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2. 9. 29. 2021헌가28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구 군인연금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위헌제청
[2022. 9. 29. 2021헌가28]
판시사항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군인연금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22. 8. 31. 2019헌가31 결정에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조항은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유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과는 독립된 공적연금제도이나,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도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하여 부양의 원리에 따라 인정되는 파생적 급여라는 점에서는 그 성격이나 본질이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2019헌가31 결정에서 판단한 내용은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유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헌재 2022. 8. 31. 2019헌가31 결정에서 재혼을 유족연금수급
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조항이 연금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개선입법을 위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그 내용이 위 공무원연금법 조항과 동일하나, 위 공무원연금법 조항과 달리 구 군인연금법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의 범위를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로 한정하지 않고 퇴직 후 61세 전에 혼인한 배우자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2019헌가31 결정의 반대의견을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에 한정하여 그대로 유지한다.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는 연금형성에 기여한 배우자이므로, 재혼으로 군인의 유족이라는 지위를 상실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상실시키는 것은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히 재혼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하는 것에 있으므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심판대상조문
구 군인연금법(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고,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2호
참조조문
헌법 제23조, 제34조 제1항
구 군인연금법(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고,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4호, 제5호, 제2항
참조판례
헌재 2021. 4. 29. 2019헌바412, 공보 295, 585, 587-588
헌재 2022. 8. 31. 2019헌가31, 공보 311, 1086, 1090-1092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제청신청인 문○○
대리인 변호사 박아롱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79158 유족연금수급권 이전 불가결정취소의 소
주문
구 군인연금법(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고,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제청신청인은 군인인 최○○과 1997. 2. 6. 혼인하여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나. 최○○(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5. 12. 29. 군복무 중 사망하였다. 망인은 2005. 12. 31. 육군본부 전공사상심사에서 사망의 구분이 최초 ‘자살’로 결정되었으나, 이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재심사에서 ‘순직’으로 재결정되었다. 군인연금급여심의회는 2019. 6. 12. 망인의 장녀를 순직 유족연금 대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 제청신청인은 위 장녀가 2019. 9. 3. 만 19세에 이르게 되어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제청신청인에게 수급권이 이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7. 2.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유족연금수급권 이전신청을 하였다. 국군재정관리단장은 2019. 7. 31. 제청신청인이 2009. 10. 29. 재혼하여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수급권 이전 불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이에 제청신청인은 군인연금급여재심의위원회의 재심을 거쳐 2020. 9. 24.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20구합79158), 그 근거조항인 구 군인연금법 제29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
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마. 제청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2021. 11. 9.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1아11346).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군인연금법(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고,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군인연금법(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고,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유족연금의 수급권상실) ①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권리를 상실한다.
2. 재혼한 때(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관련조항]
구 군인연금법(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고,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유족연금의 수급권상실) ①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권리를 상실한다.
1. 사망한 때
3. 사망한 군인과의 친족관계가 종료된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폐질상태에 있지 아니한 자녀 또는 손자녀가 18세에 달한 때
5.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폐질상태로 인하여 유족연금을 받고 있던 자의 폐질상태가 해소된 때
②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그 권리를 상실한 때에 동순위자가 있을 때에는 그 동순위자에게, 동순위자가 없을 때에는 차순위자에게 그 권리가 이전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심판대상조항은 연금재정의 안정을 기하고,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 필요성이 낮아진 반면, 후순위 유족에 대한 부양의 필요성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사망한 군인이 납입하였던 기여금의 상당 부분은 배우자와의 공동 협업에 의하여 축적된 것이므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에는 사망한 군인의 신분관계에만 종속된 재산권이 아니라 유족연금수급권자 고유의 재산권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배우자가 재혼한 이후에도 다시 부양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후순위 유족이 없을 수도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 개별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유족연금수급권을 영구히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 유족연금을 정지하거나 일시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합리적인 방법이 가능함에도 혼인의 자유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불이익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구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 개관
(1) 유족연금의 의의
군인연금제도는 군인이 상당한 기간 성실히 복무하고 퇴직하거나 심신장애로 인해 퇴직ㆍ사망한 때 또는 공무상의 질병ㆍ부상으로 요양하는 때에 본인이나 그 유족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본인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마련된 사회보장제도이다.
