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1. 25. 2020헌마65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등 위헌확인
[2024. 1. 25. 2020헌마65]
판시사항
혼인무효로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 신청을 제한하는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제2조 제1호 중 ‘혼인무효’에 관한 부분 및 제3조 제3항 중 제2조 제1호의 사유로 인한 가족관계등록부재작성신청 시 ‘혼인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 첨부’에 관한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신분관계의 이력이 노출됨으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진정한 신분관계의 등록ㆍ관리ㆍ증명 등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는 것은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다. 혼인에 따른 법률효과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문제될 수 있고, 법률관계를 안정시키고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공적 증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무효인 혼인에 관한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사항의 보존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혼인의 무효가 명백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가 정정된 경우, 관할 가정법원장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이 허용될 수 있으므로, 혼인무효의 경우 합리적 범위에서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개인정보를 새로이 수집ㆍ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정보는 법령에 따른 교부 청구 등이 없는 한 공
개되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입는 불이익이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가족관계의 변동에 관한 진실성을 담보하는 공익은 훨씬 중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42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중 ‘혼인무효’에 관한 부분, 제3조 제3항 중 제2조 제1호의 사유로 인한 가족관계등록부재작성신청 시 ‘혼인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 첨부’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7조 제2항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5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제2항 제3호, 제107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50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17조 제2항 제3호
참조판례
헌재 2022. 11. 24. 2021헌마130, 판례집 34-2, 634, 639
당사자
청 구 인 김○○
대리인 변호사 정준길 외 1인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과 손○○는 2019. 4. 17.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2019. 11. 5. 혼인무효판결을 받았고(대전가정법원 서산지원 2019드단11282) 위 판결은 2019. 12. 3.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은 위 혼인무효판결에 기하여 2019. 12. 3. 천안시 서북구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을 하였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었으나,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초한 혼인관계증명서(상세)는 무효인 혼인의 신고에 관한 부분에 선을 긋고, 정정사유 등을 표시한 상태로 발급되었다.
다. 청구인은 2020. 1. 10.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폐쇄, 재작성 등에 관한 규정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 제11조 제2항, 제107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17조 제2항 제3호, 제91조,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제2조, 제3조 제3항 중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을 첨부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하는 혼인무효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이하 ‘등록부’라 한다) 정정신청으로 해당 등록부가 정정된 때에 ‘혼인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에 한하여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함에 따라 청구인과 같은 경우에는 정정된 등록부가 그대로 보존되는 것에 대해 다투고 있을 뿐, 혼인무효판결에 의한 등록부의 정정ㆍ폐쇄ㆍ재작성의 허용 내지 그에 관한 법령의 규정 형식을 다투고 있지 않다.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과 관련된 부분으로 다음과 같이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42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예규’라 한다) 제2조 제1호 중 ‘혼인무효’에 관한 부분 및 제3조 제3항 중 제2조 제1호의 사유로 인한 가족관계등록부재작성신청 시 ‘혼인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 첨부’에 관한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42호로 개정된 것)
제2조(재작성의 사유) 가족관계등록부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
하는 때에 한하여 재작성하여야 한다.
1. 당사자 사이에 혼인(입양)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민법 제815조 제1호, 제883조 제1호)으로 하는 혼인(입양)무효판결에 의한 등록부정정신청으로 해당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된 때
제3조(이해관계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신청) ③ 제2조 제1호의 사유로 인한 가족관계등록부재작성신청서에는 혼인(입양)무효판결과 그 확정증명 및 그 혼인(입양)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예컨대, 형사판결문 또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 결정문 등)을 첨부하여야 하고, 제2조 제3호의 사유로 인한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신청서에도 그 등록부정정이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이를 소명하는 위와 같은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9조(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 및 기록사항) ② 등록부에는 다음 사항을 기록하여야 한다.
