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2. 28. 2023헌바381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건 2023헌바381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최○○

대리인 동화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신윤경

변호사 장경욱

당 해 사 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합663 국가보안법위반(자진지원·금품수수)등

선고일 2024. 2. 28.



주문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중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에 관한 부분과 제7조 제5항 중 ‘제1항 가운데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였다는 등의 국가보안법위반 사실로 2020. 11. 2. 기소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합663).

나. 청구인은 위 재판 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초기1773), 2023. 10. 27.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23. 12. 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 전부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당해사건에서 적용되고 문제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중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행위조항’이라 한다) 및 제7조 제5항 중 ‘제1항 가운데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7조(찬양·고무 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이적행위조항은 구성요건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이적행위조항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대한 위험성이 명백한지 여부만을 처벌기준으로 정하여, 그 위험이 추상적인 것에 불과한 경우까지 형사처벌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고, 위법성 내지 위험성이 다양할 수 있는 행위태양에 대해 일률적으로 7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는 중형만을 정하고 있다.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이적표현물의 소지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소지한 경우 과태료 부과, 이적표현물 회수나 폐기처분 등과 같은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보다도 더 중대한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다. 또한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규약 위원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 이하 ‘유엔 자유권위원회’라 한다)’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게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금지행위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 사전검열금지원칙 및 국제법존중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헌법재판소 선례

(1) 2012헌바95등 결정

헌법재판소는 2015. 4. 30. 2012헌바95등 결정에서 이적행위조항과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을 포함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중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이라 한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적행위조항에 대한 판단

남․북한 간의 대치상황,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이적행위의 의미가 국론의 분열, 체제의 전복 등을 야기하거나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이 수범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협력의 동반자로서의 북한의 지위와 관련된 주장들이나 통일․군사․안보 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 남북상황, 대북정책 등에 대한 사적인 견해의 피력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전혀 없어 이적행위조항에 의해 처벌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확대해석이나 법적용에 있어서 자의적인 판단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적행위조항의 ‘찬양’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관하여 동경하거나 추앙, 숭배, 칭찬의 뜻을 표명하는 것, ‘고무’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관하여 격려의 언동을 함으로써 그 사기를 앙양케 하는 것, ‘선전’은 다수인에게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 내용이나 취지를 주지시켜 이해 또는 공감을 구하는 것, ‘동조’는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 구성요건적 행위태양의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적행위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적행위조항은 반국가단체 또는 그 동조세력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미리 방지하고 그들에 의한 국가전복 등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1991년 이적행위조항이 개정되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위 조항의 적용범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행위로 제한되었다. 따라서 이적행위조항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행위자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안보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 위험이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명백한 단계에서 이적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 이적행위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 국민의 생존과 자유라는 중대하고 긴요한 공익에 비하여, 개인이 이적행위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제한받는 사익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적행위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에 대한 판단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의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은 개인적인 사상, 의견, 신념이나 의견 등을 글, 그림 또는 언어 등의 형상으로 나타낸 일체의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그 주관적 구성요건을 전제로 해석하는 경우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만한 위험성을 전혀 갖지 아니한 표현물은 위 조항의 적용대상이 아님이 분명하다. 대법원 역시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그 인정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의 목적이 일체의 전파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는 표현물 중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표현물의 제작·유통·보관행위를 규제하는 데 있음이 분명한 이상, 수범자로서는 전파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존재하는 동영상, 음성, 문서 파일을 포함한 일체의 전자매체를 제작·소지·반포·취득하는 행위 역시 그 처벌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적표현물을 ‘소지’한다는 것은 이적표현물을 사실상의 지배하에 두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의미가 일의적으로 해석되며 문언상 이를 달리 해석할 여지도 없는바,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은 표현물의 제작, 유통, 전파 등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안전과 존립, 국민의 생존과 자유를 확보하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는바, 이러한 목적에는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은 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취득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므로 그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이 결코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만으로도 그 표현물의 이적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자매체 형식의 표현물들은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반포가 가능하고, 이적표현물이 소지․취득한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파,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하는 행위가 지니는 위험성이 이를 제작․반포하는 행위에 비해 결코 적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적표현물의 소지나 취득행위의 위법성이 다른 유형의 행위에 비해 결코 경미하다고 단언할 수 없고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선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이 소지․취득행위를 제작․반포 등의 행위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2017헌바42등 결정

이후 헌법재판소는 2023. 9. 26. 2017헌바42등 결정에서 위 2012헌바95등 결정을 변경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을 포함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중 ‘제1항 가운데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제작·소지·운반·반포 또는 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2012헌바95등 결정의 심판대상조항에서 ‘운반’에 관한 부분이 추가된 2017헌바42등 결정의 심판대상조항을 ‘이적표현물조항’이라 한다)이 재차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고 이를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은 제헌헌법의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존폐나 개정에 관한 논의는 우리 대한민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그 영토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 북한과의 관계의 본질, 우리 대한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고유한 인식과 법감정에 대한 숙고를 바탕으로, 영토조항을 통해 계승되고 있는 헌법제정권자의 의사를 현시점에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헌법적 논의의 토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는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온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하여야 할 만큼 국제정세나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국가보안법의 개정연혁과 입법목적, 입법취지, 이적행위조항과 이적표현물 조항의 문언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수범자는 이적행위조항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이라는 것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을 의미한다는 점 및 이적표현물조항의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문언적 의미에 근거하여 이적표현물조항을 살펴보면, ‘제작’은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이적표현물을 작성하는 것, ‘운반’은 이적표현물을 옮겨 나르는 것, ‘반포’는 이적표현물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배부하여 지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 ‘취득’은 표현물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가지는 것, ‘소지’는 이적표현물을 자기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둠으로써 원하는 시기에 이를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 및 법원 판결의 축적에 따라 위 조항들의 해석에 따른 규범적 질서 역시 더욱 확고하게 형성되어 왔는바,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수범자에게 예측가능한 행위지침을 제시하면서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2012헌바95등 결정의 입장은 여전히 타당하다.

