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2. 11. 24. 2019헌마941 [인용(위헌확인)]

출처 헌법재판소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 강제 위헌확인

[2022. 11. 24. 2019헌마941]


판시사항



1.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여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예외적인 소의 이익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

3.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가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4.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피청구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청구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한 행위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

2.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이미 종료된 행위이나, 반복 가능성과 헌법적 해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3.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4개 종교의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 행위의 외적 강제에 해당한다. 이는 피청구인이 위 4개 종교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이자, 여타 종교 또는 무종교보다 이러한 4개 종교 중 하나를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여질 수 있으므로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성을 위반하여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국가가 종교를, 군사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하여 선교행위를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

4.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군에서 필요한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해당 종교와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여 역효과를 일으킬 소지가 크고, 훈련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교적 수단 이외에 일반적인 윤리교육 등 다른 대안도 택할 수 있으며, 종교는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신념일 수 있는 만큼 종교에 대한 국가의 강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군인복무기본법 제15조 제3항은 ‘모든 군인은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의식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육군훈련소 ‘훈육 및 병영생활지도 지침서’도 종교행사 미참석자의 개인정비 및 자유시간을 보장한다고 명시하는 점, 이 사건 당시 분대장의 발언 내용,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다른 기수의 1주차 종교행사 불참 현황,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의 불이행에 대하여 제재나 불이익이 부과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권유하는 행위가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강제에 이르는 효과를 나타내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군인에 대한 종교의식 참석 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군인복무기본법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

석을 강제하는 행위가 향후 여러 차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거나 이에 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예외적인 심판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헌법 제20조, 제37조 제2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8. 12. 24. 법률 제16034호로 개정된 것) 제15조



참조판례



1. 헌재 2012. 10. 25. 2011헌마429, 판례집 24-2하, 72, 74 헌재 2017. 11. 30. 2016헌마503, 판례집 29-2하, 224, 230

2. 헌재 2002. 7. 18. 2000헌마327, 판례집 14-2, 54, 60

3. 헌재 2001. 9. 27. 2000헌마159, 판례집 13-2, 353, 360 헌재 2003. 3. 27. 2002헌바35, 판례집 15-1, 266, 277 헌재 2010. 2. 25. 2007헌바131등, 판례집 22-1상, 104, 136-137



당사자



청 구 인 1. 김○○(변호사)

2. 장○○(변호사)

3. 정○○(변호사)

4. 정□□(변호사)

5. 박○○(변호사)

피청구인 육군훈련소장



주문



피청구인이 2019. 6. 2. 청구인들에 대하여 육군훈련소 내 종교 시설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2019. 4. 26. 제8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로서, 모두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청구인들은 2019. 5. 30. 충청남도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하여 ○○연대 ○○중대 ○○소대(공익법무소대)에 배치되었고, 2019. 6. 27.까지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2019. 8. 1. 공익법무관으로 신규 임용되었다.

기초군사훈련 1주차였던 2019. 6. 2. 일요일 오전 8시 30분경, 육군훈련소 소속 조○○ 분대장은 훈련병들에게 ‘육군훈련소 내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참석해보라’고 말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조○○ 분대장을 찾아가, 종교가 없으니 어느 종교행사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위 분대장은 ‘종교가 없더라도 경험 삼아 한 번쯤 참석해보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와서 불참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후 청구인들은 재차 불참의사를 밝히지 않고 육군훈련소 내 각 종교시설에서 진행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였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2019. 6. 2. 청구인들에 대하여 육군훈련소 내 종교 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조치가 자신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19. 6. 2. 청구인들에 대하여 육군훈련소 내 종교 시설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이하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8. 12. 24. 법률 제16034호로 개정된 것)

제15조(종교생활의 보장) ① 지휘관은 부대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군인의 종교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

② 영내 거주 의무가 있는 군인은 지휘관이 지정하는 종교시설 및 그 밖의 장소(이하 “종교시설등”이라 한다)에서 행하는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종교시설등 외에서 행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고자 할 때에는 지휘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모든 군인은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요받거

나 참석을 제한받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이미 종료되었으나 반복될 위험이 있으며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사안이므로 이 사건 청구는 적법하다.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선교의 목적이 포함되어 있어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종교행사에의 참석을 강제한 것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에 해당한다.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두는 등 침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며, 종교행사 참석 강제는 오히려 군대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공익적 역효과가 있어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소극적 종교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며, 헌법 제20조 제2항상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헌법소원 대상성

