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11. 24. 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현재 혼인 중에 있지 아니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판단 기준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로서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루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한편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성전환자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②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그의 가족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는 부 또는 모의 성전환이라는 사실의 발생에 따라 부모의 권리와 의무가 실현되는 모습이 그에 맞게 변화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따름이다. 이렇게 형성되는 부모자녀 관계와 가족질서 또한 전체 법질서 내에서 똑같이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 성전환자가 이혼하여 혼인 중에 있지 않다거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러한 점이 달라지지 않는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여전히 그의 부 또는 모로서 그에 따르는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이를 할 수 있다. ③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그 자체로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복리에 현저하게 반한다거나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④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 경우 성별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제출이나 공개 등으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방치된다거나 생활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설령 가족관계등록부의 노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성전환자와 미성년 자녀의 기본권 보장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위와 같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미성년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나)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결정들은 이 결정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대법원이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기 이전에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한 바가 있고,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으면 그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지 성별정정 허가에 있어 독자적인 소극 요건을 새롭게 설정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36조 제1항, 민법 제912조, 제913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


참조판례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공2006하, 1341),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공2011하, 2087)(변경)


전문


신청인 겸 사건본인, 재항고인 : 신청인 겸 사건본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한희 외 3인)
원심결정 : 서울가법 2020. 2. 19. 자 2019브30135 결정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안의 개요

남성으로 출생한 신청인 겸 사건본인(이하 ‘신청인’이라 한다)은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으나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하였고,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다. 이후 신청인은 2018. 11.경 태국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고환과 음경을 제거하고 여성의 외부성기 모양을 갖추는 등의 수술을 받아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여 왔다. 신청인은 미성년 자녀 2명(쌍둥이, 2012년생)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허가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심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허가 신청을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그중 후자에 한하는 것으로, 즉 현재 혼인 중에 있지 아니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이다.

2.  성전환자의 성(性)의 결정과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가.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인 요소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성전환증(Transsexualism,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서 정하고 있는 용어이다)을 가진 사람의 경우, 출생 후 성장과정에서 일관되게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혐오감을 갖고 그와 다른 성에 귀속감을 느끼는 한편 자신이 귀속감을 느끼는 성에 맞는 역할을 지속적이고 공고하게 수행하여 출생 당시와 다른 성으로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졌고, 나아가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출생 당시의 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기 또는 의복, 두발 등과 같은 신체 외관과 성관계·교우관계 등 개인적인 영역 및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전환된 성으로 인식, 수용되는 정도에 이르러 사회규범적으로도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다면, 그러한 성전환자는 법률적으로도 출생 당시의 성이 아닌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나.  대법원은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법리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신청에 관하여 성전환자의 경우에는 출생 당시의 성과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달라 성에 대한 호적[현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상 가족관계등록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의 기재가 현재의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지 못하게 되므로,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호적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성별정정 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법률적으로 새로이 평가받게 된 현재의 진정한 성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므로 호적정정 허가 결정이나 이에 기초한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하면서,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줄 수 있고 가족관계증명서의 공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거나 생활상의 곤란이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 및 그 판단 기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로서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루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한편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에 관하여

1)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보호

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누구든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제10조 전문, 제11조 제1항).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개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인격과 개성을 존중받고 이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삶의 내용과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개척하여 그 자아와 운명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성전환자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나) 성의 구분이나 인식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개인이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자신의 성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성을 공적으로 확인받아 공시함으로써 실제의 성과 공시되는 성별 사이에 불일치가 없도록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부합하는 일이다. 성전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법률적 성을 성별정정을 통해 공적으로 확인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개인의 성정체성에 따라 확인된 진정한 성이 있음에도 그것과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공시된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가 방치되면 그로 인하여 다른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혼란과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 개인적 및 공적인 성별의 확인은 한 개인이 가족질서 내에서 갖는 지위나 역할에 우선하여 결정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삶의 필수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형성한 외관 및 현실적인 삶과 달리 공부상으로는 성전환 이전의 성별로 표시됨으로써 실존하는 성(性)과 공부상 성(性)이 불일치한 부조리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게 된다. 미성년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이러한 부조리의 상태가 장기간 강요된다면 성전환자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참고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나 실존을 위해 부조리에 맞서야 하는 절박함의 강도는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 및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개인의 가족생활은 사회적 관계의 시작이자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서 국가는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헌법 제36조 제1항). 성전환자 또한 전체 법질서 안에서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하고, 국가는 성전환자의 이러한 권리를 보호하여야 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그의 가족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는 부 또는 모의 성전환이라는 사실의 발생에 따라 부모의 권리와 의무가 실현되는 모습이 그에 맞게 변화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따름이다. 이렇게 형성되는 부모자녀 관계와 가족질서 또한 전체 법질서 내에서 똑같이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 성전환자가 이혼하여 혼인 중에 있지 않다거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러한 점이 달라지지 않는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여전히 그의 부 또는 모로서 그에 따르는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이를 할 수 있다.

