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0. 11. 25. 2009헌바8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등 위헌소원

(2010. 11. 25. 2009헌바8)


판시사항



1. 확정된 당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할 실익이 없게 되어 재판의 전제성은 없으나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 판단을 한 사례

2. 법원의 구속사유 심사 시 고려사항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도 준용하도록 한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09조 중 ‘제70조 제2항’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관하여 준용하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청구인에 대하여 징역형이 확정되고 미결구금일수가 전부 산입되어 청구인으로서는 구속적부심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실익이 없게 되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사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 다툼은 반복될 소지가 있어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고, 구속적부심 재판이 단기간에 종결되는 점에 비추어 헌법소원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으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는 영장업무를 담당하는 법관이며, 그 내용은 입법취지의 테두리 안에서 구속제도의 체계, 관련조항의 규정, 적용방법 등을 종합하면 해석 과정에서 판사가 구속사유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유로서 충분한 정도의 구체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피의자를 일단 유죄라고 추정한 위에 사안의 중대성 등의 실체적 사유를 고려하여 구속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려는 입법이 아니라, 범죄의 상당한 소명을 전제로 형사절차 확보를 위한 구속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사유를 객관화하여 구체적으로 거시하고 이 기준을 통해 비례의 원칙을 확인한 규범이므로 오히

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한 조항이며, 인신구속제도의 객관화, 실질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속에 있어서의 비례의 원칙을 재확인하여 구속판단의 신중을 기하려는 데에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없는 피의자까지도 구속될 위험이 높아져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신구속제도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구속 사유 심사 시의 필요적 고려사항을 거시함으로써 구속에 있어서의 비례의 원칙을 재확인한 의미를 갖는 조항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없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09조(준용규정) 제70조 제2항, 제71조, 제75조, 제81조 제1항 본문·제3항, 제82조, 제83조, 제85조부터 제87조까지, 제89조부터 제91조까지, 제101조 제1항, 제102조 제2항 본문(보석의 취소에 관한 부분은 제외한다) 및 제200조의5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관하여 준용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4항, 제37조 제2항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70조(구속의 사유) ①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 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 다액 50만원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제1항 제1호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구속할 수 없다.



참조판례



1. 헌재 1995. 5. 25. 91헌마67, 판례집 7-1, 722, 736

2.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342

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판례집 15-2하, 311, 320, 321



당사자



청 구 인김○영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상원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초적11 구속적부심사



주문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09조 중 ‘제70조 제2항’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관하여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사기 혐의로 2009. 1. 9. 구속되자, 2009. 1. 13.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초적11), 2009. 1. 15.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제209조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필요적 고려사유로 규정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초기162).

(2) 위 법원은 2009. 1. 16. 위 구속적부심 신청과 함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2009. 1. 2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청구인은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70조 제2항, 제209조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위헌 여부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은 법 제209조 중 ‘제70조 제2항’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관하여 준용하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라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위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2)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09조(준용규정) 제70조 제2항, 제71조, 제75조, 제81조 제1항 본문․제3항, 제82조, 제83조, 제85조부터 제87조까지, 제89조부터 제91조까지, 제101조 제1항, 제102조 제2항 본문(보

석의 취소에 관한 부분은 제외한다) 및 제200조의5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관하여 준용한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70조(구속의 사유) ①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 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 다액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제1항 제1호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구속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및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우려’와 같은 사유를 구속사유로 추가 내지 확대하려면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입법하여 구속시의 기본권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그 기준이 모호하여 헌법상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사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범죄의 중대성’이라는 실체적 요소를 구속단계에서 필요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재범의 위험성’ 및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우려’를 구속사유로 추가 내지 확대함으로써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제도 및 구속제도 본래의 취지에 반한다.

중한 범죄의 혐의만으로 구속을 인정하면서 그 기준에 대해 전혀 규정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준수하여야 할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어야 하고, 또한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어야 한다.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제1심 법원은 2009. 2. 17. 청구인을 징역 4월에 처하고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산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2009. 2. 25.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청구인으로서는 구속의 적법 여부 및 구속계속의 필요성을 심사하는 절차인 구속적부심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실익

이 없게 되었고, 설령 우리 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이 같은 사후적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본질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도 겸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에 있어서의 권리보호이익은 일반법원의 소송사건에서처럼 주관적 권리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어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이미 종료한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선언할 수 있다(헌재 1995. 5. 25. 91헌마67, 판례집 7-1, 722, 736).

그런데, 구속 이후에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어 실형과 미결구금일수 전부 산입이 확정된 사후적인 사정변경으로 구속적부심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실익이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구속적부심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이익을 부정한다면, 구속적부심 재판이 단기간에 종결되는 점에 비추어 수사기관에 의해 구속된 피의자의 권리구제에 관한 헌법소원의 가능성이 지나치게 축소되게 되므로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는 예외적 상황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법원이 구속적부심 재판을 할 때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기본권침해 및 그 위헌성 여부에 관한 다툼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기로 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법 제70조 제2항의 연혁과 의의

(1) 신설배경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준용하고 있는 법 제70조 제2항은 2007. 6. 1.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이다. 형사소송법의 구속사유 규정이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대두됨에 따라, 2006. 2. 27. 구속사유에 사안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 한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었다. 개정안은 ‘누범이나 상습범인 경우 등 재범의 우려가 있을 때나 사건 관련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을 때,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이 의심될 때’를 구속사유로 신설할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

었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이 구속사유를 확대하여 사안의 중대성만을 이유로 구속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불구속재판․수사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어 그 대안으로 구속사유 판단시의 일반적 고려사항을 두기로 하였다. 그 결과 구속사유 자체는 현행법처럼 “주거부정, 증거인멸 또는 도망염려”로 유지되면서, 이러한 구속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법 제70조 제2항이 신설되었다.

