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4. 29. 2017헌가25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 위헌제청
[2021. 4. 29. 2017헌가25]
판시사항
1. 전기판매사업자로 하여금 전기요금에 관한 약관(이하 ‘전기요금약관’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 중 ‘전기요금’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가 전기요금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적극)
2. 심판대상조항이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3.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을 ‘전기요금약관’이 효력을 갖게 되는 근거 조항으로 보고,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일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약관을 근거로 제청신청인에게 전기요금을 징수할 수 없게 된다고 본, 제청법원의 법률 해석이 명백히 유지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면 전기요금약관 중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요금체계 등에 관한 부분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약관으로는 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무효라는 판단이 가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한다.
2. 전기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어 전기의 사용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체결한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전기사용자에게 부과되는 것으로서, 조세 내지 부담금과는 구분된다. 즉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민의 재산권에 제한을 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전기요금의 결정에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실제 소요된 비용과
투입된 자산에 대한 적정 보수, 전기사업의 기업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유인들, 산업구조나 경제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바, 전기요금의 산정이나 부과에 필요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을 요할 뿐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나 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의 결정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입법자가 스스로 규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3. 전기요금약관에 대한 인가의 구체적인 기준은 전문적ㆍ정책적 판단이 가능한 행정부가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관련 규정을 종합하면 하위 법령에서는 전기의 보편적 공급과 전기사용자의 보호, 물가의 안정이라는 공익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의 산정 원칙이나 산정 방법 등을 정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은애의 적법요건에 관한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약관에 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일 뿐, 전기요금약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전기공급계약의 효력요건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기요금약관은 전기사업자와 현재 및 장래의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보통계약약관에 해당하고, 전기요금약관에 의한 전기공급계약은 본질적으로 사법관계(私法關係)에 속하므로 계약의 효력이나 그에 따른 채무의 존부 및 범위의 문제는 사법적(私法的) 규율과 해석 원칙에 따라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재판관 이선애의 본안에 관한 반대의견
공공서비스 제공 영역에서 상충하는 이익간의 정당한 조정은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 직접 규율될 필요성이 크다. 심판대상조항은 전기의 보편적 공급의 기본요소인 전기요금의 산정에 관하여 전기공급약관의 인가기준의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고, 전기사업법 시행령에서
도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요금체계 등에 관하여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누진요금 체계와 같은 주요한 산정방식에 관한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한 전기요금산정기준 및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공급약관에서 정해지게 되었다. 공공서비스 제공에 관한 국가의 보장책임이 의회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전적으로 행정적 의사결정에 맡겨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16조 제1항 중 ‘전기요금’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전기사업법 시행령(2009. 11. 20. 대통령령 제21833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전기사업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42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2항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2014. 5. 21.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14-82호) 제11조
참조판례
1. 헌재 2007. 6. 28. 2006헌가14, 판례집 19-1, 783, 792헌재 2018. 6. 28. 2017헌가19, 공보 261, 1015, 1017
2. 헌재 1996. 10. 31. 93헌바14, 판례집 8-2, 422, 432-433헌재 2004. 3. 25. 2001헌마882, 판례집 16-1, 441, 454헌재 2005. 2. 24. 2001헌바71, 판례집 17-1, 196, 209-210헌재 2015. 5. 28. 2013헌가6, 판례집 27-1하, 176, 182-183
3. 헌재 2020. 8. 28. 2018헌바425, 판례집 32-2, 130, 139-140
당사자
제청법원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청신청인 김○○
당해사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6가단57357 채무부존재확인
【주 문】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16조 제1항 중 ‘전기요금’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제청신청인은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와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전기를 공급받는 전기사용자이다.
