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5. 27. 2019헌바332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90조 제2항 제2호 위헌소원

[2021. 5. 27. 2019헌바332]


판시사항



1.거래소에서 상장규정을 제정할 때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90조 제2항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적극)

2.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3.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법률조항이 당해 사건의 재판에 간접 적용되더라도, 그 위헌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가 결정되거나, 당해 재판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 등 양 규범 사이에 내적 관련이 인정된다면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거래소가 상장규정에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한 근거조항이고, 당해 사건의 소송물인 상장폐지결정의 직접적인 근거조항은 아니나 간접적으로 적용되는 근거조항이다. 거래소의 상장규정은 투자자보호 및 시장건전성 유지라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목적에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상장폐지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당해사건과 관련하여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한다.

2.포괄위임금지는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행정입법의 제정을 그 주된 대상으로 하고, 이는 자의적인 제정으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엄격한 헌법적 기속을 받게

하는 것이다. 법률이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기관의 정관으로 특정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위임하는 경우에는 자치입법에 해당되는 영역으로 보아 자치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장규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거래소로 하여금 증권의 상장 및 상장폐지 등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여 제정된 자치규정이고, 심판대상조항은 거래소의 상장규정에 포함시켜야 하는 ‘내용을 제시’한 것으로서, 헌법상의 위임규정에서 말하는 ‘위임’이 될 수는 없어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한다.

3.상장폐지는 기업의 규모와 형태, 증권거래의 양태, 경제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상장폐지의 구체적인 내용ㆍ절차 등은 탄력적으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세부적ㆍ기술적 사항으로, 반드시 의회가 정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적법요건에 관한 반대의견

한국거래소와 상장신청법인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 계약이고, 상장폐지결정은 그러한 사법상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한국거래소의 일방적 의사표시이며, 상장규정은 한국거래소가 다수의 상장신청법인과 상장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미리 마련한 약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상장계약이나 상장폐지결정 및 상장규정에 관련된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사법관계(私法關係)에 속하기 때문에, 그 각 효력은 사법적(私法的) 규율과 해석원칙에 따라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심판대상조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8635호로 제정된 것) 제390조 제2항 제2호



참조조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11845호로 개정된 것) 제390조 제1항

코스닥시장 상장규정(2010. 12. 1. 규정 제659호로 개정된 것) 제38조 제1항 제11호



참조판례



1.헌재 2001. 10. 25. 2000헌바5, 판례집 13-2, 469, 475 헌재 2011. 11. 24. 2010헌바353, 판례집 23-2하, 376, 381-382

2.헌재 1993. 5. 13. 92헌마80, 판례집 5-1, 365, 379 헌재 2001. 4. 26. 2000헌마122, 판례집 13-1, 962, 971-974

3.헌재 2001. 4. 26. 2000헌마122, 판례집 13-1, 962, 973 헌재 2009. 4. 30. 2005헌마514, 판례집 21-1하, 185, 197 헌재 2019. 4. 11. 2013헌바112, 판례집 31-1, 378, 385



당사자



청구인이○○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 담당변호사 조기현외 1인

당해사건서울남부지방법원 2018가합112414 ○○게임즈 상장폐지 처분취소



주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8635호로 제정된 것) 제390조 제2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주식회사 ○○게임즈(이하 ‘○○게임즈’라 한다)는 게임 퍼블리싱사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코스닥시장의 상장법인이고, 청구인은 ○○게임즈 발행주권을 매수한 주주이다.

나.○○회계법인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게임즈의 외부감사인으로서 ○○게임즈 2017 사업연도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에 대한 감사를 마치고 2018. 3. 21. ‘감사인의 감사 수행에 중요하고 전반적인 제한이 있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으며, 발견되지 아니한 왜곡표시가 있을 경우 이것이 재무제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중요하고 동시에 전반적일 수 있다.’는 감사 결론에 이르러 ‘의견거절’ 취지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다.주식회사 한국거래소(이하 ‘한국거래소’라 한다)는 ○○게임즈에 대하여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1항 제11호에 따른 상장폐지사유에 해당함을 통보하였고, ○○게임즈는 해당 통보에 대하여 이의 신청을 하였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게임즈가 재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기간을 부여한 뒤, 2018. 9. 19. ○○게임즈가 2018. 9. 28.까지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여 상장폐지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게임즈 발행주권의 상장을 폐지하기로 의결(이하 ‘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이라 한다)하였다.

라.청구인은 2018. 10. 18. 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18가합112414), 그 소송 계속 중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1항 제11호 중 ‘의견거절’ 부분 및 제40조 제1항 중 ‘당해 법인에게’ 부분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90조 제2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남부지방법원 2019카기100132), 2019. 7. 19. 청구가 기각됨과 동시에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각하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90조 제2항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되자, 2019. 8.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8635호로 제정된 것) 제390조 제2항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8635호로 제정된 것)

제390조(상장규정)②상장규정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2.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

[관련조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11845호로 개정된 것)

제390조(상장규정)①거래소는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

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증권상장규정(이하 “상장규정”이라 한다)을 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거래소가 개설ㆍ운영하는 둘 이상의 증권시장에 대하여 별도의 상장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8635호로 제정된 것)

제390조(상장규정)②상장규정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증권의 상장기준 및 상장심사에 관한 사항

코스닥시장 상장규정(2010. 12. 1. 규정 제659호로 개정된 것)

제38조(상장의 폐지)①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당해 기업의 상장을 폐지한다.

