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6. 24. 2017헌마408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청소년 보호법 제58조 제3호 등 위헌확인

[2021. 6. 24. 2017헌마408]


판시사항



1. 청소년유해물건 중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도록 한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4호 나목 1)(이하 ‘이 사건 정의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정의조항, ‘청소년 보호법’ 제28조 제1항 본문 중 제2조 제4호 나목 1)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물건으로 고시된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및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의 판매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ㆍ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 중 ‘⊙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목록, 3.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 부분(이하 ‘이 사건 고시조항’이라 하고, 위 세 조항을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성기구 판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어떠한 물건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건이 청소년의 신체적ㆍ정신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성기구가 새롭게 제작ㆍ유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탄력적이고 신속한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할 필요도 인정된다. 이 사건 정의조항은 하위법령에 입법위임을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정의조항 자체에서 예시를 들고 구체적인 기준을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 관련조항

과 ‘청소년 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아울러 고려할 때, 이 사건 정의조항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한 내용은 청소년이 이용할 경우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건전한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성 관련 물건이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정의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을 반영하여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이하 ‘이 사건 성기구’라 한다) 등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정당성과 전문성의 측면에서 그 내용이 적정하게 결정되었으리라 신뢰할 수 있다.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과 의료기기로서의 ‘안전성’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이 사건 성기구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청소년 유해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위하여 특별한 보호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청소년의 신체적ㆍ정신적 성숙도의 차이, 콘돔의 세부적인 형태나 종류를 고려하지 않고 청소년에 대한 판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성기구 판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

2.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임과 동시에 기본권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으므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가 청소년의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의 기본권적 지위를 고려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 해당 여부에 관한 관련 전문가의 적정한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청소년의 심신의 건강에 영향이 없거나 경미한 영향만을 미치는 경우에도 청소년에 대한 판매 및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요철식 특수콘돔들의 재질 및 형태, 약물주입 콘돔들의 국소마취제 성분 및 용량 등을 구체적,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콘돔의 사용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후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판매금지 여

부를 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실증적 근거 없이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의 청소년에 대한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이 사건 성기구를 청소년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수행의 자유, 그러한 물건을 구입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각각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여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청소년 보호법(2011. 9. 15. 법률 제11048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 제4호 나목 1)

청소년 보호법(2011. 9. 15. 법률 제11048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8조 제1항 본문 중 제2조 제4호 나목 1)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물건으로 고시된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및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의 판매에 관한 부분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ㆍ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2013. 8. 13. 여성가족부고시 제2013-51호) 중 ‘⊙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목록, 3.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5조, 제17조, 제37조 제2항, 제75조

구 청소년 보호법(2016. 3. 2. 법률 제14067호로 개정되고, 2016. 12. 20. 법률 제144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 제3호

구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2012. 9. 14. 대통령령 제24102호로 전부개정되고, 2019. 7. 2. 대통령령 제299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참조판례



1. 헌재 2015. 6. 25. 2013헌가17등, 판례집 27-1하, 402, 403 헌재 2016. 3. 31. 2014헌바397, 판례집 28-1상, 403, 409 헌재 2018. 5. 31. 2016헌바250, 판례집 30-1하, 139, 147 헌재 2019. 5. 30. 2018헌바489

2. 헌재 2014. 4. 24. 2011헌마659등, 판례집 26-1하, 176, 192 헌재 2015. 3. 26. 2013헌마354, 판례집 27-1상, 312, 319



당사자



청 구 인1. 성○○

2. 한○○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이성규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 성○○은 의료기기 제조, 수입 및 도소매업, 성교육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청구인 한○○은 1999. 3. 31.생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만 18세의 청소년이었던 자이다.

청구인 한○○은 2017. 2.경 청구인 성○○에게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 판매를 요청하였으나, 청구인 성○○은 이를 거절하였다.

