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10. 28. 2019헌마1091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삼보일배 행진 제지행위 등 위헌확인
[2021. 10. 28. 2019헌마1091]
판시사항
1. 기본권 침해상황은 종료되었으나, 심판의 이익을 인정한 사례
2.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를 경호하기 위하여 지정된 경호구역 안에서 서울종로경찰서장이 안전 활동의 일환으로 청구인들의 삼보일배행진을 제지한 행위 등(이하 ‘이 사건 공권력 행사’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집회 또는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공권력 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상황은 이미 종료되었으나,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에 대한 집회 또는 시위가 경호구역 안에서 행해질 경우 안전 활동을 위하여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방식의 공권력 행사가 반복될 수 있고, 아직 그 헌법적 한계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2.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경호대상자의 안전 보호 및 국가 간 친선관계의 고양, 질서유지 등을 위한 것이다. 돌발적이고 경미한 변수의 발생도 대비하여야 하는 경호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경호활동에는 다양한 취약 요소들에 사전적ㆍ예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집회장소의 장소적 특성과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동경로, 집회 참가자와의 거리, 질서유지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여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진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또한, 이 사건 공권력행사로 인해 제한된 사익은 집회 또는 시위의 자유 일부에 대한 제한으로서 국가 간 신뢰를 공고히 하고 발전적인 외교관계를 맺으려는 공익이 위 제한되는 사익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이 사건 공권력행사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안전 활동의 목적, 행위태양 및 절차, 방식, 시간적 범위, 집회 참가자의 수 등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향후 이 사건 공권력행사와 같은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을 충분히 인정하기 어렵다. 반복가능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경호구역의 지정이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하고, 경호구역에서의 안전 활동이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점은 이미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 사안이 경찰권 행사의 한계에 대하여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하여 새롭게 헌법적 해명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참조조문
헌법 제21조, 제37조 제2항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ㆍ제2호ㆍ제4호, 제4조 제1항 제5호, 제5조
참조판례
1. 헌재 2018. 8. 30. 2014헌마843, 판례집 30-2, 404, 410
2. 헌재 2005. 11. 24. 2004헌가17, 판례집 17-2, 360, 366
당사자
청 구 인 [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피청구인 서울종로경찰서장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사람들’(이하 ‘□□’라 한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실현 등을 목적으로 하여 활동하는 단체이고, 청구인 문○○, 청구인 이○○, 청구인 김○○, 청구인 오○○(이하 ‘청구인 문○○ 등’이라 한다)은 청구인 □□의 회원 또는 그 부설기관인 ○○연구소의 소속 연구원이다.
나. 청구인 □□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하여 방한한 2019. 6. 30.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 및 그 주변에서 삼보일배 행진을 하기 위한 집회 및 시위를 주최하였으며, 청구인 문○○ 등은 위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였다.
다. 서울종로경찰서장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경호처장이 경호구역으로 지정한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나 인도로부터 5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경호를 목적으로 2019. 6. 30. 10:48경부터 12:35경까지 청구인 문○○ 등의 삼보일배 행진을 제지하고, 같은 날 12:35경부터 12:49경 사이에 위 청구인들을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쪽으로 이동시켰으며, 같은 날 12:49경부터 13:50경까지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쪽에서 다시 계단 아래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19. 9.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피청구인을 서울종로경찰서장과 대통령경호처장으로 기재하였으나 청구인 문○○ 등에 대해 삼보일배 행진 제지 등을 행한 주체는 서울종로경찰서장이므로 피청구인을 서울종로경찰서장으로 확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피청구인이 2019. 6. 30. 10:48경부터 12:35경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청구인 문○○ 등의 삼보일배 행진을 제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행진제지’라 한다), ② 같은 날 12:35경부터 12:49경 사이에 위 청구인들을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쪽으로 이동시킨 행위(이하 ‘ 이 사건 이동조치’라 한다), ③ 같은 날 12:49경부터 13:50경까지 위 청구인들을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쪽에서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로 진입을 제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진입제지’라 하고, 이들을 통틀어 ‘이 사건 공권력 행사’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관련조항은 아래
와 같다.
