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2. 12. 22. 2020헌가8 [위헌]
출처
헌법재판소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위헌제청
[2022. 12. 22. 2020헌가8]
판시사항
피성년후견인인 국가공무원은 당연퇴직한다고 정한 구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에 관한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임용권자가 최대 2년(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은 최대 3년)의 범위 내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 휴직 기간이 끝났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때에 비로소 직권면직 절차를 통하여 직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성년후견이 개시된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에 의할 경우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당연퇴직되는 대신 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이러한 절차적 보장에 별도의 조직이나 시간 등 공적 자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우리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무담임권 보장과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 한하여 중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성년후견이 개시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발생한 국가공무원의 경우와 비교할 때 사익의 제한 정도가 과도하고, 성년후견이 개시되었어도 정신적 제약을 극복하여 후견이 종료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에서 성년후견 종료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사익의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처럼 국가공
무원의 당연퇴직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하게 규정하려면 국가공무원이 재직 중 쌓은 지위를 박탈할 정도의 충분한 공익이 인정되어야 하나,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
성년후견의 개시는 절차적으로 법원에 의한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요하는바, 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후견적 입장에서 그의 정신상태 등을 감정과 심문, 가사조사 등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상당한 기간 내에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을 요하며, 재산상 사무와 신상에 관한 사무에 관해 원칙적으로 자기결정권의 중대한 제한이 예정되어 있어, 설령 잔존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국가공무원으로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의 충족으로 보기 어렵다. 법정의견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임용권자가 재량으로 직무수행능력을 판단하고 공직의 상실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는, 감정절차 및 가사조사 등을 거쳐 객관적 근거에 기초해 판단하는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보다 공무원 본인에게 덜 침익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직무수행능력이 일정 부분 잔존하거나 일시적으로 결여된 공무원의 경우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을 통한 보호를 받으면서 국가공무원법상 휴직제도의 범위 내에서 회복기회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공직에서의 당연퇴직의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가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가 수행하는 직무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으로서 기대되는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관점에 의하더라도, 법원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선고함으로써 직무수행능력의 지속적 결여가 객관적으로 인정된 경우에까지 공무원의 신
분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으로 생활보장을 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 후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생활보장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사회국가원리를 도모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공무원 개인의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추구하는 원활한 공무수행 확보 및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보호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국가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석태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공무수행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겨져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곧 공직사회를 뛰어난 능력자들로만 이루어진 차갑고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 장애자 등에 대한 국가의 특별한 보호의무, 헌법상 사회국가원리 등 우리 헌법의 근본적인 결단을 구체화한 제도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성년후견제도를 도리어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해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고용기간 중 장애를 입은 사람의 복직을 도울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상 국가 의무의 이행도 어렵게 한다. 따라서 헌법의 수호, 특히 다수결의 논리 앞에 무력한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과 기능에 비추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국가공무원법(2015. 12. 24. 법률 제13618호로 개정되고,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구 국가공무원법(1963. 4. 17. 법률 제1325호로 폐지제정되고, 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1호
구 국가공무원법(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1호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1호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3조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10조, 제11조, 제14조의3 제2항
참조판례
헌재 1997. 11. 27. 95헌바14등, 판례집 9-2, 575, 585
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56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 796-798
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판례집 14-2, 219, 227-229
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판례집 15-2하, 211, 217, 218-220
헌재 2004. 9. 23. 2004헌가12, 공보 97, 962, 967
헌재 2004. 11. 25. 2002헌바8, 판례집 16-2하, 282, 291-292
헌재 2006. 5. 25. 2005헌마362, 공보 116, 845, 849
헌재 2009. 5. 28. 2005헌바20등, 판례집 21-1하, 446, 463
헌재 2012. 6. 27. 2011헌바226, 판례집 24-1하, 744, 753
헌재 2019. 12. 27. 2018헌바130, 판례집 31-2하, 133. 141
헌재 2019. 12. 27. 2018헌바161, 판례집 31-2하, 156, 163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제청신청인 1. 김○○
2. 김□□
3. 김△△
제청신청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이공현 외 3인 변호사 이주언 외 4인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3291 임금 등 청구의 소
주문
구 국가공무원법(2015. 12. 24. 법률 제13618호로 개정되고,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및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 개요
가. 김▽▽은 1990. 9. 17. ○○지방검찰청 ○○지청 검찰서기보로 임용되어 1992. 3. 17. 검찰서기, 1999. 6. 11. 검찰주사보, 2006. 5. 1. 검찰주사로 각 승진하여 검찰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던 사람이다. 제청신청인 김○○는 김▽▽의 배우자이고, 제청신청인 김□□, 김△△은 김▽▽의 자녀들이다.