청구인들은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이하 ‘이 사건 성기구’라 한다)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ㆍ고시하여 청소년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4호 나목 1), 제28조 제1항, 제58조 제3호 및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ㆍ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 중 이 사건 성기구 관련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7. 4.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청소년 보호법’ 제58조 제3호에 대하여 심판을 구하고 있으나, 법정형이 체계정당성에 어긋난다거나 과다하다는 등 그 자체의 고유한 위헌성에 대해서는 전혀 주장하지 아니하므로 위 조항을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한편, 청구인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대상은 ‘청소년유해약물등’ 중에서도 ‘성기구인 청소년유해물건’, 그 중에서도 ‘요철식 특수콘돔 등’ 및 ‘약물주입 콘돔 등’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판매’를 금지한 부분에 한하므로, 심판대상을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청소년 보호법’(2011. 9. 15. 법률 제11048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 제4호 나목 1)(이하 ‘이 사건 정의조항’이라 한다), ② 제28조 제1항 본문 중 제2조 제4호 나목 1)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물건으로 고시된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및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의 판매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③ ‘청소

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ㆍ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2013. 8. 13. 여성가족부고시 제2013-51호) 중 ‘⊙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목록, 3.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 부분(이하 ‘이 사건 고시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위 세 조항을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청소년 보호법(2011. 9. 15. 법률 제11048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4. “청소년유해약물등”이란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다음 가목의 약물(이하 “청소년유해약물”이라 한다)과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다음 나목의 물건(이하 “청소년유해물건”이라 한다)을 말한다.

나. 청소년유해물건

1)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한 것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등의 판매ㆍ대여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ㆍ대여ㆍ배포(자동기계장치ㆍ무인판매장치ㆍ통신장치를 통하여 판매ㆍ대여ㆍ배포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ㆍ실험 또는 치료를 위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ㆍ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2013. 8. 13. 여성가족부고시 제2013-51호)

⊙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목록

3.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

-요철식 특수콘돔(GAT-101) 등

-약물주입 콘돔(AMOR LONG LOVE) 등

[관련조항]

구 청소년 보호법(2016. 3. 2. 법률 제14067호로 개정되고, 2016. 12. 20. 법률 제144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28조 제1항을 위반하여 청소년에게 제2조 제4호 가목 4)ㆍ5)의 청소년유해약물 또는 같은 호 나목의 청소년유해물건을 판매ㆍ대여ㆍ배포(자동기계장치ㆍ무인판매장치ㆍ통신장치를 통하여 판매ㆍ대여ㆍ배포한 경우를 포함한다)한 자

구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2012. 9. 14. 대통령령 제24102호로 전부개정되고, 2019. 7. 2. 대통령령 제299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청소년유해물건의 결정기준) ① 법 제2조 제4호 나목 1)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청소년이 사용할 경우 성 관련 신체부위의 훼손 등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물건일 것

2. 청소년에게 인격 비하, 수간(獸姦) 등 반인륜적 성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물건일 것

3. 청소년에게 음란성이나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지나치게 성적 자극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는 물건일 것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정의조항에서 여성가족부 고시에 위임한 내용은 특별한 전문지식이 활용되었거나 국가의 경제적ㆍ사회적 정책이 반영되는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고시조항이 20여 년간 거의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정의조항은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 등과 같은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공통기준규격’이 정한 엄격한 생물학적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고시조항이 이들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한 것은 법률조항이 위임한 범위를 일탈하여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체계정당성에도 반한다.

다. 심판대상조항들은 청소년에게 의료기기인 성기구를 판매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청소년들의 피임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청소년들의

