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0. 3. 26. 2017헌바129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소원 등
[2020. 3. 26. 2017헌바129, 2018헌바93(병합)]
판시사항
가.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이하 ‘수재행위처벌조항’이라 한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금품 기타 이익의 가액(이하 ‘수수액’이라 한다)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제1호(이하 ‘가중처벌조항’이라 한다)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다.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는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70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5항 중 ‘제4항 제1호’에 관한 부분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이를 통칭하여 ‘벌금병과조항’이라 한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금융회사 등의 업무는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러한 필요성에 있어서는 임원과 직원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금품 등을 수수, 요구, 약속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직무의 불가매수성은 심각하게 손상되고, 비록 그 시점에는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장차 실제 부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또는 실제 배임행위로 나아갔는지를 묻지 않고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수재행위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또한 파산관재인, 공인회계사 등 직무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사인의 직무 관련 수재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조항이 드물지 아니하고, 이 경우 입법자는 직무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부정한 청탁을 형사처벌의 요건으로 정하기도 하고, 정하지 아니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법체계 전반에 비추어 볼 때, 수재행위처벌조항은 형벌체계 상의 균형을 갖춘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수재행위의 경우 수수액이 증가하면서 범죄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수수액을 기준으로 단계적 가중처벌을 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그리고 가중처벌의 기준을 1억 원으로 정하면서 징역형의 하한을 10년으로 정한 것은 그 범정과 비난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입법자의 합리적 결단에 의한 것인바, 가중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게는 공무원과 맞먹는 정도의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므로, 그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수뢰행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한다거나 다른 사인들의 직무 관련 수재행위보다 중하게 처벌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조항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배수방식의 벌금형 부과를 정하고 있는 벌금병과조항은 범죄수익의 박탈은 물론 더 나아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수재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또한 법관은 구체적 사건에서 정상에 따라 작량 감경을 통해 벌금형을 감액할 수 있고, 벌금형만의 선고유예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벌금병과조항이 과도한 형사처벌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몰수⋅추징과 벌금형은 전혀 다른 제도이므로 몰수⋅추징 규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의 부과가 과도한 이중의 제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벌금병과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의 가중처벌조항에 대한 위헌의견
우리 법체계상 부정한 청탁이 없이 직무와 관련하여 수재행위를 한 사인을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이 유일하다. 또한 금융산업의 발전 및 확대로 인하여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업무가 다양화되어 그 업무 중에는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중처벌조항은 수수한 금액만을 기준으로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10년 이상으로 높임으로써, 법관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양형재량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가중처벌조항의 법정형은 공공성이 강한 사인의 다른 직무 관련 수재죄의 법정형과 비교하여도 지나치게 과중하다. 즉, 파산관재인, 공인회계사, 변호사의 수재 관련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법정형 등과 비교해 볼 때, 가중처벌조항은 형벌체계 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의 벌금병과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벌금병과조항에 의하면 가중처벌조항의 적용을 받는 행위자는 최소 2억 원 이상의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라는 가중처벌을 받게 되고, 배수벌금을 감당할 재력이 없어 환형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형법에 따라 최소한 300일 이상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됨으로써, 별도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초래된다. 또한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것은 몰수제도의 고유한 기능이므로, 배수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여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벌금병과조항은 몰수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벌금형에 대한 선고유예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금품 등 수수액의 2배 내지 5배에 달하는 고액 벌금형을 선고하는 사안에서 실무상 선고유예를 하기 쉽지 않고, 집행유예 역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해서만 가능하므로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공범의 범행가담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획일적으로 고액의 배수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 하는 것은 공범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형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벌금병과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제5조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제1호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70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5항 중 ‘제4항 제1호’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37조 제2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2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4항, 제10조 제2항, 제3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 제1항
참조판례
가. 헌재 2012. 12. 27. 2011헌바217, 판례집 24-2하, 443, 456-457 헌재 2015. 2. 26. 2014헌바99등, 판례집 27-1상, 174, 181
