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0. 2. 27. 2017헌바420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구 형사소송법 제434조 제2항 위헌소원
[2020. 2. 27. 2017헌바420]
판시사항
동일한 이유로 다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 제2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재심절차가 진행되어 그 청구 이유에 관한 실체적 판단이 한번 이루어진 경우, 확정된 결정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동일한 재심 이유에 대해 반복적으로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막아 사법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사실상 주장이 동일한 이상, 청구인이 법률상 주장을 달리하여 재심을 재차 청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법률해석에 관한 이견이나 하급심 법원 간 법 해석의 통일성은 대법원으로 수렴되는 즉시항고절차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 제2항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제37조 제2항
헌법재판소법(2014. 5. 20.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 제1항
당사자
청 구 인 육○○
대리인 법무법인 서울
담당변호사 이윤희
당해사건 대법원 2017모760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주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에 대한 대구지방법원 2008고단3957 간통 등 사건에서, 청구인의 2006. 3.경 및 2007. 11. 초순경의 간통행위에 대하여 유죄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이 선고되었고, 그 유죄판결은 항소심(대구지방법원 2009노156)을 거쳐 2009. 5. 27. 확정되었다.
나.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8. 10. 30.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 및 그와의 상간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던 구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가(2007헌가17등), 그 견해를 변경하여 2015. 2. 26.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2009헌바17등).
다. 이에 청구인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 근거하여 대구지방법원 2016재고단33호로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이하 ‘1차 재심청구’라 한다), 위 법원은 2016. 5. 18. ‘구 형법 제241조에 관한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종전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날인 2008. 10. 31.부터 효력을 상실하는데, 유죄로 확정된 청구인의 간통행위는 그 효력 상실일 이전의 행위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의 재심청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1차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고, 제1차 재심청구 기각결정은 청구인이 불복하지 않아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그 후 대법원은 2016. 11. 10.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이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같은 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을 적용한 유죄의 확정판결을 의미하므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같은 조 제3항 단
서에 의하여 종전의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 그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날 이후에 유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비록 범죄행위가 그 이전에 행하여졌다 하더라도 그 판결은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해당한다고 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결정하였다(대법원 2016. 11. 10. 2015모1475 결정).
마. 이에 청구인은 위 대법원 결정을 근거로 1차 재심청구 기각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재심대상판결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로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다시 재심청구를 하였다(이하 ‘2차 재심청구’라 한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은 동일한 이유로 인한 재심청구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34조 제2항에 따라 2017. 1. 20. 청구를 기각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6재고단87호). 청구인은 즉시항고하였으나 법원이 2017. 3. 6. 기각하자(대구지방법원 2017로27) 대법원에 재심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제기하고(대법원 2017모760, 이하 ‘당해사건’이라 한다), 형사소송법 제434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대법원은 사실상 주장이 동일하면 법률상 주장이 다르더라도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는바, 청구인은 법령해석에 관한 주장을 추가하고 있을 뿐 새로운 사실상 주장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는 동일한 이유로 다시 재심을 청구한 것에 해당한다며 당해사건을 기각하고(2017. 9. 14. 대법원 2017모760),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하였다(2017. 9. 14. 2017초기303). 이에 청구인은 2017. 9.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심판대상을 ‘구 형사소송법(2016. 5. 29. 법률 제14179호로 개정된 것) 제434조 제2항’으로 표시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제정 이래 현재까지 그 내용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동전) ② 전항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누구든지 동일한 이유로써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34조(동전) ① 재심의 청구가 이유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법(2014. 5. 20.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 ①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羈束)한다.
②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④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⑤ 제4항의 재심에 대하여는「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부당하게 재심을 제한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함은 물론 범죄전력을 가지게 하므로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심의 자유, 명예권과 인격권을 침해한다.