나. 김▽▽은 2015. 11. 5. ○○지방검찰청 ○○지청에서 근무하던 중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종전 업무에 복귀하거나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김▽▽은 위 날로부터 병가를 내어 입원하였고, 2016. 4. 5.부터 2018. 4. 4.까지 2년 동안 질병휴직을 하였다.
다. 한편, 제청신청인 김○○는 2016. 9.경 김▽▽을 대신하여 그의 이름으로 금융거래업무 등을 하기 위하여 부산가정법원에 김▽▽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였다. 부산가정법원은 2016. 12. 15. 김▽▽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제청신청인 김○○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한다는 심판을 내렸고, 이 심판은 2016. 12. 31. 확정되었다.
라. 김▽▽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기 전 여러 차례 명예퇴직을 거론하였던 데에 따라, 제청신청인 김○○는 ○○지방검찰청 ○○지청을 통해 김▽▽의 명예퇴직을 신청하였으나, 검찰총장은 2018. 3.경 김▽▽의 명예퇴직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명예퇴직 부적격 판정을 통지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청신청인 김○○는 김▽▽의 명예퇴직 적격 여부를 재검토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김▽▽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사실을 알게 된 검찰총장은 2018. 4.경 재차 명예퇴직 부적격 판정을 통지하고, 김▽▽이 2016. 12. 31. 피
성년후견인이 되었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하였음을 통지하였다.
마. 김▽▽은 2018. 5. 21.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당연퇴직일의 다음날인 2017. 1. 1.부터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미납액 3,472,280원의 납부를 청구받았고, 그 무렵 주식회사 ○○으로부터 공무원⋅교직원 단체보험(계약자: 대검찰청)의 보험금으로 2017년에 지급받은 9,711,743원의 반환을 요구받았으며, 2019. 2. 20. ○○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부터 당연퇴직일 이후 지급된 15개월분(2017. 1.분부터 2018. 3.분까지)의 급여 26,110,210원의 환수를 청구받았다. 이에 따라 제청신청인들은 위 각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다.
바. 김▽▽은 2019. 5. 27.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무원 지위의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서울행정법원 2019구합66811), 소제기 후인 2019. 5. 30. 사망하였다(이하 김▽▽을 ‘망인’이라 한다). 이에 제청신청인들은 2019. 7. 22. 제청법원에 2019구합73291호로 전항 기재와 같이 변제한 각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사. 제청신청인은 당해 사건 계속 중인 2019. 8. 1.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전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제청법원은 위 신청 중 일부를 인용하여 2020. 2. 11.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의 ‘피성년후견인’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9아12227).
2. 심판대상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는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단서가 개정되었으나,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호에 해당하여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의 적용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는 개정 사항이 없다. 한편, 위 법률조항 본문에 규정된 제33조 제1호는 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면서 망인에게 위 법률조항이 적용될 당시까지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을 임용결격사유로 규정하다가,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면서 피한정후견인을 삭제하고 피성년후견인을 포함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위 개정된 조항들도 그 위헌 여부에 관하여 구 국가공무원법(2015. 12. 24. 법률 제13618호로 개정되고,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과 결론을 같이할 것이 명백하므로,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국가공무원법(2015. 12. 24. 법률 제13618호
로 개정되고,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및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에 관한 부분(위 세 조항을 합하여 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국가공무원법(2015. 12. 24. 법률 제13618호로 개정되고,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당연퇴직)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1.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다만, 제33조 제2호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으로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청기한 내에 면책신청을 하지 아니하였거나 면책불허가 결정 또는 면책 취소가 확정된 경우만 해당하고, 제33조 제5호는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제303조 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및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355조 또는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만 해당한다.
구 국가공무원법(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당연퇴직)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1.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다만, 제33조 제2호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으로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청기한 내에 면책신청을 하지 아니하였거나 면책불허가 결정 또는 면책 취소가 확정된 경우만 해당하고, 제33조 제5호는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및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355조 또는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만 해당한다.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69조(당연퇴직)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1.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다만, 제33조 제2호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으로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청기한 내에 면책신청을 하지 아니하였거나 면책불허가 결정 또는 면책 취소가 확정된 경우만 해당하고, 제33조 제5호는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및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355조 또는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만 해당한다.
[관련조항]
구 국가공무원법(1963. 4. 17. 법률 제1325호로 폐지제정되고, 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1.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구 국가공무원법(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1.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33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1. 피성년후견인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
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②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제10조(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 ①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③ 가정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제2항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
④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
제11조(성년후견종료의 심판)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을 한다.
제14조의3(심판 사이의 관계) ② 가정법원이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특정후견인에 대하여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에는 종전의 성년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한다.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금치산의 선고)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제9조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금치산을 선고하여야 한다.
