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6. 29. 2019헌바433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조세범 처벌법 제5조 위헌소원
[2023. 6. 29. 2019헌바433]
판시사항
가짜석유제품을 제조 또는 판매하여 조세를 포탈한 경우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유무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한편,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 ‘조세범 처벌법’ 제5조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와 관련된 조세포탈은 그 규모가 막대하고 방법이 교묘한 점, 계속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는 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만 처벌하던 시기에는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유무를 불문하고 행정적 제재를 넘어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 헌법적 한계를 넘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와 관련된 조세포탈이 지니는 반사회성ㆍ비윤리성의 정도를 고려한다면 법정형의 상한이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고, 법정형의 하한이 없어 법관이 개별 사건의 죄질과 비난가능성에 부합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며,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선택적 선고만이 가능하기도 하다. 따라서 조세범 처벌법 제5조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조세범 처벌법(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37조 제2항
구 조세범 처벌법(2007. 12. 31. 법률 제8829호로 개정되고,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제1호, 제3호
구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고, 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조 제1항, 제2항, 제6항
조세범 처벌법(2015. 12. 29. 법률 제13627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6항 제6호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1. 12. 31. 법률 제11136호로 개정되고, 2016. 12. 27. 법률 제14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헌재 2001. 12. 20. 2001헌가6등, 판례집 13-2, 804, 811-812
헌재 2009. 3. 26. 2008헌바52등, 판례집 21-1상, 434, 441
헌재 2009. 5. 28. 2006헌바24, 판례집 21-1하, 484, 495-496
헌재 2010. 9. 30. 2009헌가17, 판례집 22-2상, 581, 587-588
헌재 2017. 7. 27. 2012헌바323, 판례집 29-2상, 24, 29-30
헌재 2019. 7. 25. 2018헌가7등, 공보 274, 802, 803-804
헌재 2023. 3. 23. 2021헌바424, 공보 318, 733, 735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두29168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3도7649 판결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4도9026 판결
당사자
청 구 인원○○
대 리 인법무법인 삼덕
담당변호사 김가람 외 4인
당해사건대법원 2019도8278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등
주문
조세범 처벌법(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개정된 것) 제5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3. 7.경부터 2015. 8.경까지 합계 3,266,880,000원 상당의 가짜석유제품을 제조ㆍ판매하면서, 매출 신고 등을 누락함으로써 합계 1,206,348,164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2018. 10. 5. 청구인에 대하여 ‘조세범 처벌법’ 제5조 등에 따른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등을 인정한 뒤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50,000,000원 등을 선고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18고합169), 2019. 6. 5. 항소(부산고등법원 2018노621) 및 2019. 10. 18. 상고(대법원 2019도8278)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은 위 소송 상고심 계속 중 ‘조세범 처벌법’ 제5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10. 18. 기각되자(대법원 2019초기639), 2019. 11. 12. 위 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조세범 처벌법’(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조세범 처벌법(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개정된 것)
제5조(가짜석유제품의 제조 또는 판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조 제10호에 따른 가짜석유제품을 제조 또는 판매하여 조세를 포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의 조세포탈범(이하 ‘일반 조세포탈범’이라 한다)과 달리 ‘사
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까지 처벌하면서 중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점,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은 처벌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단순한 조세채무불이행까지 처벌되는 점,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 그 자체에 대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의 처벌과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처벌이 중첩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체계정당성 원리에도 반한다.
4. 판단
가.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 관련 개관
(1) 가짜석유제품의 현황
(가) 1967년경부터 시행된 석유류 자유판매제에 따라, 석유제품의 유통업자 수는 급격히 증가한 반면 주유소 당 판매량은 감소하여 판매부진을 빚게 되었다. 이에 유통업자들은 유통마진의 인상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른 석유가격의 상승과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파동, 에너지 절약과 소득재분배를 위한 고율의 특별소비세 부과 등에 따라 휘발유 등의 가격은 대폭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가격이 저렴한 석유제품 등을 혼합하여 가짜휘발유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일이 성행하게 되었고, 특히 가짜석유제품은 제조가 용이한 반면 판별이 상당히 어려워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헌재 2001. 12. 20. 2001헌가6등; 헌재 2009. 5. 28. 2006헌바24 참조). 2011. 9.경 있었던 가짜휘발유로 인한 주유소 폭발사고를 계기로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면서 가짜휘발유는 현저히 감소하였다. 그러나 가짜경유는 계속하여 다양한 방법과 경로로 제조ㆍ판매되고 있고, 주원료가 되는 용제의 불법 수급구조 및 가격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이라 한다)은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를 금지하면서(제29조 제1항 제1호),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상의 벌금(제44조 제3호, 이하 ‘석유사업법 위반죄’라 한다)에 처하고 있다.
(2) 가짜석유제품에 대한 과세 및 조세포탈 시의 제재
(가) 가짜석유제품에도 정상적인 석유제품과 동일한 국세가 규정되어 있다.
