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10. 26. 2019헌가30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등 위헌제청

[2023. 10. 26. 2019헌가30]


판시사항



1.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를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제25조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2.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하는 ‘체액’이란 타인에게 감염을 일으킬 만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가진 체액으로 한정되고, ‘전파매개행위’는 체액이 전달되는 성행위 등과 같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국한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현재의 의학수준과 국민의 법의식을 반영한 규범적 재평가의 필요성,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의학적 치료를 받아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지 않고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에서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2.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앞서 본 바와 같은 해석을 전제로,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예방조치 없이도 성행위를 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 가능한 법정형의 종류에는 벌금형이 없으나, 징역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1월부터 3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으므로, 책임에 비례한 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감염인에게는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고지하거나 예방조치를 사용해야 하므로 자유로운 방식의 성행위가 제한되나,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감염인과의 성행위로 인하여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하여야 하는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약되는 것에 비하여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일부위헌의견

1.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이나 전파매개행위라는 용어에 대하여 어떠한 예외를 규정하거나 금지 및 처벌의 범위를 한정하는 표지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감염상태를 알고 있는 감염인이라면 치료 이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2.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감염인이 위와 같은 치료를 받아왔음이 증명되어 의학적으로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경우에도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치료를 받는 것은 감염인 본인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의료진의 처방을 받았음에도 복약지시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는 등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상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감염인이 치료를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타인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객관적 자료, 예컨대, 정기적 진료 기록, 혈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 기록, 치료제 처방 이력, 진료한 의사에 대한 의견 조회 등을 통해 증명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 중에서도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까지도 예외 없이 전부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포함함으로써,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이들의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 방지 효과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는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된 것) 제19조, 제25조 제2호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7조 제2항,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

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1987. 11. 28. 법률 제3943호로 제정되고, 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제2호



참조판례



1. 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판례집 20-1상, 139, 162 헌재 2009. 9. 24. 2007헌마949, 판례집 21-2상, 749, 759 헌재 2016. 11. 24. 2015헌가29, 판례집 28-2하, 110, 119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당해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고단3574, 2019고단282(병합)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위반등



주문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된 것) 제19조, 제25조 제2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은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약칭 AIDS)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약칭 HI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어, 2006. 9. 27. 질병관리청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으로 신고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7. 7. 10:00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긴 채 입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빨고, 피해자의 구강에 콘돔을 끼지 아니한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고는 유사성교행위를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인으로서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전파매개행위를 하였다.”라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제청법원은 재판계속 중 2019. 12. 4.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제25조 제2호에 대하여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된 것, 이하 ‘에이즈예방법’이라 한다) 제19조, 제25조 제2호(이하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된 것)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5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제19조를 위반하여 전파매개행위를 한 사람

[관련조항]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감염인”이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말한다.

2. “후천성면역결핍증환자”란 감염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 특유의 임상증상이 나타난 사람을 말한다.

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1987. 11. 28. 법률 제3943호로 제정되고, 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 감염자는 다음 각 호의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행하는 성행위

2.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행위

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유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심판대상조항이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전파매개행위’는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 이외에 어느 행위까지를 금지하는지 불분명하며, 전파매개행위의 대상을 ‘체액’이라고만 하고 있어 질 분비액이나 정액 외에 요도구선액(쿠퍼액), 땀, 침 등 어느 범위까지의 물질이 전파매개 금지의 대상이 되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심판대상조항은 ‘전파매개행위’라는 불분명한 표지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일체의 성행위 또는 그 시도 및 일련의 과정에 이르는 행위 모두를 금지시킴으로써 타인을 감염시킬 우려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접촉을 동반한 인간적 관계들을 모두 포기하게 만든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다. 평등원칙 및 형벌체계상의 균형 위반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으로 벌금형이 없는 징역형만 두고 있으므로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게 한다. 또한, 결핵예방법에서는 감염인이 업무종사 일시 제한(결핵예방법 제13조), 입원명령(제15조), 면회 제한(제15조의3)을 위반하면 벌금형으로도 처벌되는데(제31조 내지 제33조), 결핵의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정도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정도를 비교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 및 형벌체계상의 균형에도 위배된다.