2) 미성년 자녀의 복리

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그 자체로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복리에 현저하게 반한다거나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하여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는 성별정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개인적·사회적·법률적으로 친자 관계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성별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설령 미성년 자녀가 부 또는 모의 성전환으로 인하여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혼란과 충격은 부 또는 모가 이미 성전환의 과정을 거쳐 그것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성별정정은 이와 같이 이미 사회통념상 성전환이 일어난 사람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전환된 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공부상 성별을 정정해 주는 조치이므로, 성전환 과정의 가장 종국적인 단계라 할 수 있는 성별정정 허가 자체가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성년이 된 자녀의 경우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을 그다지 혼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미성년 자녀는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제도 옳지 않다. 이는 오히려 유연한 사고를 가진 미성년 자녀가 성전환자라는 부모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라) 성전환자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에 이미 부 또는 모의 전환된 성을 바탕으로 정서적·가정적으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미성년 자녀를 위해서라도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아직 미성년 자녀가 부 또는 모의 전환된 성에 적응하지 못하여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혼한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가 성별정정을 통해 여전히 부모로서 안정적으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부양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토대를 마련하여 성전환에 대한 이해를 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서로의 유대를 회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 왜냐하면 실제의 성과 가족관계등록부상 공시의 불일치 상태에 있는 성전환자는 사회에서 외관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거나 능력과 적성에 상응하는 경제·사회 활동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는 이러한 부 또는 모를 지켜보면서 정서적으로 더욱 불안정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환경에 처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전환된 부 또는 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에 존재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살펴보지 아니한 채, 법원이 단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막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의미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 경우 성별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제출이나 공개 등으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방치된다거나 생활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설령 가족관계등록부의 노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성전환자와 미성년 자녀의 기본권 보장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위와 같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미성년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1) 우리 사회는 꽤 오래전부터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 성만이 아니라 개인적·사회적 인식에 따라 사회규범적으로 개인의 성을 평가하여 성별정정 여부를 떠나 성전환자를 인정하여 오고 있다. 실제로 성전환자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이지만 이웃으로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고 때로는 대중매체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적극 소통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성전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이해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성전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배제의 상황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의 성이 정정된 사실이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외부에 노출될 경우, 미성년 자녀에게 사실상의 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국가가 가족관계등록부 관련 제도의 내용과 절차를 보완하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사실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여 성전환자와 미성년 자녀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정신에 비추어 보면, 국가는 개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과 관련된 내용을 불법적으로 외부에 노출하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고, 성전환자라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는 쪽의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 잡기 위해 법률적·제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오히려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 등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여 가족생활의 안정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고,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이 2011. 3. 29. 제정되어 2011. 9. 30. 시행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법도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하여 개인정보가 쉽게 공개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여 왔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증명서별로 필수적인 정보만이 기재된 증명서가 원칙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신청인이 사용목적에 필요한 정보만 선택하여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하거나 증명서교부 청구권자를 제한하였으며, 일부의 기록사항만을 현출하는 일부증명 형식의 증명서를 신설하였다. 한편 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자는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족관계등록사항이 기록된 증명서를 요구하여야 하고, 제출받은 증명서를 사용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본인 또는 배우자, 부모, 자녀만이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할 수 있고(제14조 제7항),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만이 가족관계등록법상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제14조 제1항),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경우 부 또는 모 일방만을 선택하여 해당 부모와의 사이에서만 부모와 자녀 사이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특정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제15조 제4항, 제5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21조의2).

또한 전자정부법의 시행으로 학교나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당사자의 제출이나 제시를 요구하지 않고 해당 업무 범위 내에서 이용 가능한 정보시스템에서 이를 확인한 후 처리하고 있다.