먼저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가 ‘휘발유와 유사한 가짜석유제품’의 경우 리터당 475원, ‘경유와 유사한 가짜석유제품’의 경우 리터당 340원으로 규정되어 있다(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제2조 제1항). 다만 위 세율은 100분의 30(2024. 12. 31.까지는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고(같은 조 제3항), 이에 따라 2023. 8. 31.까지는 ‘휘발유와 유사한 가짜석유제품’의 경우 리터당 396.7원, ‘경유와 유사한 가짜석유제품’의 경우 리터당 238원의 세율이, 그 후에는 ‘휘발유와 유사한 가짜석유제품’의 경우 리터당 529원, ‘경유와 유사한 가짜석유제품’의 경우 리터당 375원의 세율이 적용된다(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2). 다음으로 교육세가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액의 15%의 세율로 규정되어 있다(교육세법 제5조 제1항 제2호, 제3호).
또한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가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를 공급한 것에 해당한다면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에 해당하며, 그 세율은 공급가액의 10%이다(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1항, 제30조).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로 소득이 발생한 경우 종합소득세의 과세대상에도 해당하며, 그 세율은 소득금액의 구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정되어 있다(소득세법 제55조 제1항).
(나) 가짜석유제품에 대한 국세는 모두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에 해당한다(국세기본법 제22조 제2항 본문). 그러나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는 처음부터 조세포탈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조세를 미신고하거나 허위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과세관청이 세액을 결정하여 납세의무를 확정하는데(국세기본법 제22조 제2항 단서), 결정세액에 더하여 무신고가산세(같은 법 제47조의2) 또는 과소신고가산세(같은 법 제47조의3)가 부과된다. 납부기한까지 납부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납부지연가산세(같은 법 제47조의4)가 부과된다. 나아가 가짜석유제품을 제조ㆍ판매하여 조세를 포탈하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연혁
(1) ‘조세범 처벌법’이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에는, ‘가짜석유제품을 제조ㆍ판매하여 조세를 포탈하는 행위’만을 규율하는 별도의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위 조항에 따라 처벌되었다.
(2) ‘조세범 처벌법’이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제5조에 ‘유사석유제품을 제조하여 조세를 포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하 ‘이 사건 구법조항’이라 한다).
일반 조세포탈범과 비교할 때, 이 사건 구법조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구성요건요소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납세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 조세포탈범을 구성하지 않지만(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두29168 판결;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4도9026 판결 등 참조), 유사석유제품의 제조와 관련하여 납세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는 이 사건 구법조항에 따른 처벌대상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3도7649 판결 참조).
이 사건 구법조항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가 없어 처벌이 곤란하였던 조세포탈행위에 대하여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죄질을 감안하여 엄벌에 처하려는 취지로서(헌재 2017. 7. 27. 2012헌바323 참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유사석유제품의 제조행위와 관련하여 조세범으로 처벌하는 것을 확대ㆍ강화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3도7649 판결 참조).
(3) 이 사건 구법조항은 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사건 구법조항과 비교할 때, 법정형 중 징역형 부분이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상향되었고, 조세포탈의 행위 유형에 ‘판매’가 추가되었으며, ‘유사석유제품’이라는 용어가 ‘가짜석유제품’으로 변경되었다. 계속된 단속에도 불구하고 가짜석유제품으로 인한 조세포탈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점, 가짜석유제품 대부분은 판매단계에서 적발되므로 제조자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점 등이 위 개정의 취지이다.
이에 따라 일반 조세포탈범의 경우 원칙적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일정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는 반면(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일반 조세포탈범의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음에 반하여(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2항),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위와 같은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가중처벌되는 경우(제8조 제1항 및 제2항)가 아닌 한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선택적 선고만이 가능하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가) 심판대상조항은 가짜석유제품을 제조ㆍ판매하여 조세를 포탈한 경우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유무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한편, 그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정하고 있는 형사처벌 대상 및 법정형이 과도하여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문제된다.
(나) 청구인은 일반 조세포탈범 또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비교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행위까지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정하고 있는 형사처벌 대상 및 법정형이 과도하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함께 살피기로 한다.
(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체계정당성 원리에 위배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일정한 공권력작용이 체계정당성에 위반된다고 해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고, 결과적으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 등 일정한 헌법의 규정이나 원칙을 위반하여야 하므로(헌재 2005. 6. 30. 2004헌바40등 참조),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이상 이 부분 주장에 관하여도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가) 심사기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은 행위의 사회적 악성과 범죄의 죄질 및 보호법익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 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그러나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
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9. 7. 25. 2018헌가7등; 헌재 2023. 3. 23. 2021헌바424 등 참조).
