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2. 25. 2019헌바64 [합헌,각하]
출처
헌법재판소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21. 2. 25. 2019헌바64]
판시사항
가. 형의 선고와 함께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빈곤’을 이유로 해서만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487조 중 제18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소송비용에 관한 부분(이하 ‘집행면제 신청 조항’이라 한다) 중 ‘빈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집행면제 신청 조항이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빈곤’은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소송비용의 범위가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증인․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과 관련된 비용 등으로 제한되어 있고, 법원이 피고인에게 소송비용 부담을 명하는 재판을 할 때에 피고인의 방어권 남용 여부, 경제력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송비용 부담 여부 및 그 정도를 정하므로,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 빈곤 외에 다른 사유를 참작할 여지가 크지 않다. 따라서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191조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487조 중 제18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소송비용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 제1항, 제487조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12. 11. 29. 2010헌바454. 판례집 24-2하, 108, 114-115
나. 헌재 2001. 6. 28. 99헌가14, 판례집 13-1, 1188, 1200-1201 헌재 2011. 12. 29. 2011헌바57, 판례집 23-2하, 728, 736 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판례집 24-1하, 419, 424-425 헌재 2013. 5. 30. 2012헌바335, 판례집 25-1, 318, 327-329
당사자
청 구 인정○○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현임
당해사건서울동부지방법원 2018초기391 소송비용집행면제
주문
1.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87조 중 제18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소송비용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및 공갈의 범죄사실에 대해 1심 법원에서 일부 유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서울동부
지방법원 2012고단2708-1(분리)],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3년 6월의 형과 함께 청구인에 대하여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6노1562).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2018. 4. 12. 상고를 기각하여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2018도2187).청구인은 2018. 4. 17. 위 판결 중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재판의 집행면제를 신청하면서(서울동부지방법원 2018초기391),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제191조, 제487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18초기1154), 법원은 2019. 1. 23. 위 소송비용집행면제신청을 기각하는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가운데 형사소송법 제191조에 대한 부분을 각하하고,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제487조에 대한 부분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19. 2. 17. 위 법률조항들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제191조, 제487조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당해사건은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그 집행면제를 신청한 사건이므로, 집행면제 신청에 관한 조항인 제487조는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근거조항인 제186조 제1항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하고, 청구인이 주장하는 제186조 제1항의 위헌 여부는 그 범위 내에서 함께 판단될 수 있으므로 제186조 제1항 부분은 별도로 심판대상에 포함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이하 연혁과 무관하게 현행 형사소송법을 ‘법’이라 한다) 제191조, 제487조 중 제18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소송비용에 관한 부분(이하 ‘집행면제 신청 조항’이라 하고, 이들 심판대상 법률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191조(소송비용부담의 재판) ① 재판으로 소송절차가 종료되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때에는 직권으로 재판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재판에 대하여는 본안의 재판에 관하여 상소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복할 수 있다.
제487조(소송비용의 집행면제의 신청)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을 받은 자가 빈곤으로 인하여 이를 완납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재판의 확정 후 10일 이내에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재판의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 ①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들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들은 법관이 어느 범위에서 어떤 기준에 따라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할지 짐작하기 어렵고 ‘경제적 사정’이나 ‘빈곤’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명확성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다. 법 제186조 제1항 단서는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할 때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도록 하고 법 제487조는 소송비용 집행면제의 재판을 할 때 ‘빈곤’을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하는바, 양자를 서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라. 법 제186조 제1항은 소송비용 면제의 사유를 ‘경제적 사정’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하는 헌법 제103조에 위배되고,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재판의 전제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때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우선 그 법률이 당해사건에 적용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참조).
이 사건의 당해사건은 법 제487조에 정하는 바에 따른 소송비용 집행면제 신청 사건으로,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거나 그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집행력을 갖게 된 후에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재판의 집행면제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다. 나. 판단
법 제191조 제1항은 법원이 재판으로 형사소송을 종결하면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때 직권으로 재판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이러한 재판에 대하여 피고인은 본안에 대하여 상소하는 경우에만 불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 제191조는 법원이 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을 때 피고인이 이에 대하여 불복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것이지, 이미 소송비용의 부담이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그 집행면제를 구하는 신청사건인 당해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 제191조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법 제191조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피고인이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집행면제 신청 사유를 ‘빈곤’으로 제한하는 조항인바, 면제 신청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청구권이 제한된다. 그러나 위 조항이 변호인의 선임이나 변호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제한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은 이 조항이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법 제487조는 하위법령에 입법을 위임한 바 없으므로 집행면제 신청 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만 살펴본다.
