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2. 25. 2017헌바222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식품위생법 제95조 제1호 등 위헌소원
[2021. 2. 25. 2017헌바222]
판시사항
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식품의 사용기준을 정하여 고시하고, 고시된 사용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ㆍ처벌하는 구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 본문 제1호 중 ‘식품의 사용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부분, 식품위생법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 구 식품위생법 제95조 제1호 가운데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이하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식품의 사용기준에 관한 사항은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위임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수범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할 내용이 위생상의 위해 방지,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 도모,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 제공 등의 관점에서 각 식품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사용방법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유통되는 식품으로 인하여 생기는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식품을 구입ㆍ섭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보건을 증진하려는 공익은 중대하다. 식품의 섭취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건강이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매우 어렵거나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심판대상조항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식품의 범위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그 사유 역시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고, 심판대상조항들이 정하고 있는 법정형 또한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식품위생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고, 2016. 2. 3. 법률 제14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본문 제1호 중 ‘식품의 사용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부분
식품위생법(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
구 식품위생법(2013. 7. 30. 법률 제11986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2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5조 제1호 가운데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5조, 제37조 제2항, 제40조, 제75조, 제95조
식품의 기준 및 규격(2015. 2. 3.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5-4호)
참조판례
가. 헌재 2016. 3. 31. 2014헌바382, 판례집 28-1상, 388, 395-396 헌재 2016. 10. 27. 2015헌바360등, 판례집 28-2상, 632, 640-641 헌재 2019. 11. 28. 2017헌가23, 공보 278, 1213, 1215 헌재 2019. 11. 28. 2017헌바449, 공보 278, 1249, 1252-1253 헌재 2020. 12. 23. 2017헌바463등, 공보 291, 76, 82-83
나. 헌재 2016. 10. 27. 2015헌바360등, 판례집 28-2상, 632, 643 헌재 2017. 10. 26. 2017헌바166, 판례집 29-2하, 79, 83 헌재 2018. 8. 30. 2017헌바368, 판례집 30-2, 354, 357
당사자
청 구 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오승준
당해사건 의정부지방법원 2016노3017 식품위생법위반
주문
구 식품위생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고, 2016. 2. 3. 법률 제14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본문 제1호 중 ‘식품의 사용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부분, 식품위생법(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 및 구 식품위생법(2013. 7. 30. 법률 제11986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201호로 개정되어 2016. 2. 4. 시행되기 전의 것) 제95조 제1호 가운데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5. 8. 20.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분류한 생녹용을 그 사용기준에 위반하여 녹용차 용도의 식품으로 판매하여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6. 10. 20.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16고정686).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고(의정부지방법원 2016노3017), 항소심 계속 중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 및 제4항, 제95조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의정부지방법원 2017초기455), 2017. 4. 28. 항소 및 위 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7. 5.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 및 제7조 제4항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 단서는 식품첨가물 중 기구 및 용기ㆍ포장을 살균ㆍ소독하는 데에 쓰여서 간접적으로 식품으로 옮아갈 수 있는 물질에 관한 규정으로 당해사건과 무관하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또한 청구인은 생녹용을 사용조건에 위배하여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므로,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 본문 제1호 중 ‘식품의 사용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부분 및 식품위생법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하며, 처벌조항인 식품위생법 제95조 제1호 역시 당해사건에 적용된 부분으로 심판대상
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구 식품위생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고, 2016. 2. 3. 법률 제14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본문 제1호 중 ‘식품의 사용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사용기준조항’이라 한다), ② 식품위생법(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③ 구 식품위생법(2013. 7. 30. 법률 제11986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201호로 개정되어 2016. 2. 4. 시행되기 전의 것) 제95조 제1호 가운데 ‘제7조 제4항 중 사용에 관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의 판매’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식품위생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고, 2016. 2. 3. 법률 제14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하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여 고시한다.(단서 생략)
1. 제조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
식품위생법(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 ④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기준과 규격이 정하여진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그 기준에 따라 제조ㆍ수입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보존하여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ㆍ수입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저장ㆍ소분ㆍ운반ㆍ보존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
구 식품위생법(2013. 7. 30. 법률 제11986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201호로 개정되어 2016. 2. 4. 시행되기 전의 것)
제95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1. 제7조 제4항(제88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9조 제4항(제88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13조 제1항 제2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 또는 제19조 제1항을 위반한 자
[관련조항]
식품의 기준 및 규격(2015. 2. 3.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5-4호)
제1. 총칙
1. 일반원칙
이 공전에서 따로 규정한 것 이외에는 아래의 총칙에 따른다.
1) 이 공전의 수록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식품의 제조ㆍ가공ㆍ사용ㆍ조리 및 보존방법에 관한 기준과 그 식품의 성분에 관한 규격
제2. 식품일반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
2. 식품원료 기준
(7)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
①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란 식품 사용에 조건이 있는 식품의 원료를 말한다.