[관련조항]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2017. 7. 26. 법률 제14839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경호”란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ㆍ순찰 및 방비하는 등의 모든 안전 활동을 말한다.
2. “경호구역”이란 소속공무원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이 경호활동을 할 수 있는 구역을 말한다.
4. “관계기관”이란 경호처가 경호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말한다.
제4조(경호대상) ① 경호처의 경호대상은 다음과 같다.
5.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 또는 행정수반과 그 배우자
제5조(경호구역의 지정 등) ① 처장은 경호업무의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경호구역의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③ 소속공무원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ㆍ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청구인들이 미합중국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경호상 위해요소로 본 것인데,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발상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당시 동원된 경력의 규모나 미합중국 대통령 경호 차량의 안전성과 내구성, 청구인들의 집회가 소규모로 위험 식별이 용이한 낮 시간대에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 문○○ 등의 행위가 미합중국 대통령의 신변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고, 그물망 사용이나 개인물품 소지의 최소화 등 덜 침해적인 방법도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일반 시민이나, 다른 장소 또는 다른
성향의 집회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제지를 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들의 집회만 제지한 것이므로,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권력 행사로 인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상황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본권 침해행위가 장차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18. 8. 30. 2014헌마843 참조).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경호법’이라 한다)에 따르면, 경호처가 경호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하게 되는 관계기관의 공무원은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를 경호하기 위해 지정된 경호구역 안에서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ㆍ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제5조 제3항),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에 대한 집회 또는 시위가 경호구역 안에서 행해질 경우 관계기관이 안전 활동을 위하여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방식의 공권력 행사가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권력 행사와 같은 기본권침해의 반복가능성이 인정된다.
물론 집회 또는 시위의 주체,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특정한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위헌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을 것이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피청구인이 경호구역 안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제지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그 헌법적 한계를 획정하는 것으로 그 기준에 대하여 아직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고 단순히 개별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의 문제를 넘어 집회 등 참가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그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권력 행사에 대한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으나 기본권 침해행위의 반복가능성과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외국의 국가 원수를 위한 경호구역 지정과 안전 활동
경호란 경호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지역을 경계ㆍ순찰 및 방비하는 등의 모든 안전 활동을 말한다(대통령경호법 제2조 제1호).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대상에는 대통령과 그 가족, 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 또는 행정수반과 그 배우자 등이 포함된다(제4조 제1항). 대통령경호처장은 경호업무의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속공무원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이 경호활동을 할 수 있는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제2조 제2호, 제5조 제1항). 여기서 관계기관이란 경호처가 경호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말하며(제2조 제4호), 경찰은 ‘관계기관’으로서 경호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속공무원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제5조 제3항).
나. 쟁점의 정리
(1)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하므로, 이를 내용으로 하는 시위의 자유 또한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된다. 또한, 집회 또는 시위의 자유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장소선택의 자유가 포함된다.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는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 또는 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헌재 2005. 11. 24. 2004헌가17 참조).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대통령경호법상 관계기관인 피청구인이 외국의 국가 원수인 미합중국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하여 지정된 경호구역 안에서 청구인 문○○ 등의 삼보일배 행진 등을 제한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집회 또는 시위의 자유(이하 ‘집회의 자유’라 한다)를 제한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권력 행사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살펴본다.