4.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실태 및 이에 관한 제도 개관

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실태

우리나라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하 ‘감염인’이라 한다)으로 새로이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인원은 1995년 114명, 2000년 244명, 2003년 592명, 2008년 900명, 2013년 1,114명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왔고, 이후에도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1천명이 넘는 신규 감염인이 발생하고 있다(2014년 1,191명, 2015년 1,152명, 2016년 1,197명, 2017년 1,190명, 2018년 1,206명, 2019년 1,222명, 2020년 1,016명, 2021년 975명, 2022년 1,066명, 질병관리청 HIV/AIDS 신고현황 연보 참조). 2020년을 기준으로 생존하고 있는 내국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은 총 14,538명으로 파악되며, 그 중 남자가 93.5%(13,589명)이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파악된 사례들의 99.2%는 성접촉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에이즈계획(Joint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 약칭 ‘UNAIDS’)은 국제연합(UN) 산하 활동기구로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이하 약칭할 경우‘에이즈’라 한다)의 종식을 위하여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감염사실 인지ㆍ치료ㆍ바이러스 억제’가 각각 ‘95ㆍ95ㆍ95’(%)에 도달할 것을 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이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 감염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95%, 인지하고 있는 사람 중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이 95%,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혈중 농도가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억제된 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이 95%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 감염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62%로 추정되고 있어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2025년 목표인 ‘95%’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경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가, 치료의 적기인 감염 초기를 지나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에 비로소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감염사실을 인지한 후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에 있는지에 관한 비율은 각각 ‘95%’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고 추정될 정도로, 감염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대다수가 치료를 받고 있고 치료효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연구 성과

(1) 행위유형별 감염가능성 정도 규명

비감염인이 감염인과의 전파매개행위를 통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려면 ① 감염인의 혈액 또는 체액에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존재해야 되고, ② 이러한 혈액 또는 체액이 감염이 시작될 수 있는 부위(점막, 손상된 조직, 궤양)에 직접 접촉하여 비감염인의 혈액으로 전달되어야 하며, ③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비감염인의 면역체계를 능가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기관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약칭 CDC)에 따르면, 성행위라 하더라도 유형에 따라 감염가능성이 0.04%(질성교)에서 1.38%(항문성교)까지 차이가 있고, 그 중 구강성교는 감염확률이 극히 낮아 통계치를 기술할 수 없을 정도이다(CDC의 HIV Risk Behaviors, 2015년 자료 참조).

(2) 치료법의 개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감염인이 발견된 초기에는 치사율이 높았으나, 1990년대 중반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ntiretroviral therapy, 약칭 ART)이 개발ㆍ보급된 이후에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다. 즉,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감염인은 후천성면역결핍증의 발병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치료법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각종 치료제가 배합된 약을 매일 1알씩 복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약으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자체를 체내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어 감염인은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며, 중간에 잠시라도 복약을 중단하면 그동안 잠복했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왕성히 활동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있다. 치료제는 사람에 따라서는 각종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끼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3) 감염의 예방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에 따른 치료를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시행함으로써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양을 검출한계치 미만까지 억제한 상태에서는 예방조치 없는 성행위를 하더라도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드러난 공통된 결과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반영한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U=U 캠페인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미검출 = 미전파’(Undetectable = Untransmittable)를 내용으로 한다. 즉,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에 있는 감염인과 예방조치 없는 성접촉 등 전파매개행위를 하더라도, 그 상대방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감염인의 치료는 단지 감염인의 건강 유지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수단으로서도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의료전문가들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의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 및 입법연혁

1985년 우리나라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 처음으로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입증된 백신이나 치료약이 발견되지 않았다. 에이즈예방법은 1987. 11. 28. 법률 제3943호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예방하고 그 감염자를 보호 관리하기 위해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내용의 전파매개행위 금지 및 처벌조항을 포함하여 제정되었다. 위 법은 제정 당시에는 ‘1.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행하는 성행위, 2.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였다(제19조, 제25조 제2호). 같은 법 시행령은 위 제1호의 예방조치를 ‘콘돔의 사용’이라고 규정하였다(제23조).

2007. 2. 26. 국가인권위원회의 전파매개행위 처벌규정에 대한 폐지 권고를 계기로 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된 에이즈예방법은 제19조에서 제1호를 삭제하는 대신, 제2호는 유지하여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 그 후 ‘타인’을 ‘다른 사람’으로 한 자구 수정의 개정만 있은 채 심판대상조항의 실질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동일하게 유지되어 왔다.

