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9. 30. 2016헌마1034 [각하,기타]

출처 헌법재판소

행정부작위 위헌확인

[2021. 9. 30. 2016헌마1034]


판시사항



1.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른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인 청구인이 심판절차 계속 중 사망하여,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관련 기본권의 성질상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하여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한 사례

2. 행정안전부장관, 법무부장관(이하 ‘피청구인들’이라 한다)이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그 가족인 청구인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이나 형사보상법에 의한 보상과는 별개로 금전적 배상ㆍ보상이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배상조치 부작위’라 한다)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인지 여부(소극)

3.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작위의무의 인적 범위

4.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명예회복 부작위’라 한다)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인지 여부(소극)

5.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유족인 청구인들과 가해자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화해권유 부작위’라 한다)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인지 여부 및 화해권유 부작위가 피해자의 유족인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6. 재판관 4인이 각하의견, 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인 경우, 심판청구를 각하한 사례



결정요지



1. 청구인 정○○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절차가 계속 중이던 2021. 3. 29. 사망하였으므로, 청구인 정○○의 심판청구 중 관련 기본권의 성질상 승계가 허용되는 배상조치 부작위 부분의 심판절차는 그 배우자 및 자녀로서 수계를 신청한 상속인이자 공동청구인인 청구인들이 수계하고, 관련 기본권이 그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이어서 승계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명예회복 부작위 및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의 심판절차는 종료되었다.

2. 헌법이나 헌법해석상으로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인 청구인 정○○ 및 피해자의 배우자, 자녀, 형제인 청구인들(이하 ‘청구인 이○○ 등’이라 한다)에게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이나 형사보상법에 의한 보상과는 별개로 배상ㆍ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도출되지 아니한다. 또한 과거사정리법 제34조, 제36조 제1항이나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ㆍ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14조로부터도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에게 직접 금전적인 피해의 배상이나 보상,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배상조치 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1) 국가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불법행위로 인해 기본권을 유린당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당한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국가가 국민에 대하여 부담하는 가장 근본적인 보호의무에 속하며, 과거사정리법은 국가에 대하여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훼손되었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가 정부와 국가의 의무 내용을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과거사 전반에 관한 광범위한 사안에서 명예회복이나 화해권유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각 기관이 서로 협조하여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여야 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일 뿐, 이를 이유로 과거사정리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가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사정리법의 제정 경위 및 입법 목적, 과거사정리법의 제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과 제39조는 ‘진실규명결정에 따라 규명된 진실에 따라 국가와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의 각 기관은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으로 볼 것이고,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작위의무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서 그것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2)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의 ‘유가족’과 제39조의 ‘유족’이라는 문언상의 차이를 고려할 때, 명예회복과 관련하여 피청구인들은 피해자의 사망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및 유족 모두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나, 화해권유와 관련하여서는 피해자의 생존 당시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가 이행되지 아니한 채로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유족들에게 이러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된다.

4. 오랜 기간 동안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와 명예의 훼손을 감당하여 온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조치는 다름 아닌 피해자 청구인 정○○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인 청구인 정○○이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법원의 형사보상결정에 따라 청구인 정○○에게 형사보상금이 지급되었으며, 형사보상결정이 관보에 게재되어 청구인 정○○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가 이행된 이상,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였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5.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무고하게 청구인 정○○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청구인들은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사건의 일괄 처리를 위한 이행계획을 수립하거나, 포괄적인 국가사과 등을 계획한 후 이를 추진하고 있으며, 가해자들에게도 진실규명결정통지서를 송달하였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청구인 정○○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으나, 외부에서 강제할 수 없는 화해의 성격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들이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하고 피해자가 용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였다면, 가해자와 피해자인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인 청구인 정○○에게 이러한 의무를 이행한 이후 청구인 정○○이 사망한 이상, 피청구인들이 그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 대해서 재차 이러한 작위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이 진실규명결정에 명시된 가해자들과 화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경찰조직을 대표하는 경찰청장, 경찰청이 속해 있는 행정안전부장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 모두 청구인 정○○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이에 관해 명시적인 대국민 사과를 한 사실이 없다. 이처럼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과 가해자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청구인 정○○이 사망하였다면, 피청구인들로서는 그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게 사과하거나 청구인 이○○ 등과 가해자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이러한 의무를 여전히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무이행의 해태에는 정당한 이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의 화해권유 부작위는 청구인 이○○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6. 소송요건의 선순위성은 소송법의 확고한 원칙으로 헌법소원심판에서 본안판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법요건이 충족되었다는 점에 대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청구인 이○○ 등의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가 적법성을 충족한 것인지에 대해 어떠한 견해도 과반수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명예회복 부작위 부분에 관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에 따라 피청구인들이 부담하는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는 통상적인 형사소송절차를 통한 구제가 아니라 별도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재심절차나 형사보상절차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명예를 회복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이러한 의무이행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의 명예회복 부작위는 청구인 이○○ 등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관한 위헌의견에 대한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문형배의 보충의견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한다)의 구체적인 권고사항이 피청구인들이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기준에 의할 경우 명예회복 부작위와 화해권유 부작위에 있어 작위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 즉, 명예회복과 관련하여서는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사항인 재심조치가 이행되었으므로 피청구인들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화해권유와 관련하여서는 과거사위원회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할 것

을 명시적으로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 정○○과 그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게 직접 사과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들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관한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주문표시에 대한 반대의견

헌법 제113조 제1항 및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에 비추어 볼 때, 적법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인 각하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관한 각하의견이 재판관 4인으로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과반수에 이르지 아니하였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 없다.

