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995. 3. 23. 92헌바1
출처
헌법재판소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1995. 3. 23. 92헌바1 전원재판부)
[판레집 7권 1집, 358~375]
판시사항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43조 제2항의 위헌 여부
결정요지
재판의 선고(宣告)는 공판기일에 출석한 피고인에게 주문(主文)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으며,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24조는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재판서를 송달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이 상소기간을 재판서 송달일이 아닌 재판선고일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과잉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당사자
청 구 인 양 ○ 우
대리인 변호사 임 희 동
관련사건 1.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91고합32 지방의회의원선거법위반
2.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91초408 상소권회복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43조(상소제기기간(上訴提起期間)) ① 생략
② 상소(上訴)의 제기기간(提起期間)은 재판(裁判)을 선고(宣告) 또는 고지(告知)한 날로부터 진행(進行)한다.
참조조문
헌법(憲法) 제21조 제1항, 제27조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43조 (재판(裁判)의 선고(宣告), 고지(告知)의 방식(方式)) 재판(裁判)의 선고(宣告) 또는 고지(告知)는 재판장(裁判長)이 한다. 판결(判決)을 선고(宣告)함에는 주문(主文)을 낭독(朗讀)하고 이유(理由)의 요지(要旨)를 설명(說明)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276조 (피고인(被告人)의 출석권(出席權)) 피고인(被告人)이 공판기일(公判期日)에 출석(出席)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特別)한 규정(規定)이 없으면 개정(開廷)하지 못한다. 단(但) 피고인(被告人)이 법인(法人)인 경우(境遇)에는 대리인(代理人)을 출석(出席)하게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24조 (상소(上訴)에 대(對)한 고지(告知)) 형(刑)을 선고(宣告)하는 경우(境遇)에는 재판장(裁判長)은 피고인(被告人)에게 상소(上訴)할 기간(期間)과 법원(法院)을 고지(告知)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43조 (상소제기기간(上訴提起期間)) ① 상소(上訴)의 제기(提起)는 그 기간(期間) 내(內)에 서면(書面)으로 한다.
② 상소(上訴)의 제기기간(提起期間)은 재판(裁判)을 선고(宣告) 또는 고지(告知)한 날로부터 진행(進行)한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61조의3 (항소이유서(抗訴理由書)와 답변서(答辯書)) ① 항소인(抗訴人) 또는 변호인(辯護人)은 전조(前條)의 통지(通知)를 받은 날로부터 20일(日) 이내(以內)에 항소이유서(抗訴理由書)를 항소법원(抗訴法院)에 제출(提出)하여야 한다.
②∼④ 생략
주문
형사소송법(제정 1954.9.23. 법률 제341호, 최종개정 법률 제3955호) 제343조 제2항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라는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1991.10.18.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91고합32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위반사건에서 벌금 500,000원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의 위 판결선고 당시 난청으로 인하여 그 선고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고, 뒤에 판결이 송달될 것으로 생
각하고, 그 판결이 송달되면 이를 검토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하려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위 판결은 청구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 후 청구인은 1991.12.4.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위 판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지방의회의원선거법 등에 의하여 의원직을 퇴직하여야 한다는 통고를 받고서야 위 법원에 상소권회복청구(위 법원 91초408)를 하는 동시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위 상소권회복청구 및 항소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에 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위 법원 91초409). 위 법원에서 1991.12.24.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자, 청구인은 1991.12.28. 위 기각결정을 송달받고, 1992.1.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의 위 법원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서의 신청 취지에 의하면, “형사소송법 제358조 ‘항소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는 규정을 ‘판결송달일로부터 7일’로 해석하지 아니하고 ‘판결선고일로부터 7일’로 해석 운용하는 것은 헌법 제27조의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위 법원은 91초409 위헌제청신청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한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 주문에서 “신청인이 한 형사소송법 제358조의 해석 운용에 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은 이를 기각한다”고 하고, 그 이유에서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에는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358조에는 ‘항소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
는바, 따라서 항소제기기간을 판결선고일로부터 7일로 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358조, 제343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것이고 형사소송법 제358조의 해석 운용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위에 든 위 법 제343조 제2항의 명문규정에 반하여 형사소송법 제358조에 정하여진 항소의 제기기간을 판결송달일로부터 7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신청인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그 이유 없고, 또한 항소제기기간을 위와 같이 판결선고일로부터 7일로 규정한 것이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취지 가운데 “항소기간을 ‘판결송달일로부터 7일’이 아니라, ‘판결선고일로부터 7일’로 해석 운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위 신청취지에는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의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라는 규정의 해석을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서의 송달일로부터 진행한다’라고 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고, 위 법원에서 위와 같은 신청취지에 대하여도 이를 기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제정 1954.9.23. 법률 제341호, 최종개정 1987.11.28. 법률 제3955호) 제343조 제2항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라는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라고 할 것이다.
