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9. 26. 2020헌바258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23. 9. 26. 2020헌바258]
판시사항
가.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뀌어 당사자가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제기하는 경우,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정한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중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가운데 제451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을 준용하는 부분(이하 ‘재심기간제한조항’이라 한다)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재심기간제한조항이 재심기간의 제한이 없는 형사소송 당사자에 대하여 행정소송 당사자를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재심기간제한조항이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의 재심제기기간을 제한하여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라.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재심제기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민사소송법 제457조를 행정소송에 준용하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중 민사소송법 제457조를 준용하는 부분(이하 ‘재심기간제외조항’이라 한다)이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뀌어 재심을 제기하는 행정소송 당사자를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재심기간제한조항은 종국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확정판결에 대한 제3자 및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며 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추구하기 위하여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간은, 재심사유에 관하여 알게 된 당사자가 해당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고,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의 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현저히 단기라고 보기 어렵다.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재심제기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추후보완하여 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재심기간제한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행정소송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형사소송과, 행정작용의 적법성을 통제하고 사인에 대한 권리구제를 도모하며 공법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행정소송은 제도적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 형사소송 당사자와 행정소송 당사자를 달리 취급하는 데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재심기간제한조항은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다. 대립 당사자 간에 발생한 법률적 분쟁에 관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법을 해석ㆍ적용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한다는 절차적 측면에서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은 유사하다. 재심기간제한조항이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정한 것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라. 대리권의 흠이 있거나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경우 확정판결에 관여할 계기나 기회를 갖지 못한 당사자에게 확정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재심을 제기할 판결과 그 전에 선고된 확정판결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에는 상반되는 두 확정판결로 인해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없어 재심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 안정성에 기여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반면,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뀌어 재심을 제기하는 경우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기는 하나 재심사유가 발생한 뒤 기간의 제한이 없이 재심을 허용하게 되면 확정판결을 기초로 형성된 법률관계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심기간제외조항은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뀌어 재심을 제기하는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행정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 중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6조 제1항 가운데 제451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을 준용하는 부분 및 제457조를 준용하는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행정소송법(1994. 7. 27. 법률 제4770호로 개정된 것) 제20조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제375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8조 제1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73조 제1항, 제451조 제1항, 제456조 제2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24조 제4호, 제427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04. 12. 16. 2003헌바105, 판례집 16-2하, 505, 513 헌재 2009. 4. 30. 2007헌바121, 판례집 21-1하, 158, 164-165 헌재 2018. 12. 27. 2017헌바472, 판례집 30-2, 729, 735 헌재 2022. 10. 27. 2019헌바117, 판례집 34-2, 410, 418
당사자
청 구 인1. 이○○
2. 김○○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율립
담당변호사 하주희 외 4인
변호사 서채완
변호사 서희원
변호사 조은호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19재누133 파면처분무효확인
주문
행정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 중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6조 제1항 가운데 제451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을 준용하는 부분 및 제457조를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이○○은 1984. 3. 2., 청구인 김○○는 1987. 3. 2. 각 단기복무 장교로 임관하여 각 육군 제○○사단 ○○대대 ○○중대장과 ○○중대 ○○소대장으로 근무하였다.
청구인들은 1989. 1. 5. 서울 종로구 (주소 생략) 소재 ○○ 사무실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명예선언문을 낭독하고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에 육군 제○○사단 사단장은 1989. 2. 28. 청구인들이 군무 외의 집단행위를 하고 대외발표 보도 규정에 관한 명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에 대하여 각 파면처분(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인들은 서울고등법원 89구10083호로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1990. 5. 9. 청구기각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한 청구인들의 상고도 1991. 4. 23. 기각되어(대법원 90누4839) 위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이후 청구인들은 2017. 11.경 군 적폐청산위원회에 복직 신청을 하였고,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2017. 12.경 국방부에 청구인들에 대한 복직 권고를 의결하였다. 위 권고에 따라 육군 제○○사단 사단장은 이 사건 각 처분을 직권취소하였고, 국방부장관은 2018. 3. 28. 청구인 이○○에 대하여, 2018. 7. 26. 청구인 김○○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른 제적처리를 무효로 하고 1989. 6. 30.자로 각 전역을 명하는 인사명령을 하였다.