또한 화해권유 부작위가 청구인 이○○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재판관 4인으로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규정된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의 정족수에 미달하였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인용결정도 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부분 심판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제정된 것) 제34조, 제36조 제1항, 제39조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ㆍ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조약 제1272호, 1995. 2. 8. 발효) 제14조



참조판례



1. 헌재 1995. 11. 30. 91헌바1등, 판례집 7-2, 562, 569 헌재 2015. 4. 30. 2012헌마38, 판례집 27-1하, 12, 25

2. 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판례집 23-2상, 366, 382 헌재 2011. 12. 29. 2009헌마621, 판례집 23-2하, 853, 858

헌재 2016. 5. 26. 2014헌마1002, 공보 236, 957, 958-959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판결

3. 헌재 1991. 4. 1. 89헌마160, 판례집 3, 149, 154 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등, 판례집 15-1, 551, 559 헌재 2011. 8. 30. 2008헌마648, 판례집 23-2상, 417, 434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0두22856 판결

4. 헌재 2013. 8. 29. 2012헌마886, 판례집 25-2상, 571, 579

5. 헌재 1991. 4. 1. 89헌마160, 판례집 3, 149, 154



당사자



청 구 인 1. 정○○

2. 정□□

청구인겸 3. 이○○

망 정○○의 4. 정△△

소송수계인 5. 정▽▽

6. 정☓☓

7. 정◎◎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담당변호사 지영준

피청구인 1. 행정안전부장관

2. 법무부장관



주문



1. 청구인 정○○의 심판청구 중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 및 가해자와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아니한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의 심판절차는 2021. 3. 29. 청구인 정○○의 사망으로 종료되었다.

2. 청구인 정□□, 청구인 겸 망 정○○의 소송수계인 이○○, 정△△, 정▽▽, 정☓☓, 정◎◎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정○○은 1973. 3. 30. 강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춘천지방법원 72고합131, 이하 ‘춘천강간살인 사건’이라 한다)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며, 청구인 겸 망 정○○의 소송수계인 이○○은 그의 배우자, 청구인 겸 망 정○○의 소송수계인 정△△, 정▽▽, 정☓☓, 정◎◎은 그의 자녀, 청구인 정□□은 그의 형제이다(이하 ‘청구인 겸 망 정○○의 소송수계인’을 ‘청구인’으로 표시하고, 청구인 정○○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을 ‘청구인 이○○ 등’이라 한다).

나. 청구인 정○○은 2005. 12. 9.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19조에 따라 춘천강간살인 사건에 관하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한다)에 진실규명신청을 하였고, 과거사위원회는 2007. 11. 20. 청구인 정○○에게 가혹행위를 가하여 자백을 받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과 수사상의 위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여 청구인 정○○으로 하여금 무고하게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 동안 복역하도록 한 검찰과 법원은 청구인 정○○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결정한 후, “국가는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재심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하였다.

다. 위 진실규명결정 이후 청구인 정○○은 2008. 2. 12.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2008. 11. 28.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춘천지방법원 2008재고합1), 위 판결은 항소(서울고등법원 2008노3293) 및 상고(대법원 2009도1603)를 거쳐 2011. 10. 27. 확정되었다. 이후 법원의 2012. 5. 8.자 형사보상결정에 따라(춘천지방법원 2011코169) 청구인 정○○은 2012. 10. 19.까지 총 960,249,600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고,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위 형사보상결정이 2012. 5. 23.자 관보 제17768호에 게재되어 청구인 정○○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되어 형사보상청구권이 발생한 사실이 공시되었다.

라. 청구인들은 위 형사보상결정의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2. 11. 28.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수사기관 등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13. 7. 15.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540547), 항소심 법원은 2014. 1. 23.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제1심 판결 중

대한민국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3나2015072), 위 판결은 상고기각(대법원 2014다205539)으로 2014. 6. 2. 확정되었다.

