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05. 12. 22. 2005헌마19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5조 위헌확인

(2005. 12. 22. 2005헌마1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배우자의 중대 선거범죄를 이유로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5조 본문 중 ‘배우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3조 제3항은 ‘친족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친족이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배우자는 후보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자로서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배우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와 불가분의 선거운명공동체를 형성하여 활동하게 마련인 배우자의 실질적 지위와 역할을 근거로 후보자에게 연대책임을 부여한 것이므로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선무효를 초래하는 배우자의 위법행위의 범위를 그 불법성이 대단히 중대하여 금권선거의 중핵을 이루는 범죄들로 국한하고 있으며, 당선이 무효로 된 자에 대하여 동일 선거구에서 상당기간 동안 동일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제한함이 없이 단지 당해 보궐선거 등에서만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당선무효에 수반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중핵을 이루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인 반면 후보자의 가족 등이 선거의 이면에서 음성적으로 또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불법․부정을 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선거의 실상이라는 판단 하에, 배우자와 후보자는 선거에 임하여 분리하기 어려운 운명공동체라고 보아 배우자의 행위를 곧 후보자의 행위로 의제함으로써 선거부정 방지를 도모하고자 한 입법적 결정의 전제와 목표 및 선택이 현저히 잘못되었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감독상의 주의의무 이행이라는 면책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후보자에게 일종의 법정무과실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형성한 것이 반드시 필요 이상의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후보자책임의 법적 구조의 특징, 배우자에게 재판절차라는 완비된 절차적 보장이 주어진다는 점, 당선무효라는 효과를 발생시킴에 있어 후보자에게 변명․방어의 기회를 따로 부여하는 절차를 마련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종합하면 후보자에 대하여 그러한 절차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자기책임의 원리에 관한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의 별개의견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가 있고 그 대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리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만 자기가 책임을 진다는 자기책임의 원리는 헌법의 내재적 원리의 하나이고, 연좌제금지의 배경과 근거에 비추어 볼 때 헌법 제13조 제3항 속에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한다는 뜻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 즉 자기행위와 무관한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는 헌법 제3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기본권성을 지닌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이 권리의 침해 여부가 독립적이고 우선적인 심사기준이 되어야 하는바,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고는 있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공무담임권에 관한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법령이 당해 공무원에게 부여한 ‘권한’이지 공무원 개인에게 부여된 ‘권리’, 즉 주관적 공권이 아닌바, 이 사건에서 문제된 국회의원의 공무담임권이란 것은 이미 선거에서 당선된 자에게 관계 법령이 부여한 권한일 뿐이지 공직에 취임할 기회를 향유할 주관적인 권리는 아니므로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기관의 지위 내지 권한을 일정한 객관적 사유를 근거로 사후적으로 박탈하는 성질의 것으로서 결국 객관적 권한질서의 조정에 관한 것일 뿐 주관적 공권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265조(선거사무장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선거사무장․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로 선임․신고되지 아니한 자로서 후보자와 통모하여 당해 후보자의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선거비용제한액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되는 자를 포함한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당해 선거에 있어서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내지 제234조(당선무효유도죄), 제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등 위반죄) 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제1항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에 대하여는 선임․신고되기 전의 행위로 인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는 그 후보자(대통령후보자,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및 비례대표시․도의원후보자를 제외한다)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유도 또는 도발에 의하여 당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되게 하기 위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참조조문



헌법 제13조 제3항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263조(선거비용의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 ① 제122조(선거비용제한액의 공고)의 규정에 의하여 공고된 선거비용제한액의 200분의 1이상을 초과지출한 이유로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또는 예비후보자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유도 또는 도발에 의하여 당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되게 하기 위하여 지출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258조(선거비용부정지출등 죄)제1항 제2호 또는 같은 조 제2항 제2호의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대통령후보자,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및 비례대표시․도의원후보자를 제외한다)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이 경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준용한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264조(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 있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266조(선거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 ①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내지 제234조(당선무효유도죄)․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내지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 제1항 및 제2항․제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 등 위반죄) 내지 제259조(선거범죄선동죄)의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자는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간,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각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1.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 )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직[같은 조 같은 항 제5호의 경우 각 조합의 조합장 및 상근직원을 포함한다]

2.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제1항 제6호 내지 제9호에 해당하는 직

3. 공직자윤리법 제3조(등록의무자) 제1항 제10호 또는 제11호에 해당하는 기관․단체의 임․직원

4. 사립학교법 제53조(학교의 장의 임면) 또는 같은 법 제53조의2(학교의 장이 아닌 교원의 임면)의 규정에 의한 교원

5. 방송법 제21조(위원회의 구성)의 규정에 의한 방송위원회의 위원

② 제263조(선거비용의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 또는 제265조(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이 무효로 된 자(그 기소 후 확정판결 전에 사직한 자를 포함한다)는 당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가 될 수 없다.



