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0. 2. 27. 2016헌마945 [기각,각하]
출처
헌법재판소
여권법 제26조 제3호 등 위헌확인
[2020. 2. 27. 2016헌마945]
판시사항
가. 여행금지국가에 대해 외교부장관이 예외적 여권사용 등을 허가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여권법 시행령(2016. 5. 13. 대통령령 제27166호로 개정된 것) 제2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소극)
나. 여행금지국가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외교부장관으로부터 예외적 여권사용 등의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하는 등의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외교부장관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따른 거부처분을 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하고 예외적으로 직접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국외 위난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대한 피해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어렵다. 또한 국외 위난상황은 외교적 분쟁, 재난이나 감염병의 확산 등 국가⋅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고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이 사건 처벌조항은
이에 적합한 수단이다.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국제 테러리즘이 심각한 국제문제로 대두되면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사후적 대처만으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2007년에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사건 당시에도 국외 위난상황을 알리는 제도가 있었지만 위와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여권법에 이 사건 처벌조항을 도입하여 여행금지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이 사건 처벌조항은 형벌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그 경고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소수의 일탈이나 다른 국민들의 모방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수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형벌 외의 방법으로는 이 사건 처벌조항과 동일한 수준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외교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형사처벌되지 않도록 가벌성이 제한되어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처벌수준이 비교적 경미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국외 위난상황이 우리나라의 국민 개인이나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피해는 매우 중대한 반면,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은 완화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
여권법 시행령(2016. 5. 13. 대통령령 제27166호로 개정된 것) 제29조 제1항
참조조문
헌법 제14조, 제37조 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여권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여권법 시행령(2010. 12. 29. 대통령령 제22564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여권의 사용제한 등(2016. 7. 25. 외교부고시 제2016-3호)
참조판례
가. 헌재 1997. 7. 16. 97헌마38, 판례집 9-2, 94, 104 헌재 2005. 5. 26. 2004헌마671, 판례집 17-1, 785, 789-790
나. 헌재 2008. 6. 26. 2007헌마1366, 판례집 20-1하, 472, 481
당사자
청 구 인 정○○
대리인 변호사 정지연
주문
1.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영문명 생략)에 ‘□□’(영문명 생략)으로 채용된 자로서 해외에 체류하며 활동하고 있다.
외교부장관은 2016. 7. 25. 외교부고시 제2016-3호로 이라크에 대한 여권의 사용제한 또는 방문⋅체류 금지 기간을 2016. 8. 1.부터 2017. 1. 31.까지 연장하였다. 여권법 제26조 제3호는 여권의 사용제한 또는 방문⋅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예외적 여권사용 등의 허가 없이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을 형사처벌하고 있고,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은 여권법 제1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외교부장관이 예외적 여권사용 등을 허가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2016. 9. 26. 이라크 지역에 있는 ‘△△’(영문명 생략)(이하 ‘이 사건 국제 비정부기구’라고 한다)에 파견을 지시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2016. 10. 7. 외교부에 2016. 10. 15.부터 2016. 12. 20.까지 이 사건 국제 비정부기구의 □□으로서 ‘이라크 시리아 난민 긴급구호 인도적 지원’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2016. 10. 12. 외교부로부터 이 사건 국제 비정부기구가 여
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 제4호의 국제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신청이 반려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여권법 제26조 제3호와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이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 11.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와 여권법 시행령(2016. 5. 13. 대통령령 제27166호로 개정된 것) 제2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 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17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따라 방문 및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같은 조 제1항 단서에 따른 허가(제14조 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
여권법 시행령(2016. 5. 13. 대통령령 제27166호로 개정된 것)
제29조(예외적 여권 사용 등의 허가) ①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여행의 경우에는 법 제17조 제1항 단서(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이하 “예외적 여권사용등”이라 한다)를 허가할 수 있다.
1. 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여권의 사용제한 등(이하 “여권사용제한 등”이라 한다)의 조치 당시 대상 국가나 지역의 영주권 또는 이에 준하는 권리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그 대상 국가나 지역을 생활근거지로 하여 계속 영주하기 위함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2. 공공이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
3.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의 사망 또는 이에 준하는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긴급하게
출국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배우자
나. 본인의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
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
4. 외교⋅안보임무나 재외국민보호 등을 수행하는 국가기관 또는 국제기구의 공무 활동을 위한 경우
5.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추천(임무의 목적과 내용을 특정하여 추천한 것을 말한다)을 받아 국가 이익이나 기업 활동에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외교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처벌조항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합하다. 그러나 여행금지국가에 대한 방문이나 체류의 목적이나 긴급성, 구체적 경위, 해당 국가에서의 활동 내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임의적으로 처벌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과 달리 필요적으로 형사처벌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한다. 청구인과 같이 주로 여행금지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자에 대해서는 직업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법익의 균형성원칙에도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예외적 여권 사용 등 허가 사유로 국제 인도주의 비정부기구 소속으로 직업을 수행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 국가기관이나 국제기구의 공무 활동을 위한 경우, 국가 이익이나 기업 활동에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우에는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해주면서, 청구인과 같이 국제 비정부기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한다.
