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3. 23. 2023헌가4 [헌법불합치]
출처
헌법재판소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등 위헌제청
[2023. 3. 23. 2023헌가4]
판시사항
가. 일정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인쇄물 살포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중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및 이에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나.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계속 적용을 명한 사례
결정요지
가.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인쇄물은 시설물 등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투입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제력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의 문제가 크지 않고, 그러한 우려도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규제나 인쇄물의 종류 또는 금액을 제한하는 수단을 통해서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금지 규정이나 허위사실공표 금지 규정 등을 통해 무분별한 흑색선전 등의 방지도 가능한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장기간 동안 인쇄물 살포를 금지‧처벌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일반 유권자나 후보자가 받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보다 중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선거에서의 기회균등이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정치적 표현행위의 방법까지 모두 금지ㆍ처벌하는 것에 있고, 이와 관련하여 정치적 표현행위의 방법을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2024.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본문 중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6조 제1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단서 제1호
공직선거법(2020. 12. 29. 법률 제17813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3, 제64조, 제65조, 제66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공보 310, 937, 943-948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공보 310, 968, 978-979
나. 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공보 310, 937, 949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공보 310, 968, 980
당사자
제청법원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청신청인서○○
당해사건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2고합214 공직선거법위반
주문
1.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본문 중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및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들은 2024.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제청신청인은 2022년 1월 말경부터 2022. 2. 1.경 사이에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예비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 약 100장을 살포함으로써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살포함과 동시에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하였고, 2022. 3. 8.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 약 200장을 살포함으로써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살포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2고합214).
나. 제청신청인은 당해 사건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중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인쇄물을 살포할 수 없다’ 부분 및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서ㆍ도화 등을 살포한 자’에 관한 부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2023초기22). 제청법원은 2023. 1. 26. 제청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2항 제5호에 관하여, ‘제93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서ㆍ도화 등을 살포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그런데 위 조항 중에서 당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은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이므로,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2항 제5호에 관하여는 이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본문 중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및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이하 위 법률조항들을 묶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ㆍ도화의 배부ㆍ게시 등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ㆍ정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ㆍ도화, 인쇄물이나 녹음ㆍ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ㆍ첩부ㆍ살포ㆍ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ㆍ도화의 배부ㆍ게시 등 금지)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서ㆍ도화 등을 배부ㆍ첩부ㆍ살포ㆍ게시ㆍ상영하거나 하게 한 자,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광고 또는 출연을 하거나 하게 한 자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신분증명서ㆍ문서 기타 인쇄물을 발급ㆍ배부 또는 징구하거나 하게 한 자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유
공직선거법은 일반 유권자가 문서에 의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으로써 예비후보자나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하고,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한다. 심판대상조항은 규제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정하여 그 규제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하여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중 하나인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 방지는 선거비용 제한ㆍ보전 제도나 허용되는 인쇄물의 범위를 규제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한편, 인쇄물은 이를 접하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그 인쇄물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읽을 때 비로소 그 인쇄물에 담긴 정보를 수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인쇄물에 대한 반론 등도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인쇄물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제한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4. 판단
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심사기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의 자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통치권자를 비판함으로써 피치자가 스스로 지배기구에 참가하는 자치정체(自治政體)의 이념을 근간으로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국민이 선거와 관련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이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로서 국민주권 행사의 일환이자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판과 토론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거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한정된 의견과 정보만이 소통되도록 한다면 진정으로 선거인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이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제1조), 선거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선거의 공정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이고, 그 자체가 헌법적 목표는 아니다. 그러므로 선거의 공정성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ㆍ포괄적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라고 볼 수 없고, 선거의 공정성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에 있어 자유와 공정은 반드시 상충관계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예컨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정치적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반면, 도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정치적 신인의 등장을 제약하게 된다. 