나. 헌재 2015. 5. 28. 2013헌바35등, 판례집 27-1하, 203, 209-211 헌재 2017. 12. 28. 2016헌바281, 판례집 29-2하, 337, 340-341
다. 헌재 2015. 5. 28. 2013헌바35등, 판례집 27-1하, 203, 212 헌재 2017. 7. 27. 2016헌바42, 판례집 29-2상, 125, 133 헌재 2019. 11. 28. 2017헌바449, 공보 278, 1249, 1255
당사자
청 구 인1. 윤○○(2017헌바129)
대리인 법무법인 로투스 담당변호사 김명근 외 1인
2. 양○○(2018헌바93)
대리인 법무법인 화현 담당변호사 김태용 외 1인
당해사건1. 대법원 2016도1783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2017헌바129)
2. 서울고등법원 2017노2993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2018헌바93)
주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제1호,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70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5항 중 ‘제4항 제1호’에 관한 부분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7헌바129
청구인 윤○○은 2008. 1.경부터 2012. 7.경까지 ○○은행 (소속 생략)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2011. 1.경부터 2011. 9.경까지 분양대행업체인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 김○○로부터 총 4회에 걸쳐 총 2억 원을 수수하고, 이후 ○○은행 ○○지점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2014. 11. 3.경 위 김○○로부터 1,500만 원을 수수하는 등, 금융회사의 임직원으로서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징역 5년, 벌금 220,000,000원 및 추징 215,000,000원을 선고받았다[부산지방법원 2015고합617⋅641⋅683⋅745(병합)]. 이에 청구인 윤○○은 항소를 거쳐(부산고등법원 2016노273) 상고하였고(대법원 2016도17834), 상고심 계속 중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제4항 제1호 및 제5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6초기1027) 2017. 1. 12. 위 상고 및 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7. 2.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8헌바93
청구인 양○○는 2012. 2. 13.부터 주식회사 □□의 (소속 생략)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2013. 7. 4.부터 2015. 7. 10.까지 분양대행업체인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 김○○로부터 총 7회에 걸쳐 총 19,223,000원을 수수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으로서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00,000원 및 추징 19,223,000원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6고합312). 이에 청구인 양○○는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7노2993), 항소심 계속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7초기737), 2017. 12. 19. 위 신청이 기각되고, 2017. 12. 22. 항소 역시 기각되자, 2018. 1.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 윤○○은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제4항 제1호 및 제5항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청구인 윤○○의 2011. 1.경부터 2011. 9.경까지의 범죄와 2014. 11. 3.경의 범죄가 별개의 범죄임을 전제로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청구인 윤○○의 2011. 1.경부터 2011. 9.경까지의 범죄에는 구법 제5조 제4항 제1호 및 제5항이, 2014. 11. 3.경의 범죄에는 개정된 법률 제5조 제1항 및 제5항이 각각 적용된다. 또한 청구인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5항 전체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 윤○○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구법 제5조 제5항 중 ‘제4항 제1호’에 관한 부분 및 개정된 법률 제5조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 청구인 양○○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개정된 법률 제5조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이하 ‘수재행위처벌조항’이라 한다),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제1호(이하 ‘가중처벌조항’이라 한다),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70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5항 중 ‘제4항 제1호’에 관한 부분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제5조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이를 통칭하여 ‘벌금병과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수재 등의 죄) ①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收受), 요구 또는 약속하였을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수재 등의 죄) ④ 제1항 내지 제3항의 경우에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금품 기타 이익의 가액(이하 “收受額”이라 한다)이 3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70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수재 등의 죄)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경우에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수재 등의 죄)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경우에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수재행위처벌조항 및 가중처벌조항은 사경제주체인 특정경제범죄법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이하 ‘금융회사 등’이라 한다) 임직원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이하 ‘금품 등’이라 한다)을 수수하기만 하면 부정한 청탁이 없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하도록 정하고 있고 법정형도 지나치게 높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형벌과 책임의 비례원칙에도 위배되며,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나. 특정경제범죄법 제10조에 의해 수재행위로 얻은 이익이 필요적으로 몰수⋅추징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더하여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이르는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는 벌금병과조항은 과잉형벌일 뿐만 아니라 법관의 양형재량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형벌과 책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1) 수재행위처벌조항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상 수재 등의 죄에 관한 구성요건조항이면서 동시에 ‘수수액이 3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 대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조항이고, 가중처벌조항은 수재행위처벌조항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었음을 전제로 ‘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 대해 가중된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위 조항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
본다.