구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수급권은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자의 사망 이후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하여 부양의 원리에 따라 인정되는 제도로서, 자신이 보험료를 납부하여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군인연금의 적용을 받고 있는 자의 피부양자의 지위에 기초하여 취득하는 이른바 ‘파생수급권’의 일종이다(헌재 2021. 4. 29. 2019헌바412 참조).
(2) 유족의 범위
군인연금법이 1963. 1. 28. 법률 제1260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 포함), 자, 부모, 손 및 조부모를 유족으로 규정하고 있었고(제3조 제1항 제4호), 자의 경우에는 18세 미만이어야 하고, 손은 18세 미만일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없을 것을 추가로 요구하였다(제3조 제2항). 또한, 자와 손이 18세 이상일 경우에는 일정한 폐질상태에 있어 가동능력이 없다고 인정되어야 하였고(제3조 제2항), 부모와 조부모는 폐질상태에 있지 않은 한 60세까지 유족연금의 지급이 정지되도록 하였다(제27조). 유족의 순위는 재산상속의 순위에 따르도록 하였고(제12조), 동순위자가 2인 이상일 때는 급여를 등분하도록 하였다(제13조).
1974. 12. 26. 법률 제2728호로 개정된 군인연금법에서는 유족 중 손의 요건을 개정하였다. 기존의 배우자 요건을 삭제하고, 부(父) 요건을 추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손은 부가 없는 경우 또는 부가 일정한 폐질상태에 있는 경우에 한하여, 18세 미만인 경우에 받을 수 있었다. 손이 18세 이상인 경우에는 일정한 정도의 폐질상태에 있을 때에만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제3조 제3항).
위와 같은 유족의 범위는 한동안 그대로 유지되어 오다가 군인연금법이 1995. 12. 29. 법률 제5063호로 개정되면서 그 범위가 축소되었다.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 퇴직 후 61세 이후에 출생 또는 입양한 자녀 또는 손자녀, 군인이 퇴직일 이후에 입양된 경우의 부모 및 조부모가 유족에서 제외되었다(제3조 제1항 제4호).
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된 군인연금법에서는 유족인 자녀와 손자녀의 연령을 18세에서 19세로 상향하였고(제3조 제2항, 제3항), 2014. 10. 15. 법률 제12788호로 개정된 군인연금법에서는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라도 군 복무 당시 혼인관계에 있었던 배우자는 유족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였다(제3조 제1항 제4호 가목).
이는 군인연금법이 2019. 12. 10. 법률 제16760호로 전부개정되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만, 군인연금법이 2022. 2. 3. 법률 제18803호로 개정되면서 자녀가 19세에 이르더라도 학업 등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자녀 및 손자녀의 퇴역유족연금의 수급 가능 연령을 19세 미만에서 25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3)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
군인연금법이 1963. 1. 28. 법률 제1260호로 제정될 당시 유족연금수급권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① 사망한 때, ② 재혼한 때(사실상 혼인관계 포함), ③ 사망한 군인과의 친족관계가 종료된 때, ④ 일정한 정도의 폐질상태에 있지 아니한 자 또는 자손이 18세에 달한 때, ⑤ 폐질상태로 유족연금을 받고 있던 자가 폐질상태에서 해소된 때 상실되도록 규정되었고(제29조 제1항),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가 발생하면 그 수급권은 동순위자에서 차순위자 순으로 이전되도록 하였다(제29조 제2항). 이후 군인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자구 등 형식적인 면이나 자녀와 손자녀의 수급권 상실연령 등에 관한 개정이 있었지만,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부분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나. 쟁점
심판대상조항은 배우자의 재혼(사실상 혼인관계 포함)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수급권은 사회보장적 급여로서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 보호되는 한편, 경제적 가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에 의하여 보장되므로(헌재 2009. 5. 28. 2008헌바107; 헌재 2021. 4. 29. 2019헌바412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다. 판단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22. 8. 31. 2019헌가31 결정에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공무원연금법상 유족급여는 공무원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생계를 위협받게 된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급여이다. 국가가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보다 더 많은 유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족 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고려하여 유족연금을 받을 유족의 범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부부는 민법상 서로 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826조 제1항),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를 갑작스러운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여 유족연금수급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법은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혼 배우자도 법률혼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서로 동거ㆍ부양ㆍ협조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배우자가 재혼을 통하여 새로운 부양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이상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유족연금은 본래 생계를 책임진 자의 사망으로 생활의 곤란을 겪는 가족의 생계보호를 위하여 도입된 것이므로, 보험료 납부에 상응하여 결정되는 급여
가 아니라 사망 당시의 혼인관계 및 생계의존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파생적 급여이다. 따라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인정 여부가 반드시 기여금에 대한 공동 부담 여부에 따라 좌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의 연금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하여 이혼 시 이를 정산ㆍ분할할 수 있는 분할연금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는 유족연금과는 그 제도의 목적이나 취지가 서로 다르다.