(2) 이 사건 이동조치는 청구인 문○○ 등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수반하므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나, 이는 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하여 심각한 신체상 위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살펴보는 이상, 별도로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3) 한편,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집회 장소를 통행한 일반 시민이나 다른 장소에 있었던 환영인파 또는 다른 성향의 단체가 행한 집회는 제지하지 않으면서 청구인들의 집회만 제지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 시민은 집회의 참가자가 아니고 경호구역을 단순히 통행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청구인들과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이 사건 집회 장소에서의 통행 역시 2019. 6. 30. 10:45경부터 원칙적으로 제한되었고, 다만 이미 경호구역 안에 있던 일부 시민이 경호구역 밖으로 나오는 등의 과정에서 통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일반 시민이라 하여 자유로운 통행이 허용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이 사건 공권력 행사와 동일한 일시, 장소에서 청구인들 이외에 다른 집회 또는 시위의 개최가 허용된 사실이 없었으며, 장소적ㆍ상황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안전 활동의 특성상 청구인들과 다른 장소에서의 환영인파 또는 다른 성향의 단체를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설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에서 평등권 침해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
다. 집회의 자유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경호는 경호대상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한편, 경호대상자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지위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 간 상호주의 측면 등을 고려하여 국가 간 친선관계를 고양하고, 많은 인파가 모일 수 있는 상황에서 질서유지를 도모하며, 빈틈없는 경호 및 의전을 통하여 국위를 선양하는 효과가 있다.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위와 같은 경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경호대상인 외국의 국가 원수를 경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경호구역 안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위해를 방지하여 위와 같은 경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경호구역은 경호대상자의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하며 방비하는 등의 안전 활동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대통령경호법 제2조 제1호, 제2호). 경호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경미한 변수도 경호대상자에게 직ㆍ간접적인 위해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호구역 안에서는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위험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도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순간의 경호의 실패가 경호대상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위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혹은 법익 침해가 미미하거나 없었다는 등의 사후적 판단만으로 경호조치의 과잉 여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경호대상자가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경우, 신속한 이동의 장점도 있지만, 차량의 고장이나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차종이나 차량의 특성, 이동경로가 이미 노출되어 있을 수 있으며, 교차로나 모퉁이 등에서는 장소적 특성에 따라 서행하여야 하는 등 경호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그에 따른 상황적 취약성이나 위협이 될 만한 요소 또한 다양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호대상자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는 돌출행위는 경호대상자에게 신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만큼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그러한 사건 발생 자체만으로 외교관계나 국가의 위신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경호에는 다양한 취약 요소들에 대하여 사전적ㆍ예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 가치 중의 하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결정할 권리를 포함하는 집회나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경호구역의 지정이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도록 하고,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대통령경호법 제5조 제2항, 제3항) 역시 이러한 다른 법익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나, 경호활동의 과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경호의 특수성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나) 구체적으로 이 사건 행진제지에 관하여 보건대, 당시 예정되었던 삼보일배 행진의 경로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동경로와 중복되었으므로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동경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제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피청구인은 미합중국 대통령이 세종대로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통과한 후 환차에 대비하는 12:25경까지는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청구인들의 집회를 허용하였고, 다만 도로로 진입하여 행진하는 것만을 제지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 행진제지는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이동조치와 이 사건 진입제지에 관하여 보건대,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대로는 도로 중앙에 너비 약 34미터에 이르는 광화문광장이 위치한 왕복 10차선의 넓은 대로로, 경호차량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경호대상자와 집회장소 사이에 거리 차이가 나게 된다. 이에 피청구인은 미합중국 대통령이 11:00경 청와대 방면으로 세종대로를 통과하는 구간은 경호대상자와 집회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과 도로를 사이에 두게 되어 거리가 상당하였던 점을 고려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과 인도에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달리, 미합중국 대통령이 13:40경 청와대에서 환차하는 구간은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와 인접한 도로를 통과하게 되는 특성상 거리 확보를 위하여 청구인 문○○ 등을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이동조치 전 피청구인은 경찰의 경호구역 지정에 대하여 설명과 고지를 하며 경호구역 밖으로 나가달라는 안내방송을 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청구인들이 이에 불응하자 12:35경부터 12:49경까지 신체를 들어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진입제지행위 역시 미합중국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 앞길로 환차하여 통과할 때까지 위 청구인들이 다시금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내지 인도로 재진입하는 행위를 저지하였던 것으로, 당시 경호구역에는 세종문화회관 위쪽 공간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피청구인은 위와 같이 이동행위를 제지한 것 외에 피켓을 들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의 표현행위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안전 활동 상황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이동조치 및 이 사건 진입제지는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공권력 행사가 지속된 시간적 측면에서도,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의 특성상 참가자들의 이동 조치를 짧은 시간 안에 완료하거나 경호대상자의 이동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조치하는 것이 어려운 점, 집회참가자 한 명을 이동시키기 위하여 여러 명의 경찰인력이 필요하고 다수가 모인 장소에서 한 번 질서가 무너지면 단시간 내에 다시 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