라. 해외 입법례

미국 법무부는 2014년에 감염인의 처벌에 관한 주 입법의 개정을 권고하였다. 그 내용은 처벌대상을 ① 감염인이 성범죄를 범하였고 그 방법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감염가능성이 있는 행위인 경우, ② 성범죄가 아닌 행위일 때에는 감염시킬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해당 행위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로 국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과반수가 넘는 주들이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일본은 과거에 “감염자는 사람에게 에이즈 병원체를 감염시킬 우려가 현저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가 1999년 이를 폐지한 이래로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독일은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에 대한 특별처벌조항을 두고 있지 않지만 감염인의 콘돔 없는 성행위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형법상 위험한 상해미수죄(StGB 제224조 제2항, 제1항 제5호)로 처벌한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을 시행하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 결과 검출한계치 미만임이 입증된 경우에 무죄선고 또는 불기소처분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5.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감염인은 개인의 성생활과 같은 내밀한 사적 영역에서의 자유로운 행위가 제한되므로,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가 제한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성행위뿐 아니라 감염의 위험이 있는 다른 행위도 모두 금지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일반적 행동자유권 역시 제한된다.

한편,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는 행복추구권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나아가 제청법원은 결핵예방법상 결핵 감염인이 접객업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명령을 위반한 경우 등, 타인을 결핵에 감염시킬 위험성 있는 행위에 대한 형벌조항에서 벌금형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심판대상조항에서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두고 있는 것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매개행위를 다른 감염병의 전파매개행위와 차별취급한 것으로 평등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주장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평등원칙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6.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합헌의견

가. 심판대상조항의 해석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것이나,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법원에서의 확립된 해석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재판소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해석을 한 후 이를 전제로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참조).

(1) 보충적 해석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은 1987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관하여 매우 낮았던 과학적ㆍ의학적 이해 수준과 부족했던 치료기술, 바이러스의 감염경로와 감염가능성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제정된 이래 2차례에 걸쳐 자구 및 규정형식이 수정된 외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그 문언상으로는 약물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현재의 의학수준과 국민의 법의식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을 합헌적으로 해석ㆍ운영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2)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현재의 의학수준 등을 반영한 규범적 재평가의 필요성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정보 및 치료수준이 법 제정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만큼, 법과 정책에 있어서도 오늘날의 현실에 맞도록 현대화하고 성숙한 관점에 의한 해석이 필요하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라 하더라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 등의 치료를 받아 6개월 이상 혈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검출한계치 미만인 상태를 유지하면 전파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이므로 별다른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감염인과의 접촉이 곧 전파, 즉 상대방의 감염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의학적 치료를 통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에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행위로 인한 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은 이러한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콘돔을 사용한 성행위로 인한 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보다 더 낮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의 정도 및 체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한계치 미만으로의 억제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모든 성행위가 전파가능성 있는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정보 및 치료수준이 크게 발전된 오늘날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 행위의 가벌성 즉, 위험성 면에서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억제됨으로써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의 행위와 이러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콘돔 사용 등 예방조치를 한 감염인의 행위를 달리 규율할 이유도 없다.

(3)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은 공중의 건강 유지라는 사회적 법익뿐 아니라 감염인에 의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의 건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 보호도 목적으로 하는바, 비감염인인 일반 국민의 건강은 중대한 보호법익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법은 어디까지나 감염인이 지속적으로 복약지도에 따라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바 복약을 중단하거나 치료제의 실패 등으로 감염인의 체내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이상, 감염인과 성행위를 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성행위를 하였다가 나중에 알게 될 경우 자신도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통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감염인은 그 상대방이 자신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정확히 알고 스스로의 판단하에 성행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자신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이러한 전제가 갖추어져야만 비감염인의 건강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의학적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이라면 아예 처벌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감염인과 성행위를 하는 상대방으로서는 현재 감염인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검출한계치 미만인 상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과 불신, 극히 낮은 확률로라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우려, 일단 감염이 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난치병을 얻게 된다는 두려움 등으로 인해 선뜻 성행위에 응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상대방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물론,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감염인이 예방조치를 하고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예방조치를 한 성행위의 경우 상대방은 널리 통용되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방법의 예방조치로 자신의 건강을 지켰다는 인식하에 성행위를 하는 것인 반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는 성행위의 경우 감염인이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어 전파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은 감염인 자신만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상대방으로서는 이에 관한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행위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결과 감염인과 성행위를 한 상대방이 어떤 경위로든 자신의 성행위 대상자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예방조치를 하고 성행위를 한 사람에 비해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훨씬 더 클 것이며, 자신이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그 전까지는 적지 않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감염인이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상대방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감염인과 성행위를 할 것인지, 예방조치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미 실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을 해석ㆍ적용함에 있어서 감염인이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고지하였는지 여부를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기소 내지 처벌받은 전형적인 사례를 보면,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숨긴 채’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성접촉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외의 사례는 찾기 어렵다. 당해사건의 범죄사실 역시 ‘자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긴 채’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하였다는 것인바, 자신의 감염사실을 숨겼다는 것은 감염인이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았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의미까지 내포하는 것이다. 미국의 상당수 주에서도 자신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상황을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성행위 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고(플로리다 주 등 12개 주), 법문에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고지하고 미리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법 적용을 면제하는 주도 있다(뉴욕 주). 대만 역시 감염인이 자신의 감염사실을 숨기고 위험 성행위(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과는 별개로 감염인이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4) 심판대상조항의 악용가능성 방지