행정청의 사실행위는 경고ㆍ권고ㆍ시사와 같은 정보제공 행위나 임의적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단순한 행정지도와 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나뉘고, 그 중 권력적 사실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ㆍ관여 정도ㆍ태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ㆍ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ㆍ강제수단의 발동 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헌재 2012. 10. 25. 2011헌마429; 헌재 2017. 11. 30. 2016헌마503 참조).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육군훈련소 내의 최고 관리자로서 청구인들의 훈련소 내 생활에 관하여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 피청구인은 2019. 2. 28. 주간상황평가 회의과정에서 종교활동 여건보장을 통해 군 전투력이 증강될 수 있도록 신앙전력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였고, 육군훈련소 ‘훈육 및 병영생활지도 지침서’는 개인의사에 따른 종교 활동의 선택을 보장하면서도, 군종활동을 통하여 인성함양 및 정신전력 강화차원에서 ‘1인 1종교를 권장’한다고 기재하고 있으며, ‘종교행사에의 참석 여부 등은 지휘 및 당직 계통에 의하여 실시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청구인들을 지휘하는 조○○ 분대장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가 있었던 당일은 휴일이었지만, 청구인들은 종교행사의 불참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당직 근무 중인 조○○ 분대장에게 이를 문의하였고, 조○○ 분대장은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지침이 반영된 공식적인 답변을 전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달리 조○○ 분대장이 육군훈련소 분대장이 아닌 개인적인 지위로 청구인들에게 자신의 사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청구인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 훈련병들의 입소주차(입소 후 4일차)에는 4개 종교에 대한 체험을 위해 종교행사 참석을 권장하였고, 2주차부터 수료주까지는 본인희망에 의한 참석이나 휴식이 가능하다고 전달하였으며, 소수종교를 믿거나 무종교인 훈련병은 2주차부터 개인희망에 의해 불참이 가능하였다. 또한 피청구인이 제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입소주차 오전 종교행사에는 전원이 참석하여 불참 잔류 인원이 전혀 없었던 반면, 오후에는 일부 불참하고, 2주차부터는 오전, 오후 모두 상당수의 불참인원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입소주차 오전 종교행사에는 불참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여 행한 비권력적 권고, 조언 따위의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우월적 지위에서 청구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

나. 권리보호이익

청구인들은 이미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퇴소하여 더 이상 기본권을 제한받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2. 7. 18. 2000헌마327).

피청구인은 종교행사 실시를 통하여 훈련병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신앙전력화를 위해 ‘1인 1종교를 권장’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안과 같이 종교행사 참석 권고를 넘어 실질적으로 참석을 강제하

는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소극적 자유를 포함한 종교의 자유 보호와 정교분리원칙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가 헌법적으로 정당한지 여부는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우리 헌법 제20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여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일반적으로 신앙의 자유, 종교적 행위의 자유 및 종교적 집회ㆍ결사의 자유의 3요소를 내용으로 한다(헌재 2001. 9. 27. 2000헌마159). 종교의 자유는 무종교의 자유도 포함하는 것으로(헌재 2010. 2. 25. 2007헌바131등), 신앙을 가지지 않고 종교적 행위 및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아니할 소극적 자유도 함께 보호한다.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청구인들로 하여금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4개 종교의 종교시설에서 개최된 종교행사 중 하나를 택하여 참석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 사건 종교행사는 종교별로 행하는 종교집회로서(군종업무에 관한 훈령 제2조 제6호 참조), 신앙을 가지고 있는 군인들이 해당 종교의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여 종교행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실시되는 것인바[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제15조 제1항, 제2항], 종교적 행위가 예정된 종교적 집회의 성격을 가진다.

타인에 대한 종교나 신앙의 강제는 결국 종교적 행위, 즉 신앙고백, 기도, 예배 참석 등 외적 행위를 통하여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내심이나 신앙에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행사에의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 청구인들이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종교의 자유 침해여부

(1) 정교분리원칙 위배 여부

(가) 의미

헌법 제20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정교분리원칙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상호간의 간섭이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을 의미한다.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국가는 특정 종교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종교에 대한 중립을 유지하여야 한다.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은 종교의 자유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하여도 필요한데, 국가가 특정한 종교를 장려하는 것은 다른 종교 또는 무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헌재 2010. 2. 25. 2007헌바131등 참조).