제청신청인은 한국전력공사가 2016. 7. 3.부터 같은 해 8. 2.까지 제청신청인이 사용한 525kWh의 전기에 대해 128,565원의 전기요금을 부과하자, 한국전력공사의 기본공급약관 중 누진요금에 관한 부분이 전기사업법 제4조,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고 제청신청인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16. 11. 16.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위 기간 동안의 전기요금채무는 68,670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6가단57357)를 제기하였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이하 ‘제청법원’이라 한다)은 제청신청인이 위 소송 계속 중 2017. 3. 6.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 제53조, 제54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자(2017카기10005), 그 중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2017. 7. 20.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으나,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 중 ‘전기요금’에 관한 부분이고,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부분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16조 제1항 중 ‘전기요금’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16조(전기의 공급약관) ① 전기판매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
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이하 ‘기본공급약관’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관련조항]
전기사업법 시행령(2009. 11. 20. 대통령령 제21833호로 개정된 것)
제7조(기본공급약관에 대한 인가기준) ① 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에 대한 인가 또는 변경인가의 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전기요금이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일 것
2. 전기요금을 공급 종류별 또는 전압별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을 것
3. 전기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와 책임에 관한 사항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
4. 전력량계 등의 전기설비의 설치주체와 비용부담자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
전기사업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42호로 개정된 것)
제7조(기본공급약관에 대한 인가기준) ② 제1항 각 호에 따른 인가 또는 변경인가의 기준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전기사업법 시행규칙(2009. 11. 20. 지식경제부령 제103호로 개정된 것)
제16조(기본공급약관의 내용) ① 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하는 기본공급약관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공급구역
2. 공급의 종류
3. 공급전압 및 주파수
4. 전기요금
5. 전력량계 등의 전기설비 설치주체 및 내용과 전기설비공사의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
6. 공급전력 및 공급전력량의 측정 및 요금계산 방법
7. 전기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의 책임분계점
8. 전기의 사용방법 및 기계ㆍ기구 등 용품의 사용 제한에 관한 사항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다른 공급조건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2014. 5. 21.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14-82호)제11조(요금체계) ① 전기요금의 체계는 종별공급원가를 기준으로 전기사용자의 부담능력, 편익정도, 기타 사회정책적 요인 등을 고려하여 전기사용자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형성되어야 한다.
②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을 원칙으로 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
가. 한국전력공사가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가 법인과 개인 사이의 전기공급계약이라는 외관을 갖고 있으나, 그 실질을 보면 정부가 한국전력공사를 설립하고 한국전력공사만이 독점적으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 공급 및 그에 따른 전기요금의 부과에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한다고 보는 것은 이와 같은 전기 공급의 구조에 관한 실질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한편 전기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것으로 전기 사용에 대한 대가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 대한 대가와 다름없는데, 이러한 대가를 정부의 지배를 받는 한국전력공사가 징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전기요금은 조세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전기의 사용이 국민의 생활에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전기요금이 그러한 일상생활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대가로서 현대사회를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전기요금이 불합리하게 책정될 경우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초래될 수밖에 없으므로, 전기요금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가 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전기요금의 실질적 내용에 관하여 어떠한 요소도 규정하지 않은 채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을 약관으로 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이를 인가하도록 함으로써 전기요금의 결정에 있어 국회가 그 통제를 포기한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법률유보(의회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하는 기본공급약관 중 전기요금에 관한 부분(이하 ‘전기요금약관’이라 한다)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항들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그 실질적인 내용을 전혀 규정하지 않아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사항이 어떠한 사
항인지 예측할 수 없게 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있어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이에 관한 법률적 견해를 존중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경우에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부정할 수 있다(헌재 2007. 6. 28. 2006헌가14 참조).
제청법원은, 현재 독점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자본금 중 100분의 51 이상을 정부가 출자하고 있는 점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 전기의 사용이 필수적이고 전기요금은 그러한 전기 사용에 대한 대가인 점 등을 이유로,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사용자와 체결한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제한되고, 전기요금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가 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제청법원은, 전기판매사업자로 하여금 전기요금에 관한 약관을 작성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을 전기요금약관이 효력을 갖게 되는 근거 조항으로 보고,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일 경우 당해사건의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약관을 근거로 제청신청인에게 전기요금을 징수할 수 없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전기요금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당해사건의 주문 및 내용에 영향을 미쳐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을 전기요금약관이 효력을 갖는 근거 조항으로 본 제청법원의 법률해석이 명백히 유지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제청이유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의 실질적 내용에 관하여 어떠한 요소도 정하지 않은 채 약관으로 전기요금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면, 전기요금약관 중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요금체계 등에 관한 부분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약관으로는 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무효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견해를 존중함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전기요금의 법적 성격 및 산정ㆍ부과
(1) 전기요금의 법적 성격
(가) 전기는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필요불가결한 재화인 동시에 필수적인 생산요소로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 전기사업법은 전기의 공공재로서의 성격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의 허가를 받아야 전기판매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기판매사업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물가안정법’이라 한다)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ㆍ승인ㆍ인가 또는 허가하는 사업이나 물품의 가격 또는 요금’을 공공요금으로 보고 그 산정에 공법상 규제를 가하고 있는데, 전기판매사업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하는 사업’에 해당하므로 전기 사용의 대가인 전기요금은 물가안정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요금에 해당한다.
