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3. 25. 2019헌바413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위헌소원
[2021. 3. 25. 2019헌바413]
판시사항
1.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중 ‘추행’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이란 강제추행죄의 ‘추행’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
공중밀집장소의 특성을 이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및 추행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추행’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공중밀집장소는 피해자와의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폭행ㆍ협박 등의 수단 없이도 쉽게 추행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점,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어 방어가 어렵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어 추행의 정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므로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점,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법관이 개별 사건마다 행위자
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
참조판례
1.헌재 2000. 6. 29. 98헌가10,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판례집 23-2상, 583, 589-591
헌재 2017. 11. 30. 2015헌바300, 판례집 29-2하, 123, 127-129
헌재 2020. 6. 25. 2019헌바121, 공보 285, 992, 993-994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5704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44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2.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판례집 23-2상, 583, 592
헌재 2019. 6. 28. 2018헌바128, 판례집 31-1, 665, 676
당사자
청 구 인김○○
대리인 변호사 유인호
당해사건대법원 2019도11245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주문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청구인은 ‘2017. 9. 27. 20:40경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는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 김○○(여, 25세)의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져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제1심 및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 원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고단5756,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노856).
나.청구인은 상고하였고(대법원 2019도11245), 상고심 계속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9초기897), 2019. 10. 11. 위 신청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자 2019. 11.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다른 구성요건을 함께 고려하여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구체화할 수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 폭행ㆍ협박 등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 피해자가 심신상실ㆍ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추가적인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아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가벌성이 무한히 확장되고, 범죄 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도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다.성적 욕망과 관련된 다른 범죄들은 대개 추행행위의 존재 외에도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 폭행ㆍ협박이나 위계ㆍ위력 등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 피해자가 심신상실ㆍ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추가적인 구성요건을 두고 있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그와 같은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위 범죄들에 비해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서 ‘추행’의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추행’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 폭행ㆍ협박 등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 피해자가 심신상실ㆍ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처벌하여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범죄 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살펴본다.
(2)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그 취지는 심판대상조항이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과 동일하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참조).
다만,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당해 처벌법규의 보
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17. 11. 30. 2015헌바300 참조).
(2)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와 관련하여,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하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 기준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형법 제298조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헌재 2017. 11. 30. 2015헌바300; 헌재 2020. 6. 25. 2019헌바121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추행의 개념상 그 구체적인 모습이나 형태가 다양할 수 있으나, 대법원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과 마찬가지로 심판대상조항에서의 ‘추행’도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고 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44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구의 집중으로 다중이 출입하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추행 발생의 개연성 및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반면, 피해자와의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ㆍ적극적인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로 말미암아 형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한 처벌이 여의치 아니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5704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앞서 본 추행의 개념 및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폭행ㆍ협박에 의하지 않은 추행행위로서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
도 대중교통수단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일반적 특성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때에는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3)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추행’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심판대상조항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유형력 행사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형사처벌은 위와 같은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심판대상조항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발생하는 추행행위를 수단이나 피해자의 상태 등을 불문하고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발생하는 추행의 경우 피해자와의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ㆍ적극적인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다른 장소와 비교할 때 폭행ㆍ협박이나 위계ㆍ위력과 같은 수단 없이,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 등을 이용하지 않고도 보다 쉽게 추행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추행행위는 형법상 강제추행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일상생활 영역을 포함하여 다양한 장소에서 언제든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어 이를 방어하기도 어렵고 피해도 매우 커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추행의 장소가 공개되어 있다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추행의 정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게 되므로, 설령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하고 형의 하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법관이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행위태양이나 불법의 정도 등에 비추어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주관적 목적이 있었는지를 묻지 않고 처벌함으로써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다는
인식, 즉 추행의 고의는 있어야 한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추행의 고의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되지 않는다.
나아가 어떤 사람의 구체적인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통상적인 법률 해석ㆍ적용의 문제일 뿐, 청구인이 상정하는 특정 행위가 구성요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다(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헌재 2019. 6. 28. 2018헌바128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3)대검찰청 등 관련 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매년 꾸준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다중이 출입하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서, 이와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이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을 받게 될 뿐이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다. 그러므로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된다.
(4)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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