(3) 위와 같은 현행 법령 규정과 제도 운영에 관한 사회적 현실에 비추어 보면,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대한 열람 및 발급, 제출 단계에서 제3자에게 미성년 자녀의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 사실이 함부로 노출될 가능성은 적다.

3)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국제규범의 현황 및 세계적 경향

세계인권선언 제2조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자유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라고 정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6. 7. 15.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에 있어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세계인권선언이 규정하는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주체가 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원인으로 한 폭력과 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결의를 하였고, 우리나라도 이사국으로서 위 결의안에 찬성하였다.

또한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미국 등 세계 대다수의 국가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고 있고,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절대적 사유로 취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성전환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갖고 이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국제인권규범에 반하고, 세계 각국의 태도와 시대적 요청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  성별정정 허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1)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법원은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성전환된 부 또는 모와 미성년 자녀가 실제 겪고 있는 정서적·경제적·사회적 사정을 면밀히 살펴 어떠한 결정이 성전환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로 입을 미성년 자녀의 불이익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을 둔 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침해하는 것보다 현저하게 크고 중대한지, 미성년 자녀의 불이익을 줄여나갈 대안이 있음에도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을 불허가하여 실제의 성과 공부상 성의 불일치에서 오는 성전환자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 비례원칙에 맞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실질적 판단을 하여야 한다. 그러지 아니한 채 막연하고 관념적인 우려를 들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고 보아 이를 일률적·전면적으로 불허하는 것은 법익 간의 균형을 고려할 때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미성년 자녀의 실질적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4.  판례 변경

그러므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결정들은 이 결정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5.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결정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심은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보고,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단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 제10조 전문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헌법 제11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 기본권 및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신청인의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종래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이하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이라 한다)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 근거로 우리 민법 체계하에서는 친권자의 성(性)을 법률적으로 평가함에 있어서도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데 이를 허용하게 되면 친권자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특별한 신분관계와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현저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이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새롭게 설정하였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기 이전에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이하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이라 한다)에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한 바가 있고,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으면 그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지 성별정정 허가에 있어 독자적인 소극 요건을 새롭게 설정한 것은 아니다.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이하에서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헌법이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모든 영역에서 공동생활의 근간이 되는 혼인과 가족제도가 양성의 구별을 전제로, 구분되는 양성 간의 결합을 통해 성립되고 유지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헌법은 남자와 여자를 나누어 여자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특별히 보호하도록 하는 여러 규정을 두고 있고, 특히 혼인과 가족제도의 영역에서는 국가에 대하여 자녀의 임신·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여자, 즉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제36조 제2항).

우리 민법의 친족 관계에 관한 규정(제4편 친족)은 1958년 제정된 이후 최근까지 수차례 개정되었으나 친생자 관계에 관한 규정은 해당 관계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행위나 인공수정 등을 통해 임신한 어머니가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성립 요건과 권리·의무 관계를 정하고 있고, 법정친자 관계에 관한 규정도 그 사이에 혈연이 없을 뿐 위와 같은 친생자 관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아니하다.

위와 같은 헌법이나 민법의 문언과 제·개정 연혁 및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헌법이나 민법을 비롯한 우리 법령 체계는 아버지는 남자를, 어머니는 여자를 전제로 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따라서 우리 헌법이나 민법 등 법령하에서는 여자인 아버지나 남자인 어머니가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은 우리 법령 체계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부모자녀 관계를 창설하는 것이 된다. 법률의 근거 없이 그와 같은 새로운 신분관계를 창설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반해 헌법이나 민법 등 법령에서는 자녀의 성에 관하여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취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성전환자인 자녀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자녀 관계가 우리 법령 체계와 어긋나게 되지는 않는다. 성전환자인 자녀의 성별정정과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전자가 가능하므로 후자도 가능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으로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것과도 차원을 달리한다.

그런데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르면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아니하나 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신체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이는 위와 같은 우리 법령 체계와 맞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와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를 구분하여 성별정정 허용 여부를 달리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는 일관되지 않지만, 우리 법령의 체계적합성 및 법적 안정성과 성별정정의 필요성을 이익형량 한 결과 성전환자에게 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까지 그와 같은 법논리를 고수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으면 성전환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것을 고려하여 그리되었다는 측면에서 납득이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거꾸로 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 성별정정이 허용될 수 있는 이상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성별정정이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논리와 성별정정의 필요성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조화로운 해결책을 이끌어 낸 대법원의 선례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것이다.