청구인과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대법원 2015모1475 결정 이후에 재심을 청구한 자만 인용되고 그 전에 청구한 자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다시 재심청구를 할 수 없어 재심이 인용되지 못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법원의 법리오해로 인하여 청구인의 재심청구가 기각되었는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다시 재심청구를 하지 못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심을 받을 권리, 즉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형사소송법상 재심제도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를 말한다. 재심은 재심이유의 유무를 심사하여 다시 심판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재심개시절차와 그 이후의 재심심판절차의 2단계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재심은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구체적인 재심이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밖에 특별법상의 재심이유도 있는데, 이 사건에서 적용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도 그 중 하나이다.
법원은 재심청구가 부적법한 경우, 즉 재심청구가 법률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청구권의 소멸 후인 것이 명백한 때에는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33조). 또한, 재심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34조 제1항). 여기서 ‘재심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라 함은 재심청구인이 재심청구 이유로 삼은 사유가 법에서 정한 재심청구사유에 해당하나 심리한 결과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434조 제1항에 따른 기각 결정이 있는 때에는 누구든지 동일한 이유로써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434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433조에 의한 재심청구 기각결정이 형식적 재판인 것과 달리 형사소송법 제434조 제1항에 의한 재심청구 기각결정은 재심청구인이 주장하는 재심청구이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확정한 실체적 재판이므로 그 재판에 기판력이나 내용적 확정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동일한 이유에 의한 재심청구를 금지하고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재심기각결정이 있는 경우 동일한 이유로 하여서는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제한하고 있는 기본권은 재심을 재차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내용이라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청구인은 동일한 사실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15모1475 결정 전에 재심을 청구한 청구인은 재심이 기각된 반면, 위 대법원 결정 이후에 재심을 청구한 자들은 재심이 인용되었는바, 이는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는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을 달리 해석 적용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차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재심을 제한하여 청구인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양심의 자유, 명예권,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청구인의 주장은 결국 재심청구의 제한을 다투는 것으로서 재판청구권의 침해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에 관하여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2)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재심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되어 기각결정이 있는 때에는 동일한 이유로써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심절차가 진행되어 그 청구 이유에 관한 실체적 판단이 한번 이루어진 경우, 확정된 결정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동일한 재심 이유에 대해 반복적으로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막아 사법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은 재심청구가 이유 없어 기각 결정이 있은 경우 동일한 이유로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여 동일한 재심청구를 차단하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한 수단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법원은 재심청구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청구인의 사실상의 주장에는 구속되지만 법률상의 주장에는 구속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 말하는 ‘동일한 이유’는 ‘동일한 사실상 주장’을 뜻한다. 따라서 새로운 증거나 사실관계 등이 제시되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사실상 주장이 동일하다면 법률상 주장이 어떠하든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특정 법률 해석⋅적용에 관한 상급심과 하급심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기초는 동일하고 법률 해석만 다른 경우에 해당하여 재심이 재차 허용되는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권리 구제의 측면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가 다소 불합리해 보일 수 있다. 상급심에서 법리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구제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특정한 법률 해석이 확립되기 전 동일한 법률을 달리 해석하여 적용한 하급심 판결이 재심을 허용해야 할 만큼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법률 해석에 관한
이견이나 법원 간 법 해석의 통일성은 대법원으로 수렴되는 즉시항고절차를 통하여 해결할 문제로서 다툼의 기회는 개방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재심의 반복적 허용은 법률관계를 계속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하여 법적 안정성의 도모라는 형사재판 기능을 형해화하고 사법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방해할 것이므로 이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에 형사소송법이 구체적 정의를 위한 법적 안정성의 후퇴를 1회에 한정하고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하여서는 재차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한편, 위와 같이 동일한 사실상의 주장에 기인한 재심 기회는 1회에 한정되나, 형사소송법은 민사소송법과 달리 재심 청구기간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심사숙고 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재심기각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437조), 법원의 재심기각결정에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항고와 같은 불복 절차를 통하여 충분히 구제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재심결정의 확정 이후에 재차 동일한 사실상 주장에 관한 재심을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재심청구권이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사실관계가 동일한 이상, 법리오해를 이유로 한 재차 재심청구는 할 수 없으나, 법원의 법리해석에 대한 무의미한 불복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법자원의 낭비를 방지하는 공익은 매우 크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한다.
(라) 소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5. 결 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