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11. 25. 2017헌마1384 [각하]

출처 헌법재판소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

[2021. 11. 25. 2017헌마1384, 2018헌마90, 145, 391(병합)]


판시사항



‘금융위원회가 2017. 12. 28.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의 신규 제공을 중단하도록 한 조치’(이하 ‘이 사건 중단 조치’라 한다) 및 ‘금융위원회가 2018. 1. 23.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2018. 1. 30.부터 시행하도록 한 조치’(이하 ‘이 사건 실명제 조치’라 하고, ‘이 사건 중단 조치’와 합하여 이를 ‘이 사건 조치’라 한다)가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조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의무 등을 부담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하여, 종전 가상계좌가 목적 외 용도로 남용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그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감시ㆍ감독체계와 새로운 거래체계, 소위 ‘실명확인 가상계좌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금융기관에 방향을 제시하고 자발적 호응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더라도 행정상, 재정상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조치 이전부터 금융기관들이 상당수 거래소에는 자발적으로 비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왔고 이를 제공해오던 거래소라 하더라도 위험성이 노정되면 자발적으로 제공을 중단해 왔던 점, 이 사건 조치 이전부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를 중심으로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자금세탁 방지규제가 계속 강화되어 왔는데 금융기관들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점, 다른 나라에 비견하여 특히 가상통화의 거래가액이 이례적으로 높고 급등과 급락을 거듭해 왔던 대한민국의 현실까지 살핀다면, 가상통화 거래의 위험성을 줄여 제도화하기 위한 전제로 이루어지는 단계

적 가이드라인의 일환인 이 사건 조치를 금융기관들이 존중하지 아니할 이유를 달리 확인하기 어렵다. 이 사건 조치는 당국의 우월적인 지위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 조치의 내용을 살피면 정부당국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를 염두에 두고 ‘신규 비실명가상계좌 발급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 제한’이라는 특정 법적 효과 발생을 실질적인 목적으로 삼았고, 금융회사등이 이에 불응하면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등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등의 조치의무’ 위반과 같은 추상적 의무위반사항을 상정하고 시정명령, 영업 정지 요구, 과태료 등의 제재조치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은행들은 일부 가상통화 거래소에 비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해 오면서 수수료 등 상당 수익을 얻던 중에 이 사건 중단 조치로 비로소 그 제공을 중단했고, 은행들은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관련 계약체결 대상을 선정함에 관한 자율성이 있을 뿐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시행 그 자체는 다른 예외나 선택의 여지없이 이 사건 실명제 조치로 강제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조치는 비권력적ㆍ유도적 권고ㆍ조언ㆍ가이드라인 등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조치는 가상통화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일반국민의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포함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배태한 새로운 기술이나 재화에 대한 규제를 입안하려는 경우, 특히 이 사건 조치와 같이 개개인의 기본권에 다층적인 제한을 가하게 될 것이 충분히 예견되었고, 거래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금융당국이 손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통상적인 금융실명거래의 범주를 넘어 ‘가상통화 거래’라는 특정 거래내역만을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하는 규제는 공론장인 국회를 통하여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규율밀도가 증대된 법률조항의 형태로 규율되었어야 한다.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들은 추상적으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등에 대한 일반적 감독권한을 규정한 것이거나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된 금융회사등의 일반적 의무 및 그에 관련된 금융당국의 조치 등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가상통화 거래에 대하여 실명확인 가상계좌 사용이라는 특정방식을 강제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거나 ‘가상통화의 거래에 관한 것으로 특정된’ 사인의 개인정보 등의 제공을 규정한 것도 아니어서 이 사건 조치로 야기되는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본질적 내용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규율대상과 내용의 기본권적 중요성에 상응하는 규율밀도를 갖춘 법률조항들로 구성된 구체적인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7조 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712호로 일부개정된 것) 제17조 제2호

은행법(2010. 5. 17. 법률 제10303호로 일부개정된 것) 제52조 제4항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11호로 일부개정되고, 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 제4항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103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제17조 제1항 제3호



참조판례



헌재 2001. 3. 21. 99헌마139등, 판례집 13-1, 676, 692

헌재 2003. 12. 18. 2001헌마754, 판례집 15-2하, 609, 624-625

헌재 2005. 3. 31. 2003헌마87, 판례집 17-1, 437, 446-447

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등, 판례집 20-1상, 139, 154-155



당사자



청 구 인 [별지 1] 명단과 같음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7헌마1384

(1) 청구인 정○○은 □□(외국어표기 생략)이라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회원가입을 하여 일회용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코인(외국어표기 생략) 가상통화를 구매한 사람이다.

