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도16186,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 및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는 기준 / 위 규정에서 처벌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의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장애인복지법 제2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전문
피 고 인 : 피고인
상 고 인 :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 변호사 윤성호 외 1인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7. 9. 20. 선고 (춘천)2017노4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의 판단 기준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 또는 강제추행의 죄를 범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러한 사람을 간음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2010. 4. 15. 제정된 당초의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신체적인 장애 등으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는 여자 내지 사람’을 객체로 하는 간음, 추행만을 처벌하였으나, 2011. 11. 17.자 개정 이후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여자 내지 사람’을 객체로 하는 강간, 강제추행 등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또는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과 유사하게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행의 특칙을 두고 있는「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8조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장애 아동ㆍ청소년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2조는 장애를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그러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입법 취지와 관련 법률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 그러한 모습과 정도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되므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본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도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축소사실인 강제추행의 점만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3항이 정한 장애인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의미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검사가 ‘피해자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연구개 파열수술 후 검사상 자음 정확도 67%라는 소견으로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고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으로 등록되었고, 피해자의 외양, 언어구사능력, 조사관의 질문에 대한 이해도와 답변 내용, 전반적인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발음이 어눌하고 부정확하여 언어적 기능이 상당한 정도 저하된 상태임을 알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피해자가 그 장애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종국적으로는 다른 사람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인다.
다. 따라서 피해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3항이 정한 장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1) 피해자는 2008. 11. 13. 연구개 파열수술 후 검사상 자음 정확도 67%라는 소견으로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고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으로 등록되었다. 피해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과정(각 영상녹화 CD영상)을 통해 확인되는 피해자의 외양, 언어구사능력, 조사관의 질문에 대한 이해도와 답변 내용 및 전반적인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도 피해자의 발음이 어눌하고 부정확하여 언어적 기능이 상당한 정도 저하된 상태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 피해자의 이러한 언어적 기능의 저하 상태를 고려하면, 피해자가 특정한 상황이나 특정한 위험상황에서 언어적 기능 저하가 없는 일반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할 정도의 수준으로 그 상황이나 위험에 대처할 능력을 보유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는 신체적 기능의 일부인 언어적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서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장애인에 해당한다.
(3) 피해자가 언어적 기능의 저하가 없는 일반인보다 장시간 또는 더 많은 횟수의 대화를 통해 종국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추행행위 이전부터 피해자와 알고 지낸 사이이고, 이 사건 각 추행행위 전후에 걸쳐 피해자가 운행하는 리프트를 이용해 오면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어 왔으므로, 피해자가 위와 같은 언어적 기능 저하의 장애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나. 그럼에도 원심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피해자에게 그러한 장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축소사실인 강제추행의 점만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따라서 원심판결은 축소사실을 인정한 유죄 부분을 포함하여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