다.  대법원은 1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고,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는 그 대표적인 경우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를 예시하였다. 이는 성전환자의 입장에서는 성별정정이 허용되면 헌법상 기본권이 충실하게 보장받는 이득을 얻는 반면, 성전환자와 친자 관계에 있는 미성년인 자녀의 입장에서는 신분관계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심대하게 받을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경우 자녀가 받게 되는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한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성적 정체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혼인을 하여 자녀를 낳거나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낳은 경우, 이는 자신의 출생 시의 성별을 받아들이기로 용인하고 가족관계를 형성하기로 결단한 다음 실행에 옮긴 것이므로 그 단계에 이르러서 성별을 바꾼다고 한다면 이는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그로 인하여 본인과 가족관계를 형성한 타인의 신분관계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단계에서의 성전환의 문제는 성별정정이 아니라 성별변경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종래 1차,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성전환자가 성별을 바꾸는 문제를 성별정정의 법리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여 그로 인하여 타인이 받게 될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지금에 이르러 이전과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그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결정을 하게 되면 이는 당초 1차,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예정했던 성별정정의 법리가 가진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

나아가 그와 같은 대법원의 결정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요소로 정착된 가족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나 이 부분은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 쟁점과 깊숙하게 관련된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므로 일반 국민의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통하여 마련한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성별변경의 차원에서 접근하여 해결하여야 할 일이지 무리하게 성별정정의 법리를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원은 헌법에서 보장된 가족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책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부담하는 법적·도덕적·윤리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조력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의 행복과 복지의 향상을 지향하여야 하며, 가족의 해체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한다(건강가정기본법 제1조, 제4조, 제9조).

라.  우리 민법은 부모는 미성년인 자의 친권자가 되고(제909조 제1항),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으며(제913조),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제912조)고 규정하고 있다. 친권은 법문상 권리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 본질상 권리의 성격과 의무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고 특히 현대에서는 의무로서의 측면이 더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친권자는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친권을 행사하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 개인의 기본권 제한도 감수하여야만 한다.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의 원칙을 선언한 유엔의「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1989. 11. 20.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도 가입하여 1991. 12. 20. 국내에서 발효되었다)에도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본다.

나아가 가족 간의 유대와 배려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족관에 비추어 볼 때,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가 성전환 및 성별정정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돌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되,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하나하나를 결정하는 데 더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도록 바라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시켜 가족을 이룬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요청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자체만으로는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가 저해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친권자 개인의 기본권을 우선시하려는 듯하다. ‘자녀의 복리’라는 개념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고 하여 이를 가벼이 여기고 그 침해 가능성에 대한 주장을 공허하다고 치부해 버린다면 ‘자녀의 복리’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보호하여야 할 다양하고 소중한 가치를 무시하는 결과에 이르고 만다.

게다가 부모가 성전환 및 성별정정을 하지 아니한 가족의 미성년인 자녀에 비하여 성전환 및 성별정정을 한 부모를 둔 미성년인 자녀가 받게 될 정신적 혼란, 충격은 쉽게 짐작할 수 있고,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인 찬반양론을 떠나 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엄연한 현실이므로 이러한 현실에 아직 성숙하지 아니한 미성년인 자녀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받을 고통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자녀의 복리가 저해된다는 사정을 단순히 막연한 가능성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그와 같은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여부에 관한 심리 및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후견적 입장에 서서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거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아니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및 민법의 규정이나 취지에 부합한다.

마.  설령 다수의견과 같이 신청인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그 미성년인 자녀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는지 살핀 다음 신청인의 성별정정의 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의 성별정정을 허용할 수 없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한다.