(2) 가상통화 투자 과열 및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행위 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대한민국 정부는 2017. 12. 13.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여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수립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그 이후에도 가상통화의 국내 시세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시세조작과 불법자금 유입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대한민국 정부는 2017. 12. 28. 10:00 재차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여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에 대한 구속수사, 법무부가 제안한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등을 비롯한 각 대책들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같은 날 14:00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 ‘가상통화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개최하여, 은행권과 가상통화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 중인 은행들의 부행장 등에게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현행 가상계좌 서비스의 신규 제공을 중단해 줄 것 등을 요청하였다. 이에 □□은 2017. 12. 29.과 2017. 12. 30. 가상계좌의 신규 발급을 통한 입금거래가 당분간 중단됨을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지하였다.

(3) 금융위원회는 2018. 1. 23.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17. 12.

28.) 중 금융부문 대책 시행’을 발표하면서, ①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금융거래에 본인확인이 가능한 실명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시스템(이하 ‘실명확인 가상계좌’라 한다)이 2018. 1. 30.부터 시행될 예정이고, ②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에서 금융회사가 가상통화 관련 업무 수행 시 자금세탁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사항들을 규정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하 ‘이 사건 가이드라인’이라 한다)을 마련하였으며, ③ 2018. 1. 23.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2018. 1. 23.부터 2018. 1. 29.까지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쳐 2018. 1. 30.부터 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4) 청구인 정○○은 금융위원회가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과 같은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제공을 중단하도록 함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가상통화의 교환가치가 떨어져 재산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17. 12.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18. 1. 25. 청구이유보충서를 제출하여, 금융위원회가 2018. 1. 23.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를 발표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2017. 12. 13.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및 2017. 12. 28. 가상통화 관련 특별대책의 구체적인 집행 및 실현 과정에 해당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는 국회 입법과정을 통해서만 도입되어야 함에도 그러한 과정 없이 도입되어 법률유보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하였다.

나. 2018헌마90, 145, 391

청구인들은 □□이라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가상통화 거래를 하려는 국민들로, 금융위원회가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과 같은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제공을 중단하도록 함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18. 1. 28.(2018헌마90), 2018. 2. 8.(2018헌마145) 및 2018. 4. 13.(2018헌마391) 각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금융위원회가 2017. 12. 28.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의 신규 제공을 중단하도록 한 조치’(이하 ‘이 사건 중단 조치’라 한다) 및 ‘금융위원회가 2018. 1. 23.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2018. 1. 30.부터 시행하도록 한 조치’(이하 ‘이 사건 실명제 조치’라 하고, ‘이 사건 중단 조치’와 합하여 이를 ‘이 사건 조치’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별지 2]와 같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적법요건에 관하여

이 사건 조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여 공권력 행사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조치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시중 은행들이지만 이로 인해 청구인들이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자기관련성이 긍정된다.

나. 본안에 관하여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가상통화 거래소 이용자들은 그 거래자금 입금에 있어 실명확인과 연계되지 않은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사건 조치는 가상통화의 교환가치를 떨어뜨리고 재산적 권리관계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형성할 수 없도록 하여 재산권 및 경제상 자유와 창의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품들과는 달리 거래방식을 규제하여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 등과 같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여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공권력’이란 입법권ㆍ행정권ㆍ사법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ㆍ공공단체 등의 고권적 작용을 말하며(헌재 2001. 3. 21. 99헌마139등 참조), 그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등 참조).

