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3. 23. 2018헌마460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국회법 제123조 제1항 위헌확인 등
[2023. 3. 23. 2018헌마460, 2020헌마799(병합)]
판시사항
1. 국회에 청원하는 방법으로 국회의원(이하 ‘의원’이라 한다)의 소개를 받도록 정한 구 국회법 제123조 제1항 중 ‘의원의 소개를 얻어’ 부분(이하 ‘구 의원소개조항’이라 한다)과 국회법 제123조 제1항 중 ‘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부분(이하 ‘현 의원소개조항’이라 하고, 구 의원소개조항과 합하여 ‘의원소개조항’이라 한다)이 청원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국회에 청원하는 방법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도록 정한 국회법 제123조 제1항 중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부분(이하 ‘국민동의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원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국민동의조항과 그 위임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로서 국민의 찬성ㆍ동의를 받는 기간과 그 인원수 등을 규정한 국회청원심사규칙 제2조의2 제2항 중 ‘등록일부터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고’ 부분 및 구 국회청원심사규칙 제2조의2 제3항(이하 위 세 조항들을 합하여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라 한다)이 청원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는 구 의원소개조항의 목적이 무책임한 청원서의 제출을 예방하여 청원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는 점, 입법자는 청원권의 구체적 입법형성에 있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점, 청원의 소개의원은 1인으로 족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위 조항이 입법형성의 재량의 범위를 넘어 청원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06. 6. 29. 2005헌마604; 헌재 2012. 11. 29. 2012헌마330).
구 의원소개조항이 이후 개정되면서 국회에 대한 청원방법으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의원소개를 받아 하는 청원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또한 구 의원소개조항의 실질적인 내용은 현 의원소개조항과 동일하므로, 위 선례의 판단은 구 의원소개조항 및 현 의원소개조항 모두에 대해서 그대로 타당하고, 이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다. 따라서 의원소개조항이 청원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2. 국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청원제도의 목적을 높은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국회의 한정된 자원과 심의역량 등을 고려하여 국민동의기간이나 인원 등 국민동의 요건을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아울러 국회규칙에서는 국회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민의 의견을 취합하여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의제가 효과적으로 국회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구체적인 국민동의 요건과 절차가 설정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동의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원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은 의원소개조항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국회에 청원하는 방법을 허용하면서 그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청원권의 구체적인 입법형성에 해당한다.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 청원서의 일반인에 대한 공개를 위해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한 것은 일종의 사전동의제도로서, 중복게시물을 방지하고 비방, 욕설, 혐오표현, 명예훼손 등 부적절한 청원을 줄이며 국민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다음으로, 청원서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국회의 한정된 심의 역량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함과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인원에 해당하는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고 동의하는 의제가 논의 대상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에 대한 청원은 법률안 등과 같이 의안에 준하여 위원회 심사를 거쳐 처리되고, 다른 행정부 등 국가기관과 달리 국회는 합의제 기관이라는 점에서 청원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 또한 크다. 이와 같은 점에서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 설정하고 있는 청원찬성ㆍ동의를 구하는 기간 및 그 인원수는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은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청원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국회법(1991. 5. 31. 법률 제4385호로 개정되고, 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3조 제1항 중 ‘의원의 소개를 얻어’ 부분
국회법(2019. 4. 16. 법률 제16325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제1항 중 ‘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부분 및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부분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의2 제2항 중 ‘등록일부터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고’ 부분
구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되고, 2021. 12. 9. 국회규칙 제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2 제3항
참조조문
헌법 제26조, 제75조
국회법(2019. 4. 16. 법률 제16325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의2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된 것) 제1조의2, 제2조의2 제1항
참조판례
1. 헌재 2006. 6. 29. 2005헌마604, 판례집 18-1하, 487, 491-492 헌재 2012. 11. 29. 2012헌마330, 공보 194, 1907, 1908
2. 헌재 2016. 6. 30. 2013헌바370등, 판례집 28-1하, 469, 478 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등, 판례집 28-1하, 535, 544-545 헌재 2016. 7. 28. 2014헌바158등, 판례집 28-2상, 21, 28 헌재 2022. 6. 30. 2019헌바347등
3. 헌재 1994. 2. 24. 93헌마213등, 판례집 6-1, 183, 189-190 헌재 1999. 11. 25. 97헌마54, 판례집 11-2, 583, 588 헌재 2001. 11. 29. 99헌마713, 판례집 13-2, 739, 748 헌재 2006. 6. 29. 2005헌마604, 판례집 18-1하, 487, 492
당사자
청 구 인 1. 성○○(2018헌마460)
2. 박○○(2020헌마799)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광재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8헌마460
청구인 성○○은 2018. 4. 4. ‘미세먼지 저감조치 입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청원제출서류를 국회에 제출하려고 하였으나, 구 국회법 제123조 제1항에 의한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접수를 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 성○○은 2018. 5. 4. 위 국회법 조항이 청구인 성○○의 청원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0헌마799
청구인 박○○는 2020. 4. 21. 국회의 전자청원시스템인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접속하여 “현행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입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청원서를 등록하였으나 2020. 5. 22. ‘청원불수리’로 청원이 종료되었다.