청구인들은 위 조항들이 헌법 제10조가 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헌법 제10조는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설정하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의 헌법상 근거가 되는 조항이므로(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참조),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이상 이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2) 벌금병과조항은 수재행위처벌조항 및 가중처벌조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관련하여서는 위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수재행위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1)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비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5. 2. 26. 2014헌바99등 참조).
금융회사 등은 비록 국가기관은 아니나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시장질서가 교란 없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지닌 금융회사 등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 집행의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이다.
특정경제범죄법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부정부패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여 국가경제가 어려움에 처하였던 30여 년 전 입법되었으나, 현재에도 금융계의 부조리가 완벽하게 근절되지 아니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현재는 금융시장규모가 확대되고, 금융업무 및 금융상품이 다양화되고 있어 금융회사 등의 업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경제범죄법의 제정 당시보다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의 불가매수성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고,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 역시 커졌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성에 있어서는 임원과 직원 사이에 차이가 없다. 직원이 직접 금융상품의 판매, 대출의 실행 등과 같은 업무에 관여하는 경우도 많고, 그 직무는 일반적으로 순환하는 것이어서 만약 임원만을 처벌하는 경우에는 직원을 이용하는 탈법적 행위가 늘어나 금융회사 등 직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헌재 2012. 12. 27. 2011헌바217 참조).
수재행위처벌조항은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취급하는 모든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일체의 행위를 모두 처벌하고, 별도로 부정한 청탁이나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배임행위와 같은 부정행위가 실제로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명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거나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실제 배임행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할지라도 금품 등이 오고 가거나 이를 요구 또는 약속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의 불가매수성은 심각하게 손상되고, 이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 금융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우려가 있다. 또한 금융거래는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시점에는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장차 실제 부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또는 실제 배임행위로 나아갔는지를 묻지 않고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결단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수재행위처벌조항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금품 등 수수액이 3천만 원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수재행위를 한 이상 그 자체로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의 불가매수성이 훼손된다. 따라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 집행에 있어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법정형이 위와 같더라도 수재행위처벌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을 통해 죄질이 경미하거나 비난가능성이 적은 경우 그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수재행위처벌조항이 금융회사 등의 임원인지 직원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또한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부정한 청탁이나 실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직무관련성만 인정되면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것에는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인바, 수재행위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을 갖추었다.