참조판례



3. 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판례집 15-2, 1, 18



당사자



청 구 인 김○부

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이영모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4. 4. 15.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 갑선거구에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그 후 청구인의 배우자 정○자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30조 제1항 제4호 위반으로 공소제기되어 현재 그 재판이 진행중이다.

법 제265조 본문에 의하면 선거사무장․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당해 선거에 있어서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내지 제234조(당선무효유도죄), 제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등 위반죄) 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제1항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된다.

이에 청구인은, 법 제265조 본문 중 “배우자” 부분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 제13조 제3항의 연좌제금지, 제25조의 공무담임권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05. 1. 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법 제265조 본문 중 “배우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265조(선거사무장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선거사무장․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로 선임․신고되지 아니한 자로서 후보자와 통모하여 당해 후보자의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선거비용제한액의 3분의1 이상에 해당되는 자를 포함한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당해 선거에 있어서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내지 제234조(당선무효유도죄), 제257조(기

부행위의 금지제한등 위반죄) 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제1항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에 대하여는 선임․신고되기 전의 행위로 인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는 그 후보자(대통령후보자,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및 비례대표시․도의원후보자를 제외한다)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유도 또는 도발에 의하여 당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되게 하기 위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내지 3. (생략)

4. 제135조(선거사무관계자에 대한 수당과 실비보상)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수당․실비 기타 자원봉사에 대한 보상 등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

제135조(선거사무관계자에 대한 수당과 실비보상) ③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수당․실비 기타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당․실비 기타 자원봉사에 대한 보상 등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지시․권유․알선․요구 또는 수령할 수 없다.

제263조(선거비용의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 ① 제122조(선거비용제한액의 공고)의 규정에 의하여 공고된 선거비용제한액의 200분의 1 이상을 초과지출한 이유로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또는 예비후보자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유도 또는 도발에 의하여 당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되게 하기 위하여 지출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258조(선거비용부정지출등 죄) 제1항 제2호 또는 같은 조 제2항 제2호의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대통령후보자,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및 비례대표시․도의원후보자를 제외한다)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이 경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264조(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 있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

제266조(선거범죄로 인한 공무담임등의 제한) ② 제263조(선거비용의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 또는 제265조(선거사무장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이 무효로 된 자(그 기소후 확정판결전에 사직한 자를 포함한다)는 당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가 될 수 없다.

2. 청구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법 제265조 단서에 해당하는 사유로 제3자가 먼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그 후에 배우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더라도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지 않는 반면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배우자의 범죄가 먼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그 후 제3자가 법 제265조 단서에 해당하는 사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발생한 후보자 당선무효의 효력을 뒤집을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평등원칙 위반을 교정할 수 있는 규정이 흠결되어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배우자의 형사처벌을 이유로 당선자인 청구인에게 당선무효 내지는 국회의원직 상실이라는 불이익한 처우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3조 제3항이 선언하고 있는 연좌제금지에 위반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배우자의 형사처벌을 근거로 당선무효 내지는 국회의원직 상실이라는 불이익한 처우를 하면서도 당사자인 청구인에게 고지ㆍ변해ㆍ방어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에 위반된다.

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의견

(1) 선거의 현실에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선거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3자가 후보자의 당선무효를 목적으로 후보자의 배우자를 유도․도발하였는지에 대하여도 수사과정 또는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함께 다루어지고, 선거범죄 소송과 당선무효유도범죄 소송이 별도로 진행중인 경우에도 관련소송의 이송으로 병합심리가 가능하므로 평등원칙 위반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2) 후보자의 최측근에 있는 배우자가 후보자의 당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매수 및 이해유도죄 등을 범하여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더라도, 이는 타인의 행위가 아니라 후보자의 의사지배 하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감독책임을 묻는 것이다. 또한 후보자는 배우자의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참여하