이에 청구인 박○○는,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는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제123조 제1항, 국민동의청원의 제출절차와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는 국회청원심사규칙 제2조의2가 청구인 박○○의 청원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0. 6.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청구인 성○○은 국회의원의 소개 없이 국회에 청원하고자 하는 자이므로 심판대상을 구 국회법 제123조 제1항 중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나. 청구인 박○○는 국회에 청원을 함에 있어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찬성 및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을 국회법 제123조 제1항 및 국회청원심사규칙 제2조의2 중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국회법(1991. 5. 31. 법률 제4385호로 개정되고, 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3조 제1항 중 ‘의원의 소개를 얻어’ 부분(이하 ‘구 의원소개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 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국회법(2019. 4. 16. 법률 제16325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제1항 중 ‘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부분(이하 ‘현 의원소개조항’이라 하고, 구 의원소개조항과 합하여 ‘의원소개조항’이라 한다) 및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부분(이하 ‘국민동의조항’이라 한다),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의2 제2항 중 ‘등록일부터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고’ 부분, 구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되고, 2021. 12. 9. 국회규칙 제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2 제3항(이하 위 국회청원심사규칙 조항들을 합하여 ‘국회규칙조항들’이라 하고, 이를 다시 ‘국민동의조항’과 합하여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라 하며, 앞선 모든 조항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 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국회법(1991. 5. 31. 법률 제4385호로 개정되고, 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3조(청원서의 제출) ① 국회에 청원을 하려고 하는 자는 의원의 소개를 얻어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국회법(2019. 4. 16. 법률 제16325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청원서의 제출) ①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는 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의2(국민동의청원의 제출) ② 제1항에 따른 청원서가 등록일부터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고 제3조에 따른 불수리사항이 아닌 것으로 결정된 경우 의장은 제3항에 따른 동의절차를 위하여 해당 청원서를 지체 없이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이 경우 의장은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제3조에 따른 불수리사항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구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되고, 2021. 12. 9. 국회규칙 제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2(국민동의청원의 제출) ③ 제2항에 따라 공개된 청원서는 공개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경우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된 것으로 본다.
[관련조항]
국회법(2019. 4. 16. 법률 제16325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의2(청원 업무의 전자화) ① 국회는 청원의 제출ㆍ접수ㆍ관리 등 청원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전자시스템(이하 “전자청원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ㆍ운영하여야 한다.
② 전자청원시스템의 구축ㆍ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으로 정한다.
국회청원심사규칙(2020. 1. 9. 국회규칙 제217호로 개정된 것)
제1조의2(청원의 종류) 청원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의원소개청원”이란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가 국회의원(이하 “의원”이라 한다)의 소개를 받아 서면으로 제출하는 청원을 말한다.
2. “국민동의청원”이란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가 「국회법」 제123조의2에 따른 전자청원시스템(이하 “전자청원시스템”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전자적 방식으로 등록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 제출하는 청원을 말한다.