피임 및 성병 예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우선 이 사건 정의조항이 형벌의 구성요건 일부를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허용되는지를 살펴보고, 나아가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을 고시에 위임함에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를 검토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소년의 일반 콘돔에의 접근권이 제한되어 청소년이 성 관련 위험에 노출되게 되므로, 헌법 제36조 제3항에 규정한 국민의 보건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성기구를 판매하고자 하는 자들이 ‘성인을 대상으로’ 특수 콘돔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청소년들이 ‘일반 콘돔을’ 구매ㆍ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 요철식 특수콘돔이나 약물주입 콘돔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여 청소년들이 피임이나 성병예방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이 보건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이 사건 성기구를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청소년의 피임 등에의 접근권이 제한된다는 전제 하에 선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심판대상조항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요철식 특수콘돔, 약물주입 콘돔의 판매를 금지하므로, 이 사건 성기구를 판매하고자 하는 청구인 성○○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요철식 특수콘돔 또는 약물주입 콘돔의 판매를 금지하면 청소년이 이 사건 성기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진다. 청구인 한○○은 심판대상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성기구의 구매와 사용은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하는 것과 같이 성적 자기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

(4) 청구인들의 주장 중 ‘안전 기준을 충족하여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이 사건 성기구들을 고시에서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은 법률우위의 원칙, 명확성원칙 등에 반한다’는 것은 의료기기법에 의한 허가를 받은 성기구까지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청

구인 성○○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청구인 한○○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위 주장에 관해서는 별도로 논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정의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위임의 허용 여부 및 위헌성 판단 방법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하여 일정한 범위 안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헌법 제40조ㆍ제75조ㆍ제95조의 의미는, 국회가 입법으로 행정기관에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는 당해 행정기관이 법 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이때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고, 법률이 일정한 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 아니한다(헌재 2004. 10. 28. 99헌바91; 헌재 2017. 9. 28. 2016헌바140 참조). 이 사건 정의조항이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도록 위임한 것이 헌법에서 정한 위임입법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여성가족부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법령이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2016. 10. 27. 2015헌바360등 참조). 또한 이 사건 정의조항은 이 사건 금지조항의 구성요건의 일부가 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고려하여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6. 6. 30. 2013헌가1 참조).

(2) 위임의 필요성

어떠한 물건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의 신체적ㆍ정신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물건이 청소년의 신체적ㆍ정신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성기구가 새롭게 제작ㆍ유통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경우 새로운 유형의 성기구가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그 허부를 신속하게 결정함으로써 탄력적이고 신속한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할 필요도 인정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 관련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위원장을 임명하고, 위원들은 5년 이상의 판사, 검사, 변호사 재직자 또는 상당한 기간 청소년 관련 분야를 연구하거나 실무를 담당한 청소년 전문가들 중에서 임명되도록 하고 있다(청소년 보호법 제37조).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청소년유해약물등, 청소년유해업소 등의 심의ㆍ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으며(청소년 보호법 제36조), 성기구뿐만 아니라 약물 등이나 영화, 비디오물, 게임물, 음반, 공연, 간행물 등 매체물 전반에 걸쳐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 여부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다른 청소년보호제도와 함께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으므로, 위 위원회에서 세부적인 규제 대상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 청소년 보호에 보다 실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정의조항은 그 규율의 특성상 하위법령에 입법위임을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먼저 이 사건 정의조항 자체에서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는지 본다.

