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8. 31. 2020헌바100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구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21. 8. 31. 2020헌바100]
판시사항
가. 구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본문 중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갓길(「도로법」에 따른 길어깨를 말한다)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이하 ‘금지조항’이라 한다) 중 ‘부득이한 사정’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금지조항을 위반한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3호 중 제6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위 해당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한다)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부득이’의 사전적 의미는 ‘마지못하여 하는 수 없이’로, 자동차가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는 중에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률에 구체적이고 일의적인 기준이 제시될 경우 갓길 통행이 불가피한 예외적인 사정이 포섭되지 않는 등으로 인하여 오히려 비상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이란 사회통념상 차로로의 통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는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이 어떠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확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금지조항 중 ‘부득이한 사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고속도로 등은 자동차들이 일반도로에 비하여 고속으로 주행하여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긴급자동차 등이 위험 발생 지역에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비상시에 이용하기 위하여 갓길이 설치된 것이므로, 갓길이 그 본래의 설치목적에 따라 이용될 수 있도록 갓길 통행 금지의무의 준수를 담보할 필요성이 높다. 행정질서벌의 부과만으로는 갓길 통행을 충분히 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처벌조항은 법정형을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선택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하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처벌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처벌조항으로 규율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제162조 이하에서 정한 ‘범칙행위의 처리에 관한 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갓길 통행 금지의무를 위반한 자에게는 그의 선택에 따라 형사적 제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절차가 추가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구 도로교통법(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되고, 2019. 12. 24. 법률 제16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본문 중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갓길(「도로법」에 따른 길어깨를 말한다)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구 도로교통법(2016. 1. 27. 법률 제13829호로 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 제3호 중 제6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위 해당 부분
참조조문
도로교통법(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된 것) 제165조 제1항
도로법(2016. 12. 2. 법률 제14338호로 개정된 것) 제50조
구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2009. 2. 19. 국토해양부령 제101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3. 6. 국토교통부령 제7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9호
참조판례
가. 헌재 2000. 2. 24. 99헌가4, 판례집 12-1, 98, 103 헌재 2018. 2. 22. 2016헌바401, 판례집 30-1상, 286, 292
나. 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등, 판례집 26-1상, 34, 48 헌재 2014. 8. 28. 2012헌바433, 판례집 26-2상, 292, 301 헌재 2015. 3. 26. 2012헌바297, 공보 222, 501, 503
당사자
청 구 인김○○
대리인 변호사 정재원
당해사건전주지방법원 2019고정175 도로교통법위반
주문
구 도로교통법(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되고, 2019. 12. 24. 법률 제16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본문 중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갓길(「도로법」에 따른 길어깨를 말한다)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구 도로교통법(2016. 1. 27. 법률 제13829호로 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 제3호 중 제6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위 해당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4. 14. 승용차를 운전하여 고속도로 갓길로 통행하였고, 교통경찰관에게 단속되어 범칙금 60,000원의 납부통고서를 받았다. 청구인은 위 범칙금 통고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하였고, 전주완산경찰서장은 청구인에 대하여 즉결심판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전주지방법원 2018조1경112).
나. 전주완산경찰서는 청구인을 도로교통법위반으로 인지하였고,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갓길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고속도로 갓길로 약 500m를 통행하였다.’라는 도로교통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약식명령 청구되어, 벌금 2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전주지방법원 2019고약1618). 이에 청구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그 소송(전주지방법원 2019고정175) 계속 중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제156조 제3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0. 1. 8. 기각되자(전주지방법원 2019초기412),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제156조 제3호, 제165조에 대하여 2020. 2.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전체 및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3호 전체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당해 사건과 관련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또한 청구인은 통고처분 불이행자 등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 등에 관하여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65조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당해 사건은 즉결심판 사건이 아니므로, 위 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도로교통법(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되고, 2019. 12. 24. 법률 제16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본문 중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갓길(「도로법」에 따른 길어깨를 말한다)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이하 ‘금지조항’이라 한다), 구 도로교통법(2016. 1. 27. 법률 제13829호로 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 제3호 중 제6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위 해당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하고, ‘금지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도로교통법(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되고, 2019. 12. 24. 법률 제16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갓길 통행금지 등) ①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차로에 따라 통행하여야 하며, 갓길(「도로법」에 따른 길어깨를 말한다)로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긴급자동차와 고속도로등의 보수ㆍ유지 등의 작업을 하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구 도로교통법(2016. 1. 27. 법률 제13829호로 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
3. 제22조, 제23조, 제29조제4항부터 제6항까지, 제53조의2, 제60조, 제64조, 제65조 또는 제66조를 위반한 사람
[관련조항]
도로교통법(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된 것)
제165조(통고처분 불이행자 등의 처리) ① 경찰서장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즉결심판이 청구되기 전까지 통고받은 범칙금액에 100분의 50을 더한 금액을 납부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163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2. 제164조 제2항에 따른 납부기간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사람
② 제1항 제2호에 따라 즉결심판이 청구된 피고인이 즉결심판의 선고 전까지 통고받은 범칙금액에 100분의 50을 더한 금액을 내고 납부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경찰서장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피고인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를 취소하여야 한다.
③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 또는 제2항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 받지 아니한다.
도로법(2016. 12. 2. 법률 제14338호로 개정된 것)
제50조(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 등) 도로의 구조 및 시설, 도로의 안전점검, 보수 및 유지ㆍ관리의 기준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되, 도로공사에 따르는 자연생태계의 훼손 및 인근 주민 등의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도로구조나 교통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하여야 한다.
