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2. 8. 31. 2019헌가31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 위헌제청
[2022. 8. 31. 2019헌가31]
판시사항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부부는 민법상 서로 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를 갑작스러운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여 유족연금수급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법은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혼 배우자도 법률혼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서로 동거ㆍ부양ㆍ협조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배우자가 재혼을 통하여 새로운 부양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이상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유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배우자는 혼인 기간 내내 공무원의 성실한 근무를 조력하고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함께 구성하면서 연금형성에 기여한 사람이다. 이러한 배우자의 재산적 기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의 유족이라는 지위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
유족연금은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이므로, 공무원의 사망 이후 유족연금이 유족의 생계보호에 기여하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배우자가 재혼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보장의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사실상 재혼관계는 법률상 재혼관계에 비하여 불안정한 상태로서 항상 상대방 배우자에 의한 부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부양의 지속에 대한 기대도 약하다.
배우자가 재혼 후 이혼 또는 재혼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과 같이 재혼이 해소된 경우 유족연금수급권이 부활되도록 하는 등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도 얼마든지 생활능력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재혼이라는 사유만으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시키고 있어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였다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히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하도록 하는 것에 있으므로,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심판대상조문
구 공무원연금법(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되고,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구 공무원연금법(1982. 12. 28. 법률 제3586호로 전부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9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구 공무원연금법(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되고,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4호, 제5호, 제2항
공무원연금법(2018. 3. 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7조
참조판례
헌재 2012. 6. 27. 2011헌바115, 판례집 24-1하, 731, 741
헌재 2020. 6. 25. 2018헌마865, 판례집 32-1하, 441, 444
헌재 2021. 4. 29. 2019헌바412, 공보 295, 585, 588-589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청신청인 박○○ 대리인 변호사 이철훈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19누38337 유족연금환수처분취소등
주문
구 공무원연금법(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되고,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제청신청인은 군무원인 배우자 이○○이 재직 중 사망하자 1992. 4.부터 매월 공무원 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
나. 공무원연금공단은 2017. 12. 26. ‘제청신청인이 2014. 10. 29.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어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음에도 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제청신청인에게 유족연금 지급종결과 2014. 10. 이후 수령한 유족연금 38,332,080원의 환수를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 제청신청인은 2018. 2. 5.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9. 2. 15. 기각되자(서울행정법원 2018구합53825), 항소를 제기하면서(서울고등법원 2019누38337), 항소심 계속 중 사실상 혼인관계를 포함하여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가 재혼한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라. 제청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2019. 12. 17.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아1269).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 전부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나, 제청신청인은 사실상 재혼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유족연금수급권이 상실된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공무원연금법(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되고,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공무원연금법(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되고,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유족연금 및 순직유족연금의 수급권 상실) ① 유족연금이나 순직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그 권리를 상실한다.
2. 재혼한 때(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관련조항]
구 공무원연금법(1982. 12. 28. 법률 제3586호로 전부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9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ㆍ질병ㆍ폐질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구 공무원연금법(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되고, 2016. 1. 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유족연금 및 순직유족연금의 수급권 상실) ① 유족연금이나 순직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그 권리를 상실한다.
1. 사망한 때
3. 사망한 공무원이었던 자와의 친족관계가 종료된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장애 상태에 있지 아니한 자녀 또는 손자녀가 19세가 되었을 때
5.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장애 상태로 유족연금을 받고 있던 자의 장애 상태가 해소되었을 때
② 유족연금이나 순직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그 권리를 상실한 경우에 동순위자가 있을 때에는 그 동순위자에게 그 권리를 이전하고, 동순위자가 없을 때에는 차순위자에게 그 권리를 이전한다.
공무원연금법(2018. 3. 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7조(퇴직유족연금의 수급권 상실 및 이전) ① 퇴직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그 권리를 상실한다.
