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5. 27. 2019헌마321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9항 위헌확인

[2021. 5. 27. 2019헌마321]


판시사항



의료분쟁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에 해당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원장은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9항 전문 중 ‘사망’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환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으로서는 피해를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해 조정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경우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으므로,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더라도 피신청인은 이의신청을 통해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조정의 성립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합의나 조정결정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여 소송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사고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8. 12. 11. 법률 제15896호로 개정된 것) 제27조 제9항 전문 중 ‘사망’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27조 제8항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6. 5. 29. 법률 제14221호로 개정된 것) 제27조 제1항, 제4항, 제10항



참조판례



헌재 2014. 4. 24. 2013헌가4, 판례집 26-1상, 587



당사자



청구인이○○

대리인 법무법인 고도

담당변호사 이용환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병원’을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나. 청구 외 양○○ 등은 청구 외 망 박○○의 자녀로, 위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망 박○○가 사망하자 청구인의 과실로 망 박○○가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2018. 12. 24.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의 조정을 신청하였다(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018의조2917호, 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 한다). 이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원장은 같은 날 청구인에게,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청구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지체 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정에 대한 답변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다. 청구인은 의료분쟁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에 해당하는 경우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규정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9항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9. 3.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9항 전체에 대한 심판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의료사고가 사망에 해당하는 경우에 관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8. 12. 11. 법률 제15896호로 개정된 것) 제27조 제9항 전문 중 ‘사망’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8. 12. 11. 법률 제15896호로 개정된 것)

제27조(조정의 신청) ⑨ 원장은 제8항에도 불구하고 제1항에 따른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을 조정절차 개시일로 본다.

1.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2.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중증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관련조항]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6. 5. 29. 법률 제14221호로 개정된 것)

제27조(조정의 신청) ① 의료분쟁(이하 “분쟁”이라 한다)의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정중재원에 분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④ 원장은 조정신청을 접수하면 조정위원회와 감정단에 각각 이를 통지하고 조정신청을 한 자(이하 “신청인”이라 한다)의 상대방(이하 “피신청인”이라 한다)에게 조정신청서를 송달하여야 한다.

⑩ 제9항에 따른 조정절차가 개시된 경우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조정절차의 개시에 대하여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위원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1. 신청인이 조정신청 전에 의료사고를 이유로 의료법 제12조 제2항

을 위반하는 행위 또는 형법 제314조 제1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2. 거짓된 사실 또는 사실관계로 조정신청을 한 것이 명백한 경우

3.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27조(조정의 신청) ⑧ 제4항에 따라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함으로써 조정절차를 개시한다.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원장은 조정신청을 각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환자의 기왕력, 나이, 질병의 중증도, 질병의 성질 및 경과 등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기만 하면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여 조정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므로,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환자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정신청이 접수되었더라도 피신청인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 참여에 동의한 경우에만 조정절차가 개시되는데, 의료인으로서 과실이 없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지위에 있음에도 결과만을 기준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되므로, 이는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고,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경우 법관이 아닌 조정위원의 결정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여 통보하고 의료과실의 존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단기간 내에 절차가 이루어지므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조정절차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 가지는 청구인의 명예가 훼손되어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여 피신청인인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참조).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피신청인은 의료분쟁 조정절차에 참여할 것이 강제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한다.

(2) 청구인은 의료인으로서 과실이 없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지위에 있음에도 환자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신청인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 참여에 동의한 경우에만 조정절차가 개시되는 반면, 환자가 사망한 경우 참여 의사의 유무와 관계없이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의 이와 같은 주장은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이라 한다)에 의한 조정절차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이 피신청인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으로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유사한 취지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 여부와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3) 청구인은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됨으로써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더라도 조정의 성립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고 청구인은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등을 제기함으로써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법관에 의한 심리ㆍ검토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3. 5. 30. 2010헌바292 참조). 또한 청구인은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 가지는 청구인의 명예가 훼손되어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중 개인의 명예에 관한 권리에서 말하는 명예는 사람이나 그 인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객관적ㆍ외부적 가치평가를 말하는 것이지 단순히 주관적ㆍ내면적인 명예감정은 포함되지 않는데(헌재 2005. 10. 27. 2002헌마425 참조), 청구인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명예는 주관적ㆍ내면적인 명예감정에 불과하고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헌법이 보호하는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해서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라 한다)이 제정될 당시에는 피신청인의 참여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조정절차가 개시될 수 있었으나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정절차

가 개시되는 비율이 저조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되도록 함으로써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활성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며,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로 인한 피해를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고, 환자와 보건의료인 양 당사자가 소송 외의 분쟁해결수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의료분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이를 신속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2) 피해의 최소성