제13조(금치산자의 능력) 금치산자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요건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는지 여부’에서 말하는 사무는 재산관리 사무를 가리키므로, 국가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오히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당연퇴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지 않을 유인도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수단의 적합성
에 큰 의문이 있다. 또한 입법자는 우선 피성년후견인을 휴직하게 한 다음 정신적 제약이 생긴 국가공무원에게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남아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면직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방안을 채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는 반면,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은 비교적 가벼운 수준에 그치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정신적 제약으로 적정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공무원을 그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의 종류나 난이도와 관계없이 당연퇴직시키는 것이므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약이 지나치게 크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게 제한함으로써 이를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실질적으로 직무수행능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더라도 성년후견이 개시되지 않은 국가공무원은 공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성년후견이 개시된 국가공무원만 공직에서 배제되도록 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이와 같은 차별은 공무담임권의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므로 엄격한 심사척도에 따라 차별취급이 정당한지 심사하여야 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의 차별취급은 공무담임권에 대한 종국적⋅절대적 제약을 초래하여 불평등의 효과가 극심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비례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공무원의 신분을 장래에 향하여 회복가능성이 없이 상실시키므로 적어도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어떠한 절차적 보장도 하지 아니하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배경과 취지
(1) 피성년후견인 국가공무원에 대한 당연퇴직 제도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고도의 윤리⋅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그가 수행하는 직무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서는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기본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은 당연퇴직 제도를 마련하여 재직 중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원활한 공무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하여 공공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사유가 있는 사람은 공직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공무원직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
는 데 기여한다(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참조).
당연퇴직 제도는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임용권자의 의사표시 없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당연히 그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8다92022 판결). 따라서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에도 그 사유 발생일에 소급하여 국가공무원 신분이 상실된다.
한편, 국가공무원법이 1949. 8. 12. 법률 제44호로 제정될 때에는 금치산자와 준금치산자가 당연퇴직사유로 규정되어 있었고(제40조, 제8조 제1호), 1961. 9. 18. 법률 제721호로 폐지제정되면서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가 당연퇴직사유로 규정되었다(제40조, 제8조 제1호). 이후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공무원법 또한 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어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을 당연퇴직사유로 하였다가(제69조 제1호, 제33조 제1호),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면서 피성년후견인만 당연퇴직사유로 존치하고 피한정후견인은 그 사유에서 제외하였다(제69조 제1호, 제33조 제1호).
(2) 성년후견제도
종래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민법’이라 한다)은 의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를 위한 보호제도로서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 전 민법의 행위능력 및 후견제도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등 부정적 용어를 사용하고, 본인의 의사와 장애의 정도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하여 사회적 편견을 일으키는 한편, 보호의 대상을 재산적 법률행위로 제한함으로써 복리에 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없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의사나 복리, 후견인의 의지나 능력, 친소관계 등을 고려함 없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었는데, 그러한 법정후견인에게 적정한 후견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민법은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현재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은 물론 미래에 정신적 능력이 약해질 상황에 대비하여 후견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등 신상에 관한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로 확대⋅개편하여 2013. 7. 1.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즉 성년후견제도는 개정 전 민법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보호를 요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하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그의 제한된 행위능력을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보완해 줌으로써 노령,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사람을 보호하고 존중하여 그의 잔존능력을 활용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19. 12. 27. 2018헌바130 참조).
나.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직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하므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후자는 전자보다 당해 국민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보호영역에서 배제한다면 기본권 보호체계에 발생하는 공백을 막기 어려울 것이며, 공무담임권을 규정하고 있는 위 헌법 제25조의 문언으로 보아도 현재 공무를 담임하고 있는 자를 그 공무로부터 배제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4. 9. 23. 2004헌가12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고 있으므로,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그밖에 제청법원은 평등원칙 위배 및 적법절차원칙 위배도 제청 이유로 들고 있으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함께 살펴볼 수 있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헌법 제25조는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된다(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참조). 따라서 아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심판대상조항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성년후견이 개시된 사람을 당연퇴직시킴으로써 직무수행능력 결여로 발생할 수 있는 직무수행의 하자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원활하고 정상적인 국가공무원의 직무수행을 확보하며, 국가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국가공무원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나)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 결여의 판단기준을 성년후견의 개시로 보아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별도의 행정처분 없이 곧바로 퇴직시킨다. 이를 통해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다) 침해의 최소성
입법자는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헌재 1998. 5. 28. 96헌가5).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대안으로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한 현행 국가공무원법상의 절차, 즉 임용권자가 최대 2년(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은 최대 3년)의 범위 내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제71조 제1항 제1호, 제72조 제1호), 휴직 기간이 끝났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때에 비로소 직권면직 절차를 통하여 직을 박탈하는 방법(제70조 제1항 제4호)을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은 피성년후견인인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아무런 재량을 부여하지 않고 퇴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심판대상조항과는 달리 국가공무원직 상실 여부에 관하여 임용권자에게 재량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휴직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해 임용권자가 직권면직을 명하지 않는 경우는 사실상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휴직 명령 및 그에 이은 직권면직에 의하더라도 공무의 원활한 수행이나 공직에 대한 신뢰 확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대안에 의할 경우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당연퇴직되는 대신 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이러한 절차적 보장에 별도의 조직이나 시간 등 공적 자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공무
담임권의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라) 법익의 균형성
공무원의 퇴직이란 당해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제한이며, 이 가운데 당연퇴직이란 일정한 사유만 발생하면 별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 없이 바로 퇴직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직의 상실 가운데에서도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이다. 따라서 공익과 사익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참조).