청구인은 항소기간이 “7일”로 되어 있는 것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항소기간을 “재판서송달일” 아닌 “재판선고일”부터 계산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항소기간의 기산점에 관한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뿐이라고 할 것이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및 관계인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형사소송법 제42조는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기타의 경우에는 재판서의 등본의 송달 또는 다른 적당한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형사소송규칙 제148조는 “법원은 구속된 피고인에 대하여 판결을 선고한 때에는 선고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피고인에게 그 판결서등본을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결을 선고받은 모든 피고인에게 판결문을 송달하여야 함이 당연한 일이고, 항소제기기간도 그 송달을 받은 날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법원이 제정한 규칙인 형사소송규칙에서 구속된 피고인에 대한 판결서등본의 송달을 규정한 것은 피고인들에게 그 판결서등본을 받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형사소송법 제44조에 의하면, “검사의 집행지휘를 요하는 재판은 재판서 또는 재판을 기재한 조서의 등본 또는 초본을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과 같이 집행을 당할 입장에 있는 청구인에게 판결을 송달하지 아니하는 것은 당사자주의 소송구조
의 원리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또, 형사소송법 제60조 내지 제65조에 의하면 “송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을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항소기간이 진행한다고 한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왜 유죄판결을 받았는지를 오직 법관의 구두설명만을 듣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며, 다른 모든 행정행위에 대한 이의 등도 결정서 등이 송달된 날로부터 그 시점을 기산하도록 하는 민주적인 입법취지와도 전혀 부합하지 아니하는 규정이다. 국민에게 그 고통이 덜한 민사소송에서도 “판결을 선고함에도 판결원본에 의하여 주문을 낭독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91조 참조)”고 규정하여 놓고 그 항소제기기간은 “판결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판결문을 송달받아 보고 그 항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3)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58조는 “항소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이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위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이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판결문 또는 결정문이 송달된 날”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하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규정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먼저 청구인이 문제삼고 있는 형사재판사건의 상소제기 기산점에 관하여 보면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이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를 함부로 ‘재판을 선
고 또는 고지한 재판서가 송달된 날’로 해석 운용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알 권리,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나, 형사소송법 제276조에 피고인의 공판기일의 출석권을 보장하고 있어 사실심에서의 판결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면 선고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는 형사소송법이 판결내용을 피고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함에 있어 문서에 의한 송달이라는 간접적이고도 우회적인 방법을 지양함으로써 오히려 국민 개개인의 알 권리, 재판받을 권리 등을 보다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헌법 제27조 제3항에는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바, 특히 형사소송사건은 피고인이 특정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과 질서유지의 측면에서 당사자인 국가나 피고인 모두에게 신속히 확정되어야만 하므로 상소기간의 기산점을 재판선고시로 한 것이다. 이는 민사소송의 경우 항소제기기간이 판결송달일로부터 기산되고 있는 것(민사소송법 제366조 제1항)과 대조되고 있는 점으로서 형사소송은 민사소송과 달리 신속, 정확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사위소송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 그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외국입법례
가. 독일
형사소송법 제35조(고지)는 “① 당사자의 출석하에 행하여지는 재판은 당사자에게 선고함으로써 고지된다. 요구가 있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등본을 교부하여야 한다. ② 기타 재판은 송달에 의하여
고지된다. 재판의 고지에 의한 기간의 진행에 관하여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재판의 고지는 적당한 방식에 의한 통지로서 충분하다. 판결의 통지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 자에 대하여는 요구에 의하여 그 송달된 문서가 낭독되어야 한다.”