1) 신청인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성과의 성관계를 통하여 자녀들을 출산함으로써 자녀들과의 친자 관계를 형성하였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신청인에게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결코 과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2) 이 사건에서 신청인은 자녀들에게 본인이 아버지임을 밝히지 못하고 고모라고 행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부모의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러운 가족관계가 형성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섣불리 신청인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에 어긋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신청인은 자녀들에 대하여 자신의 신분을 고모로 숨기고 있고 성별정정으로 고모로 행세하던 신청인의 성별이 정정되는 것뿐이므로 미성년인 자녀들에게 추가로 정신적 혼란과 충격이 될 일은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와 같은 반론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의 문제를 가족관계등록부상에 성별이 정정되어 기재되는 그 시점 이후의 문제로만 볼 때 가능한 주장일 뿐이다. 법원은 어느 순간 이후의 단편적인 이익이나 불이익만 측량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 과정에서 예상되는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자녀의 복리에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 진지하고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4) 일반적인 경우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정신적 충격이나 혼란은 성전환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과정에서보다 그 전에 실재적으로 일어난 부나 모의 신체외관의 변화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미성년인 자녀들은 신청인을 아버지가 아닌 고모로 알고 있었으므로 신청인의 신체외관 변화를 경험하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이들은 이후 가족관계증명서를 열람하거나 발급받아 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이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성년인 자녀가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면 이는 심리적인 상담이나 치료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적응능력이 성숙되지 아니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하는 법원이 취할 입장이 아니다.

바.  앞에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신청인의 성별정정신청을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을 보충하면서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몇 가지 논거들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하고자 한다.

반대의견은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이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은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의 취지에 반하고, 성전환자가 가지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며,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도 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은 타고난 성과 관계없이 한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내적이고 개인적인 성(gender)에 대한 경험과 깊은 귀속감을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성정체성을 통하여 자아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재해석·재구성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개인적 서사를 완성해 간다. 성정체성에 관한 권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전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의 주요한 내용 중 하나로서 개인의 존재 자체 내지 삶의 양식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성전환자는 성정체성의 발현이 출생 당시 지니고 있던 생물학적 성과는 다른 사람들을 말한다. 인류 사회는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 성을 기준으로 인간을 남성 또는 여성 중 하나로 나누고 이를 변동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여기며, 성전환자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존재로 인식하거나 실제 사회 내에 분명 존재하고 있는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종교적·사회적으로 성전환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포기하거나 숨기도록 강요하여 왔다. 그러나 성전환자도 인간의 모습 중 하나임이 의학적·과학적·철학적으로 검증된 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내 소수자들에 대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러한 폐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전문에서 보장하는 성전환자의 성정체성에 관한 권리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나.  모든 국민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부합하는 성을 공부상 일치되게 표시되도록 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성전환자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출생 당시 지니고 있던 생물학적 성과는 다른 성정체성을 갖게 된 성전환자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생물학적 구분에 따른 성의 기재로 공시되어 있으므로, 성전환의 과정에서 실제와 공시의 불일치에 따르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자신의 진실한 성정체성에 맞도록 공부를 정정할 절차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가 성전환자의 헌법 제10조 전문에 따른 기본권인 성정체성에 관한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기본권이나 공익 등의 법익이 충돌하는 경우 법익의 실제적 조화(규범조화적 해석)의 원리에 따라 해결하여야 한다.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고 중대하므로, 그러한 제한으로써 다른 법익 또는 가치를 보호·실현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하여 그러한 제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등의 중대하고 명백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즉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대한 권리는 미성년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도 그 존엄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조정되어야만 그 제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사건을 맡은 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복리의 내용이 무엇이고, 부모의 성별정정에 따라 어떠한 복리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그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등 구체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 미성년 자녀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야 한다. 심지어 해당 미성년 자녀가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를 전환된 성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면서 부 또는 모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이 실체에 맞게 정정되기를 희망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이를 불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론은 성전환자와 미성년 자녀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평온한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법원이 양자의 권리를 모두 침해하고 이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모순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라는 가치를 추상적·관념적으로 파악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갖는 실질적 의미를 도외시한 결과이다.

라.  반대의견은,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원칙으로 제시하였고,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별정정 허가에 있어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사정을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새롭게 설정한 것이 아니라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의 취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의 해석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겠다는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의 의의를 부당하게 축소하는 것이다.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면 성전환자는 출생 당시와는 달리 전환된 성이 법률적으로도 그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아 공부상 성별정정을 허용하여야 함을 원칙으로 선언한 것이다. 또한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별정정 허가 결정이나 이에 기초한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였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는 ‘성전환자가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소극 요건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성전환자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전환자로 확인되고, 더 나아가 그에 따라 성별정정을 하더라도 그 효력이 소급하여 기존의 신분관계 등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아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면 성별정정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히기도 하였다.