3. 출생ㆍ혼인ㆍ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에 관한 사항
제11조(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한 등록사무의 처리 등) ② 본인이 사망하거나 실종선고ㆍ부재선고를 받은 때,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때 또는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등록부를 폐쇄한다.
제107조(판결에 의한 등록부의 정정) 확정판결로 인하여 등록부를 정정하여야 할 때에는 소를 제기한 사람은 판결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판결의 등본 및 그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50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무효인 행위의 가족관계등록기록의 정정) ① 신고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행위에 관하여 등록부에 기록하였으나 그 행위가 무효임이
명백한 때에는 신고인 또는 신고사건의 본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17조(등록부의 작성과 폐쇄) ② 등록부가 법 제11조 제2항에 규정된 사유 이외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폐쇄한다.
3. 정정된 등록부가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 재작성하는 경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11. 1. 31. 대법원규칙 제2323호로 개정된 것)
제66조(등록부의 정정방법) ① 등록부의 기록사항을 정정하는 경우에는 정정할 부분에 새로운 사항을 기록하고, 정정내용과 사유를 가족관계등록부사항란이나 일반등록사항란에 기록한다.
② 가족관계등록부사항란이나 일반등록사항란의 사건 자체를 말소하는 경우에는 그 기록사항 전체에 하나의 선을 긋고, 말소내용과 사유를 각 해당 사항란에 기록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15. 4. 24. 대법원규칙 제2598호로 개정된 것)
제91조(대법원예규) 등록사무처리절차 등에 관하여 이 규칙에서 정하지 않은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예규로 정한다.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42호로 개정된 것)
제2조(재작성의 사유) 가족관계등록부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 한하여 재작성하여야 한다.
2. 시(구)ㆍ읍ㆍ면의 장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 기록하였으나 그 기록내용이 후에 올바르게 정정된 경우 등에 있어서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가족관계등록부
각목 생략
3. 등록부정정이 이루어진 가족관계등록부로서 위 1호, 2호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가족관계등록부 중 관할 가정법원장(지방법원장)이 그 정정사유 등이 기록되어 있는 해당 가족관계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하게 부
당하다고 인정하는 때
4. 가족관계등록전산정보처리조직 자료구축과 관련, 구 호적전산정보처리조직상의 호적기재사항에 의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잘못 이기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사항에 대하여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의한 간이직권정정이 이루어졌거나 시(구)ㆍ읍ㆍ면의 장에 의한 직권정정이 완료된 후 이해관계인의 재작성신청 또는 직권재작성의 필요가 있는 때
5.「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20조에 의한 멸실고시의 사유가 발생한 때
6. 가족관계등록부등록사항별증명서 중 가족관계증명서와 관련하여 호적부 전산화 이전에 분가한 후, 분가 전 호적이 전적 등의 사유로 새로이 편제된 경우와 같이 전산호적부상의 가족이 아니어서 가족관계증명서에 가족으로 구성되지 않은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사항에 대하여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의한 간이직권정정이 이루어졌거나 시(구)ㆍ읍ㆍ면의 장에 의한 직권정정이 완료된 후 이해관계인의 재작성신청 또는 직권재작성의 필요가 있는 때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등록부에 기초한 혼인관계증명서(상세)에는 무효인 혼인신고 사실 자체가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게 되었다. 혼인의 의사 없이 이루어진 혼인신고 사실은 인간의 존엄과 인격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민감정보임에도 혼인의 무효가 범죄행위로 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등록부에서 완전히 삭제하지 않고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비례원칙에 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무효인 혼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등록부의 정정과 정정된 등록부의 재작성
(1)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가가 국민의 출생ㆍ혼인ㆍ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변동에 관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등록ㆍ관리ㆍ증명함으로써(가족관계등록법 제1조) 국가행정 및 개인의 권리행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출생ㆍ혼인ㆍ사망 등 개인의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에 관한 사항을 등록하여 작성하는 ‘가족관계등록부’(가족관계등록법 제9조)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
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므119 판결 참조). 그러나 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883 판결 참조).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당사자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혼인은 무효이고(민법 제815조), 등록부에 기재된 무효인 혼인에 관한 사항은 정정되어야 한다. 가족관계등록법은 “확정판결로 인하여 등록부를 정정하여야 할 때에는 소를 제기한 사람은 판결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판결의 등본 및 그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제107조) 무효인 혼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등록부를 정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가족관계등록부사항란이나 일반등록사항란의 사건 자체를 말소하는 경우로서 그 기록사항 전체에 하나의 선을 긋고, 말소내용과 사유를 각 해당 사항란에 기록한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66조 제2항).
