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6. 24. 2019헌바133 등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소액사건심판법 제9조 제1항 위헌소원
[2021. 6. 24. 2019헌바133ㆍ170(병합)]
판시사항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법원이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소액사건심판법 제9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소액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이 절차의 신속성과 경제성에 중점을 두어 규정한 심리절차의 특칙에 따라 소송당사자가 소송절차를 남용할 가능성이 다른 민사사건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있는바, 심판대상조항은 소액사건에서 남소를 방지하고 이러한 소송을 신속히 종결하고자 필요적 변론 원칙의 예외를 규정하였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더라도 남소로 판단되는 사건의 구두변론만이 제한될 뿐 준비서면, 각종 증거방법을 제출할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고 법관에 의한 서면심리가 보장되며 구두변론을 거칠 것인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자가 민사재판 절차에서 요구되는 이상인 적정ㆍ공평ㆍ신속ㆍ경제라는 법익과 사법자원의 적정한 배분 등 여러 법익을 두루 형량하여 구두변론원칙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고, 이러한 법익 형량이 자의적이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소액사건심판법(1973. 2. 24. 법률 제2547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제1항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2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34조 제1항
민사소송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5호로 제정된 것) 제28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헌재 1992. 6. 26. 89헌마132, 판례집 4, 387, 397
헌재 1995. 2. 23. 94헌마105, 판례집 7-1, 282, 284-285
당사자
청 구 인1. 정○○(2019헌바133) 국선대리인 변호사 강문혁
2. 이○○(2019헌바170)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현임
당해사건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소1030933 직무유기, 재판절차강요(2019헌바133)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소1577333 직권남용(2019헌바170)
주문
소액사건심판법(1973. 2. 24. 법률 제2547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9헌바133
(1) 청구인 정○○은 법원공무원들이 재판절차 중 위 청구인에게 강요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1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소1030933)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 계속 중 소액사건심판법 제9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카기50371).
(2)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 4. 18. 소액사건심판법 제9조 제1항을 적용하여 변론 없이 청구인 정○○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와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 정○○은 2019. 4.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9헌바170
(1) 청구인 이○○은 법원의 직권남용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대한민국을 상
대로 1,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소1577333)를 제기하였다가 추후 청구금액을 1원으로 감축하였다. 위 소송 계속 중 소액사건심판법 제9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카기50553).
(2)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 5. 16. 소액사건심판법 제9조 제1항을 적용하여 변론 없이 청구인 이○○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와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 이○○은 2019. 5.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소액사건심판법(1973. 2. 24. 법률 제2547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소액사건심판법(1973. 2. 24. 법률 제2547호로 제정된 것)
제9조(심리절차상의 특칙) ① 법원은 소장ㆍ준비서면 기타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한 때에는 변론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관련조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34조(변론의 필요성) ① 당사자는 소송에 대하여 법원에서 변론하여야 한다. 다만, 결정으로 완결할 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이 변론을 열 것인지 아닌지를 정한다.
민사소송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5호로 개정된 것)
제28조(변론의 방법) ① 변론은 당사자가 말로 중요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진술하거나, 법원이 당사자에게 말로 해당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한다.
②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에게 중요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쟁점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1심에서 제대로 변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소가가 3,000만 원을 초과하는 등 소액사건에 해당하지 아니한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하더라도 변론을 거친 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나 심판대상조항은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변론 기각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소액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자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는 법률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법원이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게 되므로, 청구인들이 ‘구두변론’을 통하여 본안에 관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는바, 이러한 제한이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소액사건에 해당되지 않는 민사사건은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에도 변론을 열어야 하나 심판대상조항은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같은 사안에서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소액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차별하고 있는바, 평등원칙 위배 여부가 문제된다.
(3) 한편, 청구인들은 각 청구인의 이름으로 기피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인인 청구인이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나 주장은 변호사인 대리인이 추인한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있으므로(헌재 1992. 6. 26. 89헌마132 참조), 국선대리인 선임 후에 대리인의 추인이 없이 사인이 한 소송행위는 효력이 없다(헌재 1995. 2. 23. 94헌마105 참조). 이 사건에서 국선대리인들이 청구인들의 기피신청을 추인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각 기피신청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나.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판청구권의 실현은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며, 입법자는 사실상 재판청구권을 형해화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권리보호 제공을 위한 재판절차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 심판대상조항은 소액사건에서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구두변론 절차 없이 서면심리로 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구두변론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재판청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판단
(가) 구두변론이란 기일에 수소법원의 공개법정에서 양쪽 당사자가 말로 판결의 기초가 될 소송자료, 즉 사실과 증거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심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구두변론에 의한 심리는 사실관계의 파악이나 쟁점의 정리가 용이하여 집중심리를 하는데 적합한 심리방식으로서 재판청구권을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구두변론은 법정에서 말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므로 이에 요구되는 법원의 심리 부담이 큰 방식이다. 따라서 모든 사건에서 구두변론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3항에 의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재판청구권의 또 다른 측면과 배치될 수 있고 사법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합리적 분배를 저해할 수 있다.