마.  반대의견은, 헌법 규정과 민법 등 우리 법령 체계는 아버지는 남자를, 어머니는 여자를 전제로 하고 있음이 명확하므로,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은 우리 법령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 부모자녀 관계를 창설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인 성전환자가 성별정정을 하는 것이 우리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부모자녀 관계 또는 새로운 신분관계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모가 성전환자라고 하여 더 이상 자녀의 친생부모가 아니라거나 그 자녀가 성전환자의 친생자(親生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성전환자와 그의 자녀는 성전환의 전후를 불문하고 여전히 부모(양친, 兩親)와 자녀로서 고유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부모(양친, 兩親)라는 말 외에 성전환된 부모를 가리키는 적절한 용어가 없다고 하여 그들이 부모자녀로서 갖던 본래적 권리의무나 신분관계가 사라져 소멸되거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이미 1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선언한 것이다.

바.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한다. 성전환자뿐만 아니라 그의 미성년 자녀도 우리 국민으로서 헌법 제36조 제1항의 보호의 대상임은 당연하다. 성전환자가 전환되기 전의 상태에서 혼인하고 자녀를 출산하여 이룬 가족 공동체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대상이지만, 자녀를 출산한 부모가 이혼한 후 부 또는 모가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을 한 경우에 그들이 영위하고 있는 가족생활은 더 이상 헌법 제36조 제1항이 보장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가족 공동체가 반드시 고정된 특정 성을 전제로 하여서만 이루어지고 영위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에게 성전환이 일어나 여성인 자녀가 남성으로 전환되었다고 하여 더 이상 딸이 아니므로 자녀도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성전환자의 자녀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또 생계를 같이 하는지 아니하는지 불문하고 그들의 가족관계는 사회 전체 내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사.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년의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과도한 권리제한을 고려하여 우리 법령 체계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성년의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1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인정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권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다만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할 우려를 이유로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반대의견이 염려하는 바와 같이,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가 정신적 혼란이나 충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미성년 자녀가 현실적인 차별과 편견에 노출될 경우 받게 될 고통이 상당하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다수의견도 이러한 점을 부인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은, 여러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사실이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등록부상 기재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될 위험이 현재는 거의 사라짐에 따라 부모의 성별정정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적어졌다는 근거를 밝히고,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국가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여 성전환자의 기본적 권리와 그의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보호할 책무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회 현실상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고 하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오히려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는 소외와 고통을 외면하여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더욱 고착화·내면화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그로 인하여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온존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짐을 지우는 것이다. 성전환자와 그 미성년 자녀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사회에 온존하는 차별과 편견을 불변하는 전제조건으로 놓고, 심지어 사회 구성원 다수의 입장에서 그것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면서까지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  반대의견이 부모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항상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은 구체적 근거를 결여한 것이다. ‘자녀의 복리’는 어느 한 가지로 정의될 수 없고 실재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개념이므로, 부모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실제로 미성년 자녀의 지위와 복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부모의 성별정정을 무조건 막는다면 이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경제적 편견과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음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도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하여 가족적 환경과 행복, 사랑 및 이해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여야 함을 확인하고,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아동의 최선의 이익은 신축적이고 유연한 개념이므로 관련된 아동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들의 개인적 처지, 상황, 요구를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조정되고 정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9조는 당사국은 아동의 교육에 있어 아동의 인격, 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 인권에 대한 존중 및 아동이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해, 평화, 관용, 성(性)의 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유사회에서 책임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준비 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은 아동으로 하여금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는 전인격적 교육을 받아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데서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아동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하여 관용과 배려를 실천할 줄 아는 품성과 능력을 갖추도록 국가와 사회가 노력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의 경우에도 그 가족 공동체 안에서 애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대화와 친밀한 교섭을 통해서 부모의 성전환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국가가 이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교육목표에도 부합한다.

자.  반대의견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다수의견 또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바람직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미 1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의 요건, 절차, 효과 등 모든 사항은 법률의 제·개정을 통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러한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개별 사건을 통하여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의 허부를 결정하는 것이 성전환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하는 사법적 구제수단의 길을 터놓는 것이 미흡하나마 성전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법 조치 촉구와 세계적인 입법의 경향에도 불구하고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이 선고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전환자의 구체적인 권리 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된 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입법으로 해결함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기본권의 수호자로서 우리 사회의 소수자가 처한 차별적 상황을 시정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최후의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대법원의 자세로는 온당하지 않다.