(다) 국가보안법의 개정,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의 적용 범위는 이미 최소한으로 축소되어 이적행위조항이나 이적표현물조항이 정치적 비판이나 정책에 대한 대안적 이념의 모색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며, 이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여야 할 만한 정치적·사회적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나, 군사분계선을 둘러싸고 대한민국과 북한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루어지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선전·동조행위나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운반·반포·취득행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은 불가피하다. 위험성이 구체화되고 실제로 임박하여 현존하는 단계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공권력 개입을 통해서는 국가의 안전과 존립이라는 중대한 법익을 지키기 어려우므로, 구체적 위험이 임박하여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명백한 단계에서 공권력을 시의적절하게 발동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과 존립, 국민의 생존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2012헌바95등 결정의 판단은 현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적행위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동조행위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인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른 행위에 국한되므로, 그 위험성이 찬양·고무·선전 행위에 비해 결코 작지 아니하므로 동조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과도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적표현물조항의 처벌대상이 축소되어 이적표현물의 소지나 취득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이념적 성향에 대한 처벌수단이나 소수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나 최근 전자매체 형태의 이적표현물이 증가하고 있어 이적표현물의 소지나 취득행위를 금지할 필요성은 종전보다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적표현물의 소지 및 취득행위를 처벌하는 것 역시 지나친 제한이라 볼 수 없다.

형법상의 ‘내란의 죄’나 ‘외환의 죄’만으로 이적행위나 이적행위를 할 목적의 이적표현물 소지·운반·반포·취득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용인하기 어려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표현의 자유 내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선례를 변경할 만한 규범이나 사실상태의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헌법재판소는 2012헌바95등 결정에서 이적표현물조항 중 ‘소지·취득’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한반도의 이념적 대립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이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이나, 이적행위조항이 ‘동조’ 행위를 ‘찬양·고무·선전’ 행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 형벌 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마)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검열은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제도인바, 이적표현물조항이 사상이나 의견 등을 발표하기 전에 사전심사를 받도록 하거나, 행정권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한 표현물의 발표 등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적표현물조항은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선례변경의 필요성 여부

앞서 살펴본 선례들은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 또는 이적표현물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적표현물 제작 등 조항 및 이적표현물조항은 모두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판단에는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에 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청구인은 이적행위조항과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이 국제법존중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6조 제1항에서 선언하고 있는 국제법존중주의는 국제법과 국내법의 동등한 효력을 인정한다는 취지일 뿐이므로(헌재 2001. 4. 26. 99헌가13 참조)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나 개정을 권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적행위조항과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이 국제법존중주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적행위조항과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위 선례들의 결정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정정미의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및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정정미의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이적표현물의 소지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헌재 2023. 9. 26. 2017헌바42등 결정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힌 바 있고,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이적표현물의 유통 및 전파를 차단함으로써 이적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는 내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식정보를 습득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로, 양심형성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 이러한 양심형성의 자유는 외부의 간섭과 강제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므로,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를 통해 형성된 양심적 결정이 외부로 표현되고 실현되지 아니한 단계에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또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의 확보라는 입법목적은 이적표현물의 유포·전파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자가 이를 대중에게 유포·전파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을 근거로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나아가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행위자의 과거의 전력이나 평소의 행적을 통하여 추단되는 이념적 성향을 근거로 행위자를 처벌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더욱이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는 계속범에 해당하여 사실상 공소시효가 의미가 없고, 행위자는 자신이 그러한 표현물을 소지하고 있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벌되는 경우도 있는 등, 형벌권이 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적표현물 소지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일정한 관점의 표현물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 내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규제로 그 자체로 헌법상 용인되기 어렵고, 이로 인한 불이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더 작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 내지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7.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헌재 2023. 9. 26. 2017헌바42등 결정에서 이적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이적행위조항은 이적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1991. 5. 31. 국가보안법이 개정되면서 이적행위조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되었으나, 위험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위험이 임박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이적행위조항에 의하여 행위자가 처벌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구체화되기 이전에 공권력의 예방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위험이 구체화되고 임박하였다는 것이 위험이 현실화되어 국가가 이를 통제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는 상당히 성숙되어 있고, ‘찬양’, ‘고무’, ‘선전’, ‘동조’ 행위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적극적 혹은 소극적인 지지의 태도를 나타내는 행위일 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이나 폐지를 도모하거나 결의하는 행위가 아니어서, 이적행위만으로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험이 즉각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더욱이 현재의 정보통신망은 양방향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전자매체 형식으로 유통되는 이적표현물의 경우 오히려 사상의 자유경쟁시장에서 신속하게 검증되고 배제될 수 있는바, 정보통신망의 발달이 반드시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한 위험이 구체화·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이적행위로 인해 구체적 위험이 임박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내란죄 혹은 그 미수죄,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죄 등을 통해 이를 처벌할 수 있어, 이적행위조항을 통한 별도의 처벌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할 것인바, 이적행위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적행위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를 처벌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 내지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이적행위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적행위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적행위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 이상, ‘이적행위조항의 행위를 할 목적’을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이적표현물 소지조항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내지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장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김형두

재판관

정정미

재판관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