제2조의2(국민동의청원의 제출) ① 국민동의청원을 하려는 자는 전자청원시스템에 정해진 서식에 따라 청원의 취지와 이유, 내용을 기재한 청원서를 등록하여야 한다. 이 경우 청원서와 관련한 참고자료를 첨부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2018헌마460
(1) 구 의원소개조항은 청원제출의 적법요건으로 국회의원(이하 ‘의원’이라 한다)의 ‘소개’를 얻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허가’를 얻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청원의 내용에 관한 검열이나 사전심사절차에 해당한다. 그리고 위 조항은 소개 여부를 의원 개인의 임의에 맡기고 있다. 또한 청원의 내용이나 성공가능성과 관계없이 국가기관에 호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져야 하며, 접수단계에서 민원의 내용을 검토하여 국회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이면 이를 청원으로 접수하여 처리를 하여야지 의원의 소개가 없다는 이유로 진정으로 처리하는 것은 청원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구 의원소개조항은 청원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2) 의원의 소개를 받지 못한 청원도 일단 수리한 후 예비심사를 통해 그 중 무책임한 청원을 가려내는 방식의 대안을 상정할 수 있는 점, 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행정편의적인 것에 불과한 반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국민의 청원권의 형해화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 의원소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원권을 침해한다.
나. 2020헌마799
(1) 국민동의조항은 국회규칙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그 대강을 예측할 수 없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여 청원권을 침해한다.
(2)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찬성ㆍ동의를 받아 하는 청원방법을 규정하면서 그 찬성ㆍ동의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하여 국민의 청원권을 형해화시켰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청원의 내용이 포퓰리즘적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청원권의 본질에 반한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내용이 국회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이면 이를 청원으로 접수하여 처리해야 함에도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 정한 찬성ㆍ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 것은 청원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은 청원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3) 현 의원소개조항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 금지 위반 주장과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주장은 위 2018헌마460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 금지 및 과잉금지원칙 위반에 관한 주장과 대체로 같다.
4. 판단
가. 의원소개조항의 청원권 침해 여부
(1) 선례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구 의원소개조항이 청원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헌재 2006. 6. 29. 2005헌마604; 헌재 2012. 11. 29. 2012헌마330), 그 중 청원권의 침해 여부에 관한 선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의회에 청원을 할 때에 의원의 소개를 얻도록 한 구 의원소개조항의 목적은 무책임한 청원서의 제출과 남용을 예방하고 의원이 미리 청원의 내용을 확인하여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청원은 일반의안과 같이 소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심사절차도 일반의안과 동일한 절차를 밟는다는 점이 청원서 제출단계부터 고려될 필요가 있고, 국회의원 중 청원의 소개의원이 되려는 의원이 한 명도 없다면 결국 그 청원에 대해 찬성하는 의원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심사할 실익은 없다.
의회가 모든 민원을 청원으로 접수한 후 청원심사위원회 등 예비심사제도를 통해 무의미한 청원을 선별해 낸 후 심사하는 방식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으나, 입법자는 청원권의 구체적 입법형성에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국회가 ‘민원처리장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의원의 소개를 청원서 제출의 요건으로 하는 것은 입법자에게 부여된 입법재량의 범위 내이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청원을 억제하여 청원의 효율적인 심사를 제고하기 위한 것인 점, 국회는 의원의 소개를 얻지 못한 민원들을 진정으로 접수하여 처리하는 점, 청원의 소개의원은 1인으로 족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구 의원소개조항이 입법형성의 재량의 범위를 넘어 청원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선례변경의 필요성 여부
위 선례의 심판대상이던 구 의원소개조항과 구 국회법(2018. 4. 17. 법률 제15620호로 개정되고, 2019. 4. 16. 법률 제163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3조 제1항이 이후 개정됨에 따라 국회에 대한 청원방법으로 의원의 소개를 받는 방식 외에,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 추가되었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의원소개를 받아 하는 청원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구 의원소개조항에 대한 위 선례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이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다. 또한 구 의원소개조항의 실질적인 내용은 현 의원소개조항과 동일하므로, 현 의원소개조항에 대해서도 선례의 판단은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의원소개조항이 청구인들의 청원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국민동의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 및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헌재 2016. 7. 28. 2014헌바158등 참조), 하위법규가 국회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한편, 위임의 구체성ㆍ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16. 6. 30. 2013헌바370등; 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등; 헌재 2022. 6. 30. 2019헌바347등 참조).