마. 이후 청구인들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및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청구인들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다며, 2016. 12. 2. 피청구인들이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 등에 따라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인 청구인들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청구인들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아니한 부작위 및 피청구인들이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ㆍ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하 ‘고문방지협약’이라 한다) 제14조에 따라 고문행위의 피해자와 그 가족인 청구인들이 구제를 받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아니한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바. 한편, 청구인 정○○은 2021. 3. 29. 사망하였고, 그 상속인이자 공동 청구인인 청구인 이○○, 정△△, 정▽▽, 정☓☓, 정◎◎은 2021. 5. 18. 소송절차 수계신청서를 제출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들이 과거사정리법 제34조,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에 따라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가족인 청구인들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아니한 부작위와 고문방지협약 제14조에 따라 고문행위의 피해자 및 가족인 청구인들이 구제를 받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심판청구서의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보면, 청구인들의 주장은 결국 피청구인들이 피해자 및 그 가족인 청구인들의 피해회복 또는 구제를 위하여 청구인들에게 금전적인 배상 내지 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과 청구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가해자와 청구인들 사이에 화해를 적극 권유하는 등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구인들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이미 형사보상결정에 따라 형사보상금 960,249,600원을 지급받았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확정판결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금전지급을 통한 피해 회복과 관련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는 부작위는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이나 형사보상법에 의

한 보상과는 별개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배상․보상이나 위로금으로 금전을 지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특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그 가족인 청구인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이나 형사보상법에 의한 보상과는 별개로 금전적 배상․보상이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부작위 (이하 ‘배상조치 부작위’라 한다), 청구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명예회복 부작위’라 한다) 및 청구인들과 가해자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화해권유 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제정된 것)

제34조(국가의 의무)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ㆍ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6조(피해 및 명예회복) ①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제39조(가해자와 피해자․유족과의 화해) 위원회와 정부는 가해자의 참회와 피해자․유족의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해자와 피해자․유족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한다.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조약 제1272호, 1995. 2. 8. 발효)

제14조 1. 당사국은 자기나라의 법체계 안에서 고문행위의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 또한 가능한 한 완전한 재활수단을 포함하여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한다. 고문행위의 결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의 부양가족이 배상받을 권리를 가진다.

2. 이 조의 어떠한 규정도 피해자나 그 밖의 개인들이 국내법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과거사정리법의 목적, 과거사정리법 제34조, 제36조 제1항 및 고문방지협약 제14조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들은 적절한 금전적 배상이나 보상을 통해 청구인들의 피해를 회복 또는 구제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과거사정리법 제34조,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로부터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와 청구인들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도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청구인들에게 금전적인 배상ㆍ보상을 행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청구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가해자와 청구인들 사이에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들의 이와 같은 부작위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재산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받고 있다.

4. 청구인 정○○의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 정○○이 2021. 3. 29. 사망하여 그 상속인이자 공동 청구인인 청구인 이○○, 정△△, 정▽▽, 정☓☓, 정◎◎은 2021. 5. 18. 청구인 정○○의 심판청구에 대한 소송절차 수계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청구인 정○○이 배상조치 부작위로 인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재산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은 그 성질상 승계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소송수계 의사를 밝힌 청구인 이○○, 정△△, 정▽▽, 정☓☓, 정◎◎은 배상조치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의 심판청구를 수계한다.

그러나 명예회복 부작위 및 화해권유 부작위와 관련하여 청구인 정○○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인 인격권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그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으로서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상속인들의 수계의사에도 불구하고 청구인 정○○의 사망으로 그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

5. 배상조치 부작위에 관한 심판청구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여기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함은 첫째,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둘째,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셋째,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포괄한다(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헌재 2011. 12. 29. 2009헌마621 참조).

나. 헌법이 명문으로 피청구인들이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그의 가족인 청구인들에게 배상․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거나, 헌법 해석상 이러한 작위의무가 도출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우선 헌법은 명문으로 ‘피청구인들이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배상․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또한 헌법 제10조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국가권력의 한계’로서 국가에 의한 침해로부터의 보호 및 ‘국가권력의 과제’로서 제3자에 의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을 때 국가의 보호라는 국가의 일반적․추상적 의무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헌재 2016. 5. 26. 2014헌마1002 참조), 위 헌법조항으로부터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가족인 청구인들의 피해회복을 위하여 배상․보상이나 위로금의 지급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해야 할 작위의무가 직접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1항이나 국가배상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9조 제1항으로부터 행정청인 피청구인들이 별도 법령의 매개 없이 청구인들의 피해를 보상하거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직접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헌법이나 헌법 해석상으로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의 피해자 및 가족인 청구인들에게 배상․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직접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다. 다음으로 위와 같은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1) 과거사정리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

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과거사정리법 제1조),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개별 피해자를 특정하여 피해 경위 등을 밝히고 그에 대한 피해회복까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법률이다. 따라서 국가는 과거사정리법 제34조와 제36조 제1항에 의해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바, 정부나 국회는 금전지급 방법에 의한 피해회복을 위하여 후속 입법 등을 통해 그 지급대상이나 기준을 정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판결 참조).

