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5777,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1] 사실심법원이 갖는 양형에 관한 재량의 내재적 한계

[2] 사실심 변론종결 후 검사나 피해자 등에 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된 경우, 사실심법원이 취할 조치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치상)죄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항소심에서, 변론종결 후 제출된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자살하였다고 단정한 뒤, 변론을 재개하여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하지 않은 채 이를 가중적 양형조건의 중대한 변경 사유로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기준의 권고형을 넘어 징역 9년을 선고한 사안에서, 원심의 조치에 변론종결 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자료가 제출된 경우 사실심법원이 취해야 할 양형심리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51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293조, 제294조, 제307조, 제308조, 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제2항, 제134조의11 제2항, 제3항
[3]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293조, 제294조, 제307조, 제308조, 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제2항, 제134조의11 제2항, 제3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
[2]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도15891 판결(공2021하, 1308)


전문


피 고 인 : 피고인
상 고 인 : 피고인
변 호 인 : 변호사 이덕재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21. 4. 21. 선고 (춘천)2020노19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무죄추정의 원칙 및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준강간 및 강간치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양형의 조건에 관한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하는 데 참작할 사항을 정하고 있다. 형을 정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사항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양형의 당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실심법원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심법원의 양형에 관한 재량도,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의 죄책에 관한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등 참조).

2)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고, 제27조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피고사건에 대한 실체심리가 공개된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의 공격·방어활동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도15891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 있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신청의 권한은 검사, 피고인, 변호인에게 있으며(형사소송법 제294조), 증거신청 시 정상에 관한 증거는 그 취지를 명시하여 신청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제2항). 아울러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조사결과는 이익으로 원용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결과에 대하여는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피고인에게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와 증거신청권을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93조 참조). 한편 피해자의 의견진술을 갈음하는 서면은 피고인에게 취지를 통지하여야 하고 공판정에서 서면의 취지를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1 제2항, 제3항). 위와 같은 형사재판의 기본이념과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사실심 변론종결 후 검사나 피해자 등에 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되었다면, 사실심법원으로서는 변론을 재개하여 그 양형자료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등 필요한 양형심리절차를 거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여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처녀막 열상,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입게 하였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위반(강간등치상)죄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였다. 피고인은 구속된 상태에서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무죄를 주장하며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및 준강간행위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데 주력하면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거나 양형에 관한 적극적인 주장을 하지는 아니하였다. 한편 검사는 원심 변론종결일(2021. 3. 17.)에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구형하였다.

3) 피해자의 변호사는 원심 판결선고(2021. 4. 21.) 전인 2021. 4. 8. 피해자가 같은 달 4일 사망하였다는 사망진단서를 첨부하면서, “피고인의 2차 가해로 인하여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으므로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달라.”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4) 원심은 변론을 재개하지 아니하고 예정된 판결선고기일에 1심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등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1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양형기준상 위 죄의 기본 권고형[징역 5년~8년]의 범위를 이탈하여 징역 9년을 선고한다고 하면서, 판결 이유 중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항에서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은 결국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을 당함으로써 겪게 된 신체적·정신적 고통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시하였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본다.

기록과 제1심판결, 원심판결의 이유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사망 사실 외에는 제1심판결과 원심판결 사이에 별다른 양형조건의 변경이 보이지 않는다. 원심이 원심 변론종결 후 피해자의 변호사에 의해 제출된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자살하였다.’고 단정한 다음 이를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징역 4년,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9년, 이수명령 80시간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원심 변론종결 후에 사망하였고 그 사실은 원심판결 선고에 임박하여 피해자의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해 비로소 확인되었을 뿐,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과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에 대해 어떤 공방도 이루어진 바 없다. 이러한 경우 원심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 내지 피해자의 사망과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 등에 관하여 피고인의 의견을 듣는 등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주기 위해 변론을 재개하여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변론종결 후 피해자 측이 제출한 자료에 의해 비로소 알게 된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나 추가 심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이 사건 범행과의 관련성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피해자의 사망 사실 및 그 사망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한 뒤 이를 가중적 양형조건의 중대한 변경 사유로 보아 징역 4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기준의 권고형을 넘어 징역 9년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변론종결 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자료가 제출된 경우 사실심법원이 취해야 할 양형심리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