4.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판단
가. 법령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
의 박탈이 생겨야 한다. 다만 법령이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경우와 당해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기본권 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당해 법령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5. 5. 26. 2004헌마671; 헌재 1997. 7. 16. 97헌마38; 헌재 1995. 4. 20. 91헌마117 참조).
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신청에 대해 외교부장관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따른 거부처분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예외적으로 직접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제6호는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사유 중 하나로서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외교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국제 비정부기구에 소속되어 활동하기 위해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신청한 것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제1호부터 제5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외교부장관은 국외 위난상황과 해당 국제 비정부기구의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외교부장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따라 청구인의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신청에 대해 반려하거나 거부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청구인은 외교부장관의 반려 내지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법원에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을 구할 수 있으므로(헌법 제107조 제2항),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5. 이 사건 처벌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
고 주장한다. 청구인과 같이 국제 인도주의 비정부기구 소속으로 국외 위험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하여 직업수행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처벌조항이 청구인이 국외에서 국제 인도주의 비정부기구 소속으로 국외 위험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청구인에 대한 직업의 자유 제한은 이 사건 처벌조항이 예외적 여권사용 등의 허가 없이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여 국민의 국외 이전의 자유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결과 발생하는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다(헌재 2008. 6. 26. 2007헌마1366 참조).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처벌조항이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처벌조항이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거주⋅이전의 자유의 의의
헌법 제14조의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거주와 체류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개성 신장을 촉진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다른 기본권의 실효성을 증대시키는 기능을 한다.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국외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가 포함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하거나 거주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와 외국체류 또는 거주를 중단하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입국의 자유’를 포함한다(헌재 2015. 9. 24. 2012헌바302).
(2) 판단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외교부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다만, 영주,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의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여권법 제17조 제1항). 이 사건 처벌조항은 이에 따라 방문 및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받지 않고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이하 위
의 내용을 ‘이 사건 처벌조항 등 관련제도’라 한다).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하여 재외공관을 통한 재외국민 보호가 불가능하거나 중대한 어려움이 있는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대한 피해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외 위난상황은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사전에 이를 예방하기 어렵다. 또한 국외 위난상황의 종류나 내용에 따라 외교적 분쟁, 재난이나 감염병의 확산 등 국가⋅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고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무(헌법 제10조)와 재외국민 보호의무(헌법 제2조 제2항)를 이행하기 위하여 법률에 구체화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금지국가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을 형사처벌함으로써 국민이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사전에 억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헌재 2008. 6. 26. 2007헌마1366 참조).
(나) 침해의 최소성
1) 이 사건 처벌조항 등 관련 제도가 마련되기 전에는 국민이 국외 위난상황이 있는 국가를 방문하는 경우 국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국가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그쳤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재외공관을 통해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여건상 한계가 있었다. 또한 국제 테러리즘이 심각한 국제문제로 대두되면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사후적 대처만으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 국민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억류 도중에 2명이 살해당하고 나머지 21명은 42일 만에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에도 아프가니스탄 방문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특정 국가의 방문 등을 금지할 수 있는 제도는 없었기 때문에 단지 국민에게 국외 위난상황을 알리고 국민 스스로 회피할 것을 촉구하는 방법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없었다.
위 사건으로 인하여 국민이 희생되거나 억류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였고, 더불어 정부가 납치된 국민들을 석방시키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도 하였다. 이를 계기로 여권법에 이 사건 처벌조항 등 관련제도를 도입하고,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그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2)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무(헌법 제10조)와 재외국민 보호의무(헌법 제2조 제2항)를 이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벌조항이 형벌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모순이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처벌조항은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형벌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그 경고 기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지, 이로써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무나 재외국민 보호의무 자체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에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수단으로 형벌을 정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해당 개인에게 부당하다거나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배경이 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개인의 피해와 국가⋅사회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보면 소수의 일탈이나 다른 국민들의 모방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수단이 필요하다.
