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04. 5. 27. 2003헌마149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진정종결처분취소

(2004. 5. 27. 2003헌마14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고소사건을 고소사건으로 수리하지 아니하고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여 공람종결처분한 경우 이로 인하여 기본권침해가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청구인의 고소장을 피청구인이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였으나, 피청구인이 고소사건으로 수리하여 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사건으로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청구인의 위 진정종결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피청구인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여 청구인의 적법한 고소를 고소사건으로 수리하지 아니하고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여 공람종결처분한 것은 현행법이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간이절차를 창설한 것이 되어 현행법이 명문으로 간이처리절차를

둔 취지를 몰각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고소인의 권리보호에 관한 규정을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9. 1. 28. 98헌마85, 판례집 11-1, 73, 77-78



당사자



청 구 인 하○수

국선대리인 변호사 강정면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2002 진정 제2647호 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청구외 김○한, 이○휘를 상대로 한 소유권말소등기 등의 항소심소송 중(서울지방법원 2000나61656) 당해사건 재판부에 녹음테이프에 대한 검증신청을 하였는데, 담당 재판부는 녹취록으로 검증을 대신하겠다고 한 다음 2001. 5. 25.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나. 청구인은 위 항소심사건의 담당재판부 판사인 청구외 이○명, 한○훈, 문○경이 녹음테이프 검증신청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녹취록으로 검증을 대신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에서 아무런 이유설시 및 판단없이 녹취록을 배척하고 청구인에게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고 주장하며, 2002. 12. 18. 위 이○명, 한○훈, 문○경을 서울지방검찰청(2004. 2. 1.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변경)에 직무유기, 직권남용죄의 혐의로 고소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다. 피청구인은 2002. 12. 23. 위 고소장을 진정사건(2002 진정 제2647호)으로 수리한 다음 같은 달 31. “민사소송에 제출된 증거의 취사선택은 자유심증주의에 의하여 법관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아니한 것만으로는 직무유기죄나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공람종결처분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고소를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여 공람종결한 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살피건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 고소장을 진정사건으로 수리한 후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진정종결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달리 피청구인의 위 고소사건에 대한 진정종결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효종의 아래 4.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4.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가. 헌법규정과 고소권의 보장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30조에서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7조 제5항에서는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이미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범인을 수사하여 형벌권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1989. 4. 17. 88헌마3, 판례집 1, 31, 35).

한편, 우리나라는 검사만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형사소송법 제246조), 사인소추주의를 일체 배제하고 국가소추주의 및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아주 좁은 범위내에서만 준기소절차를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5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도 국가소추주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기관이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법제도하에서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피해자의 고소권의 행사를 보장하고, 고소인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것이다.

나. 현행법상 고소인의 권리보호에 관한 규정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이 고소를 받은 때에는 신속히 조사하여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하고(제238조), 검사가 고소에 의하여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를 수리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제257조). 검사는 고소 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 공소의 취소 또는 타관송치를 한 때에는 그 처분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하고(제258조 제1항), 고소 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고소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7일 이내에 고소인에게 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여야 한다(제259조).

또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이 있는 고소인은 그 검사가 속하는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을 거쳐 서면으로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할 수 있고(검찰청법 제10조 제1항),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죄에 대하여 고소를 한 자는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검사 소속의 고등검찰청에 대응하는 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

한편, 고소인은 형사피해자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헌재 1989. 4. 17. 88헌마3, 판례집 1, 31, 37).

다. 청구인의 기본권침해 여부

(1) 청구인은 자신이 판사 이○명, 한○훈, 문○경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를 피청구인이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여 공람종결한 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적법한 고소가 있는 경우 검사는 고소를 수리할 의무가 있고, 고소의 수리 여부에 관하여 검사의 재량의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고소는 비친고죄에 관하여는 수사의 단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고소의 수리 여부가 검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보게 되면, 고소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상의 권리의 인정 여부가 검사의 재량에 의하여 좌우되는 결과가 되어 고소인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 현행법의 전체적 취지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2) 청구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살펴보면,

판사인 청구외 이○명, 한○훈, 문○경은 녹음테이프

검증신청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녹취록으로 검증을 대신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에서 녹취록에 대한 아무런 이유설시 및 판단없이 배척하고 청구인에게 패소판결을 선고하여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하였다고 하고 있는 등 범죄사실을 특정하고 있고,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적법한 고소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재판과정에서의 판사의 범죄사실을 문제삼아 그 처벌을 구하는 청구인의 고소를 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아무런 법적근거 없이 이를 진정사건으로 접수하여 공람종결의 처분을 한 것은 그 실질에 있어서 고소의 수리를 거부한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서, 자의적으로 고소인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고소와 진정은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의 유무에 의하여 구별되는 것으로서 사건의 수리절차, 처분방법, 사후의 구제절차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이고, 검사의 공람종결 등 진정사건의 처리에 대하여는 지체없이 진정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는 것(검찰사건사무규칙 제143조 제4항) 외에는 현행법상 아무런 보호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3) 무분별한 고소로 인한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 등의 폐해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무고죄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고소장의 실질심사를 강화하여 부적법한 고소에 대하여는 수리를 거부하며, 검찰사건사무규칙상의 고소․고발 각하제도 등 현행법상 인정되는 간이처리절차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방안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입법적으로 고소권 보장의 취지와 고소제도의 기능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고소의 적법요건을 강화하거나, 고소사건의 간이처리절차에 관한 규정을 보완․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적법한 고소를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여 공람종결 처분한 것은 현행법이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간이절차를 창설한 것이 되어 현행법이 명문으로 간이처리절차를 둔 취지를 몰각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고소인의 권리보호에 관한 규정을 형해화하는 것이다.

(4) 따라서 피청구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여 청구인의 고소를 고소사건으로 수리하지 아니하고 진정사건으로 수리하여 공람종결한 처분은 “같은 것은 같게,

같지 않은 것은 같지 않게” 처리함으로써 실현되는 헌법 제11조에 정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형사피해자에게 법관으로 하여금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5항의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주심)