(2)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직무와 관련된 수재행위를 형사처벌 할 것인지는 그 직무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 입법자는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가 공공재의 분배를 왜곡시키거나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공무원의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하여 그 직무와 관련된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수뢰행위와 마찬가지로 처벌하고 있다. 예컨대 공무원연금공단 임직원이나(공무원연금법 제16조),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국민건강보험법 제28조) 등은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된다. 또한 파산관재인 등이나(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45조 제1항, 제2항, 제655조 제1항), 공인회계사(공인회계사법 제53조 제1항 제1호)의 수재행위도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융회사 등의 업무는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상당한 정도의 공공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이 아닌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수재행위를 처벌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재행위처벌조항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또한 수재행위를 형사처벌 함에 있어 부정한 청탁을 구성요건으로 정할 것인지 역시 직무의 특성이나 업무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할 사항이다. 예컨대 공인회계사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부정한 청탁을 받을 것을 형사처벌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나, 배심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재물 등을 받거나(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파산관재인 등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 등을 받거나(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45조 제1항, 제2항, 제655조 제1항),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상의 관리인 등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은 경우(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제93조 제1항)에는 모두 부정한 청탁 등을 형사처벌의 요건으로 요구하지 아니한다. 살피건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형사정책적 고려 하에 부정한 청탁 등을 요건으로 정하지 아니한 채 직무에 관한 수재행위를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실 및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나아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의 불가매수성 확보는 금융회사 등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담보 및 건전한 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필수적 전제라는 점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공익이다. 따라서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게는 공무원과 맞먹는 정도의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인바, 수재행위처벌조항이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에 대하여 일반 사인과는 달리 형법 제12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공무원 수뢰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함으로써,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이처럼 우리 법체계의 전반에 비추어 볼 때, 수재행위처벌조항은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수재행위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갖춘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는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가중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1)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합헌의견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관련 수재행위는 일반적인 형사범에 비하여 범행의 동기나 행위의 태양 등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그것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는 수수액이 많을수록 심화되므로 일반적으로 수수액이 증가하면 범죄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비록 수수액의 다과만이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수수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가중처벌조항과 같이 수수액이 늘어날 경우 범행의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보아 이를 기준으로 징벌의 강도를 높이는 단계적 가중처벌이 책임을 벗어나 과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15. 5. 28. 2013헌바35등; 헌재 2017. 12. 28. 2016헌바281 참조).
물론 가중처벌조항이 가중처벌의 수수액을 1억 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이 금액이 책임 가중의 요소로서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가중처벌의 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당시의 화폐가치나 금융거래 환경 및 관행, 금품 등 수수가 거래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사안인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임금 수준, 소비자 물가 등을 감안하면 입법자가 금품 등의 수수로 인한 금융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자 가중처벌의 기준으로 1억 원을 결단한 것이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입법자는 가중처벌조항에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에 관하여 1억 원 이상의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 그 범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하한을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정함으로써 양형의 폭을 좁혀 놓았다. 이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은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수긍할 만하다. 따라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지나치게 과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가중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게는 공무원과 맞먹는 정도의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는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수뢰죄와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다만 변호사(변호사법 제109조 제2호, 제33조 및 제110조 제1호), 파산관재인(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55조 제1항), 공인회계사(공인회계사법 제53조 제1항 제1호) 등도 일정 부분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그들의 직무관련 수재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정도를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 비하여 낮게 규정하였을 뿐 아니라, 특정경제범죄법 제5조 제4항과 같은 수수액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 또한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직무에 어느 정도 공공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의 효과는 대부분 당사자 사이에 미치는 정도여서 금융회사 등에서의 금품 등의 수수를 통한 부조리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효과와는 크게 다르다. 따라서 위에 열거된 직역의 종사자들과 달리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 대해서만 1억 원 이상의 수재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금융거래 질서에 미칠 경제적 파급력과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것인바, 이들에게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청렴성을 요구하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보다 중한 형벌로 처벌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15. 5. 28. 2013헌바35등; 헌재 2017. 12. 28. 2016헌바281 참조).
