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0. 9. 24. 2019헌마1285 [인용(취소)]
출처
헌법재판소
기소유예처분취소
[2020. 9. 24. 2019헌마1285]
판시사항
청구인이 공적인 인물의 부당한 행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 없이 청구인에게 모욕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결정요지
청구인이 공적인 인물의 부적절한 언행을 비판하면서 모욕적인 표현을 1회 사용한 행위는 청구인이 글을 게시한 동기, 청구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맥락 등을 고려할 때 비판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청구인에 대한 모욕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1조
당사자
청 구 인 권○○
국선대리인 변호사 정지석
피청구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8. 11. 27.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4389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11. 27. 피청구인으로부터 모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4389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대 국제대학 학생으로, 제○○대 국제대 학생회장인 고소인 김○○이 단체 카카오톡 방에 평소 섹스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청구인을 비롯한 여자 집행부원의 사진을 동의 없이 찍어 올린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던 중 대학 내 성희롱 사례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8. 5. 26. 청구인의 페이스북(공개계정)에 “제○○대 국제대 학생회장이었던 A는 술 취한 여자 집행부원의 사진을 도촬하고 ‘짤’로 만들어 단톡방에 유포해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짓을 장난거리로 삼는 쓰레기였다” 라고 게시하여 고소인을 모욕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11. 14.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공적인 인물인 고소인의 부당한 행위를 폭로함으로써 대학에서 그와 같은 성희롱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목적으로 글을 작성하였고, 고소인을 비판하는 자신의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라는 단어를 1회 사용한 것이어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고소인을 쓰레기라고 표현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고소인은 2016.부터 ○○대학교 국제대학 학생회에서 활동하였는데 2017. 고소인은 ○○대학교 국제대학 제○○대 학생회장, 청구인은 학생회 집행위원이었다.
(2) 청구인은 고소인이 평소에 단톡방에 섹스하고 싶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하고 청구인을 비롯한 여성 집행위원들의 얼굴을 동의 없이 사진을 찍어 채팅방에 올리는 일을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2018.경 몰래카메라와 성희롱 발언 등이 학내 문제로 대두되자 청구인은 2018. 5. 2. ○○대학교 인권센터 성평등상담소에 고소인을 신고하였다.
(3) 그 후 청구인은 2018. 5. 26. 06:00경 페이스북 공개계정에 고소인이 학생회 회장임에도 1년 동안 성희롱 발언을 하였고 학생회 여성 집행위원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단톡방에 유포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
그 글의 주요 내용은 “○○대 제○○대 국제대 학생회장이 학생회실에 비치되어 있던 베개로 성기묘사를 했다, 페이스북 공식 학생회 계정 운영의 장점을 예쁜 애들 계정 염탐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회장 신분으로 참여한 졸업식에서 전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살찌고 못 생겨져서 헤어지길 잘했다며 부학생회장과 함께 초성을 언급하며 모두가 유추할 수 있게 조롱하고 희화화했다, 여자 집행부원 사진을 올리고 그 밑에 섹스라고 달거나 툭하면 죽여버린다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였다, 술 취한 여자 집행부원들의 사진을 도촬하고 ‘짤’로 만들어 단톡방에 유포해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짓을 장난거리로 삼는 쓰레기였다”이다.
(4) 2018. 7. 2. ○○대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는 청구인이 고소인을 신고한 사안에 대하여 심의 끝에 고소인의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대책위원회 자체 조치로 고소인을 상대로 성인지교육 10시간을 이수할 것을 명하였다.
다. 판단
(1) 어떤 글이 모욕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그 경위 및 배경, 글의 전체적인 취지, 구체적인 표현방법, 전제된 사실의 논리적⋅객관적 타당성, 그 모욕적 표현이 그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그 글이 객관적인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411 판결 등).
(2)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의하면, 청구인이 페이스북 공개계정이라는 일반인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전파가능성이 높은 공간에서 고소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고소인을 비판하면서 ‘쓰레기’라고 적시하여 고소인에 대하여 모욕적인 표현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청구인이 이 사건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는 해당 대학 내에서 공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고소인의 부당한 언행을 폭로하여 고소인에 대한 처벌 및 사과를 유도하고 대학에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인 점, ○○대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도 고소인의 언행을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징계하는 등 청구인이 작성한 글은 상당 부분 사실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글의 대부분은 고소인의 부당한 언행을 서술한 것으로 그 중 모욕적인 표현은 ‘쓰레기’라는 단어를 1회 사용한 것에 그쳤고 그 부분도 3,800여자에 이르는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아니한 점, 청구인이 고소인에 대한 인격적인 평가를 폄하하기 위하여 위 ‘쓰레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기보다는 고소인의 부당한 언행에 대하여 평가하면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청구인이 게시한 글 전체 중 문제가 된 부분은 “술 취한 여자 집행부원들의 사진을 도촬하고 ‘짤’로 만들어 단톡방에 유포해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짓을 장난거리로 삼는 쓰레기였다”로 청구인이 고소인의 부적절한 언행을 대학 내에 알리고 이를 비난하는 데 초점이 있었던 점, 이 사안은 고소인이 평소 부적절하게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성행위 묘사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고소인이 그 모욕적인 표현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점, 결국 고소인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평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청구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맥락, 글을 게시한 동기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표현의 사용은 비판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점, 공적인 인물에 대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그 비위나 비행을 강조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까지 형사처벌을 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심히 위축시킬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청구인의 모욕 행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청구인의 모욕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모욕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3)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