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9. 11. 28. 2018헌마579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기소유예처분취소
[2019. 11. 28. 2018헌마579]
판시사항
가.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본문 중 ‘공무원’ 부분(이하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여 공무원인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수사,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 판단에 대한 중대한 잘못이 있어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한다.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기부금품 모집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재산권을 보장하고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면 국민의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기부금품 모집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자발적 외양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의무감에 기인한 기부금품 모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기부의 권유와 같은 행위 유형에 따라, 또는 업무관련성이 없는 대상에 대하여만 일정 부분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하는 것 또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며,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공무원이 공익적 목적으로 타인이 기탁하는 금품을 기부심사 절차를 거쳐 접수하거나 모집자의 의뢰로 단순히 기부금품을 전달하는 행위는 할 수 있으므로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의 최소침해성이 부정되지 아니한다.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으로 공무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한되나 이로 인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정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어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
한편,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부터 예산․인사․조직이 독립된 법인․단체는 공무원과 달리 기부금품 모집이 허용되는데, 이는 그 법인․단체의 행위를 소관 부처나 공무원의 행위와 동일시할 우려가 적고 그 법인․단체가 국민에 대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부행위의 자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점에 기인한 합리적 차별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에서 나타나는 증거에 의하면, ○○구청 ○○과 소속 공무원이던 청구인들이 그 소속 과의 추진사무로, 다른 공무원들로 하여금 관내 건설업체에 연락하여 제작 대금을 태극기 제작업체로 기부하도록 하고 관련 상황을 보고절차를 통해 공유하여 왔으며 위와 같은 기부행위를 독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위반의 피의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달리 피청구인이 이 사건에 관하여 수사하거나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을 하면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점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제2항 및 제16조 제2항 제1호
당사자
청 구 인1. 박○○
2. 한○○
3. 송○○
4. 김○○
5. 이○○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명웅
피청구인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은 2018. 3.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53667호로 청구인들의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위반 피의사실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들은 ○○구청 ○○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인바, 공모하여, 2015. 2. 11.부터 2016. 6. 3.까지 59회에 걸쳐 ○○구 관내의 건설업체 관계자들로 하여금 합계 143,225,000원을 태극기 제작업체에 교부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하였다.」
(2) 청구인들은 2018. 6. 4. 위 피의사실에 대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위헌적 법률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및 제16조 제2항 제1호에 근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과 기소유예처분의 근거 법령
(1)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2018. 3. 29.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53667호 기소유예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 법령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조항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19호로 전부개정 된 것, 이하 ‘기부금품법’이라 함)’ 제5조 제1항 및 제16조 제2항 제1호(이하 ‘이 사건 근거조항’ 이라 함)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19호로 전부개정 된 것)
제5조(국가 등 기부금품 모집ㆍ접수 제한 등)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ㆍ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ㆍ출연하여 설립된 법인ㆍ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ㆍ출연하여 설립된 법인ㆍ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다.
제16조(벌칙)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5조 제1항을 위반하여 기부금품을 모집한 자
3.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근거조항이, 공무원의 건전한 기부금품 권유 행위를 포함하여,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평등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청구인들은 이 사건에서 건설 업체 관계자들이 금원을 출연하게 하는 데에 공모 내지 관여한 사실이 없고, 설령 그것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정당한 법률의 착오나 정당행위로 보아야 한다.
4.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〇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기간 중 ○○구 ○○국 ○○과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공무원들이다.
〇 행정자치부 의전담당관실은 2014. 12. 23. 태극기 기증 운동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2015년 제96주년 3․1절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 협조’ 공문을 시행하였고, 서울특별시 역시 2015. 1. 19. ‘제96주년 3․1절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운동 협조 요청’ 공문을 각 자치구에 시행하였다. 그리고 서울특별시는 2015. 2. 9.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운동 시․도 행정국장 회의 결과 통보’ 공문을 시행하기도 하였는데 그 공문에는 ‘관내 기업․유관단체에서 태극기를 기증받거나 가능한 경우 자체예산으로 구입하여 태극기가 없는 가구에 보급’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〇 ○○구는 2015. 1. 28. ‘2015년 ○○구 태극기 사랑운동 종합계획’을, 2016. 1. 25. ‘2016년 ○○구 태극기 사랑운동 종합계획’을 각각 수립하였는데 모두 태극기 기증운동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〇 ○○구청 ○○과는 ‘태극기 기부운동’, ‘공사장 가설 울타리에 태극기 그리기 운동’을 추진사업으로 정하였고, 소속 직원들이 ○○구 관내 건설업체에 연락하여 태극기 제작업체의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건설업체 측에서 직접 그 제작업체에 태극기 제작 대금을 교부하도록 하였다.