또한, 유족연금일시금을 받은 배우자는 유족연금과 달리 후에 재혼을 하더라도 이를 반환하거나 환수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할 수 있으나, 공무원 사망 당시 유족인 배우자에게는 모두 유족연금일시금과 유족연금 사이에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고령자의 기대여명 증가로 연금의 총 기대수급액과 일시금 총액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점만으로 입법자가 현저히 불합리한 입법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유족연금은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가 발생하면 다른 유족에게 수급권이 이전되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재혼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등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유족연금수급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한다면, 다른 유족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염려가 있고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유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법이 1960. 1. 1. 법률 제533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일반 공무원과 함께 공무원연금법에서 규율되었으나, 정년과 직업조건 등 군인의 직무적 특성이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는 점이 고려되어 1963. 1. 28. 법률 제1260호로 군인연금법이 제정되면서 공무원연금과는 독립된 공적연금제도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이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하여 부양의 원리에 따라 인정되는 파생적 급여라는 점에서는 그 성격이나 본질에 있어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도 위 2019헌가31 결정에서 판단한 내용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3) 군인연금의 한정된 재원과 유족 보호
군인연금은 1973년 첫 적자를 기록한 이래 연금재정 적자의 절대액이 급속히 증가하여 1975년부터는 매년 정부의 적자보전 지원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
렀고, 이미 국고보조가 2001년에 5,615억 원, 2002년에 6,084억 원에 이르렀다(헌재 2003. 9. 25. 2001헌마194 참조). 이후에도 군인연금 적자 보전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결산 기준 2014년 1조 3,446억 원에서 2018년 1조 5,100억 원으로 증가하였고,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8~2050년 군인연금 재정전망에 따르면, 군인연금 적자는 연평균 2.7% 증가하여 2050년에는 3조 7,11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따라서 군인연금의 경우에도 이러한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유족으로서의 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유족급여의 수급권자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인정된다.
(4) 분할연금과의 형평성
군인연금법에서도 5년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이혼한 배우자에게는 분할연금이 인정되고, 이혼한 배우자의 재혼은 분할연금수급권의 상실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군인연금법상 분할연금은 위 2019헌가31 결정에서 판단하였던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과는 그 도입 시기나 요건 등에 차이가 있어 군인연금법에서도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이 분할연금과의 관계에 있어 형평에 반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군인연금법상 분할연금제도는 군인과 이혼한 배우자가 군인이 재직기간 중의 혼인기간 동안 취득한 퇴역연금수급권에 대해 그 연금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여 청산ㆍ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혼한 배우자에 대한 노후생활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2019. 12. 10. 법률 제16760호로 전부개정된 군인연금법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위 법 시행일(2020. 6. 11.) 이후에 이혼한 경우부터 적용된다(부칙 제2조).
군인연금법상 분할연금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군인의 퇴역연금수급권 등은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었고(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혼한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받은 경우에는 재혼을 하더라도 이미 분할받은 퇴역연금수급권 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따라서 분할연금이 도입된 위 군인연금법 시행 전에는 민법상 재산분할과의 관계에서, 위 군인연금법 시행 후에는 분할연금과의 관계에서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이 형평에 반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퇴역연금수급권 등에 대한 재산분할이나 군인연금법상의 분할연금은 유족연금과는 그 제도의 목적이나 취지가 서로 다
르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ㆍ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 당사자 쌍방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이 정해진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군인연금법상 분할연금도 군인과 이혼한 배우자가 혼인기간 중에 획득한 연금의 수급권을 이혼 시 분할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 군인의 퇴역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비례한 금액을 지급하는 재산분할적 성격이 강한 급여이다(군인연금법 제22조 제2항).