(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는 강제 집행력을 지닌 조정기구나 수단이 없어 보건의료인과 환자 측의 대립과 갈등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으므로,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었다(의료분쟁조정법 제1조). 조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은 절차가 간이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전문가들이 조정위원이 되어 그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타협과 양보에 의해 분쟁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의료행위의 경우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을 밝히기 어려워 의료과오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환자 측에서 이를 증명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였고, 이에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는 법리가 발전되었으나(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참조) 증명책임을 완화한다 하더라도 소송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신속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소송절차가 장기화되고 환자 측과 지속적인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처럼 환자와 의료인 양측 모두에게 필요성이 인정되어 2011. 4. 7.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고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됨으로써 의료 분야에서 소송 외의 대체적 분쟁해결수단인 조정제도를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의료인인 피신청인의 참여 의사를 조정절차의 개시 요건으로 하자(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8항) 낮은 조정 참여율로 인해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에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될 수 있는 제도를 마

련하게 되었다.

(나)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의료사고의 결과가 사망인 경우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된다. 환자 측의 입장에서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가 가장 중하고 또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함에도 소송으로 나아갈 경우 의료소송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정보의 비대칭에 더하여 환자의 사망으로 인해 인과관계 등 필요한 내용을 증명하기 더욱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환자 측의 피해를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소송 외 분쟁 해결수단인 조정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사자 사이에 원만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으므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 또한 피신청인은 이의신청을 통해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데, 피신청인은 신청인이 조정신청 전에 의료사고를 이유로 의료기관의 의료용 시설ㆍ기재ㆍ약품, 그 밖의 기물 등을 파괴ㆍ손상하거나 의료기관을 점거하여 진료를 방해 또는 이를 교사, 방조하여 의료법 제12조 제2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거나 허위사실의 유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신청인이 거짓된 사실 또는 사실관계로 조정신청을 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과 같이 의료분쟁조정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조정절차의 개시에 대하여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10항),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위 이의신청을 받고 이의신청일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원장에게 통지하고 원장은 그 조정신청을 각하하므로(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11항 제2호),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신청인은 조정절차 개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여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다.

(라) 조정제도는 당사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참여를 본질로 하나,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되더라도 이는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된다는 의미일 뿐 조정의 성립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조정절차 중 합의가 이루어져 조정조서가 작성되거나 조정중재원의 조정결정에 대해 당사자 쌍방이 조정결정에 동의 또는 동의한 것으로 보아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나(의료분쟁조정법 제36조, 제37조), 당사자는 합의나 조정결정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므로, 조정

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된다 하여 조정절차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까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피신청인으로서는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조정중재원이 의료사고의 감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조사에 필요한 자료, 물건 등의 제출, 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 당시 환자의 상태 및 그 행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한 서면 또는 구두에 의한 소명 등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의료분쟁조정법 제28조), 이러한 조사ㆍ열람 또는 복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ㆍ방해 또는 기피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의료분쟁조정법 제54조 제1항), 조사에 필요한 자료 및 물건 등의 제출요구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같은 조 제2항 제3호) 제재를 받게 되나, 피신청인에게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조정중재원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고 과태료도 부과되지 않으며, 더 이상 조정절차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피신청인으로서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여 조정절차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의료분쟁 조정제도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취하고 있어 당사자는 조정절차의 개시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의료분쟁조정법 제40조), 피신청인은 소의 제기를 통해 조정절차에 따르지 않고 소송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7항 제3호).

(마)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조정절차가 개시조차 되지 않는다면, 환자로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의료행위 등을 둘러싼 과실 유무나 인과관계의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등에 관한 감정 결과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환자의 기왕력, 나이, 질병의 중증도, 질병의 성질 및 경과 등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기만 하면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여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 없이 환자의 상태나 문제가 된 의료행위의 특수성, 의료 환경 및 조건 등을 조사하여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일단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고 그 후 이의신청이나 소 제기 등을 통해 조정절차에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목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의 의의, 요건, 대상 및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사망이

라는 중한 결과로 인한 피해를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되도록 하였다 하더라도, 필요한 한도를 넘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경우 피신청인은 조사에 필요한 자료, 물건 등의 제출이나 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 당시 환자의 상태 등에 대한 소명 요구 등에 응할 의무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불이익을 입게 되는 측면이 있으나, 이의신청이나 소 제기 등을 통하여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조정의 성립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는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즉 사망이라는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신속ㆍ공정한 피해구제를 도모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활성화하고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공익은 청구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하여 훨씬 중대하다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에 대한 기본권 제한과 공익목적의 달성 사이에 법익의 균형성 또한 갖추었다.

(4)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