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2. 11. 24. 2019헌바108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 전문 위헌소원
[2022. 11. 24. 2019헌바108]
판시사항
입양신고 시 신고사건 본인이 시ㆍ읍ㆍ면에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 제23조 제2항 전문 중 ‘신고사건 본인의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ㆍ여권,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거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서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양의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신고를 하여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여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항이다. 가족관계등록법은 신고인인 입양당사자들이 입양신고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도록 하고, 입양신고서에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한다. 특히 신청인의 등록기준지를 요구하여 상당 정도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한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가로 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제출하도록 한 신분증명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으로 자신의 신분증명을 위하여 소지하여야 하고, 타인에게 넘어갈 경우에 부정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함부로 타인에게 교부하지 않는 서류이다. 신분증명서를 부정사용하여 입양신고가 이루어질 경우 형법에 따라 형사처벌되고, 그렇게 이루어진 허위입양은 언제든지 입양무효확인의 소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비록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의
입양을 방지하기 위한 완벽한 조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방지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여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를 확인한다. 그런데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의 신분증명서를 소지하였음을 기화로 그 신분증명서를 입양신고에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두거나 적어도 신고사건 본인에 대하여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편 통지함으로써 신고사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입양신고를 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실효적으로 부여되어야 한다. 그런데 입양신고서의 기재사항은 일방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알 수 있어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담보할 수 없다. 한편,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에게 입양신고가 이루어진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여, 신고사건 본인이 입양신고를 다툴 기회마저 상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서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23조 제2항 전문 중 ‘신고사건 본인의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ㆍ여권,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거나’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36조 제1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23조 제1항
구 호적법(1960. 1. 1. 법률 제535호로 제정되고, 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7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32조 제1항
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되고, 2018. 4. 27. 대법원규칙 제27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2항
당사자
청 구 인 1. 서○○
2. 최○○
3. 서□□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포럼 담당변호사 조보현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드단702307 입양의 무효
2018드단701608(공동소송참가) 입양의 무효
주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23조 제2항 전문 중 ‘신고사건 본인의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ㆍ여권,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거나’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망 서△△(1949. 3. 19. 사망)과 그 배우자 망 이씨(1999. 11. 5. 사망)는 서▽▽, 서◇◇, 청구인 서○○, 망 서◎◎(2012. 2.경 사망), 망 서⊳⊳(2007. 10.경 사망)의 3남 2녀를 두었다. 서⊲⊲은 망 서◎◎의 아들이고, 청구인 최○○, 청구인 서□□는 망 서⊳⊳의 배우자와 아들이다.
나. 망 서♤♤은 서▽▽, 청구인 서○○, 망 서◎◎, 망 서⊳⊳과 형제지간으로 지내왔고, 망 이씨가 1999. 11. 5. 사망한 뒤에는 그 제사를 주재하여 왔다. 서⊲⊲도 망 서♤♤을 큰아버지로 알고 지냈다.
다. 망 서♤♤은 건강이 악화되자, 서⊲⊲에게 간병을 부탁하였다. 이에 서⊲⊲은 2016. 8.경 망 서♤♤의 부탁을 받고 직장에서 퇴사한 뒤 그 무렵부터
망 서♤♤과 동거하면서 망 서♤♤을 간병하였다. 망 서♤♤은 2016. 11. 18.경 ○○병원에 입원하여 두 차례 수술을 받고 2017. 1. 2.경 퇴원한 뒤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주로 침대에 누운 상태로 요양하였으나, 2017. 5. 7. 사망하였다.
라. 한편, 서⊲⊲은 2017. 2. 21. ○○시 ○○구청 직원에게 망 서♤♤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서 망 서♤♤이 서⊲⊲을 양자로 입양한다는 내용의 입양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위 입양신고서는 서⊲⊲이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망 서♤♤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다.
