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14759,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1]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건물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하면서 분양권을 위임받아 건물의 매매대금으로 공사대금에 충당하기로 약정한 경우, 수급인에게 도급인의 대리인으로서 건물을 분양할 수 있는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2] 현명(顯名)을 하지 아니한 대리행위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치는지 여부(한정 적극)
[3] 수급인이 도급인의 대리인으로서 건물을 분양하면서 대리관계의 현명을 하지 아니하였고 상대방도 수급인을 분양권자로 인식한 경우, 분양의 효력이 도급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14조
[2] 민법 제114조 제1항, 제115조
[3] 민법 제114조 제1항, 제11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다35393 판결(공2000상, 298) /
[2]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공2004상, 468)
전문
원고, 피상고인 :
피고, 상고인 : 세영현대연립재건축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영호외 1인)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7. 1. 16. 선고 2006나3721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건물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하면서 분양권을 위임받아 건물을 타에 매도하여 그 매매대금으로 공사대금에 충당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수급인은 도급인의 대리인으로서 건물을 분양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다35393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하여 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1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본인과 대리인을 표시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대리관계의 현명(顯名)을 하지 아니한 채 행위를 하더라도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것이지만, 대리에 있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는 이른바 현명은 반드시 명시적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현명을 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여러 사정에 비추어 대리인으로서 행위한 것임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민법 제11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는 것이다 (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 참조).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인의 대리인으로서 건물을 분양하면서 대리관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수급인 명의로 된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밖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도급인을 위한 것임을 전혀 표시하지 아니하였으며, 상대방도 분양권자가 수급인이라고 인식하는 등 건물의 분양을 둘러싼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급인이 대리인으로서 분양한 것임을 상대방이 알 수 없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15조의 규정에 의하여 분양의 효력이 도급인에게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가 피고 조합의 대리인인 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중 301호를 분양받는 내용의 분양계약(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 조합은 원고로부터 분양대금을 완납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위 301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나 위 301호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게 되어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분양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먼저 소외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아파트 재건축공사와 관련하여 일반분양분 32세대의 분양에 관하여 피고 조합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나아가 소외 1 주식회사가 피고 조합의 대리인으로서 원고와의 사이에 적법하게 피고 조합을 대리하여 위 301호의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소외 1 주식회사가 다른 일반분양자들과 체결한 분양계약서에는 계약서 말미 매도인란 옆이나 분양대금 입금 예금주란에 피고 조합의 명칭이 들어가고 피고 조합 직인이 날인되어 있음에 비하여(을제5호증), 소외 1 주식회사가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는 피고 조합의 명칭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점, 원고와 함께 이 사건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소외 2의 법정 증언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2는 계약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사업시행자가 피고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권자가 당연히 소외 1 주식회사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소외 1 주식회사의 분양담당자라는 소외 3과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계약금을 납부한 바 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아 소외 1 주식회사의 계좌로 이체하였는데 대출금통장을 소외 1 주식회사에서 보관하였고 대출이자도 소외 1 주식회사에서 납부하여 온 점,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 장소도 조합사무실이 아니라 소외 1 주식회사 사무실 또는 신한은행 창신동지점이었고, 계약 체결 당시에 피고 조합 관계자가 참여한 바도 없으며, 달리 원고가 피고 조합에 확인 또는 문의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원고가 계약 체결 2달 정도 후에 피고 조합의 조합장으로부터 입주자임을 확인받았다는 주장은 계약 체결 후의 사정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기록에 나타난 제반 정황에 비추어 위 주장 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소외 1 주식회사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분양권자 본인(피고 조합)을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로서는 소외 1 주식회사가 피고 조합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소외 1 주식회사와 원고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분양계약은 민법 제115조에 의하여 본인인 피고 조합에게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 주식회사가 피고 조합의 적법한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속단한 원심판결에는 대리의 방식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 조합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한편, 원심은 소외 1 주식회사와 원고 사이의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이 소외 1 주식회사가 수여받은 대리권의 범위 안에 당연히 속하는 것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례적인 분양계약 체결 경위에 더하여, 기록에 나타난 소외 1 주식회사의 이 사건 아파트의 이중 분양행위 및 차명을 이용한 분양금 대출 사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행위는 소외 1 주식회사가 피고 조합으로부터 수여받은 대리권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은 가사 이 사건 분양계약이 민법 제11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나아가 그 계약 체결행위가 대리권의 범위에 속한 것인지, 속하지 아니하였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표현대리에 해당하는 것인지, 특히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아파트의 시행사 내지 분양권자라는 사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황에서도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를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도 있다.
그러므로 피고 조합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