(나) 판단
1) 조세포탈은 국가의 존립기반 중 하나인 재정수입의 부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선량한 납세자에게 조세부담을 전가시킴으로써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손상시키고, 공평한 납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여 조세제도 자체가 작동하지 않도록 할 우려가 있으므로, 합당한 제재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문제되는 조세포탈이 단순한 조세채무불이행의 차원을 넘는 반사회성ㆍ비윤리성을 가지고 있고 가산세 등과 같은 행정적 제재만으로 불충분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방법으로 제재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헌재 2010. 9. 30. 2009헌가17 참조).
2) 가짜석유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재화들에 비하여 비교적 다양한 세목과 높은 세율의 국세가 규정되어 있는바,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의 대부분이 처음부터 조세포탈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관련된 조세포탈은 그 규모가 막대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 때문에 계속된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포탈세액이 연간 수천억 원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장기간 동안 사회적 문제가 되어 오고 있기도 하다.
또한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는 은밀하게 행해질 뿐만 아니라 제조는 용이한 반면 판별이 어려워, 다양한 방법과 경로로 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구조 및 가격 파악부터 어렵다는 특성을 지닌다. ‘조세범 처벌법’이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에는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와 관련된 조세포탈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에만 처벌되었으나, 위와 같은 특성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존재가 입증되기 어려워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였고 범죄예방의 효과도 충분히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입법자가, 국가재정의 확보ㆍ조세의 공평부담ㆍ조세제도의 건전한 유지 각각에 미치는 막대한 악영향, 거액의 조세포탈에 대한 국민 일반의 법감정 내지 비난여론, 일반예방 효과를 포함한 형사정책적 측면의 강력한 대처 필요성 등을 고려함으로써,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와 관련된 조세포탈의 경우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유무를 불문하고 가산세 등과 같은 행정적 제재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 헌법적 한계를 넘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심판대상조항은 일반 조세포탈범에 비하여 법정형의 상한이 높게 규정되어 있다.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와 관련된 조세포탈은 반사회성ㆍ비윤리성의 정도가 중대한 한편 계속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은 점, 조세포탈범죄의 경우 일반적으로 포탈세액이 많을수록 그리고 방법이 교묘할수록 불법의 정도가 가중된다는 점(헌재 2009. 3. 26. 2008헌바52등 참조) 등을 고려한다면,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의 상한이 그 죄질과 비난가능성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에 그 하한을 두고 있지 않아, 법관이 개별 사건마다 죄질과 비난가능성에 부합하는 적절한 선고형을 정할 수 있고, 정상참작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을 할 수도 있으므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 조세포탈범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포탈세액이 연간 5억 원 이상인 경우 등에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되지 않는 한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선택적 선고만 가능하므로, 법정형의 상한 가중에 따른 불이익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청구인은 석유사업법 위반죄와 심판대상조항이 중첩 적용되어 과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석유사업법 위반죄는 가짜석유제품 제조ㆍ판매 그 자체에 대한 것이고 그와 관련된 조세포탈에 대한 처벌은 아니므로 동일한 구성요건에 대하여 두 조항이 중첩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7. 7. 27. 2012헌바323 참조).
4)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별지] 관련조항
구 조세범 처벌법(2007. 12. 31. 법률 제8829호로 개정되고,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ㆍ공제를 받은 자는 다음 각호에 의하여 처벌한다. 다만, 주세포탈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1. 개별소비세ㆍ주세 또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경우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ㆍ공제받은 세액의 5배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3. 제1호 및 제2호에 규정한 이외의 국세의 경우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이나 환급ㆍ공제받은 세액의 3배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조(조세 포탈 등) ①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ㆍ공제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ㆍ공제받은 세액(이하 “포탈세액등”이라 한다)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등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 포탈세액등이 3억원 이상이고, 그 포탈세액등이 신고ㆍ납부하여야 할 세액(납세의무자의 신고에 따라 정부가 부과ㆍ징수하는 조세의 경우에는 결정ㆍ고지하여야 할 세액을 말한다)의 100분의 30 이상인 경우
2. 포탈세액등이 5억원 이상인 경우
② 제1항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정상(情狀)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다.
⑥ 제1항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1.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2.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3. 장부와 기록의 파기
4. 재산의 은닉, 소득ㆍ수익ㆍ행위ㆍ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
5. 고의적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아니하거나 비치하지 아니하는 행위 또는 계산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합계표, 세금계산서합계표의 조작
7. 그 밖에 위계(僞計)에 의한 행위 또는 부정한 행위
조세범 처벌법(2015. 12. 29. 법률 제13627호로 개정된 것)
제3조(조세 포탈 등) ⑥ 제1항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6. 「조세특례제한법」 제5조의2 제1호에 따른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의 조작 또는 전자세금계산서의 조작
구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고, 2013. 1. 1. 법률 제116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유사석유제품의 제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조 제10호에 따른 유사석유제품을 제조하여 조세를 포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1. 12. 31. 법률 제11136호로 개정되고, 2016. 12. 27. 법률 제14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조세 포탈의 가중처벌) ①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조 및 제5조, 「지방세기본법」제129조 제1항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각 호 생략)
② 제1항의 경우에는 그 포탈세액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