차.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 법원은 우리 사회 소수자가 갖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안에서는 더욱 이러한 책무를 소홀히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법원이 그 기본권 행사를 막는 절대적인 소극 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그에 따른 침해의 위험과 부작용이 매우 크므로 각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권리를 제한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심리하는 법원은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는 차별과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깊이를 헤아리지 않은 채 사회 다수의 의사에 따라 피상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법원은 비송사건의 특성에 맞게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인 재량을 행사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정을 참작하여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성전환자들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진정한 성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아 각자의 개성에 따른 고유한 삶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수자의 권리보호와 인권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법원이 하여야 할 역할이자 의무이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 개진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의 내용과 논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에 몇 가지 의견을 덧붙인다.

가.  성전환자의 성정체성 및 성별정정 문제는 제도에 앞서는 인간 실존의 문제임을 깊이 성찰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반대의견의 언급과 달리 ‘사회적인 찬반양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성전환자는 인류 사회의 역사와 함께 존재하여 왔음에도 근래에 와서야 그 존재가 긍정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을 바탕으로 성전환자(transgender)라는 용어도 생성되어 정착되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좌절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물학적 성과 개인적으로 느끼는 내적인 성 사이에 불일치가 없어 성정체성 문제를 거의 겪지 않기에, 이러한 불일치의 간극에서 오는 근원적인 공포, 자기 부정의 심연이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렵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기 위해 성전환자가 내적 분열과 자기 부정을 극복하고 온전한 자아상을 형성하고자 분투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성전환자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은 이 사회의 다수자의 시각에서 다수자의 기득권에 기대어 그들을 대상화하고 관찰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성전환자가 성정체성의 문제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이러한 본래적 어려움은 자신을 차별하고 부정하는 사회의 시선에 의하여 극도로 강화된다.

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로 추구하면서도 대의민주주의나 다수결의 원리 등에 따라 주로 다수자의 가치관에 의하여 여러 제도,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소수자의 목소리는 그 속에 묻혀 들리지 않기 쉽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성전환자의 처지 또한 그러하다. 다수자의 가치관을 반영한 사회적·제도적·문화적 구조는 생물학적인 성을 변동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으로 보아 성전환자들이 갖는 기본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제는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의 대우를 요구하는 그들의 절박한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며, 그들을 호모 사케르(Homo Sacer) 상태에 방치하여서도 안 된다. 성전환자들이 성정체성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성별정정이 필수적임에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인간 실존을 부인하고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이며,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의 핵심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을 깊이 자각하여야 한다. 성별정정을 비롯하여 성전환자들이 이 사회 안에서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다.  친생부모라는 신분관계상 지위는 남성인 아버지 또는 여성인 어머니라는 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을 초월한다. 이는 혈연을 바탕으로 출생, 친생추정 또는 인지 등으로 결정되며, 성전환이라는 사실의 발생이 그러한 지위 또는 권리의무에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성전환자 또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자녀이며 자신이 낳은 자녀의 생물학적인 또는 법률적인 부모임은 변함이 없다. 부모가 성전환하여 남성 또는 여성이 되었다고 하여 법률적으로 이미 발생한 부모자녀로서의 신분관계를 부인하여 그들이 더 이상 자녀의 친생부모가 아니라거나 자녀가 그들의 친생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반대의견은,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은 우리 법령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 부모자녀 관계 또는 새로운 신분관계를 법률의 근거 없이 새로이 창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가 성전환을 하게 되면 아버지가 여성이 되고 어머니가 남성이 되는데, 헌법 규정과 민법 등 우리 법령 체계상 여성인 아버지나 남성인 어머니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는 이를 가리키는 언어에 앞서며 언어를 넘어선다. 언어 또한 사회적인 산물로서 다수자의 기존 질서와 그 안에 자리한 편견이나 차별을 반영한다. 언어가 갖는 이러한 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여성이 되고 어머니가 남성이 되는 것을 우리 법체계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다수자가 자신의 언어체계를 절대화하여 그에 포섭되지 않는 소수자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성인 아버지나 남성인 어머니라는 말이 기존 언어의 용례에서 볼 때 낯설고 모순적으로 보일지라도 성전환자와 그 자녀가 갖고 있는 부모자녀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전환자’라는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실상에 맞추어 나중에 생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다수의견이나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밝힌 것처럼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자녀가 없는 성전환자에 대한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발생한 성전환이라는 사실관계를 공부와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일 뿐, 그로 인하여 우리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부모자녀 관계 또는 새로운 신분관계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라.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의견은 위 조항의 ‘양성의 평등’이라는 표현을 들어 우리 헌법이 혼인과 가족제도에서 양성의 구별을 전제로, 구분되는 양성 간의 결합을 통해 성립되고 유지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우리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지 않는 것인데, 다만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법리적으로는 일관되지 않지만 우리 법령의 체계적합성 및 법적 안정성과 성별정정의 필요성을 이익형량 한 결과 성전환자에게 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와 구분하여 성별정정 허용 여부를 달리하였다고 한다.

