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5. 27. 2019헌가19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6조 위헌제청
[2021. 5. 27. 2019헌가19]
판시사항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자격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6조 중 ‘만 20세 이상’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국민참여재판법상 배심원의 최저 연령 제한은 배심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으로, 배심원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시기를 전제로 한다.
배심원의 역할은 형사재판에서 직접 공무를 담당하는 직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심원의 자격을 갖추는 데 요구되는 최저한의 연령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법적 행위능력을 갖추고 중등교육을 마칠 정도의 최소한의 지적 이해능력과 판단능력을 갖춘 연령을 기초로 하되, 중죄를 다루는 형사재판에서 평결 및 양형의견 개진 등의 책임과 의무를 이해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쌓는 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등도 충분히 요청될 수 있다.
배심원으로서의 권한을 수행하고 의무를 부담할 능력과 민법상 행위능력, 선거권 행사능력, 군 복무능력, 연소자 보호와 연계된 취업능력 등이 동일한 연령기준에 따라 판단될 수 없고, 각 법률들의 입법취지와 해당 영역에서 고려하여야 할 제반사정, 대립되는 관련 이익들을 교량하여 입법자가 각 영역마다 그에 상응하는 연령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와 배심
원의 권한 및 의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만 20세에 이르기까지 교육 및 경험을 쌓은 자로 하여금 배심원의 책무를 담당하도록 정한 것은 입법형성권의 한계 내의 것으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려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할 때, 배심원으로서 권한행사 및 책임부담이 가능한 최소한의 능력이 인정된다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배심원 자격을 부여함이 타당하다.
배심원으로서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민법상 행위능력 유무가 일차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제정될 때 배심원 연령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것도 당시 민법상 행위능력이 인정되는 성년연령과 일치시킨 결과였으므로, 2011년 성년연령이 만 19세 이상으로 개정된 이상 배심원 연령만을 그대로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2020년에는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개정되었는데,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능력이 인정된다면 배심원으로서 최소한의 능력도 인정된다는 점, 배심원을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하면서 선거인명부에서 선정하도록 하는 국가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만 18세에게 배심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 역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만 20세 미만의 국민, 특히 만 19세 및 만 18세의 국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취급 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16조 중 ‘만 20세 이상’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공직선거법(2020. 1. 14. 법률 제16864호로 개정된 것) 제15조 제1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12조, 제13조, 제41조 제1항 제1호, 제46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58조, 제60조 제1항 제1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12. 1. 17. 법률 제11155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근로기준법 (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5조
근로기준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된 것) 제64조
민법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4조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참조판례
헌재 1997. 6. 26. 96헌마89, 판례집 9-1, 674, 683
당사자
제청법원수원지방법원
당해사건수원지방법원 2018고합549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주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16조 중 ‘만 20세 이상’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당해사건 피고인은 2018. 10. 24.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죄로 기소된 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당해사건 재판부는 본안 사건을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에서 정한 공판준비절차에 부친 후 같은 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여 종결한 다음, 배심원의 자격을 만 20세 이상의 국민으로 제한한 국민참여재판법 제16조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16조 중 ‘만 20세 이상’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을 위반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2007. 6. 1. 법률 제8495호로 제정된 것)
제16조(배심원의 자격)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된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자격 요건 중 연령 요건은 공직선거법상 선거권 연령과 동일한 관점에서 접근, 규정되어야 한다. 국민은 18세 내지 19세가 되면 선거권을 가지고, 병역의 의무, 근로의 의무 등을 부담하는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으로 선정될 수 있는 자격도 이에 상응하게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참여재판법 시행 당시 배심원 자격은 민법상 성년 규정을 배심원 자격의 적극 요건으로 삼았는데, 이후 민법이 개정되어 성년이 20세에서 19세로 바뀌었으므로 이 점이 반영되어야 하며, 외국 주요 국가도 대부분 배심원의 자격을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다른 법률에서 권리 또는 의무를 가지는 만 20세 미만의 국민을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만 20세에 이르지 못한 국민은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없으므로, 이들과 만 20세 이상의 국민 사이에 차별취급이 발생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연령을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하 심판대상조항이 배심원의 최저 연령기준을 만 20세로 정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이어서 입법형성권의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차별취급의 합리성 여부
(가) 입법재량의 영역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는 국가의 역사와 전통, 문화, 국민의 법감정 및 공감대, 정치상황, 관습 등 역사적 전통과 정치‧문화‧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발전되는 것으로(헌재 2015. 7. 30. 2014헌바447 참조), 해당 제도하에서 배심
원의 구체적인 역할, 권리, 의무와 사법참여제도의 역사, 취지, 그 밖에 전반적인 형사사법제도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배심원의 자격 중 하나인 최저 연령기준을 정할 수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각국의 사법참여 역사 및 제도 설계에 따라 배심원의 최저 연령기준이 18세에서 25세까지 다양하게 규정되어 있고, 그 밖에 다양한 자격기준이나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배심원의 권한 및 의무
국민참여재판법상 배심원의 최저 연령 제한은 배심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으로, 배심원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시기를 전제로 한다.