1. 사망한 때
2. 재혼한 때(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3. 사망한 공무원이었던 사람과의 친족관계가 종료된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장해 상태에 있지 아니한 자녀 또는 손자녀가 19세가 되었을 때
5.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장해 상태로 퇴직유족연금을 받고 있던 사람의 장해 상태가 해소되었을 때
② 퇴직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그 권리를 상실한 경우에 같은 순위자가 있을 때에는 그 같은 순위자에게 그 권리가 이전되고, 같은 순위자가 없을 때에는 다음 순위자에게 그 권리가 이전된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공무원연금법상의 연금수급권은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인 사회보장수급권의 성격과 재산권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수급권의 구체적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 위 두 요소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함으로써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후순위 유족을 보호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가 연금형성에 기여한 정도나 후순위 유족연금수급권자의 존재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유족연금수급권을 영구히 박탈되도록 함으로써 배우자의 재혼 후 이혼 또는 그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배우자가 다시 부양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유족연금을 수급할 수 없도록 한다. 수급권 소멸 외에도 재혼 중 연금정지나 일시금 지급 등 덜 제약적인 방법이 가능함에도, 부부별산제를 인정하고 있는 법제에서 재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수급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재혼으로 수급권이 상실되지 않는 분할연금과도 형평에 맞지 않으며, 그 제한이 과도하여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위배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공무원연금법상 유족급여 개관
(1) 유족급여의 의의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 공무로 인한 부상ㆍ질병ㆍ폐질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장제도로서 보험원리에 의하여 운용되는 사회보험의 하나이다(헌재 2014. 5. 29. 2012헌마555 참조).
공무원연금법상 유족급여는 공무원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생계를 위협받게 된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급여이다. 유족급여는 보험료 납부에 상응하여 결정되는 급여가 아니라 사망 당시의 혼인관계나 생계의존성 등 유족급여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파생적 급여이다(헌재 2012. 6. 27. 2011헌바115; 헌재 2020. 6. 25. 2018헌마865 참조).
(2) 유족의 범위와 유족연금수급권 상실 사유
공무원연금법이 1960. 1. 1. 법률 제533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유족에 대한 일시금 제도만 있었고 유족연금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유족부조금 또는 유족일시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부양하고 있었던 자’로서 ①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로서 동거의 증거가 확실한 자를 포함), ② 18세 미만 직계비속, ③ 60세 이상 직계존속이었고(제3조 제1항 제4호), 유족의 우선순위는 민법상 재산상속의 예에 의하도록 하였다(제22조 제1항, 제25조).
1962. 8. 31. 법률 제1133호로 전부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서는 유족부조금을 폐지하고 유족연금을 신설하면서 유족의 범위를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자, 부모, 손 및 조부모로 한정하고(제2조 제1항 제2호), 18세 미만인 자 또는 손은 배우자가 없어야 하며, 18세 이상인 자 또는 손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부터 계속하여 각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폐질상태로 가동능력이 없는 자이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제2조 제2항). 유족의 우선 순위는 종전과 같이 재산상속의 순위에 의하도록 하고(제8조), 동순위자가 2인 이상일 때에는 등분하여 지급하도록 하였다(제9조). 유족연금의 수급권 상실사유로는 유족연금수급권자가 ① 사망한 때, ② 재혼한 때(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③ 사망한 공무원과의 친족관계가 종료된 때, ④ 폐질상태에 있지 아니한 자 또는 손이 18세에 달한 때, ⑤ 폐질상태로 인하여 유족연금을 받고 있던 자의 폐질상태가 해소된 때로 규정하였고(제43조 제1항),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그 권리를 상실한 때에 동순위자가 있을 때에는 그 동순위자에게, 동순위자가 없을 때에는 차순위자에게 그 권리가 이전되도록 하였다(제43조 제2항).
이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에도 위와 같은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1979. 12. 28. 법률 제3221호로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서 자 또는 손의 요건에 배우자가 없을 것을 요구하였던 것을 삭제하고, 손의 요건에 부(父)가 없거나 부가 있는 경우 폐질상태에 있을 것을 추가하였다(제2조).
1995. 12. 29. 법률 제5117호로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서는 퇴직일 이후 출생 또는 입양한 자녀 또는 손자녀, 퇴직일 이후 입양된 경우의 부모 또는 조부모를 유족의 범위에서 제외하였고, 배우자도 기존과 같이 사실혼 관계를 포함하되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자로 한정하였다(제3조 제1항 제2호).
2009. 12. 31. 법률 제9905호로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서는 ‘폐질’이라는 용어를 ‘장애’로 변경하였고, 2012. 10. 22. 법률 제11488호로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서는 유족인 자녀와 손자녀의 나이를 ‘18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상향하고(제3조 제2항), 자와 손자녀의 유족연금수급권 상실 나이 또한 ‘18세가 되었을 때’에서 ‘19세가 되었을 때’로 개정하였다(제59조 제1항 제4호).
이후 조문의 위치나 자구 등이 개정되었으나 실질적인 내용에는 변화가 없었고 현재까지 그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위와 같이 공무원연금법은 현재는 물론 유족연금을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사실혼을 포함한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다.