먼저 반대의견은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의 의미를 부당하게 해석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대법원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이 혼인과 가족제도에서 양성의 구별을 전제하고 있어서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거나,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자녀의 신분관계나 권리의무에 변동을 초래한다고 하는 견해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오히려 2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법률적으로 새로이 평가받게 된 현재의 진정한 성별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므로 정정허가 결정이나 이에 기초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고 선언하였다. 다만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인하여 부모의 성별정정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현저한 부정적인 영향, 그러한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미성년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친권자의 책무 등의 사정을 들어, "성별란 정정의 효과가 ‘기존의’ 친자 관계 등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그 이후 새롭게 생겨나는 미성년 자녀의 생활관계상의 곤란이 다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일 뿐이다.

헌법 제36조 제1항을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하면,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37조 제1항 등의 규정과 조화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족 공동체의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헌법 제36조 제1항과 함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전문,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헌법 제10조 후문, 평등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1조 제1항,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헌법 제37조 제1항을 적용하여야 하고, 결국 국가는 위 조항들에 따라 성전환자와 그 자녀의 가족 공동체에 대해서도 여느 가족 공동체와 차별 없이 동등하게 보호하여야 한다. 나아가 헌법 제36조 제1항은 가족 공동체의 의미, 소중함과 함께 이들이 ‘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국가가 이를 보호하고 보장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므로, 이를 가족생활의 유형에 따른 보호 대상 배제의 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가족 공동체도 보호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전향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가족 공동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이는 성전환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성전환자와 그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관계 또한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법적으로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한다. 성전환자와 그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이룬 가족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기며 그 유대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살아가기를 희망할 경우, 국가와 사회는 그러한 희망을 최대한 존중하여 그들의 가족생활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성전환자의 가족 공동체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현대 사회의 가족 공동체의 경우, 사회질서와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들을 기존의 가족 질서 내에 적극 수용하여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건전성을 강화하고 사회를 둘러싼 안전망을 튼튼하게 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궁극적인 복리를 증진시킨다.

마.  우리 사회에서 성전환자는 아직도 일상생활에서나 법적으로나 차별과 배제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분열과 실존의 위협을 감당해야 하고, 실제의 성정체성에 맞는 자신의 서사를 온전히 완성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성전환자는 그 외관의 특성이나 태도 때문에 성적 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이는 성전환자가 스스로 밝히는 성과 외관이 신분증, 여권 등과 같은 공식적 증서나 문서에 표기된 법적인 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더욱 증가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의 빛이 아무리 고귀하더라도 그 빛이 소수자인 성전환자들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고루 미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성전환자들이 자신의 진정한 성정체성에 따라 자기 삶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현실에 온존하는 차별의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기본권의 실현이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것이 될 수 있다.

1차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대법원은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어야 하는 고충에 공감하며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인 그들이 갖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연장선에서 성정체성에 맞도록 성별정정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짐을 선언하였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는 문제 해결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해결하고 기본권의 침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성전환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가 입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1차 전원합의체 결정 이후로 16년 동안 성전환을 위한 법률 제도의 마련이 지연됨에 따라 여전히 소외의 그늘 속에 있어야 하는 성전환자들은 동등한 권리의 보장을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기성의 굳은 질서가 만들어 내는 얼음장 같은 침묵을 깨고 울려 나오는 성전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성전환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성별정정에 관한 입법 조치가 시급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조재연 박정화(주심)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