국민참여재판법상 배심원은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거나 합의부에서 심판할 것으로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 등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서 정한 합의부 관할 사건 등에 참여하고(제5조 제1항), 대상사건의 내용에 따라 5인, 7인 또는 9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서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제13조, 제12조 제1항).
이러한 배심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심원은 피고인ㆍ증인에 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하여 줄 것을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제41조 제1항 제1호), 변론이 종결된 후, 배심원들은 재판장으로부터 공소사실의 요지와 적용법조,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증거능력, 그 밖에 유의할 사항 및 증거의 요지에 관하여 설명을 들은 후 유ㆍ무죄에 관하여 평의하고 평결하여야 한다(제46조 제1항, 제2항). 배심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에 따라 평결하나, 배심원 과반수의 요청이 있으면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제46조 제2항). 배심원은 유ㆍ무죄에 관하여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평결을 하기 전에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이 경우 유ㆍ무죄의 평결은 다수결의 방법으로 한다(제46조 제3항). 평결이 유죄인 경우 배심원은 재판장으로부터 처벌의 범위와 양형의 조건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하여 토의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다(제46조 제4항).
한편 국민참여재판법은 배심원에 대하여 법령을 준수하고 독립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며,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재판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의무를 부과하면서(제12조 제2항, 제3항), 법원의 출
석 통지를 받은 배심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지 아니할 때에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제60조 제1항 제1호), 배심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8조).
(다) 연령기준의 검토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배심원의 권한과 의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정도의 정신적ㆍ육체적 능력을 갖춘 연령으로 만 20세 이상을 정하고 있다. 사법참여제도를 형성함에 있어서 배심원의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최저 연령의 설정이 입법자의 몫이라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만 20세에 이르지 못한 국민의 배심원 참여가 제한되어 그들과 만 20세 이상의 국민 사이에 차별취급이 발생하므로, 입법자가 배심원 후보군에서 만 20세 미만의 사람을 제외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아니한 자의적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은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합의부 관할 사건 등 중죄를 다루는 사건이고, 이러한 사건에서 배심원은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판단 기준과 절차를 이해하고 그에 관하여 다른 배심원과 평의하고 평결할 것이 요청되며, 양형에 관하여도 판사와 토의하고 의견을 개진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의 역할은 형사재판에서 직접 공무를 담당하는 직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심원의 자격을 갖추는 데 요구되는 최저한의 연령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법적 행위능력을 갖추고 중등교육을 마칠 정도의 최소한의 지적 이해능력과 판단능력을 갖춘 연령을 기초로 하되, 중죄를 다루는 형사재판에서 평결 및 양형의견 개진 등의 책임과 의무를 이해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쌓는 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등도 충분히 요청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국민참여재판법 제정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단계에서 배심원의 자격을 선거권 부여 연령(당시 만 19세)과 동일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었으나 법안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입법자는 공무담당자를 선출하는 선거권과 공무를 담당하는 직책인 배심원의 자격요건을 의도적으로 구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와 배심원의 권한 및 의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만 20세에 이르기까지 교육 및 경험을 쌓은 자로 하여금 배심원의 책무를 담당하
도록 정한 것은 입법형성권의 한계 내의 것으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라) 다른 법률상 연령 규정과의 비교
만 20세 미만인 사람에게도 권리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다양한 법률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만 18세의 국민은 공직선거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선거권을 가지고, 근로기준법 제64조, 제65조에 따라 취업이 가능하며, 병역법 제8조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만 19세의 국민은 민법 제4조에 따라 성년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에 있어서 배심원으로서의 권한을 수행하고 의무를 부담할 능력과 선거권 행사능력, 군 복무능력, 연소자 보호와 연계된 취업능력 등이 동일한 연령기준에 따라 판단될 수 없고, 각 법률들의 입법취지와 해당 영역에서 고려하여야 할 제반 사정, 대립되는 관련 이익들을 교량하여 입법자가 각 영역마다 그에 상응하는 연령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다. 