특히, 현대민주주의 국가에 이르러서는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사회적 법치국가이념을 추구하는 자유민주국가에서 공직제도란 사회국가의 실현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사회국가의 대상이며 과제라는 점을 이념적인 기초로 한다. 이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보호가치 있는 이익과 권리를 인정해 주고, 공무원에게 자유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직무의무를 가능한 선까지 완화하며, 공직자들의 직무환경을 최대한으로 개선해 주고, 공직수행에 상응하는 생활부양을 해 주며, 퇴직 후나 재난, 질병에 대처한 사회보장의 혜택을 마련하는 것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생활보장의 가장 일차적이며 기본적인 수단은 ‘그 일자리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에서 개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의 중요성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참조).
국가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고도의 윤리⋅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가 수행하는 직무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의 원활한 공무수행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일단 능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국가공무원이 불의의 사고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생겨 그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퇴직되는 경우를 규율하므로, 사회국가원리가 공무담임권에 적용되는 국면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우리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무담임권 보장과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 한하여 그 중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가공무원법은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해서는 임용권자가 휴직 명령 및 그에 이은 직권면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위와 같은 현행법상 공무담임권 보장의 대상에서 제외된 채 당연퇴직된다. 그 결과 똑같은 정도의 정신상의 장애가 발생하였음에도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은 당연퇴직되는 반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지 않은 국가공무원은 휴직 및 직무 복귀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 받게 되어 양자 사이에 현저한 차별이 야기된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이러한 차별은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을 금지하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및 공무담임권의 사회국가원리상의 의의에 비추어보면 가혹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성년후견의 개시가 곧 정신적 제약의 영구적인 회복 불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민법은 그와 같은 경우에 대비하여 ‘성년후견의 종료’ 혹은 ‘성년후견의 종료 및 한정후견의 개시’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으며(제11조, 제14조의3 제2항), 가정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의 의사결정 능력이나 사무처리 능력이 전부 또는 일부 회복된 경우 위 민법 조항들에 따라 성년후견종료심판을 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국가공무원은 성년후견이 개시된 즉시 공직에서 배제되므로, 성년후견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 국가공무원이나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의 입장에서는 심판대상조항 때문에 오히려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를 주저하게 될 수 있다. 그 결과 성년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한 국가공무원이 성년후견제도에 따른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의도한 효과는 아니지만,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능력을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보완해줌으로써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지원한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나아가 임용 이전에 채용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일단 임용된 국가공무원을 퇴직시키는 것은 그가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므로 해당 국가공무원이 잃는 이익이 훨씬 크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임용결격 제도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더 중대하여 양자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공무담임권 제한 정도와 심판대상조항이 그러한 기본권 제한을 감수하고서라도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정도를 서로 비교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취임 이후의 퇴직자의 사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
(마)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국가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피성년후견인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공무원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확보하며,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됨과 동시에 당연퇴직 되도록 하는 것은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나. 침해의 최소성
심판대상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을 별도의 절차 없이 공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1) 성년후견개시심판상 사무처리능력의 지속적 결여 요건 및 그 판단
(가) 성년후견의 개시는 절차적으로 법정된 청구권자에 의한 청구와 법원에 의한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요한다(민법 제9조 제1항). 성년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가사비송사건으로 직권탐지주의(가사소송법 제34조, 비송사건절차법 제11조)가 적용되고,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에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청구 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어느 쪽의 보호를 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절차를 결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21. 6. 10.자 2020스596 결정 참조). 행위능력을 가장 강하게 제약하는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은 법원이 사건본인을 둘러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능력의 제한이 본인의 보호를 위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나) 성년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에서 법원은 감정, 심문, 가사조사 등을 통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와 사무처리능력의 정도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판단한다.
먼저, 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경우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전문가인 의사의 감정을 통해 그의 정신상태를 판단하고(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 다만 그의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러한 감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할 수 있다(같은 항 단서 참조).