그러나 금전지급을 통한 피해회복을 위한 별도의 입법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과거사정리법 자체에서도 금전적 보상 또는 배상의 대상이나 기준, 절차, 지급액 산정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전혀 마련하고 있지도 아니한 이상, 피해자 및 그 가족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은 국가배상청구나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같이 사법적인 구제방법이나 형사보상법 제2조에 의한 형사보상청구를 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이 피해의 금전적 배상이나 보상 방법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이상,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별도의 입법 없이도 과거사정리법 제34조나 제36조 제1항의 규정만으로 행정청인 피청구인들이 국가배상법이나 형사보상법 등이 정하고 있는 절차와 별개로 청구인들에게 직접 그 피해를 금전으로 배상 또는 보상하여야 하는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고문방지협약은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친 가입을 통해 1995. 2. 8.부터 대한민국에서 발효된 다자간 조약으로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고문방지협약이 체결 당사국 사이에 권리의무를 쌍무적으로 부담하기로 하는 양자간 조약이 아니라 다자간 조약이라는 점, 고문방지협약 제14조 제1항이 당사국은 자기나라의 법체계 안에서 고문행위의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 또한 가능한 한 완전한 재활수단을 포함하여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내용이 국내에서의 별도의 입법절차를 요하지 아니할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고문방지협약 제1조 제2항은 이 조항은 적용범위가 더 광범위하거나 광범위할 수 있는 여하한 국제법규 또는 국내입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4조 제2항 역시 이 조의 어떠한 규정도 피해자나 그 밖의 개인들이 국내법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사국의 법체계에 부합하는 법률을 통해 피

해 구제가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고문방지협약은 각 당사국이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ㆍ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이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확보할 것을 당사국 상호 간의 국제법상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고문방지협약 제14조만으로 개인이 협약의 당사국에 대하여 별도의 입법절차 없이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문방지협약만으로 개인이 국가에게 손해배상 등 구제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별도의 권리가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고문방지협약 제14조로부터 별도의 입법 없이도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에게 적절한 배상이나 보상을 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3) 그렇다면 헌법, 과거사정리법 제34조, 제36조 제1항이나 고문방지협약 제14조로부터도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에게 직접 금전적인 피해의 배상이나 보상,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

이처럼 행정청인 피청구인들이 국가배상법이나 형사보상법 등이 정하고 있는 절차와 별개로 청구인들에게 직접 금전적 배상이나 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작위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배상조치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6. 청구인 이○○ 등의 명예회복 부작위 및 화해권유 부작위에 관한 심판청구

가. 작위의무 인정 여부

(1) 피해자인 청구인 정○○에 대한 작위의무

(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목표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여 국가는 인간존엄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와 과제를 부담하고, 나아가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 이를 최대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만약 국가가 불법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그러한 기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할

행위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등; 헌재 2011. 8. 30. 2008헌마648 참조).

한편 과거사정리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과거사정리법은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진실규명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34조에서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ㆍ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의 규명이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 및 국민화해와 통합으로 이어져야 함을 선언한 후, 제34조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여 제36조 제1항에서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9조에서 “위원회와 정부는 가해자의 참회와 피해자ㆍ유족의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해자와 피해자ㆍ유족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사정리법 제32조는 제2항에서 위원회는 활동이 최종 종료될 경우 6월 이내에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하여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제4항에서 종합보고서에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 희생자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국가가 하여야 할 조치(제1호)’, ‘진실규명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법적ㆍ정치적 화해조치에 관한 사항(제5호)’에 대한 권고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조치들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도 일부 마련하고 있다.

앞서 본 헌법 제10조의 의의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불법행위로 인해 기본권을 유린당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당한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국가가 국민에 대하여 부담하는 가장 근본적인 보호의무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과거사정리법은 특히 국가의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공권력 행사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 진실을 규명하며 국가로 하여금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이는 국가에 대하여 이러한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훼손되었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의 일환으로서 위

와 같은 명예회복 조치 등의 법률상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0두22856 판결 참조).

(나)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과 제39조가 정부의 의무를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하여 본다.

앞서 본 것과 같이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는 경우에 허용된다. 여기서 작위의무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의미는 관련 헌법 규정이나 법령의 규정이 국가의 정치적 책임 내지 정책방향을 선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 주체로 하여금 일정한 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함을 말하는 것으로, 공권력 주체에게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등의 내용이 반드시 특정되어 있어야 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즉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를 인정하기 위해 요구되는 규정의 구체성의 정도는 모든 사안에서 동일할 수는 없으며, 개별 사안의 특성상 작위의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구체성의 요구가 완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법령의 내용이 다소 포괄적으로 되어 있어 공권력 주체가 그 작위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재량을 갖고 있다고 하여 작위의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등의 내용이 포괄적이어서 공권력 주체가 그 이행방법에 관한 재량을 갖는 경우에 공권력 주체가 전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거나 취한 조치가 작위의무를 부과한 취지에 명백하게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문제되는 법령 등이 단순히 국가의 정치적 책임 내지 정책의 방향을 선언한 것인지, 아니면 공권력 주체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부과한 것인지는 해당 법령 등의 입법 배경과 입법 취지, 규정 내용, 규율 대상인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사정리법은 제2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6호에서 진실규명의 대상을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각 사건별로 가해자와 피해의 내용이 모두 달라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명예회복이나 화해권유의 방법을 일일이 법문에서 특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 조항들이 정부와 국가의 의무 내용을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거나,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가 의무를 부담하는 공권력의 주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정부’로 규정한 것은 이와 같이 광범위한 사안에서 명예회복이나 화해