한편, 심판대상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ㆍ운영하면, 감염인은 자신이 감염인으로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상대방과의 합의하에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상대방의 신고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은 대부분 감염인과 성행위를 한 상대방의 신고로 이루어지는데, 자신의 성행위 대상자가 감염인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관계를 지속해 오던 사람이 추후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 심판대상조항 위반을 이유로 감염인을 고소하는 등 이를 협박의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

(5) 소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를 제외하여 이러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을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함을 전제로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의 의의와 기준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16. 11. 24. 2015헌가29 참조). 그러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적용대상자와 금지되는 행위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9. 9. 24. 2007헌마949 참조).

(2)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은 체액을 통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이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체액’이란 사전적으로는 체내에 있는 액체를 의미하므로 그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다. 그러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하는 ‘체액’이란 타인에게 감염을 일으킬 만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가진 체액으로 한정됨이 명확하고, 수범자로서는 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나) ‘전파매개행위’는 사전적 의미로 ‘둘 사이의 관계를 맺고 전하여 널리 퍼뜨리는 행위’를 지칭하여 상당히 넓은 범위의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금지 및 처벌하고자 하는 ‘전파매개행위’는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국한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전파매개행위’라는 용어가 온갖 행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하여 실무상 감염인의 일상적인 신체적 접촉까지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또한 과거에는 콘돔 사용의 예방조치를 취한 성행위는 금지 및 처벌대상에서 제외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가(구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구 에이즈예방법 시행령 제23조 참조), 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된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2008. 9. 3. 대통령령 제20987호로 개정된 에이즈예방법 시행령 제23조에서 그러한 규정이 삭제되었다. 그러나 명시적인 제외규정이 없는 지금도 여전히 감염인이 성행위를 하면서 콘돔을 사용한 경우에는 전파매개행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대방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수 있는 추상적 위험이 없다고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전파매개행위는 체액이 전달되는 성행위로서 콘돔 사용 등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모유수유, 혈액이 전달되는 오염된 주사바늘이나 의료 기구 사용, 수혈, 혈액제제 투여 등과 같이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만 한정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다) 한편,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에 있는 감염인의 경우 체액의 전달을 통해서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다만, 비감염인의 건강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감염인과 성행위를 하는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학적 치료를 받아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지 않고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에서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라)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체액’, ‘전파매개행위’에 해당되는 물질 또는 행위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법 집행기관에 의한 자의적 해석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금지 및 처벌되는 행위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지금까지의 의학기술로는 완치가 불가능하여 평생 약을 매일 복용하는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신규 감염인 신고 건수는 2013년 이후에는 매년 1천 명을 넘고 있다(2021년 제외). 일단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뒤에는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신규 신고 되는 만큼 감염인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생존하고 있는 감염인의 숫자는 누적되어 14,000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위험이 있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2) 수단의 적합성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감염인으로 하여금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소지가 있는 행위를 자제하게 하고, 콘돔 착용 등 예방조치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이 처방한 치료법을 이행하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파매개행위의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미리 알리게 하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만을 제한하므로, 타인의 신체 내부로의 혈액 또는 체액 전달이 일어나지 않아 타인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경우와 같은 일상적인 신체적 접촉은 금지 및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정도의 행위 제한은 감염인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서도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또한, 본인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성행위를 한 뒤에야 비로소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성행위 당시에는 전파매개행위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설령 상대방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하여도 심판대상조항의 금지 및 처벌대상은 아니다.