한편 행정상의 사실행위는 경고(警告), 권고(勸告), 시사(示唆)와 같은 정보제공행위나 단순한 지식표시행위인 행정지도(行政指導)와 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권력적 사실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데(헌재 2003. 12. 18. 2001헌마754 참조),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ㆍ관여정도 및 태도, 사실행위의 목적ㆍ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ㆍ강제수단 발동 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헌재 2005. 3. 31. 2003헌마87; 헌재 2018. 4. 26. 2016헌마46 참조).

나. 이 사건 조치와 공권력 행사성

이 사건 조치가 이루어진 경위 및 주요 경과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의 내용과 성격을 먼저 살펴본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주재로 2017. 9. 1. 및 9. 29.에 이루어졌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와 국무조정실ㆍ국무총리비서실 주관으로 2017. 12. 13. 이루어졌던 관계부처 합동회의, 그리고 2017. 12. 28. 발표된 이 사건 중단 조치와 2018. 1. 23. 발표된 이 사건 실명제 조치(이 사건 가이드라인 포함), 나아가 2018. 6. 27. 위 가이드라인의 개정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졌던 일련의 논의들을 통하여 이 사건 중단 조치와 실명제 조치의 성격을 살펴보면, 이는 ① 그 수범자를 ‘금융회사등’으로 상정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의무 등을 부담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하여 ② 가상계좌가 그 본연의 목적(예컨대, 아파트 관리비, 학교 등록금, 범칙금 등의 효율적인 납부 등) 외 용도로 남용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 등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③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감시ㆍ감독체계와 이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거래체계(실명확인 가상계좌)가 정착되도록, 금융기관에 방향을 제시하고 자발적인 순응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일 따름이다. 실제로 이 사건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살피면, 이 사건 조치를 따르지 않는 불건전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하여는 ‘은행권’이 어떠한 형태의 지급결제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하는 등 ‘금융기관’이 주체가 된 조치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정하고 있으며, ‘실명확인 가상계좌 제공계약’ 또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거래소와 체결할 것임을 분명히 적시하였다. 반면,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을 요청 받은 은행들이 당국의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 은행들에 행정상ㆍ재정상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내용은 달리 확인할 수 없다.

이 사건 조치가 금융기관들의 자발적 순응을 상정한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이 사건 조치 전ㆍ후 금융기관들과 가상통화 거래소 간 관계에 비추어 보다 면밀히 살펴본다.

이 사건 조치에 관한 논의가 있기 이전부터 금융기관들은 ‘특정 금융거래정

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시한 금융규제 관련법령을 가상통화 거래소가 적용받지 아니하였었던 데 따른 가상통화 거래소의 태생적 위험성과, 고객계정의 해킹가능성 등 기술적 위험성 등을 자체적으로 인지하고, 소수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상당수의 거래소에는 자발적으로 비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왔으며, 가사 이를 제공하던 대형 거래소라 하더라도 그 운영과정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노정되면 그 제공을 중단하였다. 2017. 6. 전ㆍ후로 가상통화 거래소 ‘□□’에서 상당수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되자, ‘□□’에 비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하던 특정은행이 그 수익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제공을 중단했던 사례 등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이러한 양상은 이 사건 조치 이후 금융기관들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제공 양태를 살피더라도 동일하다. 일부 금융기관은 이 사건 조치로 가상통화 거래소에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한 수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잔존하는 가상통화 거래소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이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기관에 근본적으로 부여된 자금세탁 방지의무와, 영리추구기관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내재된 자발적 위험회피 유인들, 그리고 이 사건 조치와는 별개로 금융기관들이 가상통화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한적으로만 제공하고 나아가 그 제공을 중단해 왔던 양상들까지 살피면, 이 사건 조치가 금융기관들의 자발적 호응을 상정한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조치 이전부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가상통화 거래 관련 자금세탁 방지 규제’의 세계적 경향이 금융기관들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본다.