(나) 법률이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직접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하기 위해서는 예측가능성과 함께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16. 7. 28. 2014헌바158등 참조).
국민동의조항은 국민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청원하는 방법을 마련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기간과 그 인원수는 국회규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국민동의조항은 의원소개조항에 더하여, 추가적인 청원방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청원제도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국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청원제도의 목적을 높은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한정된 자원과 심의역량을 고려하여 국민동의 요건을 조화롭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동의기간이나 인원을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게 되면 청원제도의 목적을 최적의 수준으로 달성하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이는 입법기술상으로도 어려운바, 청원을 처리하는 국회가 국회의 심의역량과 청원제도의 운영상황, 청원통계 등을 고려하여 이를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 한편, 국민동의조항은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인원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으면 곧 청원이 가능하다는 점 자체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청원제도의 목적 실현과 국회의 부담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면 국회규칙에서는 국회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민의 의견을 취합하여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의제가 효과적으로 국회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국민동의기간 및 인원과 같은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가 설정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라) 따라서 국민동의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 박○○의 청원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2)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의 청원권 침해 여부
(가) 헌법은 제26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청원권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의견, 희망 등에 관하여 적법한 청원을 한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이(그 주관관서가) 청원을 수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여 청원자에게 그 처리결과를 통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헌재 1994. 2. 24. 93헌마213등; 헌재 1999. 11. 25. 97헌마54 참조). 한편, 청원권의 구체적 내용은 입법활동에 의하여 형성되며 입법형성에는 폭넓은 재량권이 있으므로 입법자는 국회에 제출되는 청원서에 대하여 청원의 내용과 절차는 물론 청원의 심사ㆍ처리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행할 수 있게 하는 합리적인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헌재 1999. 11. 25. 97헌마54; 헌재 2001. 11. 29. 99헌마713 참조).
(나)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은 국민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전자청원시스템에 등록된 청원서가 등록일부터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아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공개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경우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된 것으로 본다. 이는 의원소개조항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국민동의 방식의 청원방법을 허용하면서 그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청원권의 구체적인 입법형성에 해당한다.
(다) 국민동의법령조항들에 따른 청원의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청원서의 공개를 위해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한 것은 일종의 사전동의제도로서, 이는 중복게시물을 방지하고 비방, 욕설, 혐오표현, 명예훼손 등 부적절한 청원을 줄이며 국민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다음으로, 청원서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공개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국회의 한정된 심의 역량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함과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인원에 해당하는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고 동의하는 의제가 논의 대상이 되도록 하면서, 결집이 용이한 소수이익집단의 특수한 이해관계가 과도하게 대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에 대한 청원은 법률안 등과 같이 의안에 준하여 위원회 심사를 거쳐 처리되고, 다른 행정부 등 국가기관에서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회는 합의제 기관이라는 점에서 청원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 또한 크다. 이와 같은 점에서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 설정하고 있는 청원찬성ㆍ동의를 구하는 기간 및 그 인원수는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물론 의회가 모든 민원을 청원으로 동일하게 접수한 다음 예비심사제도 등을 통해 부적합한 청원을 선별해 낸 후 심사하는 방식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는 청원권의 구체적 입법형성에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민원처리장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국민동의법령조항들과 같이 적정한 범위 내에서 국민의 동의를 청원서 제출의 요건으로 규정하여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한 민원은 의안에 준하여 처리하고, 그 외 민원은 진정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입법자에게 부여된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6. 6. 29. 2005헌마604 참조).
(마) 국민동의조항이 2019. 12. 1. 시행되고 나서 그 위임을 받아 도입된 국회규칙조항들은 2020. 1. 9. 시행되었다. 이후 국회규칙조항들이 2021. 12. 9. 개정됨에 따라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 청원서 공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요하던 것이 5만 명의 동의만을 요하는 것으로 완화될 때까지 277건의 청원이 공개되고, 그 중 30건(제20대 국회 7건, 제21대 국회 23건)이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의 요건을 충족하여 청원으로 접수되었는바, 그 접수건수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이 청원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
(바) 따라서 국민동의법령조항들은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청구인 박○○의 청원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