제35조의 a(상소에 관한 고지)는 “기한부의 상소로서 다툴 수 있는 재판을 고지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불복의 가능성, 불복신청기간 및 방법에 관하여 고지하여야 한다.”
제44조는 “귀책사유 없이 기간의 준수가 방해된 경우 (권리)회복신청을 할 수 있는데 제35조의 a에 따른 고지가 행하여지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314조(방식과 기간)는 “①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는 판결의 선고 후 1주일 내에 서면으로 또는 법원사무국의 조서에 기입함으로써 제출되어야 한다. ② 판결의 선고가 공판피고인의 불출석하에 행하여진 경우에는 송달로부터 기간이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독일 형사소송법상의 항소기간 7일은 피고인 출석하에 판결을 선고한 경우에는 선고일로부터, 불출석하에 선고한 경우에는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기산된다.
나. 프랑스
판결선고일에 피고인이 출석한 경우에는 판결선고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피고인이 불출석하여도 판결선고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상소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98조, 제499조). 판례는 불가항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소기간의
연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 일본
형사소송법 제358조는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이 고지된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의 고지는 판결의 경우는 공판정에서의 선고에 의해(제342조), 결정·명령의 경우는 등본의 송달에 의한다(형사소송규칙 제34조).
제362조, 제363조는 귀책사유 없이 상소기간을 도과한 경우에는 상소제기기간 내에 상소와 동시에 상소권회복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373조는 항소제기 기간을 14일로 하고, 제414조는 상고제기기간에 관하여 제373조를 준용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항소제기기간의 기산점은 우리나라와 같으나, 그 기간을 14일로 하고 있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라. 미국
연방형사소송규칙 제37조(a)(2)는 판결이 선고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특히 항소권이 부여된 경우에는(authorized to appeal) 30일 이내에 제기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쟁점의 정리
가. 형사소송법 제42조는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기타의 경우에는 재판서의 등본의 송달 또는 다른 적당한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은 선고 또는 고지에 의하여 외부적으로 성립하여 공표된다.
선고란 공판정에서 재판의 내용을 구술로 선언하는 행위이고, 고지란 선고 외의 적당한 방법으로 재판 내용을 관계인에게 알려주는 행위이다. 따라서 후자가 전자에 비하여 훨씬 간이한 방식이라 할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은 재판 중 가장 중요한 유형인 판결에 대하여는 반드시 선고를 거쳐 공표하도록 하고, 그 밖의 결정·명령에 대하여는 극소수의 예외(공판 비공개결정은 선고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53조 제2항, 이하 법은 형사소송법을 의미한다)를 제외하고는 고지에 의하여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나. 고지의 방식은 재판서의 등본의 송달 기타 적당한 방식에 의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에서 상소제기기간을 고지일로부터 계산하는 것은 결국 재판서의 등본의 송달일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고지’의 경우에는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해석 운용되므로 이 사건의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것이다.