이 사건 정의조항에서는 성 관련 물건의 예시로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음란의 개념을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이미 여러 차례 ‘음란한 행위’ 또는 ‘음란’의 개념이 명확성원칙 등에 반하지 않고 그 행위 유형을 법에서 일률적으로 정해놓는 것은 곤란하므로 다소 포괄적 규정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5. 6. 25. 2013헌가17등; 헌재 2016. 3. 31. 2014헌바397; 헌재 2019. 5. 30. 2018헌바489 참조). 또 이 사건 정의조항 중 ‘심신’은 사전적으로 ‘마음과 정신’을, ‘손상’은 ‘병이 들거나 다침’을 의미하며, ‘성 관련 물건’의 의미 또한 ‘성행위와 관련되거나 성적 만족을 추구하기 위한 물건’으로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정의조항은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라고 하여 다소 주관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우려’라 함은 사전적으로 ‘근심하거나 걱정함, 또는 그 근심과 걱정’을 뜻하는바(헌재 2018. 5. 31. 2016헌바250 참조), 청소년의 심신에 대한 손상이라는 결과가 구체적으로 발생하거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개연성 내지 위험성만으로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우리사회의 미래의 인적 자원인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발달을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 보호법’의 입법 취지 및 사회적으로 성인에 대한 ‘음란성’과 ‘청소년 유해성’의 개념을 구별하고자 하였던 위 법의 제정경위 등을 고려한다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라 함은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성인에 비해 판단능력이 미성숙한 청소년이 사용할 경우 비정상적인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건강상 악영향을 주어 건전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함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정의조항이 규율하는 내용만으로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지 본다.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4호 나목은 성기구뿐만 아니라 다른 청소년유해물건을 규정함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음란성ㆍ포악성ㆍ잔인성ㆍ사행성 등을 조장하는 완구류 등’[2)], ‘청소년유해약물과 유사한 형태의 제품’[3)] 등과 같이 예시를 든 후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물건’[2)], 또는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청소년유해약물 이용습관을 심각하게 조장할 우려가 있는 물건’[3)]으로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이 사건 정의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도록 규정하여 결정 기준에 관하여 세부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그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에서 더 상세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제4조)

그렇다면 이 사건 정의조항 자체에서 예시를 들고 구체적인 기준을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 관련조항과의 규정형식이나 체계 조화적 해석 및 청소년을 음란물 등 유해환경으로부터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 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정의조항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한 내용은 청소년이 이용할 경우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건전한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성 관련 물건이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4) 소결

이 사건 정의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헌법상 청소년 보호의무와 과잉금지원칙

청소년기는 성년 이후 독립적 주체로서 사회생활을 꾸려나갈 준비를 하고 시민으로서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습득하는 시기로서 이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위하여 특별한 보호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이에 헌법 제34조 제4항은 국가에 대하여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헌재 2014. 4. 24. 2011헌마659등; 헌재 2015. 3. 26. 2013헌마354 참조).

(2)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청소년 보호법’ 제1조는 “이 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ㆍ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 또한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입법목적을 가지는바, 이는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요철식 특수콘돔이나 약물주입 콘돔과 같은 특수한 성기구를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청소년 보호라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방법 중 하나이므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우려’라는 것은 문언상 단순한 위험성 내지 개연성을 뜻하므로 반드시 구체적ㆍ현실적인 결과가 발생해야 하는 것이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청소년 ‘유해성’에 대한 판단은 ‘청소년 보호법’의 목적과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의 특성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위원들이 청소년보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심판대상조항에서도 청소년유해물건에 대한 대강의 기준만 법률 및 시행령 조항에서 제시하고 구체적인 항목을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을 결정ㆍ고시하기 위하여

1997. 10. 18. 청소년보호위원회 고시를 제정할 당시(제1997-7호) 시중에 유통되는 성기구들을 수집하여 이들의 청소년 유해 여부에 대하여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비뇨기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등의 의견을 조사하였다.

성기구들 중 ‘요철식 특수콘돔’에 대해서는 성기에 자극을 강하게 하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성의 자극적인 감각에만 탐닉할 수 있으며, 품질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청소년 유해성을 긍정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피임 및 성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역시 재질, 정밀도, 안정성 등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바 있다. ‘약물주입 콘돔’의 경우 약물의 사용에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있을 수 있고, 성행위 시간을 연장시킴으로써 자극에 취약하고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로 하여금 지나친 성적 자극에만 몰입하게 하거나 성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유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위와 같은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을 반영하여 이 사건 성기구 등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정당성과 전문성의 측면에서 그 내용이 적정하게 결정되었으리라 신뢰할 수 있다.

(나) 청구인들은 의료기기법에 의한 허가를 받은 성기구까지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과 의료기기로서의 ‘안전성’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청소년들이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요철식 특수콘돔이나 약물주입 콘돔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하기 어렵다.