한편, 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관계증명서는 일반증명서와 상세증명서가 있으며, 일반증명서에는 본인의 등록기준지ㆍ성명ㆍ성별ㆍ본ㆍ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배우자의 성명ㆍ성별ㆍ본ㆍ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현재의 혼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고, 상세증명서에는 일반증명서의 기재사항에 혼인 및 이혼에 관한 사항이 추가된다(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1항 내지 제3항). 즉, 무효인 혼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등록부를 정정하는 경우, 혼인관계증명서 중 일반증명서에는 과거의 혼인에 관한 사항이 표시되지 않으므로 무효인 혼인신고에 관한 사항 및 그 정정내용과 사유가 표시되지 않고, 혼인관계증명서 중 상세증명서에만 표시된다.
(2) 가족관계등록법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 사유의 발생시 등록부의 폐쇄를 규정하고(제11조 제2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이하 ‘가족관계등록규칙’이라 한다)은 정정된 등록부가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록부의 재작성 및 폐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제17조 제2항 제3호), 정정사유 등이 기재되어 있는 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여 등록부를 재작성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그 재작성의 절차 및 방법에 관한 사무 처리를 규
정하기 위하여 이 사건 예규가 제정되었다(이 사건 예규 제1조).
심판대상조항은, 등록부 재작성 사유 가운데 하나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하는 혼인무효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으로 해당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된 때’를 정하고(이 사건 예규 제2조 제1호), 재작성 신청시 혼인무효판결ㆍ확정증명 및 ‘그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형사판결문 또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 결정문 등)’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이 사건 예규 제3조 제3항).
이를 종합하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하는 혼인무효판결의 확정에 의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었으나 그 정정사유가 기재되어 있는 가족관계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비로소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이 발생하는데, 그 현저히 부당한 경우란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하는 혼인무효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으로 해당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된 때’ 가운데 ‘그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에 한정하여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을 부여한 조항으로, 청구인과 같이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정된 등록부가 보존된다.
(3) 한편, 가족관계등록법 제105조 제1항은 “신고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행위에 관하여 등록부에 기록하였으나 그 행위가 무효임이 명백한 때에는 신고인 또는 신고사건의 본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 예규 제2조 제3호는 ‘등록부정정이 이루어진 등록부로서 혼인무효판결에 의한 신청으로 등록부가 정정된 때 등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등록부 중 관할 가정법원장(지방법원장)이 그 정정사유 등이 기록되어 있는 해당 가족관계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등록부를 재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혼인의 무효가 명백한 경우 혼인무효판결을 받지 않고 가족관계등록법 제105조에 따라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는 것이 가능하고(대법원 2009. 10. 8.자 2009스64 결정), 이 경우에는 혼인의 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에 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정정된 등록부
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하게 부당한 때에는 등록부를 재작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 쟁점의 정리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와 같이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정보주체 스스로가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ㆍ수집ㆍ보관ㆍ처리ㆍ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헌재 2022. 11. 24. 2021헌마130).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청구인과 같이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혼인무효판결을 받았으나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고, 정정된 등록부가 보존된다. 무효인 혼인의 기록사항 전체에 하나의 선을 긋고, 말소 내용과 사유를 각 해당 사항란에 기재하는 방식의 정정 표시는 청구인의 인격주체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정보를 보존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살펴본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 행복추구권,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신분등록제도에 관한 규정일 뿐,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근거조항이며, 행복추구권이나 평등권 침해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자를 한정한 것이 과도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에 관하여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제한적인 경우에만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는 규정으로, 신분관계의 이력이 노출됨으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진정한 신분관계의 등록ㆍ관리ㆍ증명을 통하여 국가행정 및 개인의 권리행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ㆍ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이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하는 혼인무효판결을 받아 등록부를 정정하는 경우, 일반등록사항의 사건 자체를 말소하는 경우로서 기록사항 전체에 선을 긋고, 말소 내용과 사유를 각 해당 사항란에 기재하게 된다(가족관계등록규칙 제66조 제2항). 