11.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법인의 경우에는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을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이거나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인 경우. 다만, 동 감사의견의 사유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사업보고서 법정제출기한의 다음날부터 10일 이내에 동일한 감사인의 동 사유 해소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하여 거래소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동 제출일이 속하는 반기를 기준으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가.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이거나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인 경우

나.반기보고서 법정제출기한의 다음날부터 10일 이내에 반기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3. 청구인의 주장

가.심판대상조항은 소수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상장폐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위임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한국거래소에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심판대상조항의 규율내용은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법률에 기본권 제한의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다.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정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1항 제11호에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의 증권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상장을 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외부감사의견에

오류가 있거나 불성실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에 제재가 불가하고, 상장폐지 후 장외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실질적인 주주권 행사가 불가능하므로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상장규정은 상장폐지를 형식적 상장폐지와 실질적 심사에 의한 상장폐지로 구별하여 절차와 효과에서 차등을 두고 있고, 상장법인과 그 주주들의 의견진술권에 차등을 두는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취급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반한다. 또한 외부감사인이 공개자료가 아닌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없는 사유를 근거로 의견거절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회사를 상장폐지 하도록 한 것은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경우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헌재 2011. 11. 24. 2010헌바353 등). 제청 또는 청구된 법률조항이 법원의 당해 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헌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가 결정되거나, 당해 재판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 등과 같이 양 규범 사이에 내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간접 적용되는 법률규정에 대하여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0. 1. 27. 99헌바23; 헌재 2001.10. 25. 2000헌바5 참조).

나.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의 근거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1항 제11호이지만, 이는 한국거래소가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하여 내부적으로 상장폐지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심판대상조항은 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에 간접적으로 적용되는 근거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거래소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고(제373조의2),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증권상장규정(이하 ‘상장규정’이라 한다)을 정하여야 하며(제390조), 증권의 상장 및 상장폐지 업무를 수행할 때 자본시장법과 내부규정에 따라 투자자를 보호하고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공정하게 행하여야 하는 등 그 업무에 있어 공익적인 성격을 띤다.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이 자치규정이라 하여도, 일반적

인 주식회사의 내부규정과 같이 자의적으로 정할 수 없으며 자본시장법의 투자자보호 및 시장건전성 유지라는 목적에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위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상장규정의 상장폐지기준이 변경되거나, 위헌 결정 이전의 상장폐지기준을 적용한 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아울러 청구인은 상장폐지 관련 기준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이 아닌 심판대상조항에서 그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바, 위헌성 심사를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라.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은 거래소에서 상장규정을 제정할 때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라는 기본적인 업무의 기준을 정하고 있을 뿐, 심판대상조항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상장폐지의 요건이 도출되거나 상장폐지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재산권의 제한은 심판대상조항이 아닌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1항 제11호, 즉,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의견거절’인 경우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의 증권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상장을 폐지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결과이다. 또한 청구인은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은 투자 당시 예측하지 못한 사유라는 점, 상장폐지 사유를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폐지 사유로 나누는 점을 주요근거로 자기책임원칙 위반과 평등원칙위반을 주장하는바,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아닌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의 위헌성에 대한 주장으로 귀결되기에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하에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심판대상조항의 규정형식과 포괄위임금지원칙

(1)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아울러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95조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각각 규정함으로써 행정기관으로의 위임입법을 인정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위임입법이란 법률 또는 상위명령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법규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일반적ㆍ추상적 규범을 정립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형식적 의미의 법률(국회입법)에는 속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행정에 의한 입법으로서 법률과 같은 성질을 갖는 법규의 정립이기 때문에 권력분립주의 내지 법치주의 원리에 비추어 반드시 구체적이며 명확한 법률의 위임을 요하는 것이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참조).

그런데 법률이 정관에 자치법적 사항을 위임한 경우에는 헌법 제75조, 제95조가 정하는 포괄위임금지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포괄위임금지는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행정입법의 제정을 그 주된 대상으로 하고, 이는 자의적인 제정으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엄격한 헌법적 기속을 받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이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공법적 기관의 정관에 특정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위임하는 경우에는 자치입법에 해당되는 영역으로 보아 자치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헌재 2001. 4. 26. 2000헌마122; 헌재 2006. 3. 30. 2005헌바31 참조).