가상통화나 그 거래중개기관의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특정 금융서비스의 제공을 제한하거나 관련 규제를 입안하려는 움직임은 개별 금융기관이나 개별 국가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특히 가상통화나 그 취급업자를 통로로 삼아 자금을 세탁하거나 테러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가 상당할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이를 봉쇄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FATF)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논의되어 왔고, 2015. 6. 지침(Guidance)이 공표된 이래 시간이 경과되며 보다 강화된 규제방안이나 기준들이 연달아 발표되어 왔으며, 이를 반영하여 세계 각 국별 자체규제도 강화되어 왔는데, 해외 금융망의 접근 등에 관한 분명한 이해관계를 갖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규제경향을 엄중하게 고려하지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조치 전ㆍ후로 정부당국과 금융기관들 간 논의가 이루어졌던 배경과 ‘금융기관이 주체가 되어’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게 되었던 제반 사정들,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부정적 시각과 그에 따른 가상계좌의 제공 및 중단 양상들, 그에 더하여 이 사건 조치 전ㆍ후로 계속 이루어져 왔던 FATF 기준의 개정 추이와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지지한 2019. 6. 29. G20 오사카 공동선언문(제17조) 등의 취지까지 종합하면, 이윤 추구 기관으로서 당해 기관에 대한 국내ㆍ외의 신인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에 관한 평가나 국제기준의 준수 여부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관리비, 등록금 및 범칙금 납부 등에 쓰여 왔던 가상계좌가 남용됨에 따른 위험요인, 특히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아니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손실발생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주 계좌의 개설자가 미성년자나 외국인인 경우를 중심으로 비실명가상계좌를 통한 자금세탁위험이 가중될 가능성까지 이 사건 조치가 제시한 이상 그 위험성에 주목하지 아니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고객확인의무 강화방안을 상정하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를 주지시키면서 보완적 방법으로 실명확인 가상계좌 시스템을 제시한 정부당국의 이 사건 조치와 일련의 가이드라인에 자발적으로 호응할 유인이 충분하다.

특히 세계 각 국보다 가상통화의 거래가액이 이례적으로 높거나 빈번하게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등 비정상적 거래 양태가 빈번하게 노정되어 왔던 대한민국의 현실과 전 세계적 자금세탁방지 관련 공조 요청을 이 사건 조치가 더불어 제시하고 있다는 점까지 살핀다면, 가상통화 거래의 위험성을 줄여 관리 가능한 선에서 제도화하기 위한 전제로 이루어지는 단계적 가이드라인의 일환인 이 사건 조치를 금융기관들이 존중하지 아니할 이유를 달리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조치가 당국의 우월적인 지위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

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이 사건 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 밖에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볼 사정이 없으며, 이 사건 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남긴다.

가. 이 사건 조치의 공권력 행사성

(1) 행정상 사실행위의 공권력 행사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이다.

행정상의 사실행위는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정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ㆍ관여정도ㆍ태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ㆍ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ㆍ강제수단의 발동 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선례이다(헌재 1994. 5. 6. 89헌마35; 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조치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조치가 발표될 당시 확인된 문언적ㆍ표면적인 내용을 넘어, 이 사건 조치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특히 관계법령상 금융회사등이 그에 불응하였을 경우 명령ㆍ강제수단 등이 실질적으로 발동될 가능성이 정부당국과 금융회사등 사이의 실제적인 관계에 비추어 문제된다.

(2) 이 사건 조치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계법령

이 사건 기록 중 금융위원회가 2018. 1. 15. 보내온 사실조회 회보 및 금융위원회의 의견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제52조 제4항, 구 ‘특정 금융거

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103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정금융정보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위원회법’이라 한다) 제17조 제2호에 근거하여 시중 은행들에 대해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등 감독 및 검사ㆍ제재(制裁)에 관한 사항을 그 소관사항 중 하나로 하고(금융위원회법 제17조 제2호), 금융위원회는 건전한 금융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은행에 대하여 약관의 변경을 권고할 수 있다(은행법 제52조 제4항). 나아가 이 사건 조치가 발표될 당시 시행되던 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의 장(이하 ‘금융정보분석원장’이라 한다)은 금융회사등이 수행하는 업무, 즉,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구 특정금융정보법 제4조),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방지를 위한 업무지침의 작성ㆍ운용 등 조치의무(구 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와 고객확인의무(구 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의2) 등을 감독하고, 감독에 필요한 명령 또는 지시를 할 수 있으며, 그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금융회사등의 업무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