(나) 군대 내 종교의 자유

군인이라 하더라도 그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전시ㆍ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여 군인이 실제 무장전투에 동원되는 경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되는 상황에서는 종교가 군인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헌재 2003. 3. 27. 2002헌바35 참조). 또한 평시 훈련기간 중에도 단체생활이 지속되는 특성상 건전한 병영생활을 유지하고, 자칫 무절제해지거나 남용될 수 있는 군대 내 무력 사용을 통제할 윤리관이나 가치관을 확립함에 있어 종교적 신념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은 국가방위와 국민의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15조 제1항 및 제2항에서 부대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군인의 종교생활을 보장하고 있으며, 군인이 종교시설 등에서 행하는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교분리원칙상 국가는 특정 종교를 장려하거나 개인의 종교선택에 대해 간섭하여서는 안 되고, 군인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종교 활동의 보장을 넘어 그 의사에 반하여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요할 수 없으며, 이 점은 군인복무기본법 제15조 제3항에서 명문으로 확인하고 있다.

(다)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

1) 우리나라 군은 창설초기부터 군종제도를 운영하여 왔고, 1970년대 경부터 신앙심을 무형적 전투력으로 삼는 ‘신앙전력화’라는 업무지침을 채택하여 왔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신앙전력화는 장병이 종교업무를 통하여 고양된 신앙심과 사생관, 국가관, 가치관으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무형적인 전투력 강화를 말한다(군종업무에 관한 훈령 제2조 제12호). 개인의 신앙심이 군에 필요한 정신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점을 고려하여 군대 내의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부대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종교활동을 장려

하는 것은, 군의 유형적인 전투력 못지않게 중요한 군인의 가치관이나 정신력을 포함한 무형적인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종교의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군종제도와 ‘신앙전력화’가 무형의 전투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군에서의 종교활동은 우리 헌법이 천명하는 국교부인 및 정교분리원칙, 즉 국가가 모든 종교에 대하여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종교행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적 행위가 예정된 종교적 집회의 성격을 가지는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 행위의 외적 강제에 해당하며, 군대내 종교행사의 운영과 관련하여 정교분리원칙을 구체화한 군인복무기본법 제15조 제3항의 명시적 금지조항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피청구인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4개 종교의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것은 피청구인이 위 4개 종교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이자, 여타 종교 또는 무종교보다 이러한 4개 종교 중 하나를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여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은 국가가 중립적인 지위에서 다양한 종교적 신념이나 무신론 등의 가능성을 인정하여 민주사회의 기초가 되는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바, 피청구인이 위 4개 종교만을 특정하여 청구인들로 하여금 그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제한 것은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성을 위반하여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으로서 정교분리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또한, 피청구인이 궁극적으로 군사력의 강화라는 세속적 목적을 위하여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조치는 국가가 종교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하여 선교행위를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 이러한 점에서 피청구인이 개인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신앙생활이나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으로 군인의 정신적 전력을 제고하는 것은, 국가와 종교의 상호 분리를 요청하는 정교분리원칙에 정면으로 위배하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를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군인의 정

신적 전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일응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개인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종교적 신념이나 자발적인 종교행사 참석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종교를 가지지 않은 자로 하여금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군에서 필요한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해당 종교와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여 역효과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군인의 정신전력을 제고하려는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이 종교를 가지지 아니한 훈련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교적 수단 이외에 일반적인 윤리교육 등 다른 대안도 택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불가피한 수단이 아니며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들은 의무복무제도에 의한 군복무 과정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받았는데 청구인들이 이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훈련 첫 주에만 종교행사 참석이 강제되고 2주차부터는 참석 여부가 자율적이었다고 하더라고 이미 발생한 종교적 자유의 침해가 치유되거나 약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종교는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신념일 수 있는 만큼 종교에 대한 국가의 강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고 군인의 정신전력 제고를 위하여 양보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정교분리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

6. 결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2019. 6. 2. 청구인들에 대하여 육군훈련소 내 종교 시설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이미 피청구인의 행위가 종료되었으므로 동일 또는 유사한 기본권 침해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언적 의미에서 그에 대한 위헌확인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 볼 수 없고, 권리보호이익이 존재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헌법소원 대상성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공권력’이란 입법권ㆍ행정권ㆍ사법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ㆍ공공단체 등의 고권적 작용을 말하며, 그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헌재 2021. 11. 25. 2017헌마1384등 참조).