(나) 이에 입법자는 민사재판 절차에서 요구되는 이상인 적정ㆍ공평ㆍ신속ㆍ경제라는 법익을 두루 형량하여 판결로 재판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변론을 거치도록 규정하면서도(민사소송법 제134조 제1항 본문, 이하 ‘민사소송법’을 ‘민소법’이라 한다) 절차의 신속이 요구되는 결정ㆍ명령으로 완결하여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변론을 열 것인가 여부에 관한 판단을 법원의 재량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민소법 제134조 제1항 단서). 나아가 피고가 공시송달 이외의 방법으로 소장 부본을 송달받고 30일의 답변서 제출기간 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청구원인 사실을 모두 자백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따로 항변하지 않은 때(민소법 제257조), 소송비용의 담보제공을 명하였음에도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소각하판결을 하는 때(민소법 제124조), 소송요건이나 상소요건에 보정할 수 없는 흠이 있어 소 또는 상소의 각하판결을 하는 때(민소법 제219조, 413조, 425조),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아 상고기각판결을 하는 때(민소법 제429조), 상고법원이 소송기록만에 의하여 판결할 수 있는 때(민소법 제430조 제1항), 심리불속행의 상고기각판결을 하는 때(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와 같이 구두변론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여러 가지 경우에 구두변론을 열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소액사건에서 소장ㆍ준비서면 기타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소장ㆍ준비서면, 기타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란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여 원고 승소판결을 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본안심리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를 말하고, 청구의 보완이나 변경이 가능한 경우, 원고의 주장이 불분명하여 법원의 석명에 의하여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예컨대, 특정인에 대한 개인적 원한에 의하여 계속적ㆍ반복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공무를 수행하는 국가공무원 기타 국가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나 직무수행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법률적 근거 없이 민원성 직무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승소 목적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등과 같이 오로지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거나 사소한 불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소를 제기하여 소송절차를 남용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남소를 방지하고 이러한 소송을 신속히 종결하고자 필요적 변론 원칙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다.
(라) 나아가 소액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이 절차의 신속성과 경제성에 중점을 두어 규정한 심리절차의 특칙에 따라 구술에 의한 소의 제기가 가능하고(소액사건심판법 제4조) 배우자 또는 직계혈족 등이 법원의 허가 없이도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으며(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시ㆍ군법원의 관할에 해당하여 법원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어 있는바(법원조직법 제34조 제1항 제1호), 이와 같이 소송절차에 편의적인 규정에 따라 소송절차를 남용할 가능성이 다른 민사사건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액사건은 극단적으로 청구금액을 1원으로 하여 소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지납부 등 소송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제소가 가능할 수도 있다.
(마) 청구인 이○○은 민사소송법이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 제도를 규정하고 있고(민소법 제117조, 제124조), 이러한 수단으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소액사건의 경우에는 소송비용의 부담이 거의 없을 수 있으므로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 제도만으로는 소액사건의 남소를 방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바) 한편,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더라도 남소로 판단되는 사건의 구두변론만이 제한될 뿐 준비서면, 각종 증거방법을 제출할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고 법관에 의한 서면심리가 보장되며 구두변론을 거칠 것인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나아가 심판대상
조항은 1심 소송절차에 한하여 적용되므로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항소심절차에서는 구두변론절차가 보장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사)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자가 민사재판 절차에서 요구되는 이상인 적정ㆍ공평ㆍ신속ㆍ경제라는 법익과 사법자원의 적정한 배분 등 여러 법익을 두루 형량하여 구두변론원칙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고, 이러한 법익 형량이 자의적이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소액사건의 원고는 다른 민사사건의 원고와 달리 소장ㆍ준비서면, 기타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에 구두변론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패소판결을 받게 되는 차별취급을 받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의 평등원칙 위배 여부가 문제된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액사건은 소송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소송절차에 편의적인 규정에 따라 소송절차를 남용할 가능성이 다른 민사사건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사건에 대해 구두변론을 거치지 않고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