②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분류된 원료는 명시된 사용 조건을 준수하여야 하며, 별도의 사용조건이 정하여지지 않은 원료는 다음의 사용기준에 따른다.
(사용기준 생략)
③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은 [별표 2]와 같다.
[별표 2]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
2. 동물성
품목명
이명 또는 영명
학 명
사 용 부 위
사 용 조 건
4
생녹용
매화록ㆍ 마록ㆍ
대록의 건조 되지 않은 뿔
Cervus nippon T./
Cervus elaphus L./
Cervus canadensis E.
골질화되지 않았거나 약간 골질화된 뿔
건조공정을 거치지 않은 뿔로서 털을 제거하거나 90℃이상의 열수 등을 이용하여 3회 이상 세척후, 냉동상태로 포장 및 보관ㆍ유통된 것이어야 하며 추출가공식품류에만 사용할 수 있다.
상기의 ※ 표시된 품목은「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들은 생녹용의 판매에 있어 금지되는 행위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위임하고 있지 아니하며, 생녹용의 사용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후 이 기준에 따라서만 생녹용을 판매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바,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식품의 기준 및 규격’(2015. 2. 3.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5-4호) [별표 2] 2. 동물성 중 ‘4. 생녹용’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의 규정내용만으로는 일반소비자에게 생녹용을 판매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추출가공식품류로 가공한 후에만 판매 가능한 것인지가 불명확하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
(1) 헌법 제15조에 의한 직업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한다. 이 사건 사용기준조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식품의 사용기준을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 및 이 사건 처벌조항은 사용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을 판매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정함으로써 식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 사용기준조항, 이 사건 금지조항 및 이 사건 처벌조항은 구성요건조항 및 처벌조항으로 서로 결합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바,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들 전체가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고시의 내용만으로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를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들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임에 따라 마련된 고시의 내용이 불명확하다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들의 내용만으로는 금지되는 행위 유형의 실질의 대강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은 심판대상조항들 중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을 정하고 있는 부분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결국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의 문제로 포섭되는바(헌재 2019. 11. 28. 2017헌가23 참조)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의 관계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단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죄형법정주의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죄형법정주의는 자유주의, 권력분립, 법치주의 및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무리 권력분립이나 법치주의가 민주정치의 원리라 하더라도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이라 하여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다 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이를 위임하는 것이 허용된다.
헌법 제75조와 제95조는 이러한 위임입법의 근거와 그 범위 및 한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임의 한계로서 헌법상 제시되고 있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 법 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위임의 구체성ㆍ명확성의 요구정도는 그 규율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고, 특히 형사처벌을 동반하는 처벌법규의 위임은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를 가져오므로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2020. 12. 23. 2017헌바463등 참조).
(2) 판단
(가) 형벌의 구성요건 일부를 고시에 위임하는 것의 허용 여부
1) 심판대상조항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의 사용기준에 대하여 고시하도록 하면서 그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구성요건의 내용을 행정규칙인 고시에 위임하는 것이 허용되는지는 여부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2)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하여 일정한 범위 안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
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헌법 제40조ㆍ제75조ㆍ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가 입법으로 행정기관에게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는 당해 행정기관이 법 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이때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률이 일정한 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고, 이는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 않는다. 다만,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위임할 때에는 법규명령에 위임하는 것이 원칙이고,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법령이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헌재 2016. 10. 27. 2015헌바360등; 헌재 2019. 11. 28. 2017헌바449 참조).
(나) 위임 요건 충족 여부
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벌 구성요건 일부를 고시에 위임하는 것 자체가 국회입법의 원칙과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위임형식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위임의 요건, 즉 위임의 불가피성과 예측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2) 위임의 불가피성
심판대상조항들은 식품의 제조방법기준을 고시에 위임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는 ‘식품’을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의 종류 및 범위는 식품산업의 발전과 소비환경의 변화,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식품정책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그 종류가 다양하고 범위도 방대할 수밖에 없으므로, 식품의 사용기준을 일일이 파악하여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또한 식품을 위생적으로 취급ㆍ관리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며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그 사용기준을 정하는 작업에는 전문적ㆍ기술적 지식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식품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탄력적ㆍ기술적으로 대응할 필요성 역시 인정된다.
식품의 사용기준에 관한 사항은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심판대상조항들이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위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9. 11. 28. 2017헌바449 참조).
3) 예측가능성
가)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서, 그 법률 자체로부터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때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6. 3. 31. 2014헌바382; 헌재 2019. 11. 28. 2017헌바449 참조).
나) 이 사건 사용기준조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식품의 사용기준을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이 사건 사용기준조항에 따라 사용기준이 정하여진 식품은 그 기준에 따라 사용하여야 하며, 그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함으로써 금지되는 행위의 실질이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법률에서 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처벌조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한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형벌의 범위를 법률 스스로 정하고 있다.