권유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각 기관이 서로 협조하여 일련의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일 뿐인바, 이러한 사정과 함께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와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가 국가의 반민주적ㆍ반인권적 불법행위로 인권유린 등의 피해를 입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 및 제39조는 단순히 정책방향 내지 추상적인 의무를 선언한 규정이 아니라 정부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명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과거사정리법이나 2008. 1. 8. 대통령령 제20532호로 제정된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권고규정’이라 한다) 등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화해하지 아니하였을 때 화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외부로부터 강제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한 화해의 성질에 기인한 것이므로(헌재 1991. 4. 1. 89헌마160 참조), 법령에서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사정리법 제39조를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근거조항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 이와 같이 과거사정리법의 제정 경위 및 입법 목적, 과거사정리법의 제규정과 권고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과 제39조는 ‘진실규명결정에 따라 규명된 진실에 따라 국가와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의 각 기관은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으로 볼 것이고, 이러한 작위의무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서 그것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2) 청구인 이○○ 등에 대한 작위의무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은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39조는 “위원회와 정부는 가해자의 참회와 피해자ㆍ유족의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해자와 피해자ㆍ유족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유가족과 유족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유가족과 유족은 모두 사전적으로 ‘죽은 사람의 남은 가족’을 의미하기는 하나, 법문을 해석함에 있어 사전적인 의미에 전적으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고 법률의 입법 목적, 법률 조항 사이의 유기적 관련성, 입법자의 의도 등을 고려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살피건대 입법자가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과 제39조에서 유가족과 유족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은 유가족과 유족의 범위를 다르게 정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의 유가족은 유족과 가족을 포함하는 것, 즉 ‘희생자, 사망한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과 생존한 피해자의 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39조의 유족은 ‘희생자, 사망한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진실규명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역시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와 명예의 훼손을 감당하여 왔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사망 여부를 불문하고 그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반면, 화해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피해자가 생존한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화해를 이루도록 하되 피해자가 가해자와 화해하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가해자와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도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과 제39조의 유가족과 유족의 의미를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은 청구인 정○○의 사망 여부와 무관하게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하는바,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명예회복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피청구인들이 이러한 작위의무를 해태하였는지 여부를 바로 살펴본다. 반면, 피청구인들은 피해자인 청구인 정○○의 생존 당시에는 가해자와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권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할 뿐 청구인 이○○ 등에 대해서는 이러한 작위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다가, 가해자와 청구인 정○○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이행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청구인 정○○이 사망한 이후에야 비로소 가해자와 피해자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므로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우선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청구인 이○○ 등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바, 그 전제로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의 생존 당시 가해자와 청구인 정○○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나. 청구인 이○○ 등의 명예회복 부작위에 관한 심판청구

(1) 헌법상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피청구인들은 다양한 방법의 장ㆍ단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떠한 방법이든 전체적인 관점에서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면 설령 이행의 결과가 청구인 이○○ 등이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작위의무의 해태가 인정되지 아니하여(헌재 2013. 8. 29. 2012헌마886 참조)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춘천강간살인 사건은 가혹행위를 통한 자백과 증거조작 등으로 청구인 정○○이 무고하게 강간치사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장기간 복역하게 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청구인 정○○의 배우자, 자녀, 형제인 청구인 이○○ 등은 가족 구성원인 청구인 정○○과의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인격상을 형성해 나갈 기회를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와 명예의 훼손을 감당하여 왔다. 따라서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하고 직접적인 방법은 바로 청구인 정○○에 대한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청구인 정○○의 무고함을 밝히고, 형사보상을 통해 그릇된 형의 집행에 대해 보상하고 그 취지를 공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청구인 이○○ 등은 비로소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사회의 부정적 평가에서 벗어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위원회 역시 과거사정리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2007년 하반기 조사보고서에서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기재함으로써,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로서 재심절차를 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살피건대 청구인 정○○이 2008. 2. 12.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2008. 11. 28.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춘천지방법원 2008재고합1), 위 판결이 확정된 이후 법원의 형사보상결정(춘천지방법원 2011코169)에 따라 청구인 정○○이 2012. 10. 19.까지 총 960,249,600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으며, 위 형사보상결정이 2012. 5. 23.자 관보 제17768호에 게재되어 청구인 정○○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되어 형사보상청구권이 발생한 사실이 공시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처럼 청구인 정○○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져 청구인 이○○ 등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국가의 조직적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점이 밝혀진 이상, 피청구인 법무부장

관은 청구인 정○○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과거사위원회는 2007. 12. 4. 춘천강간살인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결정 요지가 첨부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춘천강간살인 사건이 ‘강간치사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할 경우 관계기관을 문책하겠다는 시한부검거령이 떨어지자, 청구인 정○○을 범인으로 검거해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 및 증거조작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사건’임을 공식적으로 알렸으며,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홈페이지를 통하여 춘천강간살인 사건을 포함하여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과거사위원회가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빠짐없이 공개하고 있는 등,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와 과거사위원회가 청구인 정○○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아울러 이를 통해 청구인 정○○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음이 인정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명예회복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다. 청구인 이○○ 등의 화해권유 부작위에 관한 심판청구

(1)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는 보충적인 것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인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이행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청구인 정○○이 사망한 경우에야 비로소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 이에 관해 살펴본다.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은 2010. 12. 31. 제1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속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등 처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를 마련하고, 직접 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어 위원회로 하여금 과거사정리법 제32조 제4항에 따른 권고의 이행계획, 이행상황의 점검․관리와 그 밖에 권고의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등(권고규정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항), 국가기관의 사과나 화해권유를 위한

각종 조치가 적절하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이 사건에 국한된 것은 아니나 역사기록을 정정하거나 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과거사정리법에 의해 진실규명된 사건의 가해자가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스스로 뉘우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기 위한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수행해 왔으며, 이는 피해자인 청구인 정○○이 사망한 2021. 3. 29.까지 계속되었다.