한편,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검사 결과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 또는 지시를 위반한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해당 금융회사등에 대하여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고(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1조 제2항), 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는 해당 금융회사등의 영업에 관한 행정제재처분의 권한을 가진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6개월의 범위에서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1조 제4항). 또한, 위와 같은 명령ㆍ지시ㆍ검사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이를 거부ㆍ방해 또는 기피한 자에게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7조 제1항 제3호, 제2항).

(나) 판단

이 사건 중단 조치 발표 당시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비실명) 제공 중단을 요청받은 은행들이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 시중 은행들에 대한 행정상ㆍ재정상의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거나 상응한 제재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명문으로 공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를 염두에 두고, 청구인들과 같은 사인들의 ‘신규 가상계좌(비실명) 발급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의 제한’이라는 특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이 사건 조치의 실질적인 목적으로 삼았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핀 것과 같이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ㆍ제재에 관한 사항 등을 소관 사무로 두었고, 앞서 본 구 특정금융정보법 조항들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금융회사등의 업무를 감독하고 감독에 필요한 명령ㆍ지시 등을 할 수 있으며, 이 사건 조치의 실질적 목적을 구현하려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등이 이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불응할 경우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등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등의 조치의무’ 위반 등과 같은 추상적 의무위반사항을 상정하고, 시정명령, 영업 정지 요구, 과태료의 제재조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제재조치가 발령된다면 해당 금융회사등이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상대로 해당 제재조치의 위법성 또는 위 법률조항들이 해당 제재조치의 직접적 근거가 되는지 여부 등을 적극적으로 다툴 것을 쉽사리 상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조치가 있기 직전까지 일부 은행들은 일부 가상통화 거래소에 비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해 왔고, 수수료 등 상당 수익을 얻던 중에 이 사건 중단 조치로 비로소 그 제공을 중단했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들이 과연 이 사건 중단 조치의 실제적이고도 적확한 근거가 되겠는지 혹은 이 사건 중단 조치에 필요한 충분한 규율밀도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중단 조치를 단지 시중 은행들의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면서 자발적 순응에 기대어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것, 즉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이 사건 실명제 조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 특정금융정보법 조항들이 예정한 불이익한 조치는 이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는 결국 이 사건 중단 조치가 애초부터 염두에 두었던 구체적 결과물에 해당한다. 금융정보분석원ㆍ금융감독원은 이 사건 실명제 조치 이전에 은행권 현장점검을 실시하였고, 이 사건 실명제 조치는 그와 같은 현장점검 결과를 토대로 하였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그 자율성은 계약체결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의 자율성일 뿐이다. 기존 가상계좌 서비스 신규 제공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를 대체하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시행 그 자체는 다른 예외나 선택의 여지없이 이 사건 실명제

조치로 강제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조치는 비권력적ㆍ유도적인 권고ㆍ조언ㆍ가이드라인 등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조치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법률유보원칙

법치주의의 핵심적 내용으로서 법률유보원칙은 의회유보원칙을 내포한다(헌재 2015. 5. 28. 2013헌가6 참조). 말하자면, 적어도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기본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써 수행해야 하지,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헌재 1996. 10. 31. 93헌바14 참조). 국회의 입법절차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다원적 인적 구성의 합의체에서 공개적 토론을 통하여 국민의 다양한 견해와 이익을 인식하고 교량하여 공동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으로서 일반국민 등의 비판을 허용하고 그들의 참여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관료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정입법절차나 행정작용절차와 달리 공익의 발견과 상충하는 이익 간의 정당한 조정에 보다 적합한 민주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규율대상이 기본권적 중요성을 가질수록 그리고 그에 관한 공개적 토론의 필요성 내지 상충하는 이익 사이의 조정 필요성이 클수록, 그것이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 직접 규율될 필요성 및 그 규율밀도의 요구정도는 그만큼 더 증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882 참조).