다. 문제는 선고의 경우이다. 선고는 공판정에서 판결의 내용을 구술로 선언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에서 재판의 선고에 관한 상소제기기간은 재판서의 송달과 관계없이 재판선고일로부터 진행되는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의 해석을 상소제기기간이 재판서 송달일로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규정에서 명문으로 재판의 선고에 관한 상소제기기간의 기산점을 선고일로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못박고 있으므로 그렇게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규정에서 재판의 선고에 관한 상소제기기간을 판결선고일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 법 제343조 제2항 자체가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인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5. 판단
가. 재판의 전제성 유무에 대하여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위 법원에 제출한 상소(항소)회복청구(위법원 91초408) 및 항소(위 법원 91고합32)의 적법 여부는 법 제343조 제2항의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와 이에 관련하여 법 제358조의 “항소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라는 각 규정에서 그 항소의 제기기간이 “재판의 선고”를 재판서의 송달일로부터 진행한다라고 해석하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청구인 주장의 위헌 여부를 밝힘에 달려 있다 할 것이므로 이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할 것이다.
나. 재판선고기일과 피고인의 출석
법은 제1편에 ‘총칙’을, 제2편에 ‘제1심’을, 제3편에 ‘상소’를 규정하면서, 제2편 제3장에 ‘공판’을 규정하고 위 ‘공판’에 관한 장의 제3절에서 ‘공판의 재판’이라고 하여 제319조 내지 제337조에 재판선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결국 재판선고도 공판기일에 하게 되어 있다.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개정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법 제276조 본문). 판결선고기일에 있어서의 검사 및 피고인의 출석 요부는 보통의 공판기일과 동일하다. 즉 그들의 불출석개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불출석한 그대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불출석하여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예외는 다음의 경우이다.
(1) 피고인이 법인인 경우
법인 자체가 소송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그 대표
자가 소송행위를 대표하고(법 제27조), 대표자가 없을 때는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이 대표자의 임무를 행한다(법 제28조).
피고인이 법인인 때는 위의 대표자 또는 특별대리인이 출석하여야 하고 그의 출석 없이는 개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법인에 대한 사건은 벌금 또는 과료에만 해당하므로 형법상 형의 경중으로 보면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속하고 법인의 권리보호를 위해서 항상 대표자가 최적임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실무자를 출석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수가 많으므로, 법은 이 경우 위 대표자 또는 특별대리인이 있더라도 다른 대리인을 출석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276조 단서).
(2) 형사책임능력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의사능력이 없으면 법정대리인(친권자, 후견인)이 피고인의 소송행위를 대리하고(법 제26조), 법정대리인이 없으면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법 제28조)이 법정대리인의 임무를 행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피고인 본인의 출석 없이 법정대리인 또는 특별대리인이 출석하여 공판절차에 참여하게 된다.
(3) 경미사건의 경우
다액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있다(법 제277조 전문). 따라서 피고인은 출석의무가 없으며 대리인을 선임하여 대신 출석시킬 권리가 인정된다(동조 단서).
(4)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인 경우(법 제277조 후문)
(5) 공판절차가 정지되는 경우에 있어서 무죄, 면소, 형면제,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
공판절차가 정지되는 경우는 ① 피고인에게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와 ② 피고인이 질병으로 출정할 수 없는 때인데(법 제306조 제1항, 제2항), 위 ① ②의 사유가 있더라도 사건이 무죄, 면소, 형면제,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정지결정을 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출석 없이 재판할 수 있다(동조 제4항).
(6) 피고인이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
법 제330조는 “피고인이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거나 재판장의 질서유지를 위한 퇴정명령을 받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피고인 불출석으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7)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의하여 공시송달을 한 경우
가) 피고인에 대하여 송달불능보고서가 제출된 경우 그 송달불능이 공소장 기재 주소의 불특정으로 인한 때 또는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이 그 주소에 거주하지 않고 있었음이 판명된 때에는 재판장이 검사에게 주소의 보정을 요구하여야 한다.
나) 송달불능이 위 가)의 사유 이외의 사유로 인한 경우 또는 위 가)의 주소보정요구를 하였으나 주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관서 등에 대한 소재조사의 촉탁 또는 구속영장(구인영장)의 발부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위 특례법시행규칙 제18조 2항).
다) 위 나)의 조치를 취하였으나 송달불능보고서 접수일로부터 6월이 경과하기까지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때에는 공시송달에 의하여 공소장 부본 및 그 이후의 서류를 송달할 수 있게 된다(같은 규칙 제19조 제1항).