다만 구성원들의 불법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청구인 정○○에게 직접 사과한 사실이 없고(2020. 5. 1.자 경찰청장의 사실조회 회신 참조), 검찰총장 역시 2019. 6. 25. 과거사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춘천강간살인 사건을 포함시키지 아니하는 등 청구인 정○○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은 과거사위원회가 진실규명결정을 한 모든 인권침해사건 등에 대하여 범정부차원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하는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한 바 있고,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민적 화해와 통합을 위한 사과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 단위 화해ㆍ위령시설 조성사업과 연계한 포괄적인 국가사과 처리를 계획한 후 추진 중이다. 또한 과거사위원회는 사건의 경위, 피해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진실규명결정통지서를 청구인 정○○ 뿐만 아니라 청구인 정○○에게 직접 가혹행위를 하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을 발견하지 못한 채 청구인 정○○을 기소한 검사 등을 포함한 참고인 16명에게 모두 등기우편으로 송달함으로써(2020. 4. 14.자 국가기록원장의 사실조회 회신 참조) 가해자가 규명된 진실의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참회의 마음을 가지고 피해자인 청구인 정○○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였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청구인 정○○의 기대에 다소 미흡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화해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내심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반성적 성찰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것이어서 외부에서 강제할 수 없고(헌재 1991. 4. 1. 89헌마160 참조), 피청구인들이 독자적인 의사와 판단만으로는 이를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의 각 기관과 과거사위원회가 포괄적인 국가사과를 계획하고, 진실규명결정통지서를 가해자들에게 송달하는 등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하고 피해자가

용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였다면, 이러한 조치가 청구인 정○○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피청구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인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이행한 이후 청구인 정○○이 사망한 이상,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 대하여 가해자와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재차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작위의무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2)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가) 작위의무 해태 여부

1) 먼저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청구인 정○○ 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였는지를 살펴본다.

과거사정리법 제39조는 위원회와 정부가 가해자와 피해자ㆍ유족간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청구인들로서는 가해자에게 참회의 마음을 겉으로 표시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을 강요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내심의 의사에 반하여 화해할 것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나, 최소한 교육이나 정보 제공 등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화해에 이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는 취해야 한다. 그런데 2020. 4. 14.자 국가기록원장의 사실조회 회신, 2020. 4. 17.자 법무부장관의 사실조회 회신, 2020. 5. 1.자 경찰청장의 사실조회 회신 등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보아도,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이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명시된 가해자와 화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과거사위원회는 진실규명결정에서 ‘이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가혹행위를 가하고 자백을 받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에게 책임이 있고’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춘천강간살인 사건에서는 청구인 정○○에게 직접 가혹행위를 하고 증거를 조작한 개인 뿐 아니라 국가경찰 조직 전체가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 5. 1.자 경찰청장의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경찰청장이

국가경찰 조직 전체를 대표하여 춘천강간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청구인 정○○에게 과거 자행된 불법행위를 반성하거나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사과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된다. 나아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정하고 있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에 관해서 사법경찰관리를 지휘ㆍ감독하며(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2호), 법무부장관은 다시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므로(검찰청법 제8조),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과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은 모두 범죄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국가경찰 조직의 가혹행위 및 증거조작 등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춘천강간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청구인 정○○에게 직접 사과한 사실이 없고,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2019. 6. 25. 법무부에 설치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과거사와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기는 하였으나, 춘천강간살인 사건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본 조사 권고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청구인 정○○에 대한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비록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이 위령시설 준공 시점 등에 과거사와 관련하여 일괄 사과를 계획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아직 내부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이것만으로 청구인 정○○에 대한 사과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청구인 정○○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청구인 정○○이 가해자와 화해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게 된 이상, 피청구인들은 가해자와 청구인 정○○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과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상 청구인 정○○이 사망한 2021. 3. 29. 이후에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의 각 기관이 청구인 정○○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게 사과하였다는 사정이 발견되지 아니하고, 달리 청구인 이○○ 등이 가해자 개개인은 물론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불법행위를 묵인한 국가를 용서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 사실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청구인 이○○ 등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