다른 법률들이 그 입법취지에 따라 만 20세 미만인 사람에게도 해당 법률이 정하고 있는 능력 등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여 배심원 연령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민법상 행위능력이 인정되는 성년의 연령이 만 19세로 하향 조정되었으므로 그에 따라 배심원의 최저 연령도 조정할지 여부를 고려할 수는 있겠으나, 민법상의 행위능력은 자신의 책임 있는 행위로 법적 효과를 발생케 하는 능력으로 행위능력 없는 자의 보호와 거래의 안전 등이 행위능력제도의 주된 목적인 점에 비추어 보면(헌재 1997. 6. 26. 96헌마89 참조), 형사재판에서 적극적으로 공무를 담당할 배심원의 최저 연령을 정함에 있어서 민법상 성년 연령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또한 선거권 행사에 요구되는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배심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은 그 내용에서 구분되므로, 양자를 반드시 일치시켜야 할 논리적 연관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3)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는 데 그 취지가 있다(국민참여재판법 제1조 참조). 따라서 배심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부담할 최소한의 능력만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양한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배심원의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가 최대한 대변될 수 있도록 할 것이 요청된다. 일정 연령의 사람에 대하여 배심원으로서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입법자가 그보다 높게 배심원 연령을 정하였다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지만(국민참여재판법 제12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국민의 상식과 경험을 재판절차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별한 법적 전문성이나 고도의 판단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배심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민법상 행위능력, 즉 자신의 책임 있는 행위로 법적 효과를 발생케 하는 능력의 유무가 일차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민법상 성년연령에 이른 자라면, 위와 같은 배심원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입법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에서 배심원 연령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2007년 국민참여재판법 제정 당시의 민법상 성년연령에 일치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후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성년연령이 만 19세 이상으로 변경된 이상,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연령만을 만 20세 이상으로 그대로 유지시킬 합리적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민법 개정 후 2014년 정부 제출안을 포함하여, 배심원 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변경함으로써 현행 민법상 성년연령과 일치시키려는 국민참여재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심사되어 오고 있기도 하다.
다. 나아가 민법상 성년연령에 이르지 않은 자라고 하더라도, 개별법령에서 일정한 공무를 수행할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들 역시 존재한다. 가령, 지원에 의한 군복무가 인정되는 연령(병역법 제20조 제1항), 8급 이하 일반직이나 기능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연령(공무원임용시험령 제16조 제1항 제2호, 군무원인사법 시행령 제24조 제3항 제1호 나목, 법원공무원규칙 제62조 제2항 제2호 등) 등은 모두 만 18세 이상으로 되어 있다. 비록 위 법령
들과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이나 보호법익이 다르지만, 적어도 만 18세 이상의 국민은 국가와 사회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신적ㆍ육체적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인정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배심원이 공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만 18세인 국민에게 배심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선거권 연령은 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될 당시 만 20세 이상이었다가, 교육기회가 확대되고 언론매체 등의 발달로 인해 국민의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 연령이 하향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2005. 8. 4. 법률 제7681호에 의해 만 19세 이상으로 개정된 뒤(헌재 2013. 7. 25. 2012헌마174 참조), 2020. 1. 14. 법률 제16864호에 의해 만 18세 이상으로 다시 한 번 개정되었다(공직선거법 제15조 제1항 참조).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인정된다면, 배심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부담하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배심원의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선거인명부에서 배심원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사례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만 20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배심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국민, 특히 만 19세 및 만 18세의 국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취급 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배심원 연령에 관한 하한기준 자체가 사라지게 되어 오히려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입법자로 하여금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배심원의 구체적인 역할, 권리, 의무와 사법참여제도의 역사, 취지, 그 밖에 전반적인 형사사법제도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개선입법을 하도록 함이 타당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