여 배우자를 변명ㆍ방어함으로써 당선무효를 회피할 수 있으므로 적법절차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헌법 제13조 제3항 위반 여부

(1)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80년의 헌법개정시 처음으로 규정되었는데, 그 취지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그 무렵까지 여전히 잔존하던 전근대적인 연좌(緣坐)의 사회적 병폐를 해소하겠다는 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존엄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서 있는 우리 헌법질서 하에서는 자기의 행위가 아닌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람은 타인과의 연관 속에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타인과의 사이에 일정한 법적 연관이 형성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이는 친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혼인과 출산을 고리로 형성되는 친족관계의 속성상 필요한 때 또는 어떤 입법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 법은 친족간의 신분이나 재산 그 밖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일정한 자유를 제약하거나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규율들이 모두 헌법 제13조 제3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제13조 제3항은 ‘친족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친족이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원래 연좌제(緣坐制)라는 것이 본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태에 대하여 오로지 가족 또는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말하고 바로 그 이유로 봉건적 인습으로 여겨져 폐기된 제도이므로, 이렇게 보는 것이 이 헌법조항이 우리 헌법전에 도입된 취지나 역사적 맥락에 맞닿은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그 밖의 경우에는 문제된 불이익을 보호하는 다른 헌법규범이나 기본권규범을 찾아 그 친족과의 관계에서 본인에게 그러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또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한도 내의 수단인지를 살펴봄으로써 그러한 법적 규율의 정당성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 본다.

선거에서는 다수 득표를 한 자의 당선의 효력을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시

키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법 제1조) 행해지지 아니하고 선거과정에서 선거범죄가 심각하게 개재된 경우에 선거의 결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대의제이념에 반하고 나아가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현저히 부정한 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선거결과를 번복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후보자가 선거부정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당선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선거에서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선거사무장, 후보자의 배우자 등이 일체가 되어 후보자의 당선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하여 조직적․체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되므로, 그 과정에서 이들이 중대한 선거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전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아 그러한 불공정한 선거방법을 통하여 얻어진 당선이라는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것에 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본질이 있다.

종래의 선거법에서는 선거사무장의 행위에 대해서만 후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부터 연대책임을 강화하여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직계 존ㆍ비속 및 배우자의 행위에까지 후보자의 책임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후보자의 가족 등이 선거의 이면에서 음성적으로 또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불법ㆍ부정을 자행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선거의 실상에 직면하여 이러한 불법․부정을 근절하고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풍토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와 이를 보좌하는 선거관계자와의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는데 입법자의 의지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는 선거관계자 및 후보자의 친족 등이 저지른 일정한 중대선거범죄는 선거에 있어서 전적으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하여, 또한 후보자와의 의사연락 하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총체적으로는 후보자 자신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아, 후보자를 공범으로 인정하여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불법행위에 따른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고려에 터잡은 것이다.

특히 배우자는 후보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자로서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최측근에서 수시로 후보자와 협의할 수 있고, 후보자와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당선에 유리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등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등 후보자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입법자는 배우자의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

해서도 후보자가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 즉 후보자 자신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제도를 배우자의 선거범죄에까지 확장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보아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두게 된 것인데, 이러한 입법자의 사실적․정책적 판단은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3)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친족인 배우자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배우자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와 불가분의 선거운명공동체를 형성하여 활동하게 마련인 배우자의 실질적 지위와 역할을 근거로 후보자에게 연대책임을 부여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이라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바, 그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필요한 한도 내의 제한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로 공무담임권의 내용을 형성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공무담임권의 내용형성 및 제한에 관하여 입법자에게 형성의 여지가 넓다고 할 수도 있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판례집 14-2, 219 ; 2002. 10. 31. 2001헌마557, 판례집 14-2, 541).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주권적 의사표현인 선거를 통하여 신임을 받고 이에 기초하여 국민의 대표로써 공직을 수행하려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공무담임권의 중요한 부문에 대한 제한을 동반하는 것이므로, 후보자 자신의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당선무효라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 선거공정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된 것이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선무효를 초래하는 배우자의 위법행위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수많은 선거법 위반행위 가운데 매수․기부행위, 각종 이익의 제공 등 금권선거의 중핵을 이루는 것으로서 그 불법성이 대단히 중대한 법 제230조, 제257조 등의 몇 가지 범죄행위에 국한시킴으로써 연대책임의 발생