구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2009. 2. 19. 국토해양부령 제101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3. 6. 국토교통부령 제7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정의) 이 규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 각 호와 같다.
29. “길어깨”란 도로를 보호하고 비상시에 이용하기 위하여 차도에 접속하여 설치하는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에 청구인과 같이 졸음쉼터 표지판을 보고 졸음쉼터로 가기 위해서 갓길을 약 500m 통행한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다. 처벌조항은 갓길 통행금지 위반의 경중에 관계없이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1) 청구인은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하므로, 금지조항 중 ‘부득이한 사정’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본다.
(2) 청구인은 처벌조항이 갓길 통행금지 위반 행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므로, 처벌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본다.
(3) 청구인은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에 청구인과 같이 졸음쉼터 표지판을 보고 졸음쉼터로 가기 위해서 갓길을 약 500m 통행한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법원의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ㆍ적용에 관한 문제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에 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 금지조항 중 ‘부득이한 사정’ 부분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00. 2. 24. 99헌가4 참조).
(2) 판단
(가) 고속도로는 자동차의 고속 운행에만 사용하기 위하여 지정된 도로이고, 자동차전용도로는 자동차만 다닐 수 있도록 설치된 도로이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호, 제3호).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이하 ‘고속도로 등’이라 한다)는 일반도로에 비하여 최고속도가 높고 최저속도의 제한이 있는 특징이 있다(도로교통법 제17조 제1항,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 제1항).
도로교통법은 제5장에서 고속도로 등에서의 특례를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등에서는 원칙적으로 횡단ㆍ유턴ㆍ후진이 금지되고(제62조), 자동차 외의 차마 또는 보행자의 통행ㆍ횡단이 금지되며(제63조), 정차ㆍ주차가 금지되는 등(제64조)의 통행방법상 특례가 적용된다.
이처럼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는 고속도로 등에서 도로의 손괴, 교통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져 다수인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도로교통법 역시 고속도로 등에서는 경찰공무원이 위험방지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제58조),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59조),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운전자에게 고장자동차의 표지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66조, 제67조).
(나) 갓길이란 도로를 보호하고 비상시에 이용하기 위하여 차도에 접속하여 설치하는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 앞서 본 것처럼 고속도로 등은 자동차들이 일반도로에 비하여 고속으로 주행하여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긴급자동차 등이 위험 발생 지역에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 등에서 비상시에 신속히 갓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제거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면 평상시에는 이에 대한 통행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금지조항은 자동차의 운전자가 고속도로 등에서 갓길로 통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다) ‘부득이’의 사전적 의미는 ‘마지못하여 하는 수 없이’로, 금지조항은 부득이한 사정의 하나로 ‘자동차의 고장’을 예시하고 있다.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는 경우, 긴급하게 차로로부터 대피하지 않으면 고속으로 주행하는 다른 자동차들과 연쇄적으로 추돌하여 인명과 재산에 상당한 피해를 야기하는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자동차의 고장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갓길 통행이 허용되는 것이다.
또한 구 도로교통법(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되고, 2019. 12. 24. 법률 제16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단서는 긴급자동차, 예컨대 소방차, 구급차, 혈액 공급차량 등과 고속도로 등의 보수ㆍ유지 등의 작업을 하는 자동차 등에 대해 갓길 통행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용도의 자동차에 대해서는 갓길 통행을 허용하는 것이 갓길 설치 목적이나 도로교통법의 목적에 보다 부합하기 때문이다.
(라) 한편, 자동차가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는 중에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률에 구체적이고 일의적인 기준이 제시될 경우 갓길 통행이 불가피한 예외적인 사정이 포섭되지 않는 등으로 인하여 오히려 비상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지조항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갓길 통행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포섭할 수 있는 ‘부득이한 사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 결국 갓길의 설치 이유와 갓길 통행을 허용하는 위와 같은 도로교통법 조항, 그리고 ‘부득이’의 사전적 의미를 더하여 보면,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이란 사회통념상 차로로의 통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는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이 어떠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확정될 수 있으므로, 금지조항 중 ‘부득이한 사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처벌조항의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분야이다(헌재 2015. 3. 26. 2012헌바297 참조). 그리고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또한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다(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등 참조).
(2) 앞서 본 것처럼 고속도로 등은 자동차들이 일반도로에 비하여 고속으로 주행하여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긴급자동차 등이 위험 발생 지역에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에 도로를 보호하고 비상시에 이용하기 위하여 갓길이 설치된 것이므로[구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2009. 2. 19. 국토해양부령 제101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3. 6. 국토교통부령 제7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9호], 갓길이 그 본래의 설치목적에 따라 이용될 수 있도록 갓길 통행 금지의무의 준수를 담보할 필요성이 높다. 따라서 행정질서벌의 부과만으로는 갓길 통행을 충분히 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처벌조항은 법정형을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선택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하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처벌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처벌조항으로 규율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62조가 규정한 ‘범칙행위’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162조 내지 제166조에서 정한 ‘범칙행위의 처리에 관한 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갓길 통행 금지의무를 위반한 자에게는 그의 선택에 따라 형사적 제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전과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절차가 추가적으로 보장되어 있다(헌재 2014. 8. 28. 2012헌바433 참조).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