(2)상장규정은 자본시장법이 거래소로 하여금 증권의 상장 및 상장폐지 등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여 제정된 자치규정으로 그 성격이 정관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거래소가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정관을 포함한 증권시장업무규정, 상장규정ㆍ공시규정, 시장감시규정 등 거래소의 운영과 업무에 관한 규정이 법령에 적합하고,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매매 그 밖의 거래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도모하며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충분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자본시장법 제373조의2 제2항) 이는 곧 허가유지 요건이라는 점에서 거래소는 고도의 공익적인 성격을 띤다. 또한 상장규정은 자본시장법의 규정에 근거를 두어 실질적으로 규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 판결 참조). 상장규정은 거래소가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자본시장법에 따라 반드시 정하여야 하는 점에서 정관과 차이가 있지만, 상장규정이 자치규정이라는 점에서는 정관과 차이가 없으므로, 법률이 자치적인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한 경우

에 포괄위임금지원칙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단은 상장규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심판대상조항이 상장규정에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한 것은 거래소가 자치법적 규정에 포함시켜야 하는 ‘내용을 제시’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상의 위임규정에서 말하는 ‘위임’이 될 수는 없으며, 헌법상의 위임규정으로부터 나오는 위헌심사기준인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심사기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75조, 제95조가 정하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다.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1)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그 형식이 반드시 법률일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는 있어야 한다(헌재 2009. 4. 30. 2005헌마514 참조). 그런데 오늘날의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19. 4. 11. 2013헌바112 참조).

이러한 법률유보원칙은 자치적인 사항에 대하여도 적용되어야 한다. 즉, 자치적인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련되는 사항일 경우에는, 적어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형성에 관한 사항을 비롯하여 국가의 통치조직과 작용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은 반드시 국회가 정하여야 한다는 법률유보(의회유보)의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헌재 2001. 4. 26. 2000헌마122 참조).

(2)상장 및 상장폐지 업무가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형성 혹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작용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하여 이를 법률로써 규율하여야 하는지 살펴보건대, 기본적으로 상장 관련 업무는 증권시장의 관리업무에 속하며 상장규정은 관리업무의 구체적인 운영을 위한 자치규정이다. 특히 상장폐지는 기업의 규모와 형태, 증권거래의 양태, 경제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유동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크다. 상장규정은 증권시장의 관리체계가 개편될 때마다 그 후속조치로 개정되어 왔다. 상장폐지의 구체적인 내용‧절차 등은 탄력적으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세부적‧기술적 사항으로서 입법자가 반드시 스스로 결정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이라기보다는 자치규정의 형식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한 영역이다. 상장폐지의 기준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형성 혹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작용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법률유보 내지 의회유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거래소의 자치규정으로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하여 정하도록 한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 것이라 볼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우리는 본안판단을 하기에 앞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경우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20. 12. 23. 2019헌바484 등 참조).

당해 사건은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규정에 근거하여 ○○게임즈의 발행주권에 대하여 상장폐지결정을 하자, 그의 주주인 청구인이 민사소송으로 위 상장폐지결정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후,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 되면 위 상장규정도 무효가 됨을 전제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자본시장법은 거래소로 하여금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상장규정을 정하도록 하고(제390조 제1항), 심판대상조항은 거래소가 정할 상장규정에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 제373조의2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이고(같은 조 제2항 제1호 참조), 증권시장에 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상장신청법인과 한국거래소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며, 한국거래소에 의한 상장폐지결정은 그러한 사법상의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일방적인 의사표시이다(헌재 2005. 2. 24. 2004헌마442;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 판결 등 참조).

한편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소허가를 받아 한국거래소가 제정한 상장규정은, 상장계약과 관련하여서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한국거래소가 다수의 상장신청법인과 상장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 즉 약관의 성질을 가진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6다24340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상장규정에 근거한 상장폐지결정에 대하여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약관에 따른 계약 해제 또는 해지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과 사실상 같으므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결정의 효력을 다투고자 하는 상장법인 또는 그 주주는 사법상 계약인 상장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한국거래소를 피고로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상장폐지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워 상장폐지결정의 무효 확인을 구할 수 있고, 나아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소송에서 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상장규정 자체의 효력에 대하여도 직접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 판결;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6다243405 판결 등 참조).

즉, 상장규정에 따른 상장계약 또는 상장폐지 등은 사법관계(私法關係)에 속하고, 상장계약이나 상장폐지결정의 효력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한 분쟁도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지는 등 사법적(私法的) 규율과 해석 원칙에 따라 해결되고 있다.

다.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한국거래소의 지위와 권한, 상장계약이나 상장폐지결정 및 상장규정의 각 성격, 상장폐지결정 등에 관련된 법적 분쟁의 해결방법 등을 종합하면, 상장폐지결정의 효력 내지 상장규정의 효력 문제는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위와 같은 여러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상장규정에 상장폐지기준 등이 포함되도록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한국거래소가 사법상 계약의 일방 당사자로서 마련한 약관인 상장규정이나 상장규정에 근거한 상장폐지결정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결론이나 주문이 달라지거나 당해 사건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