경로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후보자의 공무담임권 보장과 선거공정 확보라는 법익의 조화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규제에 그치려는 입법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당선이 무효로 된 자에 대하여 동일 선거구에서 상당기간 동안 동일 선거에 입후보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도 있었으나(입법례에 따라서는 이러한 제한을 두는 나라도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당해 보궐선거등에서만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당선무효에 수반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편, 배우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후보자에게 감독상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당선을 무효로 하는 것이 정당한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족의 행위와 본인 간에 일정한 법적 연관을 지을 것인지, 어떤 경우에 어느 범위에서 어떤 내용의 연관을 지을 것인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한다. 입법자는 규율하고자 하는 사태의 성질이나 입법목적에 따라 친족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고, 일정한 과실요소를 요구할 수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본인에게 친족과 동일한 책임을 지울 수도, 다른 내용의 책임을 지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법적 연관을 형성함에 있어 입법자는 기존의 제도나 유형에 구속되지 않는다. 입법자는 기존의 제도나 유형을 혼합할 수도 있고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제도나 유형을 창설할 수 있으며, 그것이 기존 제도나 유형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반헌법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중핵을 이루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인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규제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는 금권선거의 중핵을 이루는 대단히 중대한 선거범죄라는 것, 후보자의 가족 등이 선거의 이면에서 음성적으로 또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불법ㆍ부정을 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선거의 실상이라는 판단 하에, 배우자와 후보자는 선거에 임하여 분리하기 어려운 운명공동체라고 보아 배우자의 행위를 곧 후보자의 행위로 의제함으로써 선거부정 방지를 도모하고자 한 입법적 결정의 전제와 목표 및 선택이 현저히 잘못되었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감독상의 주의의무 이행이라는 면책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후보자에게 일종의 법정무과실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형성한 것이 반드시 필요이상의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연대책임을 부과함으로써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기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적법절차원칙 등 위반 여부

(1)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告知)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들 수 있겠으나,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私益),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판례집 15-2상, 1, 18).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후보자책임의 성격은 일종의 법정무과실책임이다. 타인인 배우자의 행위에 대하여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법적 구조를 지니므로, 행위에 관한 판단은 행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또 이로써 충분하다. 행위자인 배우자가 해당 선거범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재판절차를 통하여 확정된다면 그로써 곧 후보자에게 법률상 당연히 당선무효라는 책임을 귀속시킨다는 구조이므로, 이러한 법적 구조의 성격상 행위자에 대한 평가를 적법절차가 보장된 가운데 정당하게 하였다면 그와 별도로 후보자에 대하여 따로 적법절차의 보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후보자의 감독상의 과실을 사유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인 배우자의 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을 묻는 제도이기 때문에, 행위자에 대한 적법절차의 보장이 곧 후보자에 대한 보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후보자의 당선무효라는 효과를 발생시킴에 있어 후보자를 한 쪽 당사자로 하는 행정소송과 같은 별도의 절차를 둘 것인지, 그렇지 않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법률상 당연히 당선무효의 효과를 발생시킬지의 선택은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별도의 절차를 둘 경우 당선무효라는 법률효과를 받게 될 후보자에게 절차적 보장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선거관계의 조기 확정이 어렵고, 배우자에 대한 형사재판을 통하여 후보자에게 변명․방어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가운데 별도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절차의 중복과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절차는 절차 지연을 통하여 당선무효의 효과를 회피해 보려는 후보자에 의하여 남용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후보자책임의 법적 구조의 특징, 배우자에게 재판절차라는 완비된 절차적 보장이 주어진다는 점, 별도 절차의 채부에 따른 장․단점이 나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후보자에 대하여 변명․방어의 기회를 따로 부여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2) 법 제265조 단서는 “다만, 다른 사람의 유도 또는 도발에 의하여 당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되게 하기 위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 제234조는 그러한 유도 또는 도발을 한 자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후보자 등 제3자의 범죄적 유도 또는 도발에 의하여 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범죄가 행하여진 경우까지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청구인은 법 제234조 위반죄로 제3자가 먼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그 후에 배우자가 처벌받더라도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로 되지 않는 반면에, 배우자의 범죄가 먼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그 후 제3자가 법 제234조 위반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발생한 후보자 당선무효의 효력을 뒤집을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 제265조 단서의 면책사유를 심리하는 별도의 절차를 선행시킬지 여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역시 입법정책의 문제라 보아야 하고, 후보자의 배우자가 경쟁후보자 등 제3자의 유도 또는 도발로 인하여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되게 하기 위하여 선거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적어도 이 사건 심판대상인 배우자에 관한 한 청구인이 주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당선이라는 목표에 있어 후보자와 일체의 관계에 있는 배우자로서는 자신에 대한 선거범죄의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제3자에 의한 유도 또는 도발이라는 면책사유를 주장할 수 있어서 그 점에 관하여도 함께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위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자기책임의 원리에 관한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의 별개의견과 아래 6.과 같은 공무담임권에 관한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자기책임의 원리에 관한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 우리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일부 견해를 달리하는 바가 있다.