(나) 그러나 전기요금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체결한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전기사용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므로, 반대급부 없이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담세능력이 있는 일반국민에게 공법상 강제로 부과되는 조세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전기요금이 인적 공용부담의 일종으로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특정한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자에게 해당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기 위하여 부과하는 부담금의 개념 표지에 포섭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기사업법 제51조는 ‘부담금’이라는 표제 아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전기사용자에 대하여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대한 지원사업, 도서ㆍ벽지의 주민에 대한 전력공급 지원사업 등 같은 법 제49조 각 호에서 정한 특정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전기요금의 1천분의 65 이내에서 부담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전기요금과 부담금을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2) 전기요금 산정에 관한 법적 규제
(가) 앞서 본 것과 같이 전기요금은 물가안정법의 규제를 받는 공공요금에 해당하는데, 물가안정법 제4조 제1항 및 제5항은 주무부장관이 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면서, 협의대상인 공공요금의 산정 원칙, 산정기간 및 산정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 제6조는 원칙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제공에 드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공공요금을 결정하되, 총괄원가를 산정하는 데에 필요한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 그 밖에 공공요금의 산정에 필요한 세부기준을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
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은 ‘공공요금 산정기준’(기획재정부훈령)을 정하여 고시하고 있다.(나) 다음으로 전기사업법은 전기판매사업자로 하여금 전기요금에 관한 약관을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면서, 그 인가의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심판대상조항). 그 위임에 따른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는 위 약관에서 정한 전기요금이 적정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한 것이어야 하고 공급 종류별 또는 전압별로 구분되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인가의 기준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앞서 본 ‘공공요금 산정기준’(기획재정부훈령)을 토대로 전기요금 산정기준을 정하여 고시[‘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 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이하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라 한다)]하고 있다. 당해사건에 적용된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2014. 5. 21.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14-82호)에 의하면,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로 전기공급에 소요된 취득원가 기준에 의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여기서 총괄원가는 성실하고 능률적인 경영하에서 전력의 공급에 소요되는 적정원가에 이에 공여하고 있는 진실하고 유효한 자산에 대한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금액을 말하고(제8조 제1항 및 제2항), 적정원가는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업, 즉 전기판매사업과 관련한 영업비용과 적정법인세비용을 합한 금액에 일부 영업외손익을 가감하여 산정한다(제13조 제1항). 적정투자보수는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판매사업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직접 공여하고 있는 진실되고 유효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의미하는데, 당해 회계연도의 기초ㆍ기말평균 순가동설비자산액에 운전자금 및 일정분의 건설 중인 자산을 합산한 금액에다 적정투자보수율을 곱하여 산정하고(제16조 제1항, 제2항, 제17조 제1항), 적정투자보수율은 전기사업의 자본비용, 위험도, 공금리수준, 물가상승률, 당해 회계연도의 재투자 및 시설확장계획, 원금리상환계획 등 사업계획과 물가전망 등을 고려하여 전기판매사업의 기업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된다(제18조 제1항).
(3) 전기요금 부과체계
한편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2014. 5. 21.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14-82호)는 전기요금의 부과방식에 관하여서도 정하고 있는바, 전기요금의
체계는 종별공급원가를 기준으로 전기사용자의 부담능력, 편익정도, 기타 사회정책적 요인 등을 고려하여 전기사용자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형성되어야 하며,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을 원칙으로 하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제11조 제1항, 제2항).이에 따라 당해사건에 적용된 한국전력공사 기본공급약관은 전기의 용도를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으로 구분하여 각 용도별로 기본요금 및 전력량요금을 달리 책정하고,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을 합산하여 전기요금을 부과하도록 정하였다. 또한 주택용 전력에 대해서는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의 단가를 가산하는 형태의 6단계 누진요금제를 실시하고, 일반용 전력, 산업용 전력, 교육용 전력에 대해서는 누진제 대신 ‘여름철, 봄ㆍ가을철, 겨울철’ 혹은 ‘경부하시간대, 중간부하시간대, 최대부하시간대’에 따라 전력량요금을 달리 정한 후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선택요금제를 실시하는 한편, 농사용 전력과 가로등 전력에 대해서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이 고정되어 있는 정률요금제를 실시하도록 정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의회유보원칙 위반 여부
(1) 의회유보원칙
헌법은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고, 법치주의는 행정작용에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법률유보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획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5. 5. 28. 2013헌가6 참조).