다. 청구인들은 2019. 8. 19. 재심대상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에서 정하는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9재누133), 위 소송계속 중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중 ‘30일 이내에’ 부분 및 같은 법 제457조 중 ‘대리권의 흠 또는 제451조 제1항 제10호에 규정한 사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9아1589), 2020. 3. 17. 위 신청이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2020. 4. 16. 위 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중 ‘30일 이내에’ 부분 및 같은 법 제457조 중 ‘대리권의 흠 또는 제451조 제1항 제10호에 규정한 사항’ 부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당해 사건은 군인에 대한 파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건이므로 행정소송법이 적용된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은 행정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행정소송법에 재심제기기간을 포함하여 당사자가 제기한 재심사건의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제기기간은 민사소송법의 재심제기기간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따라서 직권으로 심판대상을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중 재심제기기간에 관한 민사소송법 조항들을 준용하는 부분 가운데 당해 사건에 관련된 부분으로 변경하기로 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행정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 중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6조 제1항 가운데 제451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을 준용하는 부분(이하 ‘재심기간제한조항’이라 한다) 및 제457조를 준용하는 부분(이하 ‘재심기간제외조항’이라 하고, 위 두 조항을 통틀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행정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8조(법적용예) ② 행정소송에 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관련조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1조(재심사유) ①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
10.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
제456조(재심제기의 기간) ①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③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난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④ 재심의 사유가 판결이 확정된 뒤에 생긴 때에는 제3항의 기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계산한다.
제457조(재심제기의 기간) 대리권의 흠 또는 제451조 제1항 제10호에 규정한 사항을 이유로 들어 제기하는 재심의 소에는 제456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행정소송에서 재심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대리권의 흠 또는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률적으로 30일의 부당하게 짧은 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 경우에도 그 부정의를 시정할 수 있는 유일한 구제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청구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절하시킴으로써 청구인들의 명예권을 침해한다.
다. 일부 행정소송의 경우 그 판결의 내용과 법적 효과에 따라 실질적 정의의 우선이 요청되어 형사소송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재심제기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형사소송과 달리 모든 행정소송의 재심제기기간을 제한하여 형사소송의 당사자와 행정소송의 당사자를 차별취급한다. 행정소송은 위법한 공권력 작용을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사인간의 채권ㆍ채무관계를 규율하는 민사소송과 본질적으로 다름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의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제한하여 민사소송의 당사자와 행정소송의 당사자를 동일하게 취급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행정소송의 경우에만 재심제기기간을 두지 않도록 하는데, 하자 있는 확정판결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재심 당사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에도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사유로 재심청구를 하는 행정소송 당사자와 그 외의 사유로 재심청구를 하는 행정소송 당사자를 차별취급한다. 이로 인하여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 이외의 사유로 재심청구를 하는 행정소송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이 중대하게 제한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비례원칙에 위반하여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재심사유가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에 규정한 사항’인 경우를 제외하고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제기기간을 일률적으로 30일로 정한 것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당해 사건에서의 재심사유인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에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정하여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재심기간제한조항이므로, 재심기간제한조항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강조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별도로 살피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행정소송의 재심제기기간을 제한함으로써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을 달리 취급하거나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행정소송의 재심제기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은 재심기간제한조항이므로, 재심기간제항조항이 행정소송 당사자를 형사소송 당사자와는 달리 취급하는 한편 민사소송 당사자와는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4)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행정소송의 경우에만 재심제기기간을 두지 않아 다른 재심사유를 이유로 재심을 제기하고자 하는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재심기간제외조항에 관한 주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재심기간제외조항이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재심제기기간을 제한하지 아니한 것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사유로 재심을 제기하고자 하는 행정소송 당사자를 차별취급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나. 재심기간제한조항에 대한 판단
(1)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는 원칙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성격이 강하므로, 그에 관하여는 상대적으로 폭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헌재 2022. 10. 27. 2019헌바117 등 참조).
한편,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되었던 사건의 재심판을 구하는 비상의 불복신청방법으로서 그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재심은 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의 하나인 점에서는 상소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상소와는 달리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이고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은 미확정판결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상소보다 더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04. 12. 16. 2003헌바105 등 참조). 이와 같은 재심제도를 형성함에 있어서는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상반된 요청의 조화 및 한정된 사법자원의 합리적인 분배가 문제되는바, 이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헌재 2009. 4. 30. 2007헌바121 참조). 따라서 재심에 있어 제기기간을 둘 것인지 여부 및 어떠한 종류의 소에 대한 확정판결의 재심에 제기기간을 둘 것인지 여부도 입법자가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 재판의 신속ㆍ적정성, 법원의 업무부담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다(헌재 2018. 12. 27. 2017헌바472 참조). 그리고 재심제기기간을 규율하는 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가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에만 매몰되어 재판의 적정성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현저히 희생함으로써 제반 기본권의 실현을 위한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그 내용이 현저히 자의적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2009. 4. 30. 2007헌바121 참조).