또한 식품위생법 제2조는 ‘식품’을 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로 정의하고 있다(제1호). 식품위생법에서 ‘사용’의 의미를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용(使用)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쓰는 것’으로, 식품의 사용은 원료 그대로의 상태 또는 원료를 가열, 건조, 살균, 냉각, 여과, 농축, 분쇄, 발효, 숙성하는 등 일정한 과정을 거친 음식물을 그 목적과 기능에 맞게 쓰는 행위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판매’는 ‘상품 등을 파는 것’으로 법문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판매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를 의미한다.
나아가 이 사건 사용기준조항은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하여금 이러한 사항을 고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하여 생기는 위생상의 위해 방지,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 도모,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이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규정하고 있다(제
1조). 또한 식품위생법은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6호에서 ‘위해’를 ‘식품, 식품첨가물, 기구 또는 용기ㆍ포장에 존재하는 위험요소로서 인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제11호에서 ‘식품위생’을 ‘식품, 식품첨가물, 기구 또는 용기ㆍ포장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에 관한 위생’으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제4조에서 누구든지 썩거나 상하거나 설익어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유독ㆍ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 또는 그러할 염려가 있는 것(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은 제외한다), 병(病)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오염되었거나 그러할 염려가 있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불결하거나 다른 물질이 섞이거나 첨가(添加)된 것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등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채취ㆍ제조ㆍ수입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저장ㆍ소분ㆍ운반 또는 진열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법률을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할 때, 심판대상조항들의 위임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할 내용은 위생상의 위해 방지뿐만 아니라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 도모,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이라는 국민보건 향상의 관점에서 식품별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사용방법에 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수범자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직업수행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작다고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의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원칙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6. 10. 27. 2015헌바360등; 헌재 2018. 8. 30. 2017헌바368 참조).
(2) 판단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식품은 모든 음식물을 아우르는 것으로(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 식품제조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보존 과정에서 위생이나 안전이 담보되지 아니할 경우 국민보건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 심판대상조항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유통되는 식품으로 인하여 생기는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식품을 구입ㆍ섭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하여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의 사용기준을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을 판매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효적이고 적합한 수단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국민들은 식품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식용을 목적으로 채취, 취급, 가공, 제조 또는 관리되지 아니한 것, 독성이나 부작용이 있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것 등을 무분별하게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이 아무런 규제 없이 대량으로 유통되면 대다수 국민이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특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식품의 섭취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건강이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매우 어렵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어 식품에 관해서는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 즉, 사전에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분류하고, 사용기준을 세밀하게 정하며, 그 기준을 준수한 식품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입법자는 1962. 1. 20. 법률 제1007호로 식품위생법이 최초로 제정될 당시부터 주무부처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등의 사용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기준을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해왔던 것이다.
2) 심판대상조항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식품의 범위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그 사유 역시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한 사용기준을 준수하지 아니한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대가를 받고 식품을 유통시킴으로써 국민건강에 위험성이 초래될 가능성이 큰 경우로 형사처벌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들이 실제로 국민건강에 위해가 발생할 것 등을 요건으로 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유해한 식품으로 인해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사후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이를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도 없다.
3)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해를 줄 위험성이 있어서 행정질서벌을 과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하여서 행정형벌을 과하여야 하는지는 당해 위반행위가 행정법규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정도와 가능성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형벌을 부과하여야 하는 경우, 법정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하는 것은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허용되는 입법자의 재량이다(헌재 2017. 10. 26. 2017헌바166).
식품의 사용기준을 위반한 식품 판매로 인하여 인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식품에 관한 그릇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성이 크고, 실제로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 사실상 그 피해를 되돌리기도 어렵다. 특히 식품의 판매행위에는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위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한 위반행위로 인하여 식품위생법의 보호법익인 국민보건이 침해되는 정도가 크고 그 가능성 또한 높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을 위반한 경우 식품의 압류 또는 폐기(식품위생법 제72조 제1항), 위해사실 공표(식품위생법 제73조 제1항 제1호), 영업허가, 등록의 취소 및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식품위생법 제75조 제1항 제1호) 등의 조치와 아울러 식품의 사용기준을 위반한 식품 판매행위를 형사처벌 하기로 한 입법자의 판단이 행정형벌 부과에 관한 입법자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위해식품이 개개인의 건강 및 국민 보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식품의 안전 확보에 대한 요청이 커지고 있는 현실과 유해한 식품이 유통될 경우 발생하게 되는 피해의 광범성 및 불가역성 등에 비추어 볼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한 처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4)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판매를 목적으로 한 식품의 사용기준을 정하여 고시하고 이를 위반한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판매목적으로 유통되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보건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이러한 공익은 식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한 사용기준을 준수하여야 하고, 이를 위배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됨으로 인해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하여 중대하다고 할 것인바, 심판대상조항들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춘 것이다.
(3)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