〇 태극기 제작업체는 위 건설업체로부터 태극기 제작 대금을 교부받은 후 그 내역을 ○○구청 ○○과 직원에 알려주었고, ○○구청 ○○과 직원은 제작한 태극기를 배부할 장소를 태극기 제작업체에 알려주었다.
〇 ○○구청 ○○과는 위와 같은 태극기 제작 내역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였고, 태극기 제작대금을 부담한 건설업체는 태극기 전달의 ‘후원자’로 파악되어 ○○구 부구청장에게까지 보고되었으며, 구청장 훈격의 감사장 추천 대상이 되었다.
〇 서울○○경찰서는 관련 수사를 진행한 후 2017. 6. 15.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청구인들에 대하여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위반죄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2018. 3. 29. 청구인들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5. 쟁점과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다. 그런데 청구인들은 이 사건 근거조항의 위헌성도 함께 주장하고 있는바, 기소유예처분 그 자체가 중대한 법리오해나 수사미진 등에 의해 이루어져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해 처분의 근거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처분 역시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정당성 판단의 전제로서 그 근거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사건 근거조항 가운데 공무원인 청구인들의 기부금품 모집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부분은 기부금품법 제5조 제1항 본문 중 ‘공무원’ 부분(이하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이라 함)으로서,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므로 이 사건 근거조항 중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공무원의 경우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차별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살펴보기로 한다.
이하에서는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헌인지를 먼저 판단한 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자체의 위헌성을 판단하기로 한다.
나.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이 공무원에 대하여 기부금품의 모집을 금지하는 이유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여러 명목으로 국민들로부터 금품을 기부 받는 경우 일반 국민들로서는 그와 같은 기부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어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공무원의 기부금품모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재산권을 보장하고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이와 같이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게 되면 일반국민은 기부로부터 발생하는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기부금품 모집 금지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나) 최소침해성
기부금품은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의미하는 것으로(기부금품법 제2조 제1호 참조), 기부는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기부금품법 제6조).
그러나 기부금품 모집은 무상으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금품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부금품 모집자가 선한 공익을 표방하면서 자칫 이를 악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제한 없이 허용해서는 곤란하고 일정한 경우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에 기부금품법은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에게 행정안전부장관 등에 등록을 하도록 하고(기부금품법 제4조 제1항), 그 목적 또한 일정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기부금품법 제4조 제2항).
한편, 공무원 등과 같은 공권력 행사기관이 기부금품 모집의 주체가 될 경우 이에 대한 참여가 자발적 외양을 갖더라도 실제로는 의무감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자신과 이해관계 있는 관련 부서나 해당 부서의 공무원이 모집의 주체가 될 경우 자신의 사회ㆍ경제적 이익을 위해 또는 그러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위와 같은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그 형태나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는 기부금품 모집 참여로 발생하는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청구인들은, 기부금품의 모집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복지 수요 증가로 공무원이 민간 기부를 촉진할 필요성도 있으므로 ‘건전한 기부금품의 권유’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공무원은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고 그와 같은 공권력 행사의 대상인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공무원이 기부금품의 기증을 권유하면 이를 거절하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즉, 공무원이 기부를 권유할 때 그 권유를 받는 대상의 입장에서는 공무원의 지위와 권한으로 인하여 사실상 기부를 강제 받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자유로운 기부를 권유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정치적 의도나 행정관청의 실적을 제고하려는 의도가 결부되면, 기부행위의 목적이 변질되거나 실적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이 자신의 소관 업무와 무관한 대상을 상대로만 기부금품 제공의 권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일단 기부금품 제공 권유 대상이 업무관련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고, 특정 행위주체와의 관계에서 업무 관련성을 가려낼 수 있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권유 대상과 관련된 인물을 우회적으로 동원하여 기부를 하게 하거나 실제의 행위주체를 은닉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공무원은 공익적 목적으로 타인이 기탁하는 금품을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접수할 수 있고, 모집자의 의뢰로 단순히 기부금품을 전달하는 행위도 할 수 있으므로(기부금품법 제5조 제2항 제1호, 제2호)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의 최소침해성이 부정되지 아니한다.