나. 쟁점
심판대상조항은 유족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의 재혼(사실상 혼인관계 포함)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수급권은 사회보장적 급여로서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 보호되는 한편, 경제적 가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에 의하여 보장되므로(헌재 2009. 5. 28. 2008헌바107; 헌재 2021. 4. 29. 2019헌바412 참조),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다. 판단
(1) 유족연금수급권의 형성과 입법재량
유족연금수급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이나 사회보험원리에 입각한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입법자가 그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재산권보다 상대적으로 폭넓은 재량이 허용된다. 입법자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상황, 국민 전체의 소득 및 생활수준, 기타 여러 사회적ㆍ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하여 공무원연금법의 입법목적에 맞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연금수급권의 내용을 형성할 수 있다(헌재 1999. 4. 29. 97헌마333; 헌재 2017. 12. 28. 2016헌바341; 헌재 2020. 6. 25. 2018헌마865 참조).
(2) 한정된 재원
연금수급권과 같은 사회적 기본권을 법률로 형성함에 있어 국가의 재정능력, 국민 전체의 소득 및 생활수준,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ㆍ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은 초기에는 일정한 기금을 적립하고 그 기금을 활용한 이윤을 연금재정에 충당하는 적립방식을 택하였으나, 1990년대 초부터 재정불안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점차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 구조가 심화되면서 사실상 2001년부터는 급여부족분 전액을 국가가 보전하는 부과방식의 형태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유족급여 수급권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법이 1960. 1. 1. 법률 제533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유족급여로 일시금인 유족부조금과 유족일시금만 있었다. 이후 공무원연금법이 1962. 8. 31.
법률 제1133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유족연금이 최초로 도입되었는데, 유족연금 도입 당시 배우자가 재혼(사실상 혼인관계 포함)하거나 사망한 공무원과의 친족관계가 종료된 때와 같이 일정한 부양관계나 친족관계가 소멸된 경우, 자녀 또는 손자녀가 18세에 이르거나 폐질상태가 해소되는 것과 같이 유족이 독자적인 생활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유족연금수급권이 상실되도록 하였다(제43조 제1항). 이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따라 자녀 또는 손자녀의 수급권 상실 연령이나 폐질상태에 대한 표현상의 차이에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유족연금수급권에 사망한 공무원과의 일정한 친족관계 유지 여부나 유족의 독자적인 생활능력을 고려하는 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보다 더 많은 유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유족 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새로운 부양관계 형성 고려
공무원연금법상 유족급여는 부양의 원리에 따라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을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급여이므로, 유족급여를 받을 유족의 범위는 사망 당시 공무원과 일정한 친족관계를 유지하며 공무원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자를 수급자로 보게 된다. 이에 따라 유족급여를 받을 유족의 범위는 퇴직급여가 곧바로 유족급여로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생활능력 등 유족급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헌재 2014. 5. 29. 2012헌마515; 헌재 2020. 6. 25. 2018헌마865 참조).
부부는 민법상 서로 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826조 제1항),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를 갑작스러운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여 유족연금수급권자로 규정하고 있다(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또한, 공무원연금법은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혼 배우자도 법률혼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서로 동거ㆍ부양ㆍ협조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배우자가 재혼을 통하여 새로운 부양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이상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4) 연금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 및 분할연금과의 형평성
유족연금은 본래 생계를 책임진 자의 사망으로 생활의 곤란을 겪는 가족의 생계보호를 위하여 도입된 것이므로, 보험료 납부에 상응하여 결정되는 급여가 아니라 사망 당시의 혼인관계 및 생계의존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파생적 급여이다. 따라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인정 여부가 반드시 기여금에 대한 공동 부담 여부에 따라 좌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헌재 2012. 6. 27. 2011헌바115 참조).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의 연금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하여 이혼 시 이를 정산ㆍ분할할 수 있는 분할연금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는 유족연금과는 그 제도의 목적이나 취지가 서로 다르다.