가. 헌법원리로서의 자기책임의 원리

(1) 어떤 행위를 법률로 금지하고 그 위반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위반행위의 성질, 위반이 초래하는 사회적․경제적 해악의 정도, 제재에 의한 예방과 개선의 효과, 기타 사회적․경제적 현실과 그 행위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나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지만 위반행위의 행위자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사람에게 법적 제재가 미치도록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면 이는 자기책임의 범위를 벗어나는 제재로서 헌법위반의 문제를 일으킨다(헌재 2004. 6. 24. 2002헌가27, 판례집 16-1, 706, 714-715 ; 아울러 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판례집 15-2상, 1, 21-22 참조).

(2) 헌법위반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헌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의 행위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자기책임의 원리는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책임의 범위도 자기 행위의 직접적인 결과 내지 그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은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인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이는 헌법에 내재하는 하나의 헌법상 원칙이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04. 6. 24. 2002헌가27, 판례집 16-1, 706, 714-715 참조).

(나) 또한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여 인류사회의 오랜 병폐의 하나인 이른바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먼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좌제는 우리 나라에만 고래로 있어온 병폐가 아니다. 모든 인류사회가, 크건 작건, 길건 짧건, 이성이 충분히 개명되기 전에 똑같이 겪었던 고통의 하나가 연좌제인 것이다. 다만 각국이 성문의 헌법을 제정하면서 당시 그 사회가 처하였던 사정에 따라 연좌제의 금지를 특히 헌법에 규정한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도 있었을 뿐이다. 둘째로 연좌제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배후에는 각국의 개별적인 사정의 차이에 불구하고, 사람이 자기와 무관한 일로 함부로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에 반한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인식이 공통적으로 그리고 선험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좌제의 금지규정에 의한다면 친족의 행위에 대하여는, 비록 그것이 아무리 가까운 친족의 행위라 하더라도, 형사법상은 물론이고 행정법상 기타 법률상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조항은 ‘친족’에 대하여만 언급하고 있지만 친족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처우가 금지되는 마당에 친족이 아닌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처우가 더욱 금지되어야 하는 것은, 앞에서 본 연좌제금지의 배경과 근거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헌법 제13조 제3항 속에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한다는 뜻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헌법 제13조 제3항은 자기책임의 원리의 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 헌법에 명문의 규정으로 선언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없이는 ‘헌법규정의 보편적 가치’와 ‘헌법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도도한 의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다수의 법적 원칙을, 우리는 투명한 이성적 통찰로 발견하여 이를 ‘헌법에 내재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라는 이름으로 수용하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치밀하고 신중한 사색이 거듭되어야 할 일이지만 그 논리와 결론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의 폐단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기왕에 발견된 헌법원리의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일을 반드시 자제하여야 할 이치는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가 있고 그 대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리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만, 자기가 책임을 진다는 자기책임의 원리는 충분히 자명하

고 합당한 보편적인 법적 원칙이어서 이를 위에서 본 헌법의 내재적 원리의 하나로 파악하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헌법위반을 구성한다.

나. ‘자기행위와 무관한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의 침해 여부

(1)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라도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하여 필요한 것일 때에는 이를 모두 보장함을 천명하는 것이다(헌재 2002. 1. 31. 2001헌바43, 판례집 14-1, 49, 57).