(2) 새로운 기술 또는 재화와 관련된 금융규제에 요구되는 규율밀도

(가) 현대 사회에서 금융시스템의 성격

현대 사회에서 금융시스템은 ‘금전의 융통’이라는 고전적인 목적을 넘어 다양한 목적에서 금융서비스 제공자들과 그 이용자들 간 상호작용을 매개해 왔는데, 광범위하게 제공되는 금융서비스 목록들에 이용자들의 주체적인 판단에 따른 사용내역과 개인정보들이 더해지고 이를 토대로 이용자들이 다양한 생활기반을 형성해 나가면서 국민들의 접근과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일종의 공공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국민 개개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

요불가결한 터전이 되어 왔다.

이를 통해 제공되는 금융서비스의 내용과 그 변동이 야기하는 사회적인 파급력에 관하여는 달리 상론을 요하지 아니한데, 금융서비스의 변동은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시스템을 활용하며 업(業)을 영위해 오던 특정기업 혹은 특정 산업군의 부침(浮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시스템은 특히 주요 개인정보들의 보고(寶庫)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래로 우리나라에서 금융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개인정보의 내용이나 금융시스템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기록되는 각 개인의 이용내역은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별로 부여된 개인식별정보에 각 개인의 금융시스템 이용내역 등을 묶어 특정하기 용이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금융시스템을 통하여 수집되고 축적되는 정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에는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이 적지 아니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금융시스템이 갖는 중요성과 영향력 및 위험성을 고려하여, 금융업에 관하여는 인적ㆍ물적 측면에서 국가가 제시한 엄격한 규제요건들을 충족한 소수의 사업자들에 의하여 금융시스템이 유지되어 왔고 그러한 기반 하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가 제공되어 왔다.

(나) 우리 헌법과 규제의 정당화 요건

우리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사인인 서비스 제공자의 직업의 자유 등을 보장하면서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향점을 제시하고 조정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규제가 헌법상 정당화 될 수 있으려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한다.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서비스 제공자 또는 이용자인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앞서 살핀 것과 같이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공익의 발견과 상충하는 이익 간에 정당한 조정이 매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금융업에 관하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금융규제 중에서도 그 궁극적인 규제목적이나 대상, 내용이 기술발전에 따른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배태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 또는 재화에 관한 규제의 경우, 일단(一端)의 규제

로도 그 경로의존성에 따라 규제를 받는 자들의 기본권에 다층적이고도 심대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에 의한 규율 필요성이 증대된다. 또한 해당 금융규제가 금융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는 국민들의 개인정보의 제공 및 그 정보의 취급에 관한 것으로서 이전보다 두텁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거나, 규제대상영역에 관하여 이미 상당수 국민이 이해당사자가 되어 이해관계를 형성한 상황에서 규제가 입안되는 경우라면, 그에 관하여는 새로운 분야에 관한 국민의 다양한 견해와 이익을 인식하고 교량해야 할 필요성이나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매개로 한 국가의 과도한 통제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 및 민간전문가의 참여 가능성을 개방함으로써 오판(誤判)이나 정책불응의 가능성을 낮출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므로, 국회에서 제ㆍ개정하는 법률로 그러한 금융규제의 주요 내용을 직접 규율할 필요성이 더 크다. 이 경우 해당 규제의 기본권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전문 관료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행정입법이나 행정작용에 과다한 형성여지를 부여하는 고도로 추상화된 법률조항이 아닌, 그 본질적 내용들을 세련되고 세밀하게 규율하는, 말하자면 규율밀도가 증대된 법률조항의 형태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3) 이 사건 조치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규율 필요성

