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41223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금융기관의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제3자가 금융기관과 자신을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 소비대차계약을 통정허위표시로 보기 위한 요건


참조조문


민법 제10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공1998하, 2394),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전문


원 고 : 파산자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의 소송수계인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원고승계참가인, 상고인 : 주식회사 아이비케이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김정주)
원심판결 : 부산지법 2014. 5. 23. 선고 2013나209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 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인바, 구체적 사안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또는 양해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이하 ‘부산저축은행’이라 한다)은 상호저축은행법 규정상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할 수 없어 소외 1로부터 특수목적법인의 임원과 차명주주를 소개받아 그들 명의로 특수목적법인인 농업회사법인 대광(이하 ‘대광’이라 한다)을 설립하여 운영하였는데, 피고는 소외 2 등 부산저축은행 측 직원 등의 요청으로 대광의 이사로 등재되었고, 부산저축은행은 대광의 주식을 피고 명의로 인수한 점, 부산저축은행은 피고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면서 이 사건 대출금을 대광의 주식인수대금 및 대출금 등의 이자 상환에 사용한 점, 이 사건 대출계약에 대하여 부산저축은행의 직원 등이 피고에게 그 대출금채무는 부산저축은행이 책임질 것이라는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직접 이 사건 대출금의 이자를 상환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전까지 부산저축은행이 피고에게 대출금 및 그 이자를 변제하라고 독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대출계약 체결 당시 부산저축은행 측이 피고의 자력이나 신용상태 등에 대하여 형식적인 조사만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부산저축은행이 피고를 상대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주식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면서 부산저축은행이 대광의 실질주주이고 피고는 차명주주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였던 점, 피고가 2011. 8.경 대광에 대한 주주로서의 의결권 및 주주권을 포기하였고, 그 후 부산저축은행이 피고 명의로 취득한 위 주식의 명의를 이전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부산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 규정을 회피하여 대광의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하기 위하여 피고 명의로 주식을 매수하고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변제받을 의사 없이 이 사건 대출계약을 형식적으로 체결하였고, 피고도 부산저축은행에게 명의만 대여하였을 뿐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채무부담의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다른 특수목적법인인 에스제이앤파트너스 유한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던 동생 소외 2로부터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주면 그 대가로 매월 100만 원의 수수료를 지급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 주기로 하여 대광의 이사 선임등기를 한 사실, 피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하기 3개월 전부터 대광으로부터 이사의 지위에서 매달 월급을 지급받은 사실, 피고는 이 사건 여신거래약정서에 직접 서명·날인하였고 대출금은 피고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 이 사건 대출금은 대광의 주식 중 일부를 피고 명의로 취득하기 위한 대금이나 기존 주주들이 대광 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대광에 차용한 자금에 대한 이자용도로 사용된 사실, 그 후 피고 명의 계좌에서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7차례나 이체되기도 한 사실, 피고는 대광 명의의 계좌에서 17회에 걸쳐 17,754,420원을 송금받았는데 그 기간 동안 피고가 대광을 위하여 위와 같은 정도의 보수를 받을 만한 업무를 수행한 바는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부산저축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대출신청서에 표시된 대로 피고를 이 사건 대출계약의 채무자로 할 의사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대출계약의 법률상 당사자는 피고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로 든 사정들 중, 부산저축은행이 피고를 상대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주식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거나 피고가 주주로서의 의결권 및 주주권을 포기한 사정은 부산저축은행의 편법대출 등 위법행위가 드러나 문제가 되자 사후에 취한 조치에 불과하여 피고의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채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적절하고, 대광의 설립과 피고의 주식 인수 경위, 이 사건 대출계약의 목적과 대출금의 사용 용도, 부산저축은행이 피고의 신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점, 피고가 이 사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변제를 독촉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은 명의대여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하거나, 이 사건 대출신청서에 직접 서명·날인함으로써 그 채무자 지위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피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는 부족하므로, 결국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해서는 몰라도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피고에게 귀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하는 부산저축은행의 약정이나 양해가 있었음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3자 명의로 체결한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고려 요소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용덕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