실제 우리 국민이 국제 테러집단에 합류하기 위해 스스로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여권의 사용제한 등 관련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형벌을 가할 수 없다면 위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형벌 외의 방법으로는 이 사건 처벌조항과 동일한 수준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앞에서 본 것처럼 외교부장관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한 경우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받지 않고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방문⋅체류하면 이 사건 처벌조항에 따라 형사처벌되지만,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받은 경우 형사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그 가벌성이 제한되어 있다.
이 사건 처벌조항은 이를 위반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처벌수준이 비교적 경미하다. 또한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는 고의범에 한하여 처벌하고 있으며, 재판과정에서 법관이 이 사건 처벌조항을 위반한 동기와 구체적 경위, 해당 국가에서의 활동 내용 등 구체적 사정을 심리하여 책임에 부합하는 양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하여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4) 그러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다) 법익의 균형성
1) 이 사건 처벌조항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고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처벌조항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계기로 신설되었다. 그 전후에도 국외 위난상황이 발생한 지역에서 무장세력이 우리나라 국민을 납치하여 우리나라 정부 등을 상대로 금전의 교부나 해외 파병된 국군의 철수 등을 요구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국외 위난상황이 우리나라의 국민 개인이나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피해는 매우 중대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신체가 희생될 경우 그 피해는 무엇보다 중대한 것이다.
2) 반면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은 일정기간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한 국가 등에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의 사용제한 등은 대상 국가나 지역, 여권의 사용제한 등의 범위⋅조건과 기간 등을 정하여 외교부장관이 고시하도록 정하고 있으며(여권법 제17조 제2항), 국외 위난상황의 해소 등으로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지속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여권법 제17조 제3항). 이로써 그 제한이 지나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으며, 국외 상황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약 6개월 단위로 외교부장관이 고시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 본 것처럼,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를 받은 경우 형사처벌되지 않도록 이 사건 처벌조항의 가벌성이 제한되어 있고, 처벌수준이 비교적 경
미하며 고의범에 한하도록 정하고 있는 등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한 거주⋅이전의 자유의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
3) 이처럼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반면, 이로 인해 받게 되는 불이익은 관련 제도에 의해 완화되고 있으므로, 그 불이익이 공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
(라)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벌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관련조항
여권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17조(여권의 사용제한 등) ① 외교부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이하 “여권의 사용제한 등”이라 한다)할 수 있다. 다만, 영주(永住),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
② 외교부장관이 제1항에 따라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라 대상 국가나 지역, 여권의 사용제한 등의 범위⋅조건과 기간,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의 허가 신청절차 등
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
③ 외교부장관은 국외 위난상황의 해소 등으로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지속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여권의 사용제한 등을 해제하고, 그 사실을 고시하여야 한다.
여권법 시행령(2010. 12. 29. 대통령령 제22564호로 개정된 것)
제28조(국외 위난상황) 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이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발생한 위난(危難)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황을 말한다.
1. 대규모의 태풍ㆍ해일ㆍ지진과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천재지변
2. 전쟁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긴박한 상황
3. 내란이나 폭동이 발생하여 해당 국가의 치안 유지기능 등이 극도로 마비되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
4.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였거나 테러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긴박한 상황
5. 대규모의 폭발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사고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재난
6. 대규모 감염병의 발생으로 해당 국가의 보건ㆍ의료기능 등이 마비되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
여권의 사용제한 등(2016. 7. 25. 외교부고시 제2016-3호)
Ⅰ. ‘여권의 사용제한 등’ 연장
1. 대상국가/지역: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및 필리핀 일부지역(잠보앙가 반도, 술루 군도, 바실란, 타위타위 군도)
2. 사유: 정세 및 치안상황 불안
3. 제한기간 연장
◦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6개국 및 필리핀 일부지역: 2016. 8. 1 - 2017. 1. 31
4. 제한대상
◦ 대한민국 국민
※ 단, 국회의 동의를 얻어 해외에 파견되는 국군부대 소속 국민은 제외
Ⅱ. “예외적 여권 사용 등”의 허가절차
3. 허가절차
가. 최초허가 신청시 절차
① 신청 접수(외교부/재외공관) → ② 관계부처 검토(소관부처 및 국가정보원) → ③ 허가여부 심의(여권정책심의위원회) → ④ 내부결재(외교부) → ⑤ 필요시 대테러안전교육 수료(국가정보원) → ⑥ 여권사용 등 허가서 교부(외교부/재외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