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의무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1)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과 이를 근거로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유족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된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의 각 기관은 우선적으로는 진실규명결정 사건의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와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화해하지 못한 채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이 가해자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만일 피청구인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인 정○○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청구인 정○○과 가해자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청구인 정○○이 사망한 이후에도 유족인 청구인 이○○ 등과 가해자가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등 적절한 화해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작위의무의 불이행은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2) 피청구인들은 춘천강간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진 2007. 11. 20.부터 피해자인 청구인 정○○이 2021. 3. 29. 사망할 때까지 십 수 년이 경과하는 동안 청구인 정○○과 가해자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피청구인들은 춘천강간살인 사건을 포함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사건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포괄적으로 균형 있게 처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제1기 과거사위원회는 이미 2010. 12. 31. 그 활동을 모두 종료하여 포괄적인 처리를 위한 충분한 시간 역시 이미 도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사정리법에 제2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진실규명사건의 발생시기는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로 청구인 정○○을 포함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질 당시에 이미 고령이었으므로, 피청구인들로서는 이들이 가해자와 화해하고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더욱 신속하게 취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사위원회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건은 총 8,450건으로, 피청구인들이 진실규명사건에서 위와 같은 작위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이나 노력이 정부의 예산 규모나 가용 인력의 규모에 비해 클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나아가 청구인 정○○의 사망사실은 여러 언론기관을 통해 보도된 바 있고,

청구인 이○○ 등은 청구인 정○○이 생존해 있던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청구인 정○○과 청구인 이○○ 등이 입게 된 피해의 회복이나 명예회복 및 가해자와의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의 이행을 요청해 왔으므로, 피청구인들은 피해자인 청구인 정○○의 사망 사실과 유족들의 존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가해자를 용서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사망한 청구인 정○○의 유족들에게도 여전히 가해자와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무의 해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처럼 이미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인 청구인 정○○, 유족인 청구인 이○○ 등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경과하였고, 예산이나 인력 부족 역시 피청구인들이 이러한 작위의무를 이행하는 데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된다고 볼 수도 없는 이상, 피청구인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 사이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다) 소결

가해자와 유족이 화해를 이루는 것은 피해자의 유족이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데, 피청구인들의 화해권유 부작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피해자의 유족인 청구인 이○○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3) 주문의 표시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에 대한 결론이 재판관 4인의 각하의견과 재판관 4인의 위헌의견으로 나뉘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은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정하면서, 단서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 등에 한하여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의 규정상 6인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이외의 사항, 즉 헌법소원의 적법성 충족 여부에 관한 사항 등은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규정상 분명하다(헌재 1994. 6. 30. 92헌바23 참조). 특히 소송요건은 본안심리 및 본안판결의 요건이다. 본안에 관해 심리하기 위해서는 소송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소송요건의

선순위성’은 소송법의 확고한 원칙으로, 이는 헌법재판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심판에서 본안판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법요건이 충족되었다는 점에 대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며, 이에 이르지 못한 경우 헌법재판소로서는 본안판단에 나아갈 수 없으므로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

나아가 심판청구가 각하된 경우에는 적법요건의 흠결이 보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를 보정하여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나(헌재 2001. 12. 20. 2001헌마484 참조), 심판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의해 동일한 심판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것이 청구인에게 더 유리하기도 하다.

따라서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가 적법성을 충족한 것인지에 대해 어떠한 견해도 과반수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각하함이 마땅하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대한 각하의견인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뿐만 아니라 위헌의견인 재판관 이미선 역시 4인의 재판관이 각하의견, 4인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인 경우 주문은 각하로 표시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함께 하였다.

7.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 정○○의 심판청구 중 명예회복 부작위 및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청구인 정○○의 사망으로 심판절차가 종료되었음을 선언하고,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배상조치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명예회복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부분 결정에 대해서는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부분 결정에 대해서는 아래 9.와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문형배의 위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으며, 아래 10.과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주문표시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다.

8.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명

예회복 부작위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청구인 이○○ 등의 명예회복 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는 적법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먼저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였는지를 살펴본다.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에 따라 피청구인들이 부담하는 작위의무는 통상적인 형사소송절차를 통한 구제가 아니라 별도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이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하여 명예회복을 정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과거사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유가족이 오랜 기간 사회적 비난과 고립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명예회복을 통해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매우 절실하고 긴요함을 고려한 것인데, 이러한 고통은 일반적인 형사소송절차나 형사보상절차로는 충분히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춘천강간살인 사건은 국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청구인 정○○과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고 오랜 기간 고통을 겪게 된 사건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및 형사보상법에 의한 절차인 재심청구와 무죄판결의 선고, 형사보상결정 및 보상결정의 관보 공시 등은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야기한 부당한 상태를 바로잡은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것만으로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회복을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 검사는 청구인 정○○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에 대해 불복하여 항소 및 상고를 하였다가 모두 기각되었는데, 이처럼 국가가 피해자의 자발적 명예회복 노력에 협조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항소 및 상고를 하였음이 명백한 이상 재심의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작위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외에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이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홈페이지에 과거사위원회가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게시하고 있기는 하나, 그 양이 방대하고 일반인들이 이를 검색하여 찾아보기 어려워 이를 피해자나 그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보아도 달리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

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였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여야 할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러한 작위의무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사건의 피해자 및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되는 것으로, 피청구인들을 포함한 정부 각 기관들이 이행하여야 할 매우 중대하고도 긴요한 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이미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날부터 충분한 시간이 도과하였고,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객관적 장애사유 역시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상당한 기간이 도과한 현시점까지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여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인 인격권에는 사람이나 그 인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객관적ㆍ외부적 가치평가를 의미하는 개인의 ‘명예’에 관한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헌재 2014. 6. 26. 2012헌마757 참조), 피청구인들의 명예회복 부작위는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9.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문형배의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관한 위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화해권유 부작위가 청구인 이○○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위헌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나, 명예회복 부작위와 화해권유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에서 작위의무 이행 여부를 각기 달리 판단하게 된 이유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밝힌다.