(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범죄가 아니고, 심판대상조항 역시 감염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염인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 타인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하면서 예방조치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가벌성이 있다고 보아 처벌하려는 것이다. 이는 전파매개행위의 상대방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된 뒤에는 완치가 불가능하여 이를 돌이킬 수 없다는 특성상, 상대방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법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실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상대방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과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예방조치 없이도 성행위를 할 수 있다. 물론 감염인으로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상대방의 건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지 않고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가피하며, 그 외에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림으로써 부정적 인식이나 낙인 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는, 심판대상조항의 폐지를 통하여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감염 원인ㆍ예방 및 치료 방법ㆍ이를 통한 감염가능성 제거 등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 개선 교육과 홍보, 직장ㆍ사회에서의 차별금지 강화 등 다방면의 보호ㆍ지원조치를 강구함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라)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 가능한 법정형의 종류에는 벌금형이 없으나, 징역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1월부터 3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고,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되면 완치가 불가능하여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감염 피해의 심각성,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책임에 비하여 형벌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4) 법익의 균형성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더라도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따르고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피해는 건강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라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위해는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사전에 철저히 예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감염인의 생활 전반에 대하여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과거 에이즈예방법에 존재하였던 감염인에 대한 보호조치라는 명목하에 있었던 격리 및 강제치료가 폐지된 현재로서는, 국민의 건강이라는 법익을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형벌을 통하여 상대방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감염인에게는 자유로운 방식의 성행위가 금지되므로 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감염인과의 성행위로 인하여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하여야 하고 그에 부수되는 각종 인체상 부작용을 감내하여야 하는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상대방의 건강권 보호와,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제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헌법적 보호필요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

무릇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침해를 억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과 같은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약되는 것에 비하여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5)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7.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일부위헌의견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16. 11. 24. 2015헌가29 참조). 그러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적용대상자와 금지되는 행위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9. 9. 24. 2007헌마949 참조).

(2) ‘체액’이란 사전적으로는 체내에 있는 액체를 의미하므로 그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다. 그러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하는 ‘체액’이란 타인에게 감염을 일으킬 만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가진 체액으로 한정됨이 명확하고, 수범자로서는 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3) ‘전파매개행위’는 사전적 의미로 ‘둘 사이의 관계를 맺고 전하여 널리 퍼뜨리는 행위’를 지칭하여 상당히 넓은 범위의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금지 및 처벌하고자 하는 ‘전파매개행위’는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국한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전파매개행위’라는 용어가 온갖 행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하여 실무상 감염인의 일상적인 신체적 접촉까지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전파매개행위에는 체액이 전달되는 성행위, 모유수유, 혈액이 전달되는 오염된 주사바늘이나 의료 기구 사용, 수혈, 혈액제제 투여 등과 같이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만 한정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4)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이나 전파매개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예외를 규정하거나 금지 및 처벌의 범위를 한정하는 표지를 두고 있지 않다. 법원은 감염인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한계치 미만으로 검출되었다는 검사결과가 제출되었더라도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자신의 감염상태를 알고 있는 감염인에 대해서 치료 이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

