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06. 11. 30. 2005헌마855 [각하]

출처 헌법재판소

군미필자 응시자격 제한 위헌확인

(2006. 11. 30. 2005헌마85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한국방송공사의 ‘2006년도 예비사원 채용공고’ 중 “병역필 또는 면제받은 분. 단, 2005. 12. 31. 이전 전역 예정자는 응시 가능합니다.” 부분(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공법인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 중 대외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단순한 내부적 행위나 사법적(私法的)인 성질을 지니는 것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방송법은 “한국방송공사 직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장이 임면한다.”고 규정하는 외에는(제52조) 직원의 채용관계에 관하여 달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한국방송공사의 이 사건 공고 내지 직원 채용은 피청구인의 정관과 내부 인사규정 및 그 시행세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방송공사의 직원 채용관계는 특별한 공법적 규제 없이 한국방송공사의 자율에 맡겨진 셈이 되므로 이는 사법적인 관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직원 채용관계가 사법적인 것이라면, 그러한 채용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사전절차로서 채용시험의 응시자격을 정한 이 사건 공고 또한 사법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공고는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오늘날 국가기능의 확대 내지 민간화 추세에 따라 국가기관은 아니면서 그 기능의 일부를 대신하거나 공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 내지 공법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국민의 기본권은 주로 국가에

의해 침해될 수 있다는 전통적 이론도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미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산업사회의 발달과 더불어 사적 집단이나 세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증대될 수 있다는 측면을 중시하여 이른바 ‘국가행위이론(state action doctrine)’이나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이론’ 등을 들어서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 상호 간의 법률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추세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는 국가기간방송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고, 그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하고 재원도 주로 국민이 납부하는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로 충당되고 있으며, 이사는 방송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그 회계결산은 방송위원회와 국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어 확정․공표하며, 외부감사는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원이 실시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한국방송공사는 공법인 중에서도 특히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방송공사의 이 사건 공고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경우에 이미 채용된 직원의 근무관계는 사법적인 관계에 해당하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단지 피청구인에 대한 입사지원을 준비하는 당사자가 일반법원에 채용공고의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한 경우에 이것이 허용되어 구제된 사례를 발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고는 공권력 행사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을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들어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방송법 제43조(설치 등) ①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국가기간방송으로서 한국방송공사(이하 이 장에서 “공사”라 한다)를 설립한다.

② 공사는 법인으로 한다.

③~④ 생략

⑤ 공사의 자본금은 3천억 원으로 하고 그 전액을 정부가 출자한다.

⑥~⑧ 생략

방송법 제44조(공사의 공적 책임) ① 공사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

② 공사는 국민이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③ 공사는 시청자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프로그램․방송서비스 및 방송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한다.

④ 공사는 국내외를 대상으로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방송하여야 한다.

방송법 제52조(직원의 임면) 공사의 직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장이 임면한다.



참조판례



헌재 2002. 3. 28. 2001헌마464, 공보 67, 84, 85



당사자



청 구 인 박○하

대리인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이창현 외 1인

공익법무관 신중곤 외 4인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

대리인 변호사 박영만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4. 2. 1. 공군장교로 임관하여 복무중이고, 의무복무기간이 만료되는 2007. 1. 31. 전역할 예정이다.

청구인은 전역과 동시에 한국방송공사(이하 ‘피청구인’이라 한다)에 입사하기 위하여 피청구인이 주관하는 예비사원 채용시험에 미리 응시하려 하였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2005. 9. 16. 행한 ‘2006년도 예비사원 채용공고’에서 “병역필 또는 면제받은 분. 단, 2005. 12. 31. 이전 전역 예정자는 응시 가능합니

다.”라고 특정하여 응시자격을 제한하였다. 따라서 청구인과 같이 군복무중이면서 해당 기한 내 전역예정자가 아니면 응시자격이 없었다.

이에 청구인은 그 공고 내용이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2005. 9.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05. 9. 16. 행한 ‘2006년도 예비사원채용공고’ 중 ‘병역필 또는 면제받은 분. 단, 2005. 12. 31. 이전 전역 예정자는 응시 가능합니다.’ 라는 부분(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

(1) 방송법에 따라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제44조 제1항) 피청구인은 공법인으로서 일반 국민과의 관계에 있어 국가기관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므로, 직원의 임면과 관련하여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소속 직원에 대한 개별적 인사조치가 사법관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공고와 같은 직원인사 일반에 관한 부분, 즉 인사행정의 측면은 공법적인 규율영역에 해당되고, 이를 대상으로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므로, 이 사건 공고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어야 한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공고로 말미암아 군미필자의 채용시험 응시자격이 박탈되고 있는데, 이는 군복무를 필하였는지 여부와 같은 객관적 요건에 따라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군미필자를 채용할 경우 인력수급에 공백이 생길 위험이 있더라도 이는 채용후보자명부등록제도 등을 활용함으로써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군미필자의 응시자격을 무조건 박탈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또 이는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한 헌법 제39조 제2항에 위배되며,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도 반한다.