감정의 방법에는 제출된 진료기록을 송부하여 이를 근거로 감정을 실시하는 진료기록 감정과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신체를 직접 감정하는 신체감정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 입원감정을 실시하여 보다 정확한 정신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감정의 항목에는 현 증상과 병력, 기왕증, 신체상태에 대한 평가, 일상생활능력에 대한 평가, 정신적 상태에 대한 평가, 각종 검사 결과, 진단명, 감정결과, 종합설명, 회복가능성(재평가 시기 및 필요 사유) 등이 포함되며, 정신적 기능 및 증상과 관련해서는 각종 검사 도구를 사용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지남력(指南力,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 기억력, 의사소통 및 언어, 주의집중 및 계산, 이해 및 판단 등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능력 등을 평가한다. 예컨대, 치매 평가에는 간이정신상태 검사(MMSE), 임상치매 척도(CDR), 전반적 퇴화 척도(GDS), 일상생활수행능력 검사(ADL),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 검사(IADL) 등의 검사 도구를 사용하여 그 검사 수치에 따라 자기 의사 결정과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에서 작성한 진단서 등을 통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인지결핍 상태 또는 정신적 제약 상태로 인하여 사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태에 있고 증상이 고정되어 회복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법원은 예외적으로 이러한 감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할 수 있다.
또한 법원은 가사조사(가사소송법 제6조 제1항)를 통하여 사건관계인의 학력, 직업이나 경력, 생활상태 및 감호상황, 재산내역과 관리상황, 건강 및 가정
환경, 사건본인에게 필요한 후견의 범위, 후견인 후보자의 적합성 등 전반에 관하여 조사하여 사건본인의 정신적 제약 상태를 비롯한 후견개시 여부에 관한 정보와 후견인 후보자를 비롯한 친족 등 이해관계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가사소송규칙 제9조 제2항),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그의 진술을 듣는 심문을 통해 그의 의사를 확인하고 고려한다(같은 법 제45조의3 제1항 본문 제1호 참조).
이와 같이 성년후견에 관한 심판에서 법원은 감정인의 감정결과, 가사조사결과, 심문 전체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법률적 관점에서 사무처리능력의 지속적 결여 등 성년후견개시 요건의 존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이 없는 신체적 제약만으로는 개시되지 아니하며(헌재 2019. 12. 27. 2018헌바161 참조),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될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한다.
여기서 사무처리능력의 결여라 함은 금치산제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사무능력의 상태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를 말하고,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의미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참조). 성년후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신적 제약의 정도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든지, 가족의 이름이나 거소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든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통상적인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을 혼자서 전혀 할 수 없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인 사무처리능력의 ‘결여’는 사무처리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이는 한정후견개시의 요건인 ‘부족’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사무처리능력을 판단할 때 고려되는 사무에는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뿐만 아니라 신상결정에 관한 사무도 포함되며, 법률행위⋅준법률행위⋅사실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법원 실무에서도 법률관계 중심의 사무 내지 재산관리 사무에 관한 수행능력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인지기능이나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무처리능력의 유무는 사건본인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 즉 사회적 지위, 생활모습과 살아온 배경 등을 고려하여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사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사무처리능력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지위 등이 실질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라) 또한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에 대한 계속적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사무처리능력의 결여 상태가 상당기간 계속되고 있다는 것에서 나아가 현 증상이 고정되어 향후 상당한 기간 내에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또한 그 요건으로 하고, 법원도 성년후견개시심판에 있어 ‘회복가능성’ 유무를 중요한 요건으로 심리하고 있다.
(마) 이상의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사무처리능력을 부분적으로 갖추었거나 일시적으로 갖추지 못한 공무원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공직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 할 수 없고, 과학적⋅객관적 자료를 기초로 지속적으로 그 능력이 결여되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정도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하여 공직 배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2) 피성년후견인의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직무수행능력 인정 여부
(가) 기본권의 보장 등 헌법이 목표로 하는 가치, 즉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작용은 현실적으로 공직을 담당하고 있는 개개인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직무의 내용인 공무수행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고(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의 공무수행은 공공복리와 국민의 생활 일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서는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기본바탕이 되어야 한다(헌재 1997. 11. 27. 95헌바14등; 헌재 2012. 6. 27. 2011헌바226 참조). 따라서 공익실현이라는 국가작용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공무원은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능력이 요구되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공무원 신분의 무제한적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수행을 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그에 해당하는 공무원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무원 개개인과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필요하다.