분할연금은 혼인기간 중에 획득한 연금의 수급권을 이혼 시 분할하는 것으로 재산분할적 성격이 강한 급여이다. 최소한 5년 이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하여야 하고, 연금액은 공무원이 받을 퇴직연금액(조기퇴직연금액)에 혼인기간에 비례하여 결정되며, 공무원이 퇴직연금(또는 조기퇴직연금) 수급권자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급권 취득 요건에 연령요건이 포함되어 있어 공무원과 배우자 모두 65세가 되어야 한다(공무원연금법 제45조). 만약 65세 이전에 공무원이 사망하게 된다면 이혼한 배우자는 분할연금수급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배우자가 일단 수급요건을 모두 구비하여 분할연금수급권을 취득하게 되면, 형벌 등에 따른 사유로 공무원의 퇴직연금액(또는 조기퇴직연금액)이 감액되거나 지급이 정지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에 공무원에게 연금수급권의 소멸ㆍ정지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배우자의 분할연금수급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공무원연금법 제47조 제1항), 배우자의 재혼 또한 분할연금수급권의 상실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유족연금은 공무원의 사망으로 인한 소득상실로부터 유족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급여이다. 이에 따라 혼인기간에 상관없이 공무원 사망 당시 재직 중 혼인한 배우자이면 유족연금수급권이 인정된다. 유족연금 개시 시점도 공무원이 사망한 날 다음 달부터 바로 개시되고, 유족연금액 또한 혼인기간이 아닌 사망한 공무원이 받을 퇴직연금액에 대한 일정비율로 획일적으로 정해진다(공무원연금법 제55조). 또한, 배우자는 유족연금 순위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자로서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는 경우에는 공동으로, 없는 경우에는 단독으로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공무원연금법 제31조, 민법 제1000조, 제1003조).
이처럼 분할연금과 유족연금은 서로 다른 법적 성격과 목적을 가지고, 연금
의 수급요건, 기간, 수급액 등에 차이를 두고 있다. 유족연금은 공무원의 사망 당시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법률에 의하여 지급되는 부양적 성격의 급여인바,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혼인기간 동안의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5) 유족연금일시금을 받은 배우자와의 형평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일시금 형태로도 수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공무원 사망 당시 유족연금일시금을 선택하여 수령한 배우자는 후에 재혼을 하더라도 유족연금일시금의 반환이나 환수 없이 그대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상 일시금제도는 입법자가 급여에 대한 개인의 다양한 선택권과 경제적 형편에 맞는 급여를 실시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도입한 제도로서 공무원 사망 당시 유족인 배우자에게는 모두 유족연금일시금과 유족연금 사이에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며, 고령자의 기대여명 증가로 연금의 총 기대수급액과 일시금 총액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일시금과 연금의 선택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입법자가 현저히 불합리한 입법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6)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조정 가능성
배우자는 사망한 공무원과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연금형성에 기여한 사람이므로, 재혼만으로 아무런 기여분에 대한 정산없이 유족연금수급권을 영구히 상실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후순위 유족의 존재 여부나 재혼 후 재혼한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등과 같이 다시 생활의 기반을 상실한 경우에는 유족연금수급권이 부활되도록 하거나 혼인생활 동안의 기여분에 대한 정산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족연금은 사망한 공무원과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기반으로 사망한 공무원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급여로서 수급자의 범위나 수급액에 있어 부양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배우자가 사망한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유족연금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유족연금은 공무원에 의하여 부양되던 일정한 범위의 친족 중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고려하여 그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으며, 친족관계 종료나 독자적인 생활능력 회복 등 수급권 상실사유가 발생하면 보다 더 큰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유족에게 수급권이 이전되도록 하고 있다(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제31조, 제57조 제2항). 그런데 재혼으로 이미 새로운 부양관
계를 형성한 이후에도 재혼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등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유족연금수급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한다면 다른 유족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염려가 있고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공무원연금 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유족연금수급권자의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유족연금수급권의 소멸 여부가 좌우되도록 할 수 없고, 객관적인 사유에 의해 그 소멸 여부가 결정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7. 12. 28. 2016헌바341; 헌재 2021. 4. 29. 2019헌바412 참조). 따라서 공무원연금법상 유족급여제도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사망 이후 그가 부양하고 있던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하여 인정되는 제도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부양관계가 새로 형성되는 재혼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의 발생을 계기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시키도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7) 소결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유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유족연금제도의 목적과 취지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사망한 공무원의 배우자가 재혼함으로써 재혼 상대방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친족관계와 부양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유족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유족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
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연금수급권의 내용을 형성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국가가 실시하는 사회보험은 민간시장이 떠맡지 않으려는 위험에 대한 사회보장적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재정의 안정과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은 사회보험을 도입한 본래의 취지에 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입법자가 사회보험제도를 형성하면서 재정의 안정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사회보험제도 본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도외시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
나. 연금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재산적 기여에 대한 간과