나. 피청구인의 의견

(1) 피청구인은 공법인에 지나지 않아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의 사원채용 행위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근로관계 형성에 관한 사법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응시자격의 제한 여부는 원칙적으로 고용주의 자율적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민간방송사들과 경쟁체제에 놓여 있는 피청구인으로서는 방송 인력의 안정적 수급 요청이 절실한 반면, 군미필자의 경우 전역 시기가 역종에 따라 다양할 뿐만 아니라 전역 후 과연 해당 직종에 종사할 것인지 여부 자체가 불확실하므로, 군미필자에게 획일적으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군미필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또 응시자격 제한으로 군미필자가 받게 되는 불이익은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군필자에 대하여는 군복무 경력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충분한 보상책이 마련되어 있는 이상, 이를 들어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라거나 헌법상 금지되고 있는 차별이라 할 수도 없다.

3. 판 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직원 채용공고 중 군미필자와 관련된 자격요건을 다투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내용의 이 사건 공고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피청구인은 방송법에 따라 정부가 자본금을 전액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으로(제43조 제2항․제5항),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제43조 제1항, 제44조) 공법인이다.

공법인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 중 대외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단순한 내부적 행위나 사법적(私法的)인 성질을 지니는 것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 그러한 취지에서 헌법재판소는 공법인인 한국토지공사의 출자로 설립된 한국토지신탁의 내부 근무관계에 관한 사항은 이를 규율하는 특별한 공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법관계에 속하고 따라서 이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2. 3. 28. 2001헌마464, 공보 67, 84, 85).

방송법은 “한국방송공사 직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장이 임면한다.”고 규정하는 외에는(제52조) 직원의 채용관계에 관하여 달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 내지 직원 채용은 피청구인의 정관과 내부 인사규정 및 그 시행세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직원 채용관계는 특별한 공법적 규제 없이 피청구인의

자율에 맡겨진 셈이 되므로 이는 사법적인 관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직원 채용관계가 사법적인 것이라면, 그러한 채용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사전절차로서 채용시험의 응시자격을 정한 이 사건 공고 또한 사법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고는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청구인은 채용공고와 구체적 채용행위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비록 후자가 사법관계라 할지라도 전자는 별개의 것으로서, 현행 민사소송에서 그 자체가 소송대상이 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므로, 마땅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고는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요건을 정하는 것이고, 이는 전체 채용행위의 일환으로 사전에 필수적으로 전제되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임용행위는 사법관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와 별도로 임용과 관련하여 자격요건을 정한 이 사건 공고만을 들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피청구인의 직원 채용관계가 사법적인 것이라면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본권의 침해 문제 또한 기본적으로 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항이라 할 것이다.

4. 결 론

이 사건 공고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아래 5.의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우리들은 피청구인의 예비사원채용공고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지 아니하고,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경우에도 공권력 행사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따라서 이 사건 청구는 적법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국가기능의 확대 내지 민간화 추세에 따라 국가기관은 아니면서 그 기능의 일부를 대신하거나 공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 내지 공법인이 늘어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연유로 국민의 기본권은 주로 국가에 의해 침해될 수 있다는 전통적 이론도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미국, 독일 등 선진 각국에서는 이미 산업사회의 발달과 더불

어 사적 집단이나 세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증대될 수 있다는 측면을 중시하여 이른바 ‘국가행위이론(state action doctrine)’이나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이론’ 등을 들어서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 상호 간의 법률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피청구인의 채용공고는 일면 순수한 사법상 법률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한편 이를 국가기관의 공권력의 행사에 준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우선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는 (1) 국가기간방송으로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하고(방송법 제43조 제1항, 제44조 제1항), (2) 공사의 자본금 3천억 원 전액을 정부가 출자하고, 그 재원도 주로 국민이 납부하는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로 충당되고 있으며(동법 제43조 제5항, 제56조), (3) 공사 경영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는 방송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사의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또 부사장과 본부장은 사장이 임명하되 부사장을 임명할 경우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직원은 정관에 따라 사장이 임면하고 있으며(동법 제46조 내지 제52조 참조), (4) 그 회계결산은 방송위원회와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의 승인을 얻어 결산을 확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하며, 특히 공사의 외부감사는 감사원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감사원이 실시하고 있다(동법 제59조 내지 제63조).

이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은 공법인 중에서도 특히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의 이 사건 채용공고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경우에 이미 채용된 직원의 근무관계는 사법적인 관계에 해당하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단지 피청구인에 대한 입사지원을 준비하는 당사자가 일반법원에 채용공고의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한 경우에 이것이 허용되어 구제된 사례를 발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공법인으로서의 공공적 성격, 정부의 출자범위, 조직과 경영에 대한 국가의 관여 정도, 기본권 침해의 심각성, 일반 사법절차를 통한 구제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청구인의 이 사건 채용공고는 공권력 행사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들어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주선회(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주심) 이동흡 목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