ㆍ처벌하면 충분한데, 심판대상조항은 공적 인물이나 사안에 관한 사실의 적시도 처벌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고, 허위나 과장된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선례

헌법재판소는 2021. 2. 25. 2017헌마1113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결정의 법정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오늘날 사실 적시의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그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되었다. 심판대상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그러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질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피해의 최소성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명예의 보호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 보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한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헌재 2013. 12. 26. 2009헌마747 참조). 개인의 외적 명예에 관한 인격권 보호의 필요성,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호법익의 특성, 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의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과도한 제한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인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이나 위하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을 대체하여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다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형법 제310조는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공적인물이나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을 전부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되고, 특히 어떠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ㆍ성적 지향(性的 志向)ㆍ가정사 등 사생활에 해당되는 경우, 이를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에 심판대상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다. 심판대상조항의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일부위헌 결정을 할 경우에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과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실’ 사이의 불명확성에 따르는 위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

(3) 법익의 균형성

헌법 제21조는 제1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고 있다. 타인으로부터 어떤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민ㆍ형사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고,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명임을 드러내기 위해 감추고 싶은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을 통해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이 사건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선례의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우리는 2021. 2. 25. 2017헌마1113등 결정에서 밝힌 반대의견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같다.

나. 피해의 최소성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명예의 보호를 위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 제21조 제4항 전문은 ‘타인의 명예’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선언하고 있으나, 같은 항 후문은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므로, 헌법이 명예훼손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형사처벌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 및 공직자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되어야 할 국가와 공직자가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가와 공직자에 대한 건전한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와 가처분 등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형법은 심판대상조항의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도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으므로, 공적인물과 공적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자의 고발에 따라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마저 가능하다. 향후 재판절차에서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표현행위로 인해 수사 및 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마주하게 될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 법익의 균형성

공적인물ㆍ공적사안에 있어서도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가 형해화될 수 있고,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ㆍ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일부 위헌 결정의 필요성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인 경우 이를 적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고, 특히 그것이 공익과 무관한 경우 이를 공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보장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진실한 사실은 공동체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진실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또한 공동체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사정에 법률조항 중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한하여 위헌을 선언하는 것이 입법권에 대한 자제와 존중에 부합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