그동안 우리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열거되지는 아니하였으나 기본권성을 인정한 것으로는 알 권리(헌재 1989. 9. 4. 88헌마22, 판례집 1, 176, 188-189), 성적 자기결정권(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헌재 1991. 6. 3. 89헌마204, 판례집 3, 268, 275-276), 일반적 인격권(헌재 1991. 9. 16. 89헌마165, 판례집 3, 518, 527), 일반적 행동자유권(헌재 1992. 4. 14. 90헌바23, 판례집 4, 162, 171), 생명권(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소비자의 권리(헌재 1996. 12. 26. 96헌가18, 판례집 8-2, 680, 691), 휴식권(헌재 2001. 9. 27. 2000헌마159, 판례집 13-2, 353, 362), 명예권(헌재 2002. 1. 31. 2001헌바43, 판례집 14-1, 49, 57)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의 기본권성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첫째 인간으로서의 삶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권리라고 인정되어야 하며(기본성ㆍ중요성), 둘째 통시적으로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고(정당성), 셋째 일부 계층에 국한된 자유와 권리가 아니어야 하며(보편성), 넷째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여서는 아니되고(내용의 명확성), 다섯째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거나(내재적 한계) 또는 침해의 우려가 있더라도 공공성이나 공공복리 기타 이론으로 극복이 가능한(기본권제한이론) 것이어야 한다.

이에 관한 논의는 박운희,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인권과정의」(대한변호사협회 1995. 7), 57-61면(특히 59면)을 참조.

이와 같은 기준 및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기본권성을 인정한 선례들에 비추어 볼 때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 즉 자기행위와 무관한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는 헌법 제3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기본권성을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는, 배우자의 선거범죄로 인한 후보자의 당선무효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독립적이고 우선적인 심사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가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기본권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원칙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과정에서 배우자의 중대한 선거범죄가 개재된 경우에 선거의 결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고 나아가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마련된 규정이어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선거과정에서 배우자의 중대한 선거범죄가 존재하는 경우에 비록 후보자가 그러한 선거부정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당선의 효력을 유지시키지 아니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이바지하는 적절한 하나의 수단이 되며, 한편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행위 가운데 금권선거의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서 그 불법성이 매우 큰 법 제230조 내지 제234조, 제257조 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 등의 몇 가지 범죄행위만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대상범죄로 국한하면서 이들 범죄로 인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만 당선무효의 효과를 귀속시키고 있으므로 피해의 최소성요건도 충족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라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인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규제대상이 되는 배우자의 범죄행위는 금권선거의 핵심을 이루는 중대한 선거범죄라는 점을 비교형량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고 있다. 보다 상세한 언급은 다수의견의 설명을 원용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원리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를 받지 아니할 청구인의 권리’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헌법에 위반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6. 공무담임권에 관한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권이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러한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권은 헌법상의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담임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다.

헌법 제25조가 규정하고 있는 공무담임권은 모든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피선거권과 선거직 이외의 모든 공직에 임명될 수 있는 공직취임권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국민 누구나가 국정의 담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참정권을 뜻한다. 따라서 공무담임권은 공직취임에 있어서의 균등한 기회만을 보장하고 일단 당선 또는 임명된 공직에서의 활동이나 수행의 자유는 공무담임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법령이 당해 공무원에게 부여한 ‘권한’이지 공무원 개인에게 부여된 ‘권리’, 즉 주관적 공권이 아니다. 국가는 그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조직을 구성하고 국가권력을 배분한다. 공무원의 직무수행권은 바로 위와 같은 국가의 객관적 권한배분 내지 조직구성권의 행사의 결과로 주어진 ‘권한’(Kompetenz)이며 공무원 개인이 국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2005. 5. 26. 2002헌마699등, 판례집 17-1, 734, 737.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이렇게 볼 때 이 사건에서 문제된 국회의원의 공무담임권은, 이미 선거에서 당선된 자에게 관계 법령이 부여한 권한일 뿐이지 공직에 취임할 기회를 향유할 주관적인 권리는 아니기 때문에 기본권으로서의 공무담임권에는 포함되지 않고, 하나의 국가기관으로서 갖는 권한에 속한다.

나아가 후보자의 배우자 등이 일정한 범죄를 범하여 일정한 형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에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명성을 더욱 보장하고 이로써 국가기관의 지위 내지 권한에 대하여 보다 높은 정당성과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이 규정은 국가기관의 지위 내지 권한을 일정한 객관적 사유를 근거로 사후적으로 박탈하는 성질의 것이고 이는 결국 객관적 권한질서의 조정에 관한 것일 뿐 주관적 공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미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권은 기본권으로서의 공무담임권에는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

해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