(2)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의 상관으로서(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참조), 청구인들의 훈련소 내 생활에 관하여 우월적인 지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떠한 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의 일반적인 관계 외에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ㆍ관여정도ㆍ태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ㆍ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ㆍ강제수단의 발동 가부 등 특정 사실행위가 이루어질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헌재 1994. 5. 6. 89헌마35; 헌재 2018. 4. 26. 2016헌마46등 참조),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청구인의 모든 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15조 제3항은 “모든 군인은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의식에 참여하도록 강요받거나 참여를 제한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에게는 청구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의식에 참여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청구인이 1주차에 한하여 종교행사 참석을 권장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이를 명령이나 강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육군훈련소 ‘훈육 및 병영생활지도 지침서’에서는 1인 1종교를 권장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반드시 하나의 종교를 가져야 한다거나 종교행사에 1회 이상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종교행사 미참석자는 개인정비 및 자유시간을 보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분대장의 발언 내용을 보더라도, 청구인들이 불참의사를 밝히자 이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와서 불참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라’는 취지로 말하였을 뿐, 반드시 참석해야만 한다고 단정적으로 지시한 바 없다. 설령 청구인들이 재차 불참의사를 밝히는 데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주관적인 가능성만으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가 단순한 권유를 넘어 강제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한편, 피청구인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주차 오전에는 전원이 종교행사에 참석하였다가 오후에는 일부 불참하고, 2주차부터는 오전, 오후 모두 상당수의 불참인원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나 참석 현황에는 피청구인의 권유 외에도 훈련병들의 자발적인 판단이나 당시 훈련병들 상호 간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기록상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다른 기수의 1주차 종교행사 참석 현황을 살펴보면, 청구인들의 이전 기수인 19-16기(2019. 4. 18. ~ 2019. 5. 16. 훈련)는 주간에 579명, 야간에 44명이 참석하여 총 인원 732명 중 최소 109명, 최대 153명이 불참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기수인 19-28기(2019. 7. 18. ~ 2019. 8. 14. 훈련)는 주간에 579명, 야간에 28명이 참석하여 총 인원 689명 중 최소 82명, 최대 110명이 불참한 것으로, 19-34기(2019. 8. 29. ~ 2019. 9. 26. 훈련)는 주간에 579명, 야간에 4명이 참석하여 총 인원 679명 중 최소 96명, 최대 100명이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육군훈련소의 일반적인 방침으로서 1주차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청구인이 유독 청구인들의 기수에 대해서만 지침을 달리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

(3) 나아가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수단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청구인 및 분대장은 1주차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에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고지한 바 없고, 그 밖에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에 불응하는 경우 불리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오히려 의사에 반하는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할 경우 이는 군인복무기본법에서 금지하는 명백한 위법행위가 된다. 그렇다면 청구인들로서는 불참으로 인한 불이익이 부과될 수 없다는 점과 만일 부과될 시에는 그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청구인이 참석을 권유하는 행위가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강제에 이르는 효과를 나타내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따라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나. 권리보호이익

(1) 설령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청구인들은 이미 2019. 6. 27.자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육군훈련소를 퇴소하였으므로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조치에 관하여 심판을 구할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 나아가 군인복무기본법은 부대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군인의 종교생활을 보장하여야 할 지휘관의 의무 및 지휘관이 지정하는 종교시설 등에서 행하는 종교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군인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15조 제1항, 제2항 참조), 2018. 12. 24. 법률 제16034호로 개정되면서 “모든 군인은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의식에 참여하도록 강요받거나 참여를 제한받지 아니한다.”(제15조 제3항)라는 명시적인 규정도 신설하였다. 그러므로 자기의 의사에 반한 종교의식 참석 강제가 종교의 자유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법률에도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행위가 향후 여러 차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거나 이에 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고, 헌법적 해명을 위한 예외적인 심판의 이익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