그에 반해 유족연금은 군인의 사망으로 인한 소득상실로부터 유족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급여이다. 따라서 혼인기간에 상관없이 군인의 사망 당시 그가 부양하고 있던 배우자이면 유족연금수급권이 인정된다(군인연금법 제3조 제1항 제4호). 특히 군인연금법은 군인의 다양한 정년과 일반 공무원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를 공무원연금법과 같이 재직 중 혼인한 배우자로 한정하지 아니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여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만을 배우자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유족연금은 군인이 사망한 날 다음 달부터 바로 개시된다.
이처럼 민법상 재산분할이나 군인연금법상의 분할연금은 유족연금과는 서로 다른 법적 성격과 목적을 가지고, 분할방법이나 연금의 수급요건, 기간, 수급액 등에 차이를 두고 있다. 유족연금은 군인의 사망 당시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법률에 의하여 인정되는 부양적 성격의 급여인바,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혼인기간 동안의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5) 소결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유족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우리는 헌재 2022. 8. 31. 2019헌가31 결정에서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조항이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관련 구 군인연금법 조항으로서 그 내용이 위 공무원연금법 조항과 동일하나, 위 공무원연금법과 달리 구 군인연금법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의 범위를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로 한정하지 않고 퇴직 후 61세 전에 혼인한 배우자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2019헌가31 결정의 반대의견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에 한정하여 그대로 유지한다.
나. 국가가 실시하는 사회보험은 민간시장이 떠맡지 않으려는 위험에 대한 사회보장적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재정의 안정과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은 사회보험을 도입한 본래의 취지에 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입법자가 사회보험제도를 형성하면서 재정의 안정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사회보험제도 본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도외시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
군인연금법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의 범위를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로 한정하지 않고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만 제외하도록 하여 퇴직 후라 하더라도 61세 전에 혼인한 배우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제4호). 이는 군인의 다양한 정년과 일반 공무원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배우자의 범위를 확대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가 모두 군인의 연금형성에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사망한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이하 ‘배우자’라 약칭한다)는 군인의 연금형성에 기여한 사람이 분명하므로, 이러한 배우자의 재산적 기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고 군인의 유족이라는 지위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상실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부당한 결과는 이혼 시 퇴역연금수급권 등에 대한 민법상 재산분할이나 군인연금법상의 분할연금과의 관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 다
혼인기간 동안의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하여 군인의 퇴역연금수급권 등에 대한 배우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이렇게 취득한 권리는 이후 재혼으로 소멸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사망한 군인의 배우자는 이미 군인의 사망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었음에도 재혼을 하는 경우에는 군인과의 혼인기간 동안의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히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물론 민법상 재산분할이나 재산분할적 성격이 강한 군인연금법상 분할연금은 부양적 성격이 강한 유족연금과는 그 제도의 목적이나 취지가 다르고, 퇴역연금수급권의 분할방법이나 연금의 수급요건, 수급액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우자가 육아, 가사활동 또는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혼인한 기간 동안 사망한 군인의 연금형성에 기여하였다는 점과 이미 군인과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었다는 점에서는 양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금수급권 발생 원인이 군인의 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혼 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상실시키는 것은 민법상 재산분할이나 군인연금법상의 분할연금과의 관계에서도 형평에 반한다.
또한, 배우자가 유족연금일시금을 선택한 경우에는 수급 이후 재혼을 하더라도 반환되거나 환수되지 않아, 유족연금을 선택한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형평의 문제가 발생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다른 유족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나, 실제 배우자가 유족연금일시금을 선택한 경우 다른 유족은 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다른 유족과의 관계를 고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선택한 경우에도 다른 유족이 남아 있지 않다면 재혼으로 인한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이 다른 유족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유족연금은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이므로, 군인의 사망 이후 유족연금이 유족의 생계보호에 기여하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배우자가 재혼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보장의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사실상 재혼관계는 법률상 재혼관계에 비하여 불안정한 상태로서 항상 상대방 배우자에 의한 부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부양의 지속에 대한 기대도 약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의 경우조차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영구히 수급권을 박탈시키는 것은 유족연금이 가진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배우자가 재혼 후 이혼 또는 재혼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과 같이 재혼이 해소된 경우 유족연금수급권이 부활되도록 하는 등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생활능력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볼 수 있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재혼이라는 사유만으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시키고 있어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사망한 군인의 복무 중 혼인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였다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히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하도록 하는 것에 있으므로,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