법 제70조 제2항 신설의 일차적인 계기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피의자가 법률 외적인 이유로 방면되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있었지만, 이러한 표면상의 이유 외에도 기존에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사회적 파급효과 등의 실체적 요소 및 형사정책적 요소를 구속사유 판단의 보조요소로 고려해 왔던 영장실무를 형사소송법에 반영토록 하여 법과 현실과의 간격을 해소하려는 것 또한 배경이 되었다.

(2) 법 제70조 제2항과 기존 구속사유와의 관계

법 제70조 제1항에서는 주거부정, 증거인멸의 우려, 도주우려 등의 구속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제70조 제2항은 여기에 새로운 ‘구속사유’를 신설하거나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명시한 것이다.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이나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는 구속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구체적이고 전형적인 사례를 거시한 것이다.

따라서 구속사유가 없거나 구속의 필요성이 적은데도 이 같은 의무적 고려사항만을 고려하여 구속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반면에 구속사유가 존재한다고 하여 바로 구속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의무적 고려사항인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구속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3) 법 제70조 제2항의 의의

위 조항의 신설배경만으로 보면 범죄의 중대성이라든가 재범의 위험성 같은 실체적인 사유를 고려해서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해 오던 기존의 영장실무를 형사소송법 규정에 반영하여 실무와 법률 사이의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적극적인 측면에서 위 조항은 법 제70조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을 거시함으로써 구속사유 판단의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함과 동시에 구속 여부 판단에서의 비례의 원칙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진다. 도망할 염려를 판단할 때는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증거인멸의 우려 판단에서는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가 구체적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 제70조 제1항의 구속사유 심사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비례의 원칙에 의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 제70조 제2항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서 신중하게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구속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이 관철되어야 함을 재확인하고 있다. 원래의 개정안에서는 일정한 중죄에 해당하는 경우는 무조건적인 구속사유로 하자는 것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만을 이유로 구속하는 것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불구속재판․수사의 원칙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속사유를 확대하지 않고 구속사유 판단시의 일반적 고려사항을 규정하는 식으로 입법된 경위를 보더라도, 위 조항이 헌법상의 원칙을 완화하려는 입장에서 제정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법 제70조 제2항을 준용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 조항의 의의에 대한 위와 같은 해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며, 이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 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342 참조).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속사유를 추가 내지 확대하려면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입법하여야 함에도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우려’와 같이 구체성이 결여된 용어를 사용하였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제70조 제1항 소정의 구속 사유 외에 구속사유를 새로이 추가하거나 확장한 것이 아니라 구속판단시에 고려하여야 할 요소를 거시한 것이므로 요구되는 구체성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법률조항의 명확성 여부는 정도의 문제로서 이는 적용의 주체 내지 판단의 주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는 판사이므로 형사소송법 하에서 영장업무를 담당하는 판사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는

범죄의 중대성 등이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객관적이고 일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뜻은 입법취지의 테두리 안에서 구속제도의 체계, 관련조항의 규정, 적용방법 등을 종합하면 해석 과정에서 판사가 구속사유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유로서 충분한 정도의 구체성을 가질 수 있다. ‘범죄의 중대성’은 소명된 범죄의 종류, 죄질, 동기, 피해의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병확보의 필요가 우선시되는 심각한 범죄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재범의 위험성’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당해 사건으로 구속되지 않으면 장래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경험적으로 추정되는 경우라고 이해할 수 있다.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에 대한 위해우려’는 그 뜻이 비교적 일의적인데,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태도 및 피해자를 포함한 중요 참고인과의 관계, 범행후의 정황, 피해자와 참고인의 반응 등을 종합하여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위와 같은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고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가 판사인 점을 감안한다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구체화하여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사용한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에 대한 위해우려’라는 용어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 및 구속제도의 목적

(가) 청구인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같은 실체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반하며, 또한 절차의 진행을 담보하려는 구속제도 본래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주장한다.

(나)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의자나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 과정을 지배하는 지도 원리로서 인신의 구속 자체를 제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판례집 15-2하, 311, 320 참조).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와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와 재판 또한 원칙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구속은 예외적으로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서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

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판례집 15-2하, 311, 321 참조). 2007. 6. 1. 법률 제8435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명문화하였다.

위와 같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이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그러나 범죄의 상당한 소명이 이루어진 경우에 수반되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절차적 위험이 상당한 정도로 인정되는 때에는 도주 혹은 증거인멸로 위협받을 수 있는 형사절차의 확보를 위하여 구속이 행해지게 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피의자를 일단 유죄라고 추정한 위에 사안의 중대성 등의 실체적 사유를 고려하여 구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려는 입법이 아니라, 범죄의 상당한 소명을 전제로 형사절차 확보를 위한 구속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사유를 객관화하여 구체적으로 거시하고 이 기준을 통해 비례의 원칙을 확인한 규범이므로 오히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한 조항이며, 인신구속제도의 객관화, 실질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속에 있어서의 비례의 원칙을 재확인하여 구속판단의 신중을 기하려는 데에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없는 피의자까지도 구속될 위험이 높아져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반하며, 구속제도 본래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하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과잉금지원칙

청구인은 중한 범죄의 혐의만으로 구속을 인정하는 것은 구속의 목적에 비추어 기본권제한에 관한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구속사유로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속사유를 판단할 때의 의무적 고려사항을 들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인신구속제도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구속 사유 심사 시의 필요적 고려사항을 거시함으로써 구속에 있어서의 비례의 원칙을 재확인한 의미를 갖는 조항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