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5. 12. 23. 2015헌바273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건 2015헌바273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위헌소원
청구인 ○○개발 주식회사
대표이사 홍○표
대리인 변호사 정희창
당 해 사 건 서울고등법원 2014재나970 부당이득금반환
선고일 2015. 12. 23.
주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1조 제1항 제9호 중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08. 5. 29. ○○산업 주식회사(이하, ‘○○’이라고 한다)와 인천 ○○동 ○○타워 신축공사 중 일반전기공사에 관하여 공사하도급계약을 맺고 ○○의 청구인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 지급보증을 위하여 ○○으로부터 ○○보증보험 주식회사(이하 ‘○○보증보험’이라 한다) 발행의 이행(지급)보증보험증권을 교부받았다. ○○은 2011. 10. 20. 청구인에게 공사대금으로 액면금 255,100,000원, 만기 2012. 4. 28.인 전자어음을 발행하였으나, ○○의 법정관리로 인하여 위 어음이 부도처리되자, 청구인은 2012. 6. 1. 이를 보험사고로 하여 ○○보증보험으로부터 보험금 255,100,000원을 지급받았다.
나. 그 후 ○○보증보험은 보험기간 내의 보험사고가 아니었음에도 착오로 보험금이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며 청구인을 상대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를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53531), 2013. 1. 25. 원고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고,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3나16871). 그러나 상고심은 원심과 달리 ○○과 청구인 사이에 공사대금 지급기일에 관한 약정이 있었으므로 위 지급기일이 보험기간 내에 있는지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대법원 2013다90839), 파기환송심은 환송취지에 따라 공사대금 지급기일이 보험기간 이후에 도래하였으므로 ○○보증보험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보증보험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나19839).
다.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상고하였다가 2014. 11. 19. 상고취하하고, 같은 날 파기환송심의 판결을 재심대상판결로 삼아, 위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의 당해사건인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재나970). 청구인은 재심의 소 계속 중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5카기181), 서울고등법원은 2015. 7. 23. 청구인이 재심대상판결을 송달받았을 때 판단누락이라는 재심사유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상고를 취하하였으므로 이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심의 소를 각하하였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하였다.
라. 청구인은 2015. 7. 31.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결정문을 송달받았고, 2015. 8.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1조 제1항 제9호 중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1조(재심사유) ①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9.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
3. 청구인의 주장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재심사유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는 민사소송법 제423조, 제424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도 포섭하는 개념이다. 더군다나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의하면, 절대적 상고이유 가운데 6호로 규정된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는 심리불속행 판결의 대상이 되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1심과 항소심을 거치면서 받은 판결이 재심사유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에는 재심에 의하여는 구제받을 수 있으나 상고에 의하여는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받을 뿐이어서 구제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고심에서 아예 심리가 될 수 없는 것이거나 대부분 심리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상고 대신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하여 바람직함에도, ‘재심사유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상소하지 아니하여 1심 혹은 2심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심재판을 받을 권리, 즉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재심제도와 입법형성권
헌법재판소는 재심사유를 어떻게 정하여 재심을 허용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 재판의 신속ㆍ적정성, 법원의 업무부담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판시하여 왔다. 따라서 재심제도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광범위한 입법적 재량을 감안한다면, 민사소송법상 재심사유의 소극적 요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가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그 내용이 현저히 자의적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헌재 2009. 4. 30. 2007헌바121; 헌재 2009. 10. 29. 2008헌바101 참조).
다. 재심의 보충성
우리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상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기에 재심사유의 존재를 안 경우에는 상소에 의하여 이를 주장하게 하고, 상소로 주장할 수 없었던 경우에 한하여 재심의 소에 의한 비상구제를 인정하고 있는 등 재심의 소는 상소의 보충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재심사유를 주장하고 이에 대한 상소심의 판단이 있은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고, 재심사유의 존재를 알고도 상소에 의하여 이를 주장하지 아니한 때, 즉 상소를 제기하면서 상소심에서 이를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판결을 확정시킨 경우도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29057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735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재심의 보충성의 결과, 특히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판단누락과 같은 재심사유는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 및 직권조사사항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법원이 판단을 빠뜨리는 것으로서, 판결을 송달받아 판결이유를 읽으면 판단누락이 있음을 당장 알 수 있으므로 당사자는 상소를 통하여 이를 다툴 수 있고, 상소기간 경과되어 더 이상 상소로 다툴 수 없게 된 이후에 비로소 이러한 사유를 알게 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설령 하급심판결에 판단누락이 있다 하여 이에 대한 재심의 소가 허용되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경우에도 재심의 소를 허용하면 ‘재심의 보충성’이 몰각되게 되고, 상고제도와 재심제도의 구별이 무의미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상소를 할 수 있는 당사자에게 재심의 소를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를 두고 현저히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라. 구제 필요성의 결여
상소를 제기할 수 있는 때 재심사유의 존재를 알고도 상소심에서 그 사유를 주장하지 아니하였거나 상소 자체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거나, 상소 제기 후 스스로 취하한 경우에는 상소심에서 재심사유에 관하여 판단 받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재심을 통하여 구제를 허용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헌재 2013. 6. 27. 2012헌바414; 헌재 2014. 1. 28. 2013헌바54 참조).
마. 판단누락과 상고이유
청구인은 상소제도, 특히 상고이유를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423조, 제424조 제1항 각 호,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심리 불속행 기각을 할 수 있는 현행 상고제도 아래에서는 상고를 통하여 판단누락을 다툴 수 없거나, 다투기 어려우므로 재심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판단누락이 있을 경우, 이를 검토할 뿐만 아니라 판결의 이유는 판단과정과 재판과정이 합리적·객관적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도록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에 필요한 판단을 빠짐없이 기재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기재가 누락되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조의 절대적 상고이유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1. 29. 선고 2004다38624 판결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상고를 통하여 판단누락이 구제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바. 소결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그 내용이 현저히 자의적이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