이는 무효인 혼인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진정한 신분관계를 등록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이 정정된 등록부를 보존하고 재작성을 제한하는 것은 가족관계등록제도의 제도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며, 혼인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게 되었다고 하여 그에 관한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혼인에는 민법 제826조(부부간 동거, 부양, 협력의무) 내지 제833조(생활비용의 공동부담)에서 규정하는 일반적 효력이 인정되는 외에, 혼인관계로 형성된 배우자 또는 친족의 지위에서 민ㆍ형사소송에서의 증언거부권(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호, 민사소송법 제314조 제1호), 소득공제(소득세법 제50조 제1항 제2호), 증여세 과세가액 공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제1호) 등 여러 개별 법률에서 정한 특별한 규정이 적용되고, 이는 혼인의 당사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법률관계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에 법률관계를 안정시키고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적 증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과거 형식적으로 성립하였으나 무효가 된 혼인에 관한 등록부 기록사항의 보존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나) 한편, 이 사건 예규는 정정된 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등록부를 재작성하도록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제1조), 처음부터 등록부의 잘못된 기재에 본인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구체화하여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고 있다(제2조, 제3조).
심판대상조항도 그 중 하나로,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
행위로 인한 경우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을 부여한 것은, 당초 등록부에 혼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데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무효인 혼인에 관한 사항의 정정 표시를 보존하는 것이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데 기여한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개인정보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크기 때문으로, 그 밖의 혼인무효사유가 있는 경우와는 구분된다.
다만 위와 같이 한정된 경우에만 재작성을 허용하는 경우 불측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혼인의 무효가 명백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 정정신청을 하고(가족관계등록법 제105조), 이에 따라 정정된 등록부로서 관할 가정법원장(지방법원장)이 그 정정사유 등이 기록되어 있는 해당 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하여 공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이 사건 예규 제2조 제3호)에는 등록부 재작성이 허용될 수 있으므로, 혼인무효의 경우 합리적 범위에서 등록부가 재작성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가족관계등록법은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사항이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여, 등록부 등을 관리하는 사람 또는 등록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가족관계등록법이나 그 밖의 법에서 규정하는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등록부등에 기록된 등록사항에 관한 전산정보자료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법인을 포함한다)에게 자료를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제11조 제6항),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제117조 제1호), 등록부의 기록사항에 관하여 발급되는 증명서의 종류, 교부청구권자, 증명서 발급, 열람 등에 관하여 구체적 규정을 두어(제14조 내지 제15조), 무단히 등록부에 기재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공개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라) 이와 같이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정정된 등록부를 그대로 존치함을 원칙으로 하되, 등록부의 존치가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한 경우 재작성을 인정하는 점, 등록부의 기록사항에 대해서는 목적 외 이용이나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효과적 달성을 위해 달리 덜 제약적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심판대상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에 불필요한 제한을 부과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
(3) 법익균형성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청구인에게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고, 무효인 혼인에 관한 정정사유 등이 기재된 등록부가 그대로 보존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구인의 개인정보를 새로이 수집ㆍ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정보는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령에 따른 교부 청구 등이 없는 한 공개되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입는 불이익이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신분관계의 이력이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가족관계의 변동에 관한 진실성을 담보하는 공익은 훨씬 중대하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이 인정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