기존의 정치인이나 대형 정당의 경우 이미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정치 신인이나 신생 정당은 그렇지 않으므로,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정치 신인이나 신생 정당이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되어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헌법상 지위와 성격, 선거의 공정성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는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선거 국면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입법목적 달성과의 관련성이 구체적이고 명백한 범위 내에서 가장 최소한의 제한에 그치는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하고,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선거운동 등에 대한 제한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의 규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의 규제내용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인쇄물의 살포를 금지 및 처벌하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란 선거의 준비과정 및 선거운동, 선거결과 등에 어떤 작용을 하려는 의도를 의미하고(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참조), ‘살포’란 금품, 전단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막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인쇄물 살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한다. 따라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2) 침해의 최소성
그러나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 우선, 심판대상조항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에 대하여는 인쇄물을 살포하여 정치적 표현을 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배부하거나 예비후보자 홍보물을 우편발송할 수 있고(제60조의3), 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운동기간 동안 후보자의 명함을 배부하거나(제93조 제1항 단서 제1호), 선거벽보, 선거공보, 선거공약서를 작성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함으로써 이를 첩부 또는 배부되게 할 수 있다(제64조 내지 제66조). 그러나 그 규격과 배부 장소 등이 제한되므로 허용범위가 넓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일반 유권자의 경우에는 이에 관한 아무런 허용규정이 없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만 인정된다면 인쇄물을 살포하는 방법으로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할 뿐 아니라, 후보자에 비하여 선거운동의 허용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은 일반 유권자에 대하여는 더 광범위하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나) 다음으로, 심판대상조항은 규제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정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장기간의 규제기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합리적인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시간적 범위는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 제한 시점의 합리적인 기준이 되지 못하고, 각종 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시적으로 제한하게 되어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다) 인쇄물은 현수막, 광고물 등과 같은 시설물과 비교하여 볼 때 투입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제력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의 문제가 크지 않다. 설령 선거 기회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더라도 이는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제한ㆍ보전 제도나 인쇄물의 종류ㆍ금액 등을 제한하는 수단을 마련하여 방지할 수 있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라) 인쇄물의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 선거의 과열로 인한 무분별한 흑색선전, 허위사실유포나 비방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표현은 모든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무분별한 흑색선전 등에 한정되는데,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은 그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으로 대처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이미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법정형도 심판대상조항보다 무겁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마) 한편, 인쇄물의 경우에는 정보의 전달 및 수용이 일방적ㆍ수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전달되는 정보 및 의견에 대해 즉시 교정이 쉽지 않으며, 현수막, 광고물 등과 비교하여 손쉽게 제작되어 배부ㆍ게시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선거비용 규제만으로 그 폐해를 실효적으로 예방하거나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인쇄물의 살포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지지하는 논거로 지속적으로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인쇄물에 의한 정보의 전달 방식이 반드시 일방적ㆍ수동적인 것은 아니고,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인쇄물을 살포하는 행위의 경우 그 상대방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인쇄물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인쇄물이 상대방에게 전달된 경우에도 이를 받는 사람이 자발적ㆍ적극적으로 인쇄물의 내용에 관심을 갖고 읽어야 거기에 담긴 정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지, 인쇄물을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수신자가 의사에 반하여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인쇄물 매체 자체에는 즉각적인 교정 기능이 없지만, 인쇄물에 담긴 정보에 대한 반론과 토론 및 교정의 과정은 다른 내용의 인쇄물 또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종이 매체인 신문에서도 정정보도, 반론보도 등을 통해 의견의 교정이나 반박과 같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토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사상의 자유시장의 출범과 발달을 이끈 핵심적이고도 기본적인 매체는 인쇄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쇄물의 특성만을 이유로 그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가 정당화될 수 없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 및 선거의 공정성 도모를 위한 것이나, 선거의 공정성 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방법조차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에 걸쳐 규제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일반 유권자나 후보자가 받게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지나치게 제한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4) 소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라.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인쇄물을 살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후보자나 일반 유권자가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이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인쇄물의 살포행위와 같은 정치적 표현까지 모두 금지ㆍ처벌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인쇄물 살포 행위도 전혀 규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정치적 표현 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지는 일반 유권자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의 보장, 선거의 공정성, 우리의 선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 헌재 2022. 7. 21. 2018헌바357등 참조).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2024. 5. 31.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4. 6.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2024.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