(나) 행정소송에 있어 재심의 제기에 기간을 둔 목적은, 조속한 권리관계의 확정을 통하여 종국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확정판결에 대한 제3자 및 공공의 신뢰를 보호함과 동시에 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추구하려는 데에 있다.
재심기간제한조항은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뀌었음을 사유로 한 재심의 제기기간을 그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위 재심제기기간은 행정소송의 당사자가 판결을 받아 확정된 이후에 해당 판결의 기초가 된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경우, 당사자는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때에 해당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고,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의 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충분히 숙고하고 이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고
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재심제기기간을 당사자가 재심사유를 알게 된 때로부터 기산하고 30일이라는 기간이 현저히 단기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재심제기기간의 제한이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재심제기기간 30일은 불변기간으로,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재심제기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추후보완하여 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
그렇다면 재심기간제한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행정소송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가) 형사소송과 달리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제한한 것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형사소송법은 재심의 제기기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재심청구는 피고인이었던 자의 사망 후에도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형의 집행을 받지 않기로 된 후에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27조).
그런데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형사소송과 행정작용의 적법성을 통제하고 사인에 대한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동시에 공법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행정소송은 그 제도적 성격이나 취지가 상이하므로 이를 반드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형사소송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인권보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행정소송은 행정의 적법성을 통제하면서도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행정관계 및 거래의 안전을 도모한다. 공법상의 법률관계는 일반 공중의 이해와 관련된 것으로서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므로, 행정소송법은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여 행정법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꾀하고 있고(행정소송법 제20조), 처분 등이 위법한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을 허용하고 있다(행정소송법 제28조 제1항). 이러한 제도들은 다소간 실체적 진실의 희생이나 양보 아래 법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형사법의 이념과 구별되는 행정법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차이 아래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제기기간의 제한이 종국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행정의 원활한 수행,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형사소송에서 재심의 제기기간을 제한하지 않은 것과 달리 재심기간제한조항이 행정소송에서 재심의 제기기간을 제한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재심기간제한조항은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제한한 것이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행정소송은 사인에 대한 권리구제기능 외에도 행정작용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통제하는 등 객관적 기능을 가지고 있고, 공법상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사소송과 구분되지만, 대립 당사자 간에 발생한 법률적 분쟁에 관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법을 해석ㆍ적용함으로써 해당 분쟁을 해결하는 법 판단작용이라는 점에서 절차적 측면에서는 민사소송과 유사하다. 민사법에는 시효제도나 선의취득, 취소권자 등으로부터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 등 진정한 권리자의 이익보다 거래안전을 우선시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존재하는데, 행정소송도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권리자의 이익보다 거래안전을 우선시하기 위한 사정판결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는 등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이 강하게 요구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상 재심제기기간 30일을 준용하도록 한 것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재심기간제한조항은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재심기간제외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재심기간제외조항은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재심제기기간을 30일로 제한한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여, 위와 같은 사유로 재심을 청구하는 당사자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재심을 청구하는 당사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재심기간제외조항에서 말하는 대리권의 흠이란 대리권이 전혀 없는 경우로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3호의 재심사유보다 엄격하게 인정된다. 대리권의 흠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당사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모르는 사이에 소송이 진행되어 피해를 보는 경우이므로, 확정판결에 관여할 계기나 기회를 갖지 못한 당사자에게 확정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따라서 재심의 제기기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작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재심기간제외조항이 재심의 제기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경우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즉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이다. 재심을 제기할 판결과 그 전에 선고된 확정판결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에는 상반되는 두 확정판결로 인해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없어 재심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 안정성에 기여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라 함은 그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재판이나 행정처분이 그 후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경우로, 비록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기는 하나 재심사유가 발생한 뒤 기간의 제한이 없이 재심을 허용하게 되면 확정판결을 기초로 형성된 법률관계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입법자가 대리권의 흠 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행정소송 당사자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행정소송 당사자를 달리 취급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재심을 청구하는 행정소송 당사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