(2) 의회유보원칙 위반 여부
(가) 전기사업은 국민생활 및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전기를 생산ㆍ공급하는 공익사업이자 대규모 자금의 투입을 요하는 장치산업이며 정부에 의한 다양한
간섭과 규제가 동반되는 정책산업이다. 전기사업법은 2000. 12. 23. 법률 제6283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전기사업을 발전사업ㆍ송전사업ㆍ배전사업ㆍ전기판매사업으로 세분화하고 전력거래가 경쟁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력시장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력산업의 기본제도를 개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체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중복투자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우려하여 송전ㆍ배전ㆍ판매부문은 여전히 한국전력공사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국민생활의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재화이자 모든 산업의 에너지원(源)인 전기의 사실상 독점적 공급업자로서 이 범위에서 국가의 생존배려적 급부행정을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5. 2. 24. 2001헌바71 참조).
전기의 공급이 원칙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자와 전기판매사업자 사이에 체결되는 사적 계약인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전기라는 상품이 갖는 공공재로서의 성격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중요성과 독점적 공급업자로서의 한국전력공사의 지위를 고려하면 전기 공급에 대해서는 법률에 의한 규제가 요구된다.
이에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자에 대하여 전기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의 보편적 공급에 이바지할 의무를 부과하고(제2조 제15호, 제6조 제1항),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여(제14조) 전기판매사업의 공공성 및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기사업법은 전기판매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제7조 제1항), 전기판매사업자로 하여금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을 작성하게 하여 전기판매사업자와 일반 수요자 사이에 전기요금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약관의 정함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약관에 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 또는 변경인가를 받도록 하여 정부가 전기요금약관을 사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6조 제1항).
다만 전기사업법은 심판대상조항에서 전기요금에 관한 약관의 작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전기요금의 결정과 관련된 산정기준 내지 산정방법, 요금체계 등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물가안정법 역시 주무부장관이 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공공요금의 산정기준 등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대신 앞서 본 바와 같이 물가안정법과 전기사업법은 공공요금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을 각 물가안정법 시행령 및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위 각 시행령은 그 세부적인 사항을 기획재정부장관 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위 순차적 위임에 따라 제정ㆍ고시된 ‘공공요금 산정기준’ 및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서 전기요금의 산정기준과 산정방법, 요금체계 등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고 있다.(나)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의 결정 기준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전기의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은 개인의 생존은 물론 기본권의 실현에 있어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므로, 전기의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기반 조성 및 관련된 규범체계의 마련을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인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전기사업법은 전기 공급의 주체, 전기 공급의 대상 및 공급의 방식 등 전기 공급에 관한 본질적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전기요금의 결정에 관한 내용이 전기의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하여 반드시 입법자 스스로 규율해야 할 본질적인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먼저, 전기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어 전기의 사용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체결한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전기사용자에게 부과되는 것으로서, 국가가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ㆍ의무적으로 징수하는 조세 내지 특정한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기 위하여 부과하는 부담금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즉, 전기의 공급 대가인 전기요금의 부과 그 자체로 전기사용자의 재산권이 직접적으로 제한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민의 재산권에 제한을 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는 한국전력공사가 국가의 생존배려적 급부행정을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전기요금의 결정에 관한 내용을 의회유보의 요청에 따라 입법자가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
다른 한편, 전기요금의 결정에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실제 소요된 비용과 투입된 자산에 대한 적정 보수가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 전기사업의 위험도나 물가상승률, 재투자계획이나 시설확장계획 등 전기사업의 기업성과 공익성
을 조화시킬 수 있는 유인들을 비롯하여 당시 산업구조나 경제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전기요금의 산정이나 부과에 필요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을 요할 뿐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나 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의 결정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입법자 스스로 규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기사업법이 전기판매사업자로 하여금 전기의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전기사업법의 하위법령과 물가안정법 및 그 하위법령 등에서 전기요금 산정에 관한 공법상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이상,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요금체계 등을 의회가 직접 결정하거나 그에 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포괄위임금지원칙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법집행자인 행정부에게 위임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에 의하여 위임입법이 용인되는 한계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20. 8. 28. 2018헌바425 참조).