(나) 한편, 성년후견제도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의 존중 및 잔존능력 활용을 이념으로 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피성년후견인에 대하여는 중대한 자기결정권의 제한을 예정하고 있다. 가정법원이 정한 범위 내의 행위(민법 제10조 제2항)나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같은 조 제4항) 등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성년후견
인이 피성년후견인의 포괄적 법정대리인이 되고(민법 제938조 제1항),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바(민법 제10조 제1항), 통상 피성년후견인의 잔존능력은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하여 그 잔존능력을 그대로 공무원으로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의 충족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 보다 구체적으로 피성년후견인의 능력에 대하여 살펴보면, 재산상 사무와 관련하여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은 원칙적으로 소멸하고, 피성년후견인이 단독으로 행한 법률행위는 취소의 대상이 된다(민법 제10조 제1항). 다만,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의 경우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는데(같은 조 제4항), 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거래는 큰 고려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가가 과도하지 않는 한 피성년후견인에게 불이익하지 않으므로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잔존능력을 존중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한편,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금치산제도가 성년후견제도로 바뀌면서 가정법원이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게 되었으나(민법 제10조 제2항), 이 역시 성년후견제도의 취지 및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에 제한을 받지 않고 후견인의 대리권의 범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는 한정후견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에 맡기더라도 거래의 안전이나 피성년후견인의 이익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영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될 것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만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에게 공직의 수행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이 남아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다음으로 신상에 관한 결정능력과 신분행위능력에 대하여 보건대, 피성년후견인은 자신의 신상에 관한 사항, 예컨대 주거의 결정, 의학적 치료의 선택과 동의, 요양기관 선택, 면접교섭 등에 관하여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고(민법 제947조의2 제1항), 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의 범위에서 신상결정 대행권을 가지게 된다(민법 제938조 제3항). 이는 일신전속적 결정이 전제되는 신상에 관한 사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나, 피성년후견인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에 한하고, 민법은 신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인 약혼(제802조), 혼인(제808조 제2항), 협의상 이혼(제835조), 인지(제856조), 입양(제873조 제1항), 협의상 파양(제902조) 등 중요한 가족법상 행위에 대해서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3) 국가공무원법상 휴직명령과 직권면직제도의 대안가능성
(가)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공무원법상의 휴직명령(제71조 제1항 제1호, 제72조 제1호) 및 직권면직제도(제70조 제1항 제4호)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는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나)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휴직명령의 요건인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와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은 상이하다. 여기서 ‘장애’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고, 휴직이란 그 본질상 일시적⋅잠정적으로 근로관계를 떠났다가 휴직기간이 만료되면 복직을 전제로 하는 것(국가공무원법 제73조 제3항)이며, 공무원재해보상법상 ‘요양’이라 함은 적극적 치료를 동반하는 의미로 치료를 통한 치유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공무원법상 휴직명령의 대상자는 회복가능성의 인정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반해 성년후견개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의사무능력의 상태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에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 휴직명령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상당한 기간 내 회복불가라는 요건이 인정되어 성년후견이 개시된 피성년후견인에게 국가공무원법상의 휴직기간은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에 있어 유의미한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나아가 직권면직제도에 관하여 보면, 임용권자에게 재량을 부여하여 그로 하여금 피성년후견인인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잔존능력과 직무수행 가능성, 정신적 제약의 회복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직무수행능력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국가공무원직 상실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가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보다 공무원 본인에게 덜 침익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은 원칙적으로 의학전문가의 감정절차를 거치고, 가사조사 및 심문 등을 거쳐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와 사무처리능력의 정도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하여 이해관계인 간의 공방이 보장되며, 항고절차를 통하여 불복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의 확보를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4) 다양한 후견제도를 통한 피후견인의 탄력적 보호의 가능성
성년후견제도는 법정후견의 유형을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고, 피후견인에 대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즉, 민법은 정신적 제약의 정도를 단계적으로 파악하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서는 성년후견의 개시(제9조 제1항)를,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는 한정후견의 개시(제12조 제1항)를,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하여는 특정후견의 개시(제14조의2 제1항)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후견을 받을 사람 스스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사무를 대신해 줄 사람과 그 사람이 처리할 사무의 범위를 미리 정해두는 임의후견을 활용할 수도 있다(제959조의14 제1항 참조).
성년후견과 달리 한정후견의 경우 피한정후견인은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가정법원이 피한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민법 제13조 제1항). 따라서 피한정후견인의 잔존능력과 구체적인 사정 등에 따라 피한정후견인의 행위능력과 한정후견인의 권한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어, 한정후견은 피후견인의 보호와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두 가지 측면 사이에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필요최소개입의 원칙이나 정상화의 원칙에 보다 충실하다. 특정후견도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후견인의 도움과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특정한 사무나 일정한 기간 동안에만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대한 피특정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잔존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직무수행능력이 일정 부분 잔존하거나 일시적으로 결여된 공무원은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을 통한 보호를 받으면서 국가공무원법상 휴직제도의 범위 내에서 회복기회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공직에서의 당연퇴직의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5)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절차 및 요건, 그 절차에서 행해지는 사실 조사와 심리의 충실성과 객관성, 공정성, 정신적 제약의 정도에 따른 단계적인 규율 체계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의 개시에 당연퇴직 효과를 부여한 것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기대되는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을 확보하며,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공직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가피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1) 심판대상조항은 사무처리능력의 지속적 결여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국가공무원을 공직에서 배제하여 원활한 공무수행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가 수행하는 직무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으로서 기대되는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긴절하다. 공직의 구조 및 사회인식의 변화로 공직자 역시 일반직장인과 같은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공직이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가지는 생활수단적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변함없이 강조되어야 하는 공익에 해당한다.