마. 이에 서▽▽은 서⊲⊲을 상대로 입양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드단702307), 청구인들은 위 소송의 원고에 공동소송참가를 하였다(2018드단701608). 서▽▽과 청구인들은 그 소송계속 중 신고로 인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등록사건에 관하여 신고사건 본인의 출석을 강제하거나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이 비교적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본인의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2. 14. 기각되자(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즈기40167), 청구인들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23조 제2항 전문 중 ‘신고사건 본인의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ㆍ여권,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거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23조(신고방법) ② 신고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등록사건에 관하여 신고사건 본인이 시ㆍ읍ㆍ면에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신고사건 본인의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ㆍ여권,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이하 이 항에서 “신분증명서”라 한다)를 제시하거나 신고서에 신고사건 본인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지 아니하거나 본인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지 아니한 때에는 신고서를 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관련조항]
구 호적법(1960. 1. 1. 법률 제535호로 제정되고, 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7조(신고방법) 신고는 서면 또는 구술로 이를 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23조(신고방법) ① 신고는 서면이나 말로 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32조(신고인 등의 확인) ① 시ㆍ읍ㆍ면ㆍ동의 장 또는 재외공관의 장은 신고서류를 접수하는 경우에 출석한 신고인 또는 제출인의 신분증명서에 의하여 반드시 그 신분을 확인하여야 하고, 신고인 또는 제출인이 법 제23조 제2항에 따라 불출석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한 때에는 그 신분을 확인한 후 신고서류의 뒤에 그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되고, 2018. 4. 27. 대법원규칙 제27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신고인 등의 확인) ② 법 제23조 제2항의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는 국제운전면허증, 전자카드식공무원증, 외국국가기관 명의의 신분증 그 밖에 대법원예규가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말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양당사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신고를 가능하게 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입양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가족생활의 자유, 상속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또한 부동산등기법에 따른 등기신청의 경우 출석자의 경우에도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본인의사 확인을 위하여 엄격한 요건을 정한 것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분증명서만으로 불출석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취급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양의 당사자가 모두 출석하지 않더라도 신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할 경우 별도로 그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입양신고서를 수리하도록 하여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 이외에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그리고 상속인의 재산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입양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는 입양당사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입양을 할지, 양자가 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 및 그에 따라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자유를 말하는바, 이는 가족생활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상속인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입양으로 새로운 친자관계가 성립됨에 따라 기존의 상속인이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이 후순위가 되어 상속인이 될 수 없거나 동순위자가 되어 상속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비록 상속권이 재산권으로 보호되기는 하나(헌재 1998. 8. 27. 96헌가22등; 헌재 2014. 8. 28. 2013헌바119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양신고의 방법에 관한 조항이므로, 그 자체로 기존의 상속인이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상속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이들의 상속권은 양자를 친생자와 동일하게 보아 상속권을 부여하는 조항에 의하여 제한될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은, 부동산등기 신청의 경우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더라도 인감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당사자의 의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만으로 그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양자 간 차별취급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등기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관계의 공시방법으로서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에 관한 가족관계의 등록과는 그 효력이나 기능에 차이가 있어 비교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들의 평등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 침해 여부
(1) 가족생활의 자유와 신고방법에 관한 입법형성권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보호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는 입양과 관련하여서는 입양당사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입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 나타난다. 이는 입양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입양을 하거나 입양될 자유뿐만 아니라, 입양의 의사가 없을 때에는 강제로 입양을 하거나 입양되는 것을 방지하여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아니할 자유도 모두 포함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입양 등의 신고방법을 규정하는 조항으로, 입양 등으로 인하여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를 형성할 것을 강제하는 조항은 아니다. 다만, 청구인들이 문제를 삼는 부분은,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이 가족관계의 형성을 원하지 않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입양 등을 신고하는 사람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이용하여 가족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신고사건 본인의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아니할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입양 등의 신고방법을 엄격하게 규정할 경우에는 입양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입양을 하거나 입양될 자유가 오히려 제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입양을 통한 가족관계 형성에 관하여 입법을 함에 있어서, 입양을 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할 자유와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아니할 자유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입법자는 넓은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양의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신고를 하여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여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항이다.
(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으로 약칭한다) 제25조 제1항은 기본적으로 신고인인 입양당사자들이 입양신고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도록 한다. 권한 없이 타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할 경우에는 사문서위조죄로 처벌된다(형법 제231조).
다음으로 가족관계등록법 제25조 제1항 제3호는 신고서의 기재사항으로 신고인의 출생연월일ㆍ주민등록번호ㆍ등록기준지 및 주소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가족관계등록법 제61조는 입양의 신고서에는 당사자의 성명ㆍ본ㆍ출생연월일ㆍ주민등록번호ㆍ등록기준지(당사자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ㆍ출생연월일ㆍ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및 양자의 성별과 양자의 친생부모의 성명ㆍ주민등록번호 및 등록기준지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신고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위한 것이지만, 개인정보의 기재는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간접적으로 담보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입양신고서 기재사항인 등록기준지는 신분증명서에는 없는 기재사항으로서 당사자가 알려주지 않는 한, 당사자의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비로소 알 수 있고, 제
3자는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의 위임을 받아야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 본문), 입양신고서의 기재사항에 신청인의 등록기준지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 정도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가로 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제출하도록 명시한 신분증명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2조 제2항은 국제운전면허증, 전자카드식공무원증, 외국 국가기관 명의의 신분증을 규정하였다. 위 규칙조항의 위임에 따라 구 ‘가족관계등록신고사건 접수시 신고인 등 확인방법’(가족관계등록예규)에서는 위 신분증 이외에 ‘외국인등록증, 국내거소신고증,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가 기재된 장애인등록증 등’을 규정하였다. 또한, 가족관계등록선례(제201601-1호)는 국가유공자증도 신고할 때 제시하여야 하는 신분증명서에 포함하고 있다. 위 신분증명서 중 전자카드식공무원증만이 현행 법령에서는 제외되었다. 이와 같이 창설적 신고 사건에서 제시하여야 하는 신분증명서는 자신의 신분증명을 위하여 소지하여야 하고, 타인에게 넘어갈 경우에 부정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함부로 타인에게 교부하지 않는 서류이다.