(5)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체액’, ‘전파매개행위’에 해당되는 물질 또는 행위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법 집행기관에 의한 자의적 해석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수범자의 입장에서 어느 행위가 금지되거나 허용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위험이 있는 행위를 금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감염인으로 하여금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소지가 있는 행위를 자제하게 하거나, 콘돔 착용 등 예방조치를 하게 함으로써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 효과가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이나 전파매개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예외를 규정하거나 금지 및 처벌의 범위를 한정하는 표지를 두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심판대상조항은 자신의 감염상태를 알고 있는 감염인이라면 치료 이력을 고려하지 않고 그의 전파매개행위를 일률적으로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 등의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아 오고 있어 체내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방조치가 없는 전파매개행위를 하더라도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 것이 의학계의 집적된 연구결과이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감염인이 의료인이 처방한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 그의 혈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농도가 검출한계치 미만인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전파매개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는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는 전파매개행위까지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감염인이 위와 같은 치료를 받아왔음이 증명되어 의학적으로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경우에도 감염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자신의 감염상태를 알고 있는 감염인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전파매개행위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방식은 정작 보건정책적 효과가 낮다. 감염인들 중에서는 자신의 감염사실을 아는 이상 본인의 생존을 위해 치료를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므로 그에 따라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가능성 역시 관리될 수 있는 반면, 정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는 주로 본인의 감염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치료를 받지 못한 시기에 있는 사람들의 성행위 등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각국의 감염인에 대한 형사처벌 위주의 대응방식 개정을 촉구하고 에이즈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미검출 = 미전파’ [U=U(Undetectable = Untransmittable)]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게다가 연구결과에 의하면, 치료를 통해 체내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억제된 상태에서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성행위를 통해 바이러스가 타인에게 전파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던 반면, 콘돔 사용은 콘돔을 잘 착용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전파 예방률이 약 8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40년 전인 1984년경 에이즈 질환과 그 원인 바이러스가 처음 밝혀졌을 당시에는 치료제가 없었고 콘돔 사용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한 유일한 예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에이즈의 발병 없이 면역력을 유지하는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치료를 통한 감염인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억제 상태 유지가 콘돔의 사용보다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전파 예방에 더욱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치료가 곧 예방’이라는 의학적으로 확립된 개념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이 감염인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입법목적 달성에 더욱 효과적인 대안이 된다.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은 전파매개행위의 금지 및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법률에 명시하면, 감염인에게는 타인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 없는 상태를 유지할 동기와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감염인이라 하여 늘 타인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고, 이는 감염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감염인이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의 전파매개행위를 모두 처벌하면, 이를 근거로 사람들은 감염인이기만 하면 언제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 이는 치료를 받고 있는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오명 내지는 낙인을 찍는 것으로 그로 하여금 더 이상의 공동체생활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유가 된다.

즉,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지난 30년간 축적된 에이즈 연구에 따라 규명된 보다 정확한 의ㆍ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규범의 확립일 뿐 아니라 성실한 치료 이행을 유도하고 바이러스 검사의 권유가 용이해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므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라) 다른 나라도 이러한 의학적으로 확립된 개념을 입법 또는 사법판단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2018년 새로 도입한 공중보건법(Healthy & Safety Code)에서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에 국한되지 않고 감염병 일반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ㆍ처벌하되,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은 타인을 감염시킬 의도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따라서 그의 전파매개행위는 처벌대상에서 면제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독일은 과거에 감염인의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행위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형법상 위험한 상해미수죄로 처벌한 사례가 상당수 있었으나, 근래에는 감염인의 체내 바이러스가 검출한계치 미만인 경우 검찰에서 위험한 상해미수죄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하거나, 무죄를 선고하는 법원 판결이 증가하고 있다.

(마)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가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으로서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감염인이 의료진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이행하여 체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검출한계치 미만의 수치로 존재한다는 검사결과가 제출된 경우에도 일관되게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감염인이나 전파매개행위에 대하여 치료 이력을 고려하는 등 어떠한 예외를 인정하거나 금지 및 처벌의 범위를 한정하는 표지를 두고 있지 않고,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일률적으로 처벌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처방한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경우 콘돔 사용 등의 예방조치 없이도 전파매개행위를 통해 타인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음은 의ㆍ과학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인바, 이러한 경우도 금지 및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행사이다.

(바) 감염인의 치료는 통상 약을 매일 복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감염인이 받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는 4∼6개월에 한번 정도로 행해져 시간적 간격이 길기 때문에, 특정 시점인 전파매개행위 당시에 감염인이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타인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사실을 아는 감염인에게 적용되므로 실무상으로는 대부분의 경우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확진을 받아 질병관리청에 신고되어 관리를 받는 감염인의 행위가 문제될 것이다. 감염인이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발병할 수 있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은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감염인이 의료진이 처방한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 할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 감염사실을 인지한 후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에 있는 비율은 각각 ‘95%’에 상당히 근접하다고 파악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의료진의 처방을 받았음에도 복약지시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는 등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상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에 따른 치료를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시행함으로써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양을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억제한 상태에 있으면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고, 감염인이 이와 같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객관적 자료, 예컨대, 정기적 진료 기록, 혈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 기록, 치료제 처방 이력, 진료한 의사에 대한 의견 조회 등을 통해 일응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사)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전부 금지 및 처벌하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감염인 중에서도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까지도 예외 없이 전부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포함함으로써,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이들의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 방지 효과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 중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는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8.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가 합헌의견이고,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가 심판대상조항 중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는 부분’은 위헌이라는 의견으로, 일부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여 합헌을 선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