(2)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을 통해 행정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여 국가기능의 효율성을 증대하고자 하는 직업공무원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와 달리 공무원 개인에게 직을 보전하는 장치로 변질되어 행정의 무능과 국가 기능의 비효율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국가경영의 경비부담 주체가 국민이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아 객관적으로 직무수행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공무원을 당연퇴직 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04. 11. 25. 2002헌바8 참조).
(3) 오늘날 사회국가원리는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원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관점에서 공무원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고 퇴직 이후까지 사회보장 혜택을 마련하는 등 공무원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국가원리에 따른다 하더라도, 본인 등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선고함으로써, 공직수행에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직무수행능력을 지속적으로 결여하였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경우에까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으로 생활보장을 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과 직무수행의 가능성은, 원활한 공무수행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필요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점에서,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을 그 직에서 당연퇴직 되도록
하는 것을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무원의 일자리 보장이라는 생활보장에 방점을 두어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당연퇴직이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는 법정의견의 내용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에 대하여는 공직에서 퇴직하게 한 다음 공무원재해보상법, 공무원연금법 등에 의한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생활보장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사회국가원리를 도모할 수 있다.
(4) 이와 같은 취지에서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질병⋅부상⋅폐질(廢疾)⋅퇴직⋅사망 또는 재해를 입은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제77조 제1항). 즉,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당연퇴직 되더라도 공무원 본인 또는 일정한 범위 안의 친족에게는 공무원연금제도나 다른 퇴직보상 등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생활안정과 후생복지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5)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성년후견제도가 성년후견심판 절차 및 조사, 심리의 충실성과 객관성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점, 당해 공무원의 정신적 상태 및 본인과 그 가족의 의사에 따라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 및 국가공무원법상 휴직제도를 이용하면서 당해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을 도모하고, 그에 대한 성년후견의 개시를 유보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공무원 개인의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국가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7. 재판관 이석태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공무담임권과 능력주의, 사회국가원리, 헌법 제34조 제5항의 국가의 사회보장의무 사이의 관계 및 엘리트집단으로서의 공무원에 관한 국민의 신뢰에 관련된 그 동안의 헌법재판소의 선례들의 판단을 재확인하고, 현대 후견제도를 뒷받침하는 헌법적 가치와 기본이념, 그리고 장애인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조약과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되새김으로써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점을 강조함으로써 법정의견을
뒷받침하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공무담임권 보장에 있어 능력주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한 첫 번째 선례인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에서부터 능력주의는 공무담임권 중 특히 공직취임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만, 그 경우에도 지고의 가치가 아니라 다른 헌법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직업공무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성과 더불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므로, 직업공무원으로의 공직취임권에 관하여 규율함에 있어서는 임용희망자의 능력⋅전문성⋅적성⋅품성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능력주의 또는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중략) 다만, 헌법의 기본원리나 특정조항에 비추어 능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헌법원리로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사회국가원리를 들 수 있고, 헌법조항으로는 여자⋅연소자근로의 보호,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 대한 우선적 근로기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2조 제4항 내지 제6항, 여자⋅노인⋅신체장애자 등에 대한 사회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4조 제2항 내지 제5항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헌법적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합리적 범위안에서 능력주의가 제한될 수 있다.
그 후로도 헌법재판소는 주로 직업공무원의 임용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판단에서 능력주의를 고려하여 왔지만, 그 경우에도 능력주의는 사회국가원리나 헌법 제34조 제5항 등 다른 헌법상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하여 판시하였다(헌재 2006. 5. 25. 2005헌마362 등 참조).
이 사건의 심판대상조항은 직업공무원의 임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미 공무원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임용되었다가 불의의 사고 등으로 그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들의 퇴직에 관한 것이다. 이는 헌법상 사회국가원리 및 헌법 제34조 제5항에 규정된 신체장애자 등 생활능력을 상실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가 직접적으로 구체화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선례 법리에 따르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의 중요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능력주의는 공무원 임용에 관한 법률조항에 있어서의 능력주의만큼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공무원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공무원들 중 누구라도 불의의 사고로 그 능력을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잃을 위험이 있다. 근무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에 이은 심정지로 뇌손상을 입은 제청신청인들의 가족과 같은
경우는 물론이고, 누구나 뇌출혈, 교통사고 및 각종 사회적 참사와 같은 불측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이러한 위험은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어 있으며, 치열한 경쟁이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경우 더욱 가중되어 있다.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와 헌법 제34조 제5항에 규정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처해 있는 그와 같은 위험을 각자 능력껏 알아서 감당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에 기반하여 함께 대처하는 것이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헌법상 가치임을 분명히 밝힌다.