려할 때, 미합중국 대통령이 이동하는 시간을 전후하여 한 시간 정도 안전 활동이 이루어진 것이 지나치게 장시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청구인들은 이 사건 공권력 행사 대신 그물 설치, 소지품 검사, 순찰활동 등만으로도 충분히 미합중국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나, 과거 미합중국 대통령의 방한 시 집회 도중 돌발적으로 물병과 야광봉을 던지는 사례가 있었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호대상자와의 장소적 근접성을 고려할 때, 투척방지그물의 설치나 순찰활동만으로 안전한 대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소지품 검사를 통한 통제방식이 반드시 이 사건 공권력 행사보다 기본권 제한이 덜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마) 소결
이상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공권력 행사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국의 국가원수의 경호를 통하여 외국 국가 원수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확보하고 상호주의의 토대 아래 국가 간 신뢰를 공고히 하며 발전적인 외교관계를 맺는다는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이러한 공익에 비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4) 소결
이 사건 공권력 행사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6.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반복가능성의 인정 여부
먼저 침해행위의 반복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본다.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란 단순히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같은 유형의 침해행
위가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7. 6. 26. 97헌바4; 헌재 2018. 8. 30. 2014헌마681 참조).
이 사건은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국의 국가 원수의 경호를 위하여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지정된 경호구역에서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하여 관계기관인 피청구인이 안전 활동을 한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한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권력 행사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안전 활동의 목적뿐 아니라 집회를 위해 모인 참가자의 수, 안전 활동의 행위태양 및 절차, 방식, 이동제지의 시간적 범위나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향후 이 사건과 같이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 지정에 따른 공간상 제약을 받으면서 집회나 시위가 행해질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특히 이 사건 집회는 경호대상이 탑승한 차량이 모퉁이를 회전하면서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경호의 긴장도가 높은 장소에서 행해졌다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호활동의 내용이나 정도는 경호대상자의 지위나 성별, 연령, 국적 등 경호대상자의 특성과 국제정세 등 경호대상자와의 관계, 경호대상자 참여 행사의 성격이나 지리적 환경 등 경호환경과 여건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단체의 성격이나 활동 이력상 향후 이 사건 집회와 동일한 목적으로 집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 향후 유사한 침해행위가 반복될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권력 행사와 같은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의 인정 여부
가사 외국의 국가 원수가 방한할 경우 경호구역 안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가 반복될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 보기 어렵다.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그 사건으로부터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추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여야 하는바, 비록 일회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 벌어진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평가일지라도 그에 대하여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경우라면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06. 6. 29. 2005헌마703; 헌재 2016. 5. 26. 2013헌마879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지정된 경호구역 안에서 피청구인이 행한 행위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된
다. 이와 같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이루어진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은 공권력 행사의 목적과 공권력 행사가 이루어진 시간 및 장소를 비롯한 당시의 상황, 청구인들의 기본권 제한 정도, 그 이후의 공권력 행사가 종료된 상황 등과 같은 구체적 사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당해사건에 국한하여서만 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호구역의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하고, 경호구역에서의 안전 활동 또한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점은 이미 대통령경호법 제5조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본안 판단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위 대통령경호법 제5조에서 밝힌 원칙 외에 더 의미 있는 헌법적 한계를 제시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고, 자칫 대통령경호법에서 이미 규정한 ‘경호구역에서의 안전 활동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원칙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그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사안은 경찰권 행사의 한계에 대하여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하여 새롭게 헌법적 해명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의 이익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청구인 명단
1. 문○○
2. 이○○
3. 김○○
4. 오○○
5. ○○사람들 대표자 문○○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변호사 김선휴 외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