배우자는 혼인 기간 내내 공무원의 성실한 근무를 조력하고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함께 구성하면서 연금형성에 기여한 사람이므로, 실질적으로 공무원의 기여금을 공동으로 부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헌재 1999. 4. 29. 97헌마333 참조). 따라서 배우자의 유족연금을 단순히 공무원의 유족이라는 지위에서 지급받는 수혜적인 성격의 급여로 볼 수 없다. 배우자는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며 공무원의 연금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이므로, 이러한 배우자의 재산적 기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의 유족이라는 지위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
다. 분할연금과의 형평성
이러한 부당한 결과는 분할연금과의 관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무원연금법은 5년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이혼한 배우자에게 공무원의 퇴직연금(또는 조기퇴직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을 인정하고 있다(공무원연금법 제45조 제1항). 이혼한 배우자가 공무원연금법상의 분할연금 수급요건을 모두 갖추어 분할연금수급권을 취득하게 되면, 이후 형벌 등에 따른 사유로 배우자였던 공무원의 퇴직연금액 또는 조기퇴직연금액이 감액되거나 지급정지되는 경우가 아닌 한, 공무원에게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수급권의 소멸ㆍ정지사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분할연금 수급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공무원연금법 제47조 제1항), 배우자의 재혼도 수급권 상실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이미 배우자가 공무원의 사망으로 공무원과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었음에도 재혼을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과거 혼인생활 동안의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재산분할적 성격이 강한 분할연금과 부양적 성격이 강한 유족연금 사이에는 그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다르고, 수급요건이나 수급액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우자가 육아, 가사활동 또는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혼인한 기간 동안 사망한 공무원의 연금형성에 기여하였다는 점과 이미 공무원과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었다는 점에서는 양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금수급권 발생 원인이 공무원의 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혼 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상실시키는 것은 분할연금과의 관계에서도 형평에 반한다.
라. 유족연금일시금과의 형평
또한, 이러한 극단적인 방식의 유족연금수급권 박탈은 재혼의 가능성을 고려한 배우자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족연금 대신 유족연금일시금을 더 선호하게 만들어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연금제도를 형성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배우자가 유족연금일시금을 선택한 경우에는 수급 이후 재혼을 하더라도 반환되거나 환수되지 않아, 유족연금을 선택한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형평의 문제가 발생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다른 유족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나, 실제 배우자가 유족연금일시금을 선택한 경우 다른 유족은 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다른 유족과의 관계를 고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선택한 경우에도 다른 유족이 남아 있지 않다면 재혼으로 인한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이 다른 유족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재혼이라는 사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상실시키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마. 유족연금의 사회보장적 기능 간과
유족연금은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이므로, 공무원의 사망 이후 유족연금이 유족의 생계보호에 기여하는 역할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오로지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을 공무원의 유족으로서의 지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도록 하여 실제 배우자가 재혼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재혼 상대방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재혼이 해소되어 다시 생활의 기반이 상실되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보장의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바, 이는 배우자의 유족연금이 가진 사회보장적 성격을 간과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재혼한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상 재혼관계뿐만 아니라 사실상 재혼관계도
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재혼관계는 법률상 재혼관계에 비하여 불안정한 상태로서 모든 사실상 재혼관계에 있어서 상대방 배우자에 의한 부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부양의 지속에 대한 기대도 약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의 경우조차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영구히 수급권을 박탈시키는 것은 유족연금이 가진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바.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조정 가능성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재혼이라는 사유만으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시키지 않으면서도 다른 유족뿐만 아니라 재혼한 배우자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모색해 볼 수 있다. 우리와 연금체계가 다르기는 하나, 독일은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면서도 배우자가 재혼 후 이혼 또는 재혼 상대방 배우자의 사망과 같이 재혼이 해소된 경우 유족연금수급권이 부활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무원의 경우에도 일정한 연령 요건 등을 두고 있으나 재혼으로 유족연금수급권이 상실되도록 하면서도 재혼이 사망, 무효ㆍ취소, 또는 이혼으로 해소된 때에는 이를 다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배우자로 하여금 공무원 사망 시 분할연금과 유족연금 중 선택하도록 하거나, 재혼 시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시키되 소정의 정산적인 성격의 일시금을 지급할 수도 있고, 배우자의 연령이나 소득활동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여 유족연금의 지급 시기나 기간 등을 달리 정할 수도 있으며, 재혼 기간 동안 유족연금의 지급을 정지하되 재혼 상대방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이혼 등으로 재혼이 해소된 경우에는 배우자의 연령, 소득, 재산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하에 수급권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 등 국가의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도 얼마든지 생활능력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재혼이라는 사유만으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재혼을 유족연금 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였다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혼한 배우자의 재혼 이후의 생활능력이
나 부양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혼이라는 사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영구히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하도록 하는 것에 있고, 국가의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재혼한 배우자의 유족연금수급권을 어떠한 방법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