(2) 위임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은 전기판매사업자가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전기요금약관을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전기요금약관의 구체적인 인가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기사업법은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전기사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중복투자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우려하여 송전ㆍ배전ㆍ판매부문은 여전히 한국전력공사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전기의 독점적 공급체계 내에서 전기요금의 산정은 물가와 직결되고 전기요금의 수준이나 요금 부과체계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도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전기판매사업자가 약관으로 정한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요금체계 등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의 인가를 통한 통제와 검증을 요한다. 그런데 전기요금약관의 인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전력의 수급상태, 물가수준, 한국전력공사의 재정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므로, 인가의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전문적인 판단을 요함은 물론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도 시의 적절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기요금약관의 인가기준에 대해서는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전기사업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전력수급의 안정과 전력산업의 경쟁촉진 등에 관한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전기사업자에게는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전기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제4조 및 제6조 제1항). 나아가 전기사업자는 비용이나 수익을 부당하게 분류하여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산정하는 등 전력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거나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1조 제1항 제4호).
위와 같은 법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하위법령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전기요금약관을 인가할 때 전기기술의 발전과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적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하되 전기의 보편적 공급과 전기사용자의 보호, 물가의 안정이라는 공익을 고려하여 전기판매사업자에게 허용된 최대수익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의 산정 원칙이나 산정방법 등을 정할 것이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한편 전기사업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기본공급약관을 인가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 9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제16조 제2항 및 제53조). 또한 공공요금에 관한 일반법인 물가안정법은 주무부장관이 공공요금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도록 정하면서, 협의 과정에서 원가 산정의 적절성, 소비자 부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에 관하여 전문가에게 자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제4항).이상과 같이 전기사업법 및 물가안정법은 전기요금약관의 인가 절차 내지 공공요금의 협의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이를 종합해 보면 하위법령에 규정될 전기요금약관의 인가기준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 산정의 원칙, 산정기간이나 산정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포괄위임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4)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약관의 인가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더라도, 이것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적법요건에 관한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아래 8.과 같은 본안에 관한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은애의 적법요건에 관한 반대의견
나는 본안판단을 하기에 앞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경우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견해를 유지하는 것이 명백히 곤란한 때에는 그 제청을 각하할 수밖에 없다(헌재 2018. 6. 28. 2017헌가19 참조).
당해사건은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약관 중 주택용 전력요금의 누진구간 및 누진율에 관한 부분의 무효를 원인으로 하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 되면 위 약관 부분도 무효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전기판매사업자로 하여금 전기요금약관에 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것으로, 이는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한 사전통제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전기요금약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전기공급계약의 효력요건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기요금약관은 전기사업자와 그 공급구역 내의 현재 및 장래의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보통계약약관에 해당하고(대법원 2002. 4. 12.선고 98다57099 판결 참조), 약관의 해석과 효력에 관해서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약관에 의한 전기공급계약은 본질적으로 사법관계(私法關係)에 속하므로 계약의 효력이나 그에 따른 채무의 존부 및 범위의 문제는 사법적(私法的) 규율과 해석 원칙에 따라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즉,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약관의 인가기준을 법률로써 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약관 조항의 효력이나 그에 따른 계약의 효력, 채무의 존부 등은 법원이 다시 판단하여야 할 문제여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의 결론이나 주문이 달라지거나 당해사건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8. 재판관 이선애의 본안에 관한 반대의견
나는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정하지 아니하고 기본공급약관으로 정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이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남긴다.
가. 의회유보원칙
법정의견이 설시한 것과 같이 법치주의의 핵심적 내용으로서 법률유보원칙은 의회유보원칙을 내포한다(헌재 2015. 5. 28. 2013헌가6 참조). 말하자면, 적어도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기본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써 수행해야 하지,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헌재 1996. 10. 31. 93헌바14 참조). 국회의 입법절차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다원적 인적 구성의 합의체에서 공개적 토론을 통하여 국민의 다양한 견해와 이익을 인식하고 교량하여 공동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며, 일반국민과 야당의 비판을 허용하고 그들의
참여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관료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정입법절차와는 달리 공익의 발견과 상충하는 이익간의 정당한 조정에 보다 적합한 민주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규율대상이 기본권적 중요성을 가질수록 그리고 그에 관한 공개적 토론의 필요성 내지 상충하는 이익 사이의 조정 필요성이 클수록, 그것이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 직접 규율될 필요성 및 그 규율밀도의 요구정도는 그만큼 더 증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882 참조).나.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보장책임
(1) 전기는 국민 개개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재화이자 산업, 농업, 교육 및 일반용으로 그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로서, 대규모 기간시설이 요구되므로 개인이 사회에서 스스로 조달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공서비스의 제공 영역에서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경제주체의 직업의 자유나 경제활동의 자유 보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고, 또한 관료화된 조직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막고 행정주체의 부담을 경감하며 전문적ㆍ기술적 지식의 활용이나 재정조달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 비용의 인상이나 서비스 이용에 관한 부당한 차별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국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편적 공급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경제주체의 자율규제가 가능하도록 관여하거나 협력할 책임이 있다.