2011. 4. 28.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유해업소에 관한 여성가족부 고시(제2011-19호) 제정 과정에서도 기존 청소년보호위원회 고시의 “약사법에 의한 허가 또는 신고되지 않은 의료용구”라는 문구가 의료기기법 시행 이후 법체계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를 삭제하되, 당초 고시된 성기구류들이 의료기기법상 허가ㆍ신고와 상관없이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청소년 유해물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재고시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와 의료기기법상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가 반드시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판단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10대 중후반의 청소년

들’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청소년별로 신체적ㆍ정신적 성숙도의 편차가 상당히 크고 이를 반영하여 대상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므로, 일반적으로 대학에 진입하기 전의 나이인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경과하지 않은 자라는 기준을 정하고 규율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이다(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 참조). 만 19세보다 기준 연령을 낮추어 규제하는 경우에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요철식 특수콘돔이나 약물주입 콘돔을 사용함으로써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이 유발되거나 지나친 성적 자극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하기 어렵다.

(라) 심판대상조항이 그 구체적인 형태나 종류를 불문하고 청소년에게 일정한 콘돔의 판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지 살펴본다.

우선 요철식 특수콘돔의 경우 그 물리적 구조상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 만큼 큰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요철식 특수콘돔을 사용하여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자극을 느낄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요철식 특수콘돔이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성기구라는 점에서 제조업자로서는 얼마든지 요철의 크기를 크게 한다거나 변형된 모양으로 제조하는 등 본래의 제작 의도에 맞는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어느 정도까지의 약한 자극은 청소년에게 허용되고, 어느 정도 이상의 자극은 청소년에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자극 극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 전체에 대하여 청소년 유해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음으로 약물주입 콘돔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마취액을 콘돔 내부에 주입한 것에 불과하여 반드시 유해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대부분의 약물주입 콘돔에 첨가되는 벤조카인은 국소마취제로 널리 쓰이고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도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된 것이 아니다. 최근 벤조카인의 위험성에 대하여 새로이 문제제기가 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벤조카인 함유 제제가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산소의 양을 크게 감소시키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벤조카인이 함유된 콘돔을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성인에 비하여 청소년에게 더 큰 신체적 부작용이 생기게 할 가

능성이 있으며, 청소년기 때의 약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성인이 된 후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청소년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가 가시화된 후에야 규제한다는 것은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청소년 보호의무(제34조 제4항)를 소홀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마) 결국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체수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였다.

(4)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에도 불구하고 청구인 성○○은 여전히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성기구와 같은 특수 콘돔을 판매할 수 있으며, 청구인 한○○은 특수 콘돔이 아닌 일반 콘돔을 구매ㆍ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 반면 인격체로 완성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소년에게 요철식 콘돔ㆍ약물주입 콘돔을 판매하지 못하거나 청소년들이 특수한 콘돔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익 제한의 정도가 공익에 비해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 역시 갖추었다.

(5)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 성○○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청구인 한○○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정의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정의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의 종류나 제한의 내용은 청소년의 심리와 그 발달

과정, 의학적 관점에서의 신체적 건강과 발달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아울러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변화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성적 상상력의 물적 구현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전문적, 기술적 사항은 입법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사건 정의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정의견에 동의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심사기준

법정의견이 설시한 것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 성○○의 직업수행의 자유, 청구인 한○○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한다.

청소년은 공동체 안에서 한 개인으로서 자율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되어야 할 존재이다. 심신의 발달과정에 놓여 있는 성숙하지 못한 인격체라는 이유로 부모와 국가에 의한 보호가 필요한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은 부모와 국가에 의한 보호의 단순한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독자적인 인격체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청소년의 인격권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된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참조).

