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8. 31. 2020헌바498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위헌소원

[2023. 8. 31. 2020헌바498]


판시사항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하였을 때 형사처벌하는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중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납세의무자의 정의 및 납세의무의 성립시기 등에 의하면, 심판대상조항의 ‘납세의무자’란 면탈하고자 하는 체납처분과 관련된 국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지위는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해당 납세의무가 성립된 때 취득하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납세의무가 성립된 이후’의 시기에 행해진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정부의 국세징수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 심판대상조항이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은 적어도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야 인정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가 발생한 이후’의 시기에 행해진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중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국세기본법(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9호, 제21조 제1항ㆍ제2항ㆍ제3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7조



참조판례



헌재 2017. 7. 27. 2012헌바323, 판례집 29-2상, 24, 29-30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도847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도5826 판결



당사자



청 구 인1. 김○○

2. 이○○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우송

담당변호사 박재권 외 1인

당해사건인천지방법원 2019고단8225 조세범처벌법위반



주문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중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제1심 계속 중이다(인천지방법원 2019고단8225).

「청구인 김○○는 2017. 2. 13.경 ○○ 주식회사에 인천 미추홀구 (주소 생략) 소재 토지 및 건물을 합계 29억 원에 매도한 뒤, 같은 해 3. 2.까지 매매대금 중 합계 662,600,000원을 수령하는 한편 위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로써 같은 해 3. 31. 양도소득세 590,312,850원의 납세의무가 성립하였음에도, 청구인들은 공모하여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2017. 2. 13.부터 같은 해 5. 1.까지 청구인 김○○의 계좌에서 약 600회에 걸쳐 합계 612,366,000원을 인출함으로써 재산을 은닉하였다.」

나.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0. 9. 28. 기각되자(인천지방법원 2020초기2875), 2020. 10.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주위적으로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예비적으로 ‘위 조항을 조세채권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이전에도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결정을 각각 구하고 있다. 청구인들의 주장은 위 조항 중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의 의미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예비적 청구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를 보충ㆍ강조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중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체납처분 면탈) ① 납세의무자 또는 납세의무자의 재산을 점유하는 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하거나 면탈하게 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하였을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국세기본법(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9. “납세의무자”란 세법에 따라 국세를 납부할 의무(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는 제외한다)가 있는 자를 말한다.

제21조(납세의무의 성립시기) ① 국세를 납부할 의무는 이 법 및 세법에서 정하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성립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국세를 납부할 의무의 성립시기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각 호 생략)

③ 다음 각 호의 국세를 납부할 의무의 성립시기는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각 호 생략)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7조(강제집행면탈)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납세의무가 성립된 이후’ 및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가 발생한 이후’의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함에도 이와 같이 해석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4. 판단

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와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처벌법규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일반적이거나 불확정한 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는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 및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함으로써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야 한다(헌재 2017. 7. 27. 2012헌바323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은, 체납 전에 체납처분의 집행을 예상하고 면탈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었던 불합리를 개선함과 동시에 처벌규정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기존의 ‘체납자가 조세를 면탈할 목적으로’라는 구성요건 대신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라는 구성요건으로 개정된 조항이다. 따라서 체납이 발생한 이후의 시기는 물론 그 전의 시기에 행해진 행위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바, 어느 시기의 행위까지 처벌대상이 되는지에 관하여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다. 우선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주체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국세에 관하여 적용되는바(조세범 처벌법 제2조), 국세기본법은 “납세의무자란 세법에 따라 국세를 납부할 의무(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는 제외한다)가 있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한 뒤(제2조 제9호), “국세를 납부할 의무는 이 법 및 세법에서 정하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성립한다.”라고 규정하면서(제21조 제1항) 각 세목별 납세의무의 구체적인 성립시기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2항 및 제3항).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납세의무자’란 면탈하고자 하는 체납처분과 관련된 국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납세의무자로서의 지위는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해당 납세의무가 성립된 때 취득하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납세의무가 성립된 이후’의 시기에 행해진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대법원 역시 이와 같은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도5826 판결 참조).

라.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정부가 납세고지와 독촉, 체납처분 등에 의하여 납세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고 강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국세징수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 심판대상조항이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은 적어도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야 인정될 수 있는 점, 구성요건이 유사한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제327조)에 있어서 법원은 ‘강제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를 요구하는바(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도84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해석이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도 유지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가 발생한 이후’의 시기에 행해진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개별 사건에서 위와 같은 상태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사항이다.

마.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를 ‘납세의무가 성립된 이후’ 및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가 발생한 이후’의 행위로 한정하고 있음이 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