가. 과거사정리법은 제32조 제4항에서 과거사위원회가 종합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진실규명사건 피해자, 희생자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국가가 하여야 할 조치(제1호), 진실규명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법적ㆍ정치적 화해조치에 관한 사항(제5호)에 관한 권고를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실규명사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진실규명결정을 한 과거사위원회가 각 사건의 경위와 특성,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범위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적절한 구제수단을 특정하여 권고할 수 있을

것임을 전제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사위원회의 구체적인 권고사항이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화해를 권유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일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사위원회는 과거사정리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2007년 하반기 조사보고서’ 제1350면에서 춘천강간살인 사건 진실규명결정에 따른 권고사항으로 “국가는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는바, 이를 기준으로 피청구인들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는지를 살펴본다.

나. 명예회복과 관련하여, 청구인 정○○은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고, 2012. 10. 19.까지 총 960,249,600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으며, 위 형사보상결정은 2012. 5. 23.자 관보 제17768호에 게재되었다.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은 결국 장기간 동안 범죄자의 배우자, 자녀, 형제라는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로 인해 고통받았던 청구인 이○○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의 이행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들이 피해자의 유가족인 청구인 이○○ 등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작위의무는 이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 화해권유와 관련하여, 과거사위원회가 국가에게 춘천강간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청구인 정○○과 그 가족인 청구인 이○○ 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법무부장관은 물론 경찰청장도 청구인 정○○이나 청구인 이○○ 등에게 직접 사과한 사실이 없고, 검찰총장 역시 2019. 6. 25. 과거사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춘천강간살인 사건을 포함시키지 아니하였다. 피청구인 행정안전부장관이 전국 단위 화해ㆍ위령시설 조성사업과 연계하여 포괄적인 국가사과를 처리할 계획이라고는 하나, 이미 완공된 추모시설은 노근리평화공원, 거창사건추모공원, 산청ㆍ함양사건추모공원,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제주 4ㆍ3평화공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이며 현재 조성 예정 중인 위령시설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위령시설로 모두 불법행위로 인한 집단학살 또는 전쟁으로 인한 다수의 희생과 관련된 것이다. 반면 춘천강간살인 사건은 가혹행위, 증거조작, 수사상의 위법을 간과한 공소제기 및 판결 선고라는 청구인 정○○ 개인에 대한 국가적 조작사건으로 청구

인 정○○이나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게 직접 개별적으로 사과하여야 할 사안이지, 여타의 집단학살 사건 등과 함께 포괄적으로 사과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건도 아니며 이러한 형식의 사과가 적절하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 정○○에게 사과하지 아니한 채로 청구인 정○○이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유족인 청구인 이○○ 등에게 사과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청구인 이○○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한다.

10.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관한 주문표시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헌법 제113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은 이에 열거되지 아니한 결정의 경우에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적법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인 각하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 대한 각하의견은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의 해석상 이 사건에서 기각결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의 ‘사건에 관한 결정’은 종국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안판단에 나아가기 위한 전제로서 적법요건이 충족되었다는 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의 ‘사건에 관한 결정’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나. 일반적으로 본안판단조차 받지 못한 것보다는 본안판단의 기회는 가졌다는 점에서 기각결정이 각하결정에 비해 청구인에게 유리하다. 이론상 적법요건의 흠결이 보정가능한 것일 경우에는 이를 보정한 후 심판청구를 다시 할 수 있다고는 하나 실무상 이러한 예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각하결정이 기각결정에 비해 당사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대한 각하의견은 헌법소

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각하의 이유로 들고 있는바, 이러한 적법요건의 흠결은 보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또한 심판청구가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과 적법요건을 갖춘 것이라는 의견이 동수로 어느 것도 과반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각하결정을 선고하게 되면,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나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을 받아보고자 하는 당사자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약하는 결과를 야기하는바, 이는 당사자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아니하다.

다. 결국 청구인 이○○ 등의 심판청구 중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대해서는, 각하의견이 재판관 4인으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에 규정된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과반수에 이르지 아니하였으므로 각하결정을 할 수 없고, 화해권유 부작위가 청구인 이○○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재판관 4인으로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규정된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의 정족수에 미달하여 인용결정도 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각하의견 4인, 위헌의견 5인으로 위헌의견이 다수이나 인용결정의 정족수에 미달한 경우와 동일하게(헌재 2000. 2. 24. 97헌마13등; 헌재 2020. 10. 29. 2016헌마86 참조), 이 부분 심판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