따라서 가중처벌조항이 우리 법체계의 전반에 비추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소결
이처럼 가중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고 형벌체계상의 균형 역시 갖춘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는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의 위헌의견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우리 법체계상 수재행위처벌조항 외의 사인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직무관련 수재 등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매우 드물고,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특정경제범죄법 제5조 제4항이 유일하다. 그 중 가중처벌조항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관련 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일 때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 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발전과 확대에 따라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다양화되고 있어 금융회사 등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바, 금융회사 등 임직원 모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공무원과 마찬가지의 청렴의무를 부과하여
금품 수수액에 따라 엄격하게 가중처벌 하는 것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법원의 양형기준제도를 통하여 수수액 외에도 부정한 업무처리 여부, 금융회사 등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실질적 피해의 정도, 금품수수의 횟수 등 구체적 양형인자를 참작하여 개별책임에 부합하는 양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가중처벌조항이 수수액만을 기준으로 하여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징역 10년 이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처럼 가중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중처벌조항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1억 원 이상의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공무원의 수뢰행위와 동일하게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과 금융회사 등 임직원은 수행하는 업무와 책임, 신분보장의 정도 등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어,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게 공무원과 맞먹는 정도의 청렴성이나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요구하기 어려우므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수재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공무원과 동일하게 가중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
또한 금융회사 등 임직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성이 강한 다른 공무원 아닌 사인의 직무 관련 수재죄 등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보아도 가중처벌조항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 파산관재인 등의 수재죄는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점에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수재죄와 같지만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조항에 비하여 낮고(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45조 제1항 및 제2항, 제655조), 공인회계사의 수재죄는 부정한 청탁을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면서도 법정형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조항에 비해 낮으며(공인회계사법 제53조 제1항 제1호), 모두 수수액에 따른 법정형 가중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변호사가 판사⋅검사 그 밖에 재판⋅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병과할 수 있도록 한 것(변호사법 제110조)과 비교하여도,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1억 원 이상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기만 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가중처벌조항의 처벌은 과도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인인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수뢰행위와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다른 사인들의 수재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징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운바, 가중처벌조항은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 소결
그렇다면 가중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라. 벌금병과조항의 위헌 여부
벌금병과조항은 2008. 12. 26. 법률 제9170호로 특정경제범죄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공무원 뇌물죄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과 동일한 방식으로 벌금을 병과하고 있다. 이는 징역형의 법정형을 아무리 높여 중하게 처벌한다 하더라도 범죄로 인한 수익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면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금품 등 수수⋅요구 또는 약속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기 어렵다는 입법자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범죄행위를 통해 얻은 수익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반할 뿐 아니라 국민들이 국가의 형사사법기능 전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벌금병과조항은 범죄결과 발생한 수익을 초월하는 재산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여 범죄수익을 통한 경제적 혜택을 일절 누릴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고자 한 것으로, 여기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헌재 2015. 5. 28. 2013헌바35등 참조).
물론 특정경제범죄법 제10조에서 위와 같은 금품 등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도록 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몰수⋅추징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획득한 금전적 이익을 국가가 박탈하는 것이고, 벌금형은 범죄에 대한 비난가능성에 근거한 형벌이라는 점에서 이 둘은 전혀 다른 제도인바, 몰수⋅추징 규정이 있다고 하여 벌금형을 통한 제재로서의 경제적 이익의 박탈이 과중한 이중의 제재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범죄 수익을 이미 소비하였거나 은닉한 경우에는 몰수⋅추징형의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고, 환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범죄수익의 박탈만으로는 범죄 근절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을 반드시 병과하도록 한 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헌재 2015. 5. 28. 2013헌바35등 참조).
벌금병과조항은 수수액을 기준으로 벌금을 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수수액은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불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고, 그 불법의 정도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수액이 증가하면 범죄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일반적으로 높아진다고 할 수 있으므로 수수액을 기준으로 벌금을 산정하는 것을 책임에서 벗어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벌금병과조항은 벌금의 액수를 특정 금액으로 하여 하한이나 상한을 정하지 않고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사이에서 정하도록 하는 배수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벌금부과 방식은 탄력적으로 벌금병과를 하지 못하도록 하여 자칫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벌금병과조항은 범죄수익의 박탈은 물론 더 나아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벌금병과 방식이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법관은 구체적 사건에서 정상에 따라 작량 감경을 통해 벌금형을 감액할 수 있고, 벌금형만의 선고유예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헌재 2017. 7. 27. 2016헌바42; 헌재 2019. 11. 28. 2017헌바449 참조).
