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4. 25. 2022헌마251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국세기본법 제55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2024. 4. 25. 2022헌마251]
판시사항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을 행정쟁송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국세기본법 제55조 제1항 단서 제1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은 형벌의 비범죄화 정신에 접근하는 제도로서 형벌적 제재의 불이익을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통고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행정쟁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적극적ㆍ능동적으로 다툴 수는 없지만, 통고받은 벌금상당액을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고발, 나아가 형사재판절차로 이행되게 하여, 여기에서 재판절차에 따라 법관에 의한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당사자에게는 정식재판의 절차도 보장되어 있다.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에 대하여 형사절차와 별도의 행정쟁송절차를 두는 것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저해할 수 있고, 절차의 중복과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에 대하여 행정쟁송을 배제하고 있는 입법적 결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국세기본법(2016. 12. 20. 법률 제14382호로 개정된 것) 제55조 제1항 단서 제1호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조세범 처벌절차법(2011. 12. 31. 법률 제1113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5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 제3항, 제17조 제2항
참조판례
헌재 1998. 5. 28. 96헌바4, 판례집 10-1, 610, 620-622
헌재 2003. 10. 30. 2002헌마275, 판례집 15-2하, 175, 182-183
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판례집 15-2하, 185, 209-210
헌재 2014. 8. 28. 2012헌바433, 판례집 26-2상, 292, 303
당사자
청 구 인 정○○
대리인 변호사 김충현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주식회사 ○○의 대표자이다. 동작세무서장은 2021. 11. 30.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 위반을 이유로 청구인과 주식회사 ○○에 각 159,500,000원의 벌금상당액을 납부할 것을 통고하였고(이하 ‘이 사건 통고처분’이라 한다), 청구인은 2021. 12. 31. 위 벌금상당액을 모두 납부하였다.
청구인은 국세기본법 제55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의해 이 사건 통고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ㆍ심판청구 및 행정소송(이하 ‘행정쟁송’이라 한다)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위 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고, 청구인의 재판청구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2. 2.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세기본법(2016. 12. 20. 법률 제14382호로 개정된 것) 제55조 제1항 단서 제1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세기본법(2016. 12. 20. 법률 제14382호로 개정된 것)
제55조(불복) ① 이 법 또는 세법에 따른 처분으로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한 자는 이 장의 규정에 따라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거나 필요한 처분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처분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
[관련조항]
조세범 처벌절차법(2011. 12. 31. 법률 제1113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5조(통고처분) ①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을 얻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대상이 되는 자에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금액이나 물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하여야 한다. 다만, 몰수 또는 몰취(沒取)에 해당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그 물품을 납부하겠다는 의사표시(이하 “납부신청”이라 한다)를 하도록 통고할 수 있다.
1. 벌금에 해당하는 금액(이하 “벌금상당액”이라 한다)
2. 몰수 또는 몰취에 해당하는 물품
3. 추징금에 해당하는 금액
③ 제1항에 따른 통고처분을 받은 자가 통고대로 이행하였을 때에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조세범칙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지 아니한다.
제17조(고발) ②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제15조 제1항에 따라 통고처분을 받은 자가 통고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통고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발하여야 한다. 다만, 15일이 지났더라도 고발되기 전에 통고대로 이행하였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 하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을 행정쟁송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형사절차에서 조세범칙사건을 다툴 수 있기는 하나, 청구인으로서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징역형을 받거나, 벌금액이 상향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형사절차에서 다투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통고처분은 임의승복이 아니라, 벌금상당액 등을 납부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고, 형사절차에서 다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통고처분에 대한 불복 수단이 충분하게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과세관청이 ‘조세범 처벌절차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스스로 이를 시정하거나, 법원의 판단을 받는 등 견제할 수단이 전혀 없다. 반면, 통고처분을 행정쟁송을 통해 다툴 수 있게 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 막중한 부담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통고처분에 대해 행정쟁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고, 청구인의 재판청구권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
심판대상조항은 통고처분을 행정쟁송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결국 통고처분에 대하여 행정쟁송으로 다툴 수 없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1)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에 대하여 어떠한 형식과 절차의 불복제도를 둘 것인지에 관하여는 헌법상 직접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 어떠한 불복절차를 둘 것인지 여부는 통고처분의 제도적 의의와 법적 성질, 행정쟁송과 형사재판과의 관계 및 조세범칙사건의 특성과 형사사법운용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통고처분에 대하여 어떠한 불복절차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이 그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8. 5. 28. 96헌바4; 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헌재 2014. 8. 28. 2012헌바433 참조).
(2)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범죄행위이나, ‘조세범 처벌절차법’은 통고처분 제도를 통해 그 대상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절차에 수반되는 심리적 불안, 시간과 비용의 소모,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의 여러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벌금상당액 등의 납부로써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신속ㆍ간편하게 종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고처분에 의하여 부과되는 벌금상당액 등은 재정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벌금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명예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 없는 등 형사처벌로서의 진지성의 면에서 벌금과는 다른 제재이다. 즉,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은 형벌의 비범죄화 정신에 접근하는 제도로서 형벌적 제재의 불이익을 감면해 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헌재 2003. 10. 30. 2002헌마275 참조).
(3)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은 처분을 받은 당사자의 임의 승복을 발효요건으로 하고 있다.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을 거쳐 형사재판절차로 이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당사자로서는 본의 아니게 통고처분에 승복하여 범칙금을 납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통고처분은 당사자가 이에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강제집행에 의하여 실현되지 않으며, 불이행 사실 그 자체에 대하여 법적 불이익을 가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심리적 제약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으로 통고처분이 임의적 제도가 아니라거나, 당사자의 권리구제 수단 행사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통고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행정쟁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적극적ㆍ능동적으로 다툴 수는 없지만, 통고받은 벌금상당액을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고발, 나아가 정식 형사재판절차로 이행되게 하여, 여기에서 재판절차에 따라 법관에 의한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당사자에게는 정식재판의 절차도 보장되어 있다 할 것이다(헌재 2003. 10. 30. 2002헌마275 참조).
(4) 통고처분 제도는 형벌에 의한 규제 대상으로 규정된 의무위반에 대하여 행정절차로 제재를 가함으로써 세무행정권의 침해를 신속히 회복하고, 사법기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에 대하여 형사절차와 별도의 행정쟁송절차를 두는 것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저해할 수 있어 통고처분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 또한 통고처분에 대하여 별도의 행정쟁송을 가능하게 할 경우, 통고처분 대상자로서는 행정쟁송을 통하여 통고처분을 다툰 후, 다시 이에 불복하여 고발 및 형사재판절차에서 동일한 조세범칙사건을 다툴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절차의 중복과 비효율을 초래한다(헌재 2014. 8. 28. 2012헌바433 참조).
(5) 결국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통고처분에 대하여 행정쟁송을 배제하고 있는 입법적 결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