이 사건 조치의 각 세부내용들이 담긴 정부당국의 공식 자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 규제목적으로 순수한 자금세탁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 외에 가상통화와 그 거래에 대한 일반국민의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것 또한 포함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이 사건 조치가 이루어질 당시 그 궁극적 규제대상인 가상통화의 거래가액이 가상통화의 실제 가치와는 현저하게 괴리된 것이라는 인식 또는 가상통화의 본질적인 성격이 투기적인 것이라는 정부당국의 선제적인 판단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조치가 이루어졌던 당시 가상통화 거래가액의 급등 현상 등을 고려하면, 정부당국의 우려를 근거 없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조치가 이루어졌을 당시, 가상통화가 갖는 기술적 특성(예컨대, 소위 ‘분산원장’ 기술 등)과 가상통화에 배태된 여러 가능성, 특히 다른 재화들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 등에 힘입어 이를 선제적으로 제도화하자는 논의도 우리 사회에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가능성에 주목한 상당수 일반국민들은 금융시스템을 통하여 가상통화 거래소 등을 매개로 가상통화 거래에 참여하면서 직ㆍ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형성해 왔는데, 이 사건 조치 이후 4년 가까이 경과된 현 시점에서 주요 가상통화들의 세

계적인 거래가액 추이를 살펴보면, 앞서 주목받았던 가상통화의 가능성들이 전혀 터무니없다거나 그 당시 가상통화의 거래가액들이 전적으로 투기적인 수요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단정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그와 같이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배태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그에 관한 새로운 재화의 성격을 갖는 영역에 관하여는, 설령 그 제도화 과정에서 그 거래 등에 관한 규제가 요구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규제가 입안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견해와 이익이 인식되고 충분히 교량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여 그 가능성과 위험성 등에 관하여 공개적인 토론을 거치며 결과적으로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확한 규제의 양태가 도출되도록 국회에서 법률로 직접 규율되어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

가상통화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그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려는 목적이 포함된 이 사건 조치가 그로 인하여 직ㆍ간접으로 규제를 받는 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면서 개개인의 기본권에 다층적 제한을 가하게 될 것이 충분히 예견되었고, 나아가 그 규제수단으로 거래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금융당국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이 사건 조치가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조치와 같은 내용의 규제는 공론장인 국회를 통하여 응당 법률로 규율되었어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이 더욱 분명하다.

(4) 이 사건 조치의 기본권적 중요성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은행과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들 사이에, 그리고 거래소와 사인 간에 이루어져왔던 가상통화 거래 관련 이용계약의 내용들이 반드시 ‘실명확인이 강제된’ 방식으로 국한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사용하게 되면서 ‘전적으로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것으로 특정된’ 개인정보의 내역들을 사인이 제공하고 금융당국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주요 거래소들을 통해 가상통화를 거래하려는 사인의 신원, 나아가 거래 일시와 내역, 금액 등을 금융당국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금융실명거래의 범주를 넘어 ‘가상통화의 거래’라는 특정거래내역만을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길을 확보하여 특정한 성격과 내용의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가상통화 거래 과세 등을 위한 선제조치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제한은 계약의 자유,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등 주요한 기본권에 대해 그 범위와 깊이

에 있어 중대한 제한을 수반하므로 이 사건 조치와 같은 사항들은 법률로 규율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즉 규율밀도가 증대된 법률조항의 형태로 규율되어야 할 것이다.

(5) 판단

앞서 살핀 것과 같이,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제52조 제4항, 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1조 제1항, 금융위원회법 제17조 제2호에 근거하여 시중 은행들에 대해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이 사건 조치의 근거로 제시했던 위 법률조항들의 문언, 입법취지 및 개정내역 등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이는 추상적으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등에 대한 일반적 감독권한을 규정한 것이거나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된 금융회사등의 일반적 의무 및 그에 관련된 금융당국의 조치 등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조치로 야기되는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본질적 내용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즉, 위 법률조항들은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전제가 되는 개별 계약에 대하여 실명확인 가상계좌 사용이라는 특정방식을 강제하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고, ‘가상통화의 거래에 관한 것으로 특정된’ 사인의 개인정보 등의 제공에 관하여 규정한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조치가 규율하려는 대상과 내용의 기본권적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증대된 규율밀도를 가진 법률조항 형태를 갖춘 입법이 요구된다는 점까지 고려하여 위 법률조항들을 살펴본다면, 위와 같은 판단은 더욱 타당하다.