(3) 법 제186조 제1항에 따른 피고인에 대한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 이루어지는 것인 반면, 그 집행면제 재판은 이미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을 받은 자가 그 집행면제를 구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절차의 목적과 취지가 구별된다. 따라서 양자는 평등에서 문제되는 비교대상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평등원칙 위배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4) ‘경제적 사정’만을 소송비용 부담을 면하는 사유로 정한 것이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관하여는,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은 기본적으로 법관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고 본안재판에 대한 상소로 불복하면서 다툴 수도 있으므로(법 제191조 제2항), 헌법 제103조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이미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받은 자가 집행면제를 신청하는 것에 관한 규정으로, 피고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대해서도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명확성원칙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 기본권 제한입법에 요구되는 원칙으로, 법규범이 명확한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이를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의 자의적 해석이나 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한편, 법규범의 의미는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취지, 다른 조항과의 관계,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함으로써 구체화할 수 있는바,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는 이러한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12. 11. 29. 2010헌바454 참조).
(2)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하여 소송비용을 완납할 수 없는 때’ 법원에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재판의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바, ‘빈곤’의 의미가 명확한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빈곤’은 사전적 의미로 ‘수입이나 재산이 적어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뜻하는바, 소송비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신청 절차를 규정한 취지를 고려할 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며,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통해서 그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소지도 크지 않다.
또한, 소송비용 부담 재판에 관하여 규율하는 법 제186조 제1항 단서는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단서 조항과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소송비용을 납부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그 의무를 감면하여 준다는 측면에서 목적과 취지가 같다고 할 수 있는바, 위 법률조항의 문언을 고려하면 ‘빈곤’은 결국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경우’를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르면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 판단할 수 있는 지
침이 될 수 있다.그렇다면 집행면제 신청 조항이 어떠한 경우에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재판의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게 규정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고인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ㆍ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2001. 6. 28. 99헌가14; 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등 참조). 그런데 이러한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헌재 2011. 12. 29. 2011헌바57; 헌재 2013. 5. 30. 2012헌바335 참조), 형사소송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 중 어떤 범위의 것을 ‘소송비용’으로 할 것인지, 이를 누구의 부담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그 비용집행의 면제 사유 등은 결국 형사소송의 구조, 절차 운영의 적정성, 국가 재정, 국민의 법 감정 등에 따라 정해지는 입법정책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집행면제 신청 조항이 합리적인 입법형성의 범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본다.
(2) 형사소송은 근원적으로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개시, 진행되는 절차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입법자는 실제 형사소송을 통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가 인정되어 형벌이 부과되기에 이른 경우, 또는 그에 형벌이 부과되지 않았더라도 불필요한 절차가 진행되는 데 따른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는 경우 그 입법재량에 의해 그러한 절차의 원인을 제공한 피고인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형사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의 불필요하고 무익한 방어 방법의 제출이나 정식재판 청구 또는 상소의 남용을 방지하는 측면이 있고,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피고인의 상소나 방어권 행사의 적정성,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킬 것인지 여부 및 소송비용 부담의 정도를 재량으로 정함으로써, 사법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그 자체로는 형사사법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하여 필요한 국선변호인의 선임과 변호 활동, 증인 신청 등 각종 방어 방법의 신청ㆍ제출 등을 직접 제한하고 있지 않고,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각 호에 의할 때, 피고인이 부담할 여지가 있는 소송비용은 수사 및 형사 재판에 소요되는 비용 전반이 아니라,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 여비 및 숙박료’(제1호), ‘감정인ㆍ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감정료ㆍ통역료ㆍ번역료, 그 밖의 비용’(제2호),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및 보수’(제3호)로 그 범위가 제한된다. 따라서 이러한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다만,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피고인은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입법자는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할 때는 법 제18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도록 하고, 그 재판의 집행을 할 때는 집행면제 신청 조항에 따라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여 그 집행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소송비용 부담 재판의 집행을 감면할 수 있는 사유로 ‘빈곤’만을 규정하여, 경제적 능력의 부족을 제외한 다른 사유로 이를 면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이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면 그는 금전 지출이라는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뿐 다른 부담을 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소송비용 부담의 감면에 있어 경제적 능력 외 다른 사정을 참작하지 않는 것이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피고인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 외의 다른 사정을 들어 소송비용의 부담이 부당하다고 다툴만한 상황으로는, 자신의 범죄성립 자체를 다투는 경우 또는 자신이 제출하는 방어 방법이 범죄사실의 입증과 관련하여 긴요하였다거나 재판 절차 진행에 부담을 주는 정도가 현저히 낮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등인데, 이러한 사유에 대해서는 법원이 당초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안 재판에 대한 상소로 불복하면서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에 대해서도 함께 상소하여 구제될 수 있으므로(법 제191조 제2항), 소송비용 부담 재판의 집행 면제
를 구하는 사건에 이르러서는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 외에 다른 사유를 참작할 여지가 크지 않다.청구인은 실무상 법관이 소송비용 부담 재판의 집행 면제 사건에서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법적 규율과 실무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하여 그 법적 규율에 반드시 위헌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4)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집행면제 신청 조항에서 정한 사항이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과 관련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집행면제 신청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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