(2)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경제주체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헌법은 제34조 제1항에서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같은 조 제2항에서 국가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증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사인인 서비스제공자의 직업의 자유 등을 보장하면서도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향점을 제시하고 조정할 수 있으며, 사인인 서비스제공자의 자율규제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사항들에 있어서는 상충하는 이익간의 정당한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 직접 규율될 필요성이 크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의회유보원칙 위반
(1)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기 공급이라는 공공서비스 제공의 주요목적이며, 이는 첫째,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의 공급이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둘째, 전기의 공급이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셋째, 전기요금이 전력산업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전기사용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범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 기본 요소로 한다. 전기사업법상 이는 ‘보편적 공급’이라는 개념으로 규정되었는데(전기사업법 제2조 제15호),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자 등은 전기의 보편적 공급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기기술의 발전 정도, 전기의 보급 정도, 공공의 이익과 안전, 사회복지의 증진을 고려하여 전기의 보편적 공급의 구체적 내용을 정한다’고 규정할 뿐(전기사업법 제6조제1항, 제2항), 보편적 공급의 주요 원칙 내지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지 않다.
물가 안정의 차원에서 공공요금에 관하여 규율하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주무부장관이 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는 등의 절차규정이 있을 뿐, 공공요금의 산정기준은 구체적 내용을 정함이 없이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 대통령령에서 비로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가 성실하고 능률적으로 경영한다는 전제하에 해당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드는 적정원가와 해당 공공서비스의 제공에 사용되는 자산에 대한 적정투자보수를 더한 금액(총괄원가)’을 보상하는 수준에서 공공요금을 결정하도록 하면서, 그 세부기준이나 산정기준은 기획재정부장관과 주무부장관에게 맡기고 있을 뿐이다(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2) 전기사업법 제7조는 전기판매사업을 하고자 하는 전기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는데, 한국전력공사는 유일하게 전기판매사업허가를 받아 독점적 지위에서 전기판매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사용자들은 개별적인 계약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공급약관에 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약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한 공급약관은 전기사용자들에게 사실상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입법자로서는 전기판매사업자의 자율규제가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기의 보편적 공급의 기본요소로서 전기요금
의 산정에 관한 전기공급약관의 인가기준의 핵심적인 사항을 직접 규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그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아니하며, 이에 따라 전기사업법 시행령에서도 전기요금의 산정기준이나 요금체계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단지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 제2항은 ‘제1항 각 호에 따른 인가 또는 변경인가의 기준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하고,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하는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 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이하 ‘전기요금산정기준’ 이라 한다)에서야 비로소 전기요금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있는바, 같은 고시 제14조 제1항은 ‘전기요금의 체계는 종별공급원가를 기준으로 전기사용자의 부담능력, 편익정도, 기타 사회정책적 요인 등을 고려하여 전기사용자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형성되어야 한다.’고 하고, 제2항은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을 원칙으로 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3) 제청법원이 문제 삼고 있는 누진요금 등의 요금체계는 전력산업의 효율적 운영,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 전기 품질의 유지, 취약계층에 대한 공급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기요금 산정의 기준 내지 방법으로 도입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전기요금의 구체적인 산정방식이나 요금체계에 관하여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하여 위임하고 있지도 않음에 따라 누진요금 체계와 같은 주요한 산정방식에 관한 사항은 시행령의 위임에 의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한 ‘전기요금산정기준’에만 그 근거를 두게 되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기본공급약관에서 정해지게 되었다. 공공서비스 제공에 관한 국가의 보장책임이 의회의 의사결정이 아닌 전적으로 행정적 의사결정에 맡겨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4) 이를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갈등의 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의 본질적 부분을 의회가 스스로 정하지 아니하고 행정이나 개별 약정에 유보한 것으로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2021. 4. 29. 2019헌가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