신분증명서를 부정사용할 경우에는 형법상 공문서부정행사죄(제230조) 등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타인의 신분증명서를 함부로 사용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신분증명서를 부정사용하여 입양신고가 되고 입양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경우 형법상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제228조)로 처벌된다. 신분증명서를 부정사용하여 이루어진 허위입양은 당사자의 신고의사가 없으므로 입양무효사유에 해당하여 언제든지 입양무효확인의 소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다) 당사자가 모두 출석하여 입양신고를 할 수 있다면 허위입양의 위험성은 완전히 제거될 수 있겠으나, 당사자가 출석하지 못하는 사정이 존재할 수 있고, 이 경우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 의사가 충분히 추정될 수 있는 때에도 당사자 모두의 출석 없이는 창설적 신고인 입양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입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의 출석 외에도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통해 입양신고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라)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양의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신고를 하여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바, 비록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의 입양을 방지하기 위한 완벽한 조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방지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가족생활의 자유와 입양 등의 신고방법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
양자제도는 입양을 통하여 부모와 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와 자녀 관계, 즉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입양의 합의가 있고(민법 제883조 제1호), 당사자 쌍방이 입양을 신고함으로써 입양은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878조). 입양 등의 신고방법을 규정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입양을 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할 자유와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아니할 자유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하고, 넓은 입법형성권을 가진다는 점에는 법정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친자관계는 보호ㆍ부양 의무 및 상속 등 친족법상 법률관계는 물론 친자관계를 전제로 한 법률관계 전반의 기초가 되는 것이므로 입양신고의 진실성 담보 강화가 높게 요청된다. 입양의 신고를 입양의 효력 발생요건으로 규정한 것은 당사자 사이에 입양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과 그 내용을 명확히 하고, 당해 입양이 실질적 요건을 구비하였음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입양의 신고방법을 규정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여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를 확인하기 위한 조항이다. 신분증명서는 부동산 매매 등 중요한 거래나 금융기관 등과의 거래,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신고와 같은 공적인 행위 등에 동일성 확인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신분증명서는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교부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갖고 있을 경우,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신분증명서는 다양한 용도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의 신분증명서를 소지하였음을 기화로 그 신분증명서를 입양신고에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경우, 각종 거래나 공공기관에서의 업무를 타인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임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위임장과 더불어 본인의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위임장, 위임자 및 피위임자의 신분증을 요구한다(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그런데 이와 같은 경우 신분증명서가 예정된 용도대로가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와 달리 입양신고에 사용될 수도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두거나 적어도 신고사건 본인에 대하여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편 통지함으로써 신고사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입양신고를 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실효적으로 부여되어야 한다.
(2) 법정의견은 입양신고서의 기재사항에 주목하여 개인정보의 기재를 요구함으로써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등록기준지의 경우, 가족관계법에 따른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비로소 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런데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제3자가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본인 등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데, 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발급 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598호) 제2조 제3항 및 그 위임장의 서식을 규정하고 있는 ‘가족관계등록사무의 문서 양식에 관한 예규’ 별지 제12호 서식은 본인 등이 서명 또는 날인한 위임장에 본인 등의 신분증명서 사본만을 첨부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방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일방당사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입양신고서에 기재하여야 하는
개인정보를 알 수 있으므로, 입양신고서의 기재사항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
한편,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에게 입양신고가 이루어진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한다. 결국 신고사건 본인이 우연히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하지 않는 이상, 입양신고가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없어, 신고사건 본인으로서는 입양신고가 잘못 이루어졌음을 다툴 기회마저 상실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는 것과 입양신고서에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담보하기에 부족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가족관계등록법은 허위의 입양신고를 조기에 바로잡을 수 있는 실효적 조치조차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3) 참고로, 이 사건과 같은 성년자 입양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하여,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대리인에 의한 입양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입양신청 및 동의의 의사표시에 대한 공증을 받도록 하며, 가정법원이 입양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정은 당사자에게 통지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버몬트 주의 경우는 법원에 입양승인청구를 하도록 하고, 그 심리 기일에 입양당사자를 출석하도록 하며, 출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미리 제출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대리인이 출석하도록 한다. 일본의 경우는 당사자 쌍방과 성년 증인 2인 이상이 서명한 서면 또는 구두로 신고하도록 하나, 본인 확인이 되지 아니한 당사자에게는 신고가 수리된 사실을 우편 통지하도록 하여 허위의 입양신고를 조기에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서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신고사건 본인이 출석하지 않고 입양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석하지 아니한 신고사건 본인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고, 본인 확인이 되지 않은 당사자에게 신고 수리 사실을 우편 통지하는 등 허위의 입양신고를 조기에 바로잡을 수 있는 실효적 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신고사건 본인이 출석할 수
없는 사유가 존재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당사자의 진정한 입양의 합의를 확인하고 이를 담보할지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므로,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적용을 중지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