법정의견이 서술한 것과 같이 국가는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특별한 보호는 청소년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개성과 인격, 능력을 자유로이 발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지 청소년을 주변 성인이나 사회가 원하고 바라는 인격체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므로 지나친 국가의 후견적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나아가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임과 동시에 기본권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으므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가 청소년의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의 기본권적 지위를 고려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판단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앞서 포괄위임원칙 위반여부와 관련하여 살핀 것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청소년의 심신에 대한 심각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

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이 판매를 금지하는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은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의료기기로서 사람의 피부에 직접 접촉되는 콘돔의 일종으로 소재, 모양, 약물의 종류나 용량, 사용하는 사람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심신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콘돔의 판매를 금지한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면, 청소년이 사용하더라도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없는 성 관련 물건까지 청소년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고, 청소년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없다.

콘돔은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의료기기로서, 관련 법률에 따라 제조, 취급, 판매 등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므로 시중에 판매되는 콘돔이 그 자체로 심신을 손상시키는 성 관련 물건은 아니다. 다만 그 소재, 모양, 주입된 약물의 종류나 용량 등에 따라 심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반적으로는 심신의 건강에 영향이 없는 종류의 것이라도 심신의 발달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청소년의 심신 발달에 관한 전문적 식견에 기초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이 사건 정의조항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도록 한 것임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고시조항은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 일체를 어떠한 구분도 없이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으로 지정하였고, 이 사건 금지조항은 모든 청소년에 대해 위 콘돔 일체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요철식 콘돔의 경우, 요철의 모양 및 크기, 재질 등에 따라 신체에 가해지는 자극의 정도가 매우 약한 것부터 매우 강한 것까지 있을 수 있다. 약물주입 콘돔의 경우도, 그 안에 함유된 국소마취제의 성분 및 용량에 따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요철식 특수콘돔 중 ‘GAT-101’이라는 하나의 상품만을, 그리고 약물주입 콘돔 중 ‘AMOR LONG

LOVE’라는 하나의 상품만을 각각 검토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 위 위원회가 나머지 요철식 특수콘돔이나 약물주입 콘돔을 검토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 전부가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되어 청소년에 대한 판매가 일률적으로 금지되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직접 검토한 위 두 상품에 대한 각 위원의 검토의견을 살펴보더라도, 이들이 해당 요철식 특수콘돔의 소재 또는 모양, 해당 약물주입 콘돔에 함유된 약물의 종류나 용량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분석을 하였다거나, 이들 콘돔의 사용과 관련한 청소년의 연령이나 건강상태, 결혼 여부 등 사회적 요인 등에 대하여 면밀히 고려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이 사건 성기구에 대한 검토 및 결정은 20여 년도 전인 1997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2011년 의료기기법에 의하여 허가 또는 신고된 성기구를 그대로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만 검토가 이루어졌을 뿐, 최초 결정 이후의 사회문화적 변화나 청소년의 발육상태 변화, 성 관련 물건의 제작에 관한 기술적 발전 등에 따른 면밀한 재검토도 이루어진 바 없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 해당 여부에 관한 관련 전문가의 적정한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에 따라 청소년의 심신의 건강에 영향이 없거나 경미한 영향만을 미치는 경우에도 청소년에 대한 판매 및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우리의 경우와 같이 요철식 특수콘돔이나 약물주입 콘돔의 청소년에 대한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규제를 시행할 때에는 보다 분명한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요철식 특수콘돔들의 재질 및 형태, 약물주입 콘돔들의 국소마취제 성분 및 용량 등을 구체적,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콘돔의 사용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후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판매금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동등하게 달성하면서도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실증적 근거 없이 요철식 특수

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 전부의 청소년에 대한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그러한 물건을 청소년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수행의 자유, 그러한 물건을 구입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각각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다) 법익균형성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판매가 금지되고 있는 콘돔이 청소년의 심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이나 정도가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실제로 달성되는 공익은 막연하고,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청소년의 심신의 건강에 영향이 없거나 경미한 영향만을 미치는 성 관련 물건의 청소년에 대한 판매 및 사용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청구인 성○○의 직업수행이나 청구인 한○○의 사생활의 형성에 가해지는 제한이 위와 같은 막연한 공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라) 소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 성○○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청구인 한○○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다. 결론

이 사건 정의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