특히 우리 헌법은 제34조 제5항에서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스스로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국가가 특히 이들에 대하여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2009. 5. 28. 2005헌바20등 참조). 입법자는 위와 같은 헌법조항의 취지에 따라 장애인 복지법 등 일련의 법률을 제정하여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참여 증진을 통한 사회통합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입법자는 2011. 3. 7. 민법 개정을 통해 획일적인 행위능력 제한이라는 문제가 있던 종래의 금치산제도를 폐지하고, 더 유연하고 사회통합적인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헌법 조항 및 그와 관련 있는 일련의 법률들과 심판대상조항과의 체계정당성을 고려하면,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인 ‘원활한 공무수행 및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취약계층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의 헌법상 의무와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 한하여 그 중요성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2009. 1. 10. 우리나라에서도 발효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7조는 그 협약의 당사국에 대하여 고용기간 동안 장애를 입은 사람의 직업유지 및 복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마련을 촉진하고, 공공부문에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의무는 제청신청인들의 가족과 같이 근무 중에 갑자기 쓰러져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국가의 의무에 역행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의 직업유지나 복직 대신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체계정당성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과 유사한 공무원에 대한 당연퇴직조항에 관한 선례들에서 ‘엘리트집단으로서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아래와 같이 반복하여 판시하였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헌재 2003. 10. 30. 2002헌마684등).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이행되어 가는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공직사회 및 민간기업조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즉, 민간기업사회에도 공직사회와 같은 대규모의 관리조직이 생겨나게 된 한편, 국가조직도 능률성, 효율성의 개념을 중시하면서 민간기업의 관리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그 인적구성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지식⋅경험⋅기술로 무장된 관료집단을 필요로 하여 공무원과 일반의 근로자간, 공직과 사직간의 유사성의 증대, 신분적 특성의 동질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리라고 보인다. 이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는 일반인의 공직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국가적 행정임무의 증대와 이에 따른 공무원 수의 대폭적인 증가현상은 자연히 공무원의 질과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종래 누렸던 엘리트적인 면모가 손상을 입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 공직의 구조 및 공직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지니는 것이고 공정한 공직수행을 위한 직무상의 높은 수준의 염결성은 여전히 강조되는 것이다. 다만, 엘리트적 면모와 사회적 명예직으로서의 공직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모든 범죄로부터 순결한 공직자 집단’이라는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를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선례의 판시는 피성년후견인과 같이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 국가공무원 집단에서 배제되어야 하는지를 다루는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다. 즉, ‘피성년후견인 등 정신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배제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공직자 집단’이라는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를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공무원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근무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정신적 제약이 생기는 바람에 피성년후견인이 된 사람에게는 휴직을 명하여 정신적 제약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정신적 제약을 일부 또는 전부 극복하여 후견인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스스로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면 그 회복된 능력에 적합한 공무를 부여함으로써, 공직자 집단이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함께 포용하는 모습을 선도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공
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더욱 부합한다 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헌법재판소의 선례들 및 장애인 관련 법률과 국제협약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헌법적 가치, 즉 사회국가원리,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 연대성과 사회통합은 현대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원칙과 직접 연결된다. 주지하다시피 현대 성년후견제도는 필요성, 보충성, 정상화원칙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이러한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은 비록 정신적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존엄성이 있는 인간이므로 그들을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존중과 포용의 대상으로 대하여야 한다는 가치관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우리 헌법 제10조 전문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제10조 후문에 규정된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 제11조 제1항에 규정된 평등, 제34조 제5항에 규정된 신체장애자 등에 대한 국가의 특별한 보호의무에도 그대로 담겨 있고, 우리 헌법상 사회국가원리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역시 같은 기반 위에 서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에게 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그를 곧바로 공직에서 퇴직시킴으로써 성년후견제도를 그 본연의 이념과 반대의 이념 즉,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실현하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한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이러한 결함은 성년후견이 개시되었으나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휴직 기간 내에 그 정신적 제약을 극복하여 성년후견종료심판을 받는 실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요컨대, 공무수행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겨져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곧 공직사회를 뛰어난 능력자들로만 이루어진 차갑고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공직사회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능력이라도 그에 적합한 공무가 있다면 그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통해 공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직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따뜻하고 포용적인 집단을 지향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이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선례 법리, 즉 ‘능력주의란 공무담임권의 중요한 내용이지만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회국가원리 등 헌법상 다른 가치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가치’라는 법리의 의미이다. 이러한 법리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일단 능력을 인정받은 국가공무원의 퇴직을 규율하는 영역에서 더욱 타당하다. 특히 성년후견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 장애자 등에 대한 국가의 특별한 보호의무, 헌법상 사회국가원리 등 우리 헌법의 근본적인 결단을 구체
화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의 복직 기회를 확정적으로 박탈함으로써 성년후견제도를 도리어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해치는 수단으로 삼는다. 따라서 헌법의 수호, 특히 다수결의 논리 앞에 무력한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과 기능에 비추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