라) 위 다)의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판기일의 소환을 2회 이상 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사건이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닌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출석) 없이도 재판을 할 수 있다(위 특례법 제23조, 위 규칙 제19조 제2항).
마) 한편 사건이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인 때에 있어서도 위 가) 내지 다)의 조치를 취하여야 함은 동일하나 라)의 불출석 재판은 할 수 없다(위 특례법 제23조 단서).
결국 피고인이 불출석하여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경우는 ① 대표자나 대리인이 출석할 수 있는 경우 ② 경미사건의 경우 ③ 무죄, 면소, 형면제,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 ④ 피고인 불출석에 대하여 피고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한다(위 특례법의 경우에도 피고인이 주민등록지에 거주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공시송달을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임).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여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피고인 자신의 편의나 형사재판의 신속한 종결을 위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판결의 선고는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판기
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여 피고인에게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법 제43조).
다. 이 사건 규정의 위헌 여부
끝으로 재판서를 송달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상소기간을 재판선고일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과잉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인지를 본다.
첫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판의 선고는 피고인 자신의 편의나 형사재판의 신속한 종결을 위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여 피고인에게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더욱 법 제324조는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은 피고인이 상소할 것으로 경험칙상 예상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상소기간 내에 상소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해 놓고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법 제45조는 피고인은 재판서의 등·초본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즉 위 법규정은 “피고인 기타의 소송관계인은 비용을 납입하고 재판서 또는 재판을 기재한 조서의 등본 또는 초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재판서 등·초본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여지가 있으나 위 권리가 인정되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 항소절차를 보면 재판에 대하여 불복의 의사만을 표시한 항소
장을 제출하는 것으로 항소제기의 효과가 있고(법 제343조 제1항), 항소이유는 추후에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항소법원은 소송기록의 송부를 받은 때에는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그 사유를 통지하여야 하며, 그 통지 전에 항소인 또는 상대방에게 변호인의 선임이 있는 때에는 변호인에게도 위의 통지를 하여야 한다(법 제361조의2).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위의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법 제361조의3 제1항).
그렇다면, 피고인은 일단 항소를 한 후 재판서의 등·초본을 교부받아 항소이유를 작성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주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셋째, 상소권은 재판의 선고·고지에 의하여 발생하고 상소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소멸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상소권자가 자기 또는 대리인의 귀책사유 아닌 사유로 말미암아 상소기간 내에 상소를 할 수 없었던 때에는 원심법원에 상소권회복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법 제345조). 이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는 소송절차의 확실성보다도 당사자를 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려에 입각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유로 상소기간이 도과한 경우에 한하여 상소권이 소멸되도록 제도화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규정이 피고인의 상소권을 과잉제한하는 규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넷째, 검사의 집행지휘를 요하는 재판은 그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그 재판서의 등본 또는 초본(또는 재판을 기
재한 조서의 등·초본)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법 제44조). 집행지휘를 요하는 재판은 형을 선고(집행유예 제외)한 확정판결(형의 집행지휘를 요함)과 보석, 구속취소, 구속집행정지, 보석취소, 구속집행정지취소 등의 결정(석방 또는 재수감에 관하여 집행지휘를 요한다)이다. 이는 검사의 집행지휘에는 그 재판서의 등본 또는 초본이 필요하기 때문일 뿐이지(법 제461조) 검사의 상소의 편의를 위하여 미확정의 재판서 등·초본을 송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과 다른 취급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로써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 반하게 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다섯째, 민사소송법 제366조는 “① 항소는 판결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일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다만, 판결송달 전에도 제기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192조 제2항), 형사판결 선고와는 근본적으로 그 구조를 달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재판서를 송달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상소기간을 재판선고일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과잉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법(제정 1954.9.23. 법률 제341호, 최종개정 1987.11.28. 법률 제3955호) 제343조 제2항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라는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고 판단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 3. 23.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주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