그렇다면 벌금병과조항은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들 중 수재행위처벌조항과 벌금병과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만 수재행위처벌조항에 대해서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벌금병과조항에 대해서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다. 심판대상조항들 중 가중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이 합헌의견이고,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가 위헌의견으로, 위헌의견에 찬성한 재판관이 다수이지만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여 합헌으로 선고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모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벌금병과조항에 대한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우리는 배수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는 벌금병과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벌금병과조항은 수재행위처벌조항 및 가중처벌조항에 대한 가중규정으로서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그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이어서 가중처벌조항에 의하여 처벌을 받게 되는 행위자는 법정형 기준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과 함께 최소한 2억 원(1억 원 × 2배) 이상의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라는 가중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2014. 5. 14. 법률 제12575호로 개정된 형법상 노역장유치조항(제70조)은 선고하는 벌금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가중처벌조항의 적용을 받는 행위자에 대해 최소한 2억 원 이상의 벌금형의 필수적 병과를 예정하고 있는 벌금병과조항과 위 노역장유치조항이 결합될 경우 최소한 300일 이상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즉 벌금병과조항과 위 노역장유치조항이 결합된 결과 배수벌금을 감당할 재력이 없어 환형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조항에서 정한 징역형 외에 별도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 범죄로부터 생기는 불법수익을 박탈하는 것은 원래 몰수제도의 고유한 기능인데, 배수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여 범죄수익을 박탈하려는 입법방식으로 벌금형이 그 기능을 떠맡는 것은 몰수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벌금형의 병과는 책임원칙에 의해 정해지는 형량의 한계에 머물러야 하고,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의 총량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을 것이므로, 행위와 책임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징역과 병과되는 벌금 어느 한쪽의 부과량에 따라 다른 한쪽의 부과량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하는 입법형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징역형과 벌금형의 하한을 각각 정하는 것은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이끌어 내기 어렵게 한다. 특히 총액벌금형을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유형과 벌금형을 상호 환산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행위자에 대하여 그의 책임 이상의 처벌을 하게 될 여지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배수벌금형의 형태가 필요적 병과형제도와 결합하는 경우 더욱 배가된다.
다. 벌금형에 대한 선고유예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게는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 선고유예는 범행의 가담 정도가 극히 경미하거나 실질적 피해가 거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유죄임에도 형의 선고를 유예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수수액의 2배 내지 5배에 달하는 고액 벌금형을 선고하는 사안에서 죄질이나 불법성, 피해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아 선고유예를 한다는 것은 실무상 쉽지 않다. 2018. 1. 7.부터 시행 중인 형법 제62조 제1항에 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하여만 집행유예가 가능하므로, 수재행위처벌조항 및 가중처벌조항 위반죄에 병과되는 고액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역시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배수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함에 있어서 작량감경, 선고유예가 가능하다는 사정만으로는 개별 사건의 특수성이나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모두 고려하여 적정한 양형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라. 나아가 공범에 대하여 벌금병과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특히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즉, 공범 중에는 경제적 수익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범행가담정도나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획일적으로 모든 공범에 대해 고액의 배수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형벌이 될 수 있다.
마.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면, 개별 사건의 특수성이나 다양한 양형요소들에 따라 법관이 벌금형의 병과 여부 및 적정한 벌금액을 정할 수 있도록 벌금형을 임의적 병과로 변경하고, 벌금 액수의 상한만을 두는 것 내지 벌금액의 상한이 있는 벌금형의 임의적 병과를 전제로 하되 위반행위에 의한 이득액에 따라 벌금액의 상한을 단계화시키는 형식으로서 이득액이 벌금형의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 벌금액을 이득액 이하로 부과할 수 있도록 입법하는 방식[예컨대 벌금 슬라이드(slide)제]을 도입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바.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배수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는 벌금병과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관련조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수재 등의 죄) ➀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 기타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된 것) 제5조(수재 등의 죄)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경우에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수수액”이라 한다)이 3천만 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수수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일 때: 7년 이상의 유기징역
3. 수수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10조(몰수⋅추징) ② 제5조부터 제7조까지 및 제9조 제1항⋅제3항의 경우 범인 또는 정황을 아는 제3자가 받은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경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서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價額)(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제1항의 경우를 포함한다)에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