한편, 이 사건 조치가 있은 뒤로 2년여의 시간이 경과된 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통화거래소 등을 ‘가상자산사업자’로 정의한 뒤 ‘금융회사등’의 범주에 포함시키고(법 제2조 제1호 하목), 종전의 ‘금융거래’에 가상자산거래를 포함하여 새로이 ‘금융거래등’으로 정의하였으며(법 제2조 제2호 라목),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증표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였다(법 제2조 제3호).

나아가 제3장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었는데,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하여는 전신송금 시 정보제공에 관하여 그 정보제공의 대상, 기준, 절차, 방법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법 제6조 제3항), 법 제7조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의무를 정하였는데, 특히 실명확인 가능 입출금 계정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시하되 이를 통하여 금융거래등을 하지 아니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하여는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그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법 제7조 제3항 제2호),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는 기준, 조건 및 절차에 관한 법적 근거를 두되 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법 제7조 제9항). 이 외에도 금융회사등의 고객 확인의무에 해당 고객이 가상자산사업자인 경우를 추가로 규율하였고(법 제5조의2 제1항 제3호, 제4항 제2호), 기타 벌칙조항에 관하여도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부분을 각 추가함으로써, 이 사건 조치를 포함한 일련의 조치들에 관한 구체적 내용들을 입법하며 법적 근거를 비로소 마련하였다.

그 법적 근거가 마련되게 된 경위, 새로 입법된 주요 법률조항들의 규율내용과 그 규율밀도를 살펴보면, 결국 거래 및 계약내용 형성, 개인정보 제공 등 기본권적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 내용들을 규제하려 할 경우 이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조항들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고, 그 기본권적 중요성에 상응하는 규율밀도를 갖춘 법률조항으로 규율되는 한에서만 해당 규제가 우리 헌법질서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규율대상과 내용의 기본권적 중요성에 상응하는 규율밀도를 갖춘 법률조항들로 구성된 구체적 법적 근거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성에 더하여, 금융회사등을 매개로 하는 이러한 조치들의 남용위험성과 금융시스템 및 금융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까지 고려한다면, 이 사건 조치가 이루어졌을 당시의 정부당국의 판단대로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거나 사후적인 후속입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위 판단이 달라질 수 없다.

(6) 결론

이 사건 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1] 청구인들 명단

(2017헌마1384)

정○○(변호사)

(2018헌마90)

1. ~ 18. 최○○ 외

(2018헌마145)

1. ~ 181. 이○○ 외

(2018헌마391)

1. ~ 148. 송○○ 외

[별지 2] 관련조항

은행법(2010. 5. 17. 법률 제10303호로 일부개정된 것)

제52조(약관의 변경 등) ④ 금융위원회는 건전한 금융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은행에 대하여 제1항에 따른 약관의 변경을 권고할 수 있다.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103호로 일부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9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금융회사등의 감독ㆍ검사 등) ①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제4조, 제4조의2, 제5조, 제5조의2 및 제5조의3에 따라 금융회사등이 수행하는 업무를 감독하고, 감독에 필요한 명령 또는 지시를 할 수 있으며, 그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금융회사등의 업무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

제17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 제1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또는 제6항에 따른 명령ㆍ지시ㆍ검사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이를 거부ㆍ방해 또는 기피한 자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11호로 일부개정되고, 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금융회사등의 감독ㆍ검사 등) ②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제1항에 따른 검사 결과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 또는 지시를 위반한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해당 금융회사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1. 위반 행위의 시정명령

2. 기관경고

3. 기관주의

④ 금융정보분석원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금융회사등의 영업에 관한 행정제재처분의 권한을 가진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6개월의 범위에서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

1. 제2항 제1호에 따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2. 제2항 제2호에 따른 기관경고를 3회 이상 받은 경우

3. 그 밖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712호로 일부개정된 것)

제17조(금융위원회의 소관 사무) 금융위원회의 소관 사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2.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ㆍ제재(制裁)에 관한 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