(다) 법익균형성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으로 제한되는 기본권은 공무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가 금지되지 아니하면 일반 국민들이 각종 형태의 기부금품 출연을 사실상 강제당할 위험이 있음은 물론, 이로 인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라)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기부금품금지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2) 평등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들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자ㆍ출연한 법인ㆍ단체라도 일정한 경우 기부금품모집을 허용하면서, 공무원에 대해서만 기부금품모집을 금지하는 것은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기부금품법 시행령 제13조는 기부금품법 제5조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그 단서의 위임에 따라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부터 대표자의 임면과 업무 감독, 예산 승인, 조직원에 대한 인사 등에 실질적인 지휘ㆍ통제를 받지 아니하는 법인ㆍ단체에 대해서는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하고 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경우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을 직접 행사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ㆍ출연하여 설립된 법인ㆍ단체 역시 일정 부분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출자ㆍ출연 법인ㆍ단체의 경우 소관 부처의 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으므로 소관 부처에 관계되는 사항에 관하여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일반 국민들은 이를 해당 소관 부처나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와 같은 것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출자ㆍ출연 법인․단체라고 하더라도 위 시행령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인사ㆍ예산ㆍ조직이 독립된 상태라면, 일반 국민들이 그 행위를 소관 부처나 공무원의 행위와 동일시할 우려가 적고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 법인ㆍ단체는 소관 부처의 관계사항 여부에 상관없이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자유롭게 판단하여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우월적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규제하여 국민의 재산권 및 생활안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가 등이 출자ㆍ출연한 법인ㆍ단체라 할지라도 우월적 위치에 있지 않은 법인ㆍ단체라면 기부금품 모집에 자율성과 자발성을 담보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달리 이들에게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하는 것은 자의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피청구인의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 여부
(1) 청구인들의 행위가 기부금품법에서 금지한 기부금품 모집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부금품’이란, 명칭을 불문하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의미하고(기부금품법 제2조 제1호), ‘기부금품의 모집’이란 서신, 광고, 기타 방법으로 기부금품의 출연을 타인에게 의뢰ㆍ권유ㆍ요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기부금품법 제2조 제2호).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과 관련하여 청구인들의 행위는 ‘태극기 기증 운동’의 일환으로 관내 건설업체 등에 태극기 기증 안내를 한 것에 불과하고, 직접 기부금품을 모집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태극기 기증 운동’은 청구인들이 속하였던 ○○구청 ○○과의 추진 사무였던 점, ○○구청 ○○과 소속 직원들이 각자 연락 대상을 분담하여 건설업체에 연락을 하고 태극기 기증 방법을 안내하며 태극기 제작업체 운영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던 점, 연락을 받은 건설업체 측에서는 태극기 제작업체에 대금을 교부하였을 뿐이고 태극기의 배부 대상은 ○○구청 ○○과 직원들이 지정하였던 점, 청구인 김○○, 청구인 이○○은 각각 주무관으로 지속적으로 태극기 기증현황을 정리하여 ○○팀장이던 청구인 송○○, ○○과장이던 청구인 박○○, 청구인 한○○ 등을 거쳐 부구청장에게까지 추진결과 보고를 하였고 기증 업체를 감사장 추천 대상으로 정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들에게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고 범행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위법성 조각 사유 인정 여부
청구인들은 대한민국국기법 등 법령과 행정자치부 및 서울특별시의 협조 요청에 따라 행위 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가) 법률의 착오 인정 여부
형법 제16조의 법률의 착오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되게 인식하고 그와 같은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도4128 판결 참조). 이때 정당한 이유는 그 착오의 회피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고 이는 곧 충분한 노력을 하였다면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에서는 기부의 후원자를 발굴하는 행위도 금지된다고 명시한 자료를 배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방법이 기부금품법에 저촉되는지에 관하여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법률 저촉 여부를 상급기관에 문의하여 적법한 방법으로 태극기 기증 운동을 추진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므로 법률의 착오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기 어렵다.
(나) 정당행위 인정 여부
대한민국국기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국기의 존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고, 같
은 법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국기선양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무총리훈령인 ‘국기의 게양ㆍ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국기 선양 사업을 개발ㆍ추진하도록 하고 있기는 하다(대한민국국기법 제5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국기의 게양ㆍ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제19조 등).
하지만 위 관련 법령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일반 국민들에게 태극기를 기증하도록 권유하는 내용은 나타나지 아니하는 점, 기부금품법에서 국기의 경우 기부금품 모집 금지의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는 점, 기부금품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도 국기선양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들의 행위가 위 관련 법령에 의하여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청구인들의 행위가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해당 업무가 직업의무의 정상적인 수행으로서 사회윤리상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업무의 근거로 거론하는 행정자치부 의전담당관실의 협조 공문이나 서울특별시의 협조 공문 등을 보더라도, 그 내용에 청구인들의 이 사건 행위와 같은 태극기 제작 대금 출연 권유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청구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그들의 직위나 국기보급 사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업무에 의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청구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가 되려면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 사이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을 감안하여 사회윤리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행위 목적은 일단 국기의 보급으로 볼 수 있고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부금품법이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점, 청구인들의 소관업무가 태극기 제작 대금을 기부한 업체와 밀접한 업무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점, 다른 방법으로도 국기보급 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수단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곤란하고, 긴급성이나 보충성을 충족할만한 사정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 사건 행위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 볼 수 없다.
라. 소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기부금품모집금지조항에 의하여 이